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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ss-153화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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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떴을 때 찰랑거리는 물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바다가 날 반겼다.

바다……. 라고?

깜짝 놀란 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내 투명하지만 빛에 반사되는 막으로 둘러 싸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숨이 막히거나 하지는 않았다. 분명 바다 안에 있는데도, 물결이 느껴지는데도. 그런데도 바깥에 있을 때와 똑같이 편안했다.

"이거 참 신기하네. 아무리 꿈속이라지만."

약간의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는 편안한 바다에 탄성을 터트렸을 때였다.

저 멀리 아래에서 금빛 화살이 날아왔다. 물론 진짜 금빛 화살은 아니었다. 단지 금빛 화살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내가 착각을 할 정도로 빠르게 날아온 금빛 화살이 내 앞에서 딱 멈췄다. 그제야 금빛 화살의 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풍성한 금발과 바다를 머금은 푸른 눈빛, 거기에 새하얀 백사장 같은 고운 피부는 분명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럴 리가 없지.

분명 조개에서 태어난 비너스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보이는 건 맞았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었다. 나는 금세 눈앞에 있는 존재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리엘?"

물속임에도 내 목소리가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았다. 잔잔히 주변으로 퍼진 내 목소리가 이내 호기심 가득한 여성의 귀에 닿았다. 입술에 손가락을 올린 채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녀가 신기하다는 듯 박수를 치며 웃었다.

"당신네 인간들은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 거죠?"

왜 알긴. 봤으니 알지.

"그래도 너무 괘씸하네요. 내가 즉위했는데, 불쑥 나타나 싸움이나 걸고."

싸움은 네가 먼저 건 걸로 아는데.

"아무래도 좋아요. 나도 그분의 명을 따라야하니까요. 그런데 당신. 이상한 냄새가 나네요?"

불쑥 손을 내미는 아리엘의 모습은 확실히 아름다웠다. 나도 모르게 그녀가 내민 손을 잡을 뻔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대신 나는 슬쩍 시선을 그녀의 머리로 옮겼다. 이내 내 시선이 그녀의 발끝까지 내려갔다.

아리엘의 머릿결은 말 그대로 비단결 같았다. 황금으로 만든 머리카락에 은가루를 묻힌 느낌을 주는 그녀의 머릿결은 꽤 길어 탐스러운 가슴을 살짝 가릴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자극적인 가슴을 내려가면 가는 허리와 쭉 뻗은 다리가 나타났다.

황금비율.

인간이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과 요염함을 동시에 가진 몽마 중에서도 그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는 아리엘이었다.

베이비 페이스에 글래머 정도가 아니라…….

"육덕진 청순녀네. 와. 진짜. 허, 하하."

적잖은 감탄을 하며 다시 아리엘의 푸른 눈으로 시선을 옮겼을 때 나는 반쯤 기울어진 그녀의 머리를 볼 수 있었다.

"당신 격을 이루었네요? 어머! 어머어머! 말도 안 돼요! 어떻게……. 아니. 말 해줘요. 누굴 보냈어요? 여름달? 트루드?"

놀람이 가셨다. 흥분도 사라졌다. 남은 건 오직 긴장뿐이었다.

예전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몽마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또 저마다 사회망을 가진 생명체라는 걸.

그 짐작을 확인할 수 있는 아리엘의 말에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 버렸다. 물론 긴장감은 금세 사라졌다. 보스는 침략의 도구가 아니라 포용의 놀이터니까.

"트루드. 알아?"

"알죠! 알고말고요! 고 재수 없는 계집애를 보내다니. 당신. 꽤 쓸 만한데요?"

손뼉을 치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아리엘의 얼굴이 살짝 달아 오른 것 같았다.

애가 흥분한 것도 아니……. 진짜인가?

이번에는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와중에도 아리엘의 눈빛이 사르르 풀렸다. 그제야 느낌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이거 진짜 흥분했나 보네.

순수한 눈빛이 사리고 염욕으로 가득한 눈빛밖에 남지 않았다.

몽마는 몽마라는 생각이 말 들었을 때였다.

아리엘이 그대로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슬쩍 옆으로 바닥에 눕더니 이내 한쪽 다리를 가슴 쪽으로 끌어 당겼다.

측면위의 전형적인 자세를 잡은 아리엘이 달뜬 목소리로 내게 손짓했다.

"와요. 와줘요. 나도 괴롭혀줘요!"

"……그래. 몽마는 몽마지. 어?"

다시 한 번 몽마가 어떤 존재인지 깨달았다. 내가 피식 웃음을 흘렸을 때 내 몸이 갑자기 둥실둥실 떠올랐다. 그러더니 그대로 아리엘의 엉덩이 앞으로 날아갔다. 아리엘은 N극이고, 나는 S극인 것처럼.

아리엘은 불끈 솟은 내 하물을 빤히 바라보더니 더욱 상기된 얼굴로 애원했다.

"제발, 제발! 날 괴롭혀줘요!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줘요! 못 참겠단 말이에요!"

"그거야 네가 먼저 공격……어?"

스스로 말하다 말고 깜짝 놀랐다. 분명 아리엘이 나보다 더 높은 레벨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런데 우선 공격권은 그녀가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었다.

아! 성향 때문인가?

아리엘은 피학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트루드와 정 반대인 성향. 그것이라면 지금 이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잇을 것 같았다.

고개를 주억거린 난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망설일 필요가 없지."

"어서요. 절, 절 망가트려 주세요!"

끊임없이 애원하는 아리엘을 뒤로한 채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왕족이 되며 새로 얻은 부가 기능 중 하나를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미야프. 버프 줘.

속으로 끊임없이 외치자, 진짜 내 몸에 버프가 걸렸다. 왕족이 되며 종속에 대한 제약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친밀도를 충성으로 만들어야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미야프가 자기 방에서 버프를 걸어주자 전기톱이 더 높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제 남은 건 삽입뿐이었다.

"제발, 어서, 어서요! 절, 저어헉……!"

예고 없는 삽입에 아리엘의 숨이 턱 막힌 듯 보였다. 전기톱에 박힌 그녀가 고통과 쾌락으로 범벅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몸을 들썩이는 그녀의 민감한 반응에 놀란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골반을 잡으며 더욱 강하게 구속했다.

꽤……. 좋은데?

그 정도가 아니었다. 아리엘의 속살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처음 들어갈 때 느낀 기분 좋은 저항감을 시작으로 사방에서 짓누르는 압박감, 이어서 늪처럼 날 빨아들이는 흡입감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헉! 학! 항!"

나도 모르게 기분에 취해 박음질을 이어갔다. 그때마다 아리엘의 입에서 달뜨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신음이 흘러 나왔다. 예상외의 전개였지만 어쨌든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퍽! 퍽퍽! 퍽!

"때려줘요! 날 때려, 항! 아항! 더! 세게! 더! 하악!"

본격적입 박음질에 아리엘의 눈빛이 완전히 풀렸다. 그녀는 더 이상 청순하지 않았다. 음욕에 빠진 색녀일 뿐이었다.

거친 숨소리와 신음을 토하는 와중에도 아리엘은 자꾸 날 타락시키려 했다. 그녀의 달뜬 애원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결코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결국 아리엘의 늪에 빠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려쳤다.

찰싹!

"하앙! 좋아요! 또! 또 때려줘요! 날아아아악!"

아리엘의 엉덩이를 소리 나게 때리자 손이 따끔거렸다. 그런데도 그녀는 계속 때려 달라 갈구했다. 잔뜩 흥분한 나는 그녀의 말대로 점점 더 거칠게 손을 휘둘렀다. 내 숨소리가 거칠어 질 때까지 계속해서.

찰싹! 찰싹!

"항! 아항! 좋아! 더! 아항!"

연이어 내 우악스런 손바닥에 맞은 아리엘의 볼기짝이 불게 달아올랐다. 아니, 붉다 못해 퍼레지는 기미가 보일 정도였다. 또 다시 손을 내려친다며 연약한 엉덩이가 피에 젖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아!

내 마음 속 어딘가 자리 잡고 있던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지금 상황과 많이 달랐다. 부모님을 잃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할 때는 내가 맞는 쪽이었으니까.

"왜요? 아앙! 때려줘요! 날 엉망으로 망가트려요! 날 혼내주세요!"

더 이상 손찌검이 없자 아리엘이 더욱 강하게 재촉했다. 그녀의 달콤한 애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대로 터질 듯 붉어진 아리엘의 엉덩이를 후려치고 싶었다.

그러지 않았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은 채 손을 내렸다. 단순히 어릴 적 괴롭힘을 당해서 나도 남들을 괴롭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물론 내가 손을 내린 계기는 되었다.

내가 갑자기 손을 내린 이유는 바로…….

"이게 어디서 낚시질이야?"

바로 이 때문이었다.

트라우마 덕분에 잠시 흥분이 가라앉은 그때 뇌리가 번쩍였다.

만약 이것이 아리엘의 수작이라면?

지금까지 상대했던 몽마와 다르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게다가 방금 전까지 아리엘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는 것도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내가 너무 흥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 등골이 서늘했다.

선공은 개뿔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술을 때렸구만.

머리가 차가워지며 지금 상황을 더욱 더 객관적으로 보자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아주 명확하게.

아리엘은 선공을 양보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내가 눈치 채지 못한 사이 뭐가됐든 공격권을 사용한 게 분명했다. 그 결과 내가 크게 흥분하며 아리엘의 말에 휘둘린 게 아닐까 싶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일자, 한 가지 시스템이 떠올랐다.

포로! 포로였구나! 이 앙큼한 것이 날 포로로 만들려고 했어!

아리엘처럼 흥분으로 점철되었던 내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뒤늦게 이상한 낌새를 느낀 아리엘이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조소를 머금었다.

그 순간 아리엘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칫! 어쩐지 냄새가 이상하더라니."

그제야 본모습을 보이는 아리엘이었다.

내 조소가 더 짙어졌다.

그리고 공격권을 사용했다.

퍼억! 퍼어억!

"그래봤……학! 하악!"

그래. 이거지. 이게 진짜 신음이지.

가짜 교성은 사라지고 진짜 비음만 남았다.

아리엘의 수작에 당할 뻔 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더 거칠게 아리엘의 속살을 파고들었다. 쾌락이 아니라 고통을 느껴도 상관없다는 듯이.

"아아아아……! 주, 주인님! 날, 나를!"

"뭐래."

길고 긴 신음을 토한 아리엘이 날 보며 헛소리를 했다. 신경 쓰지 않았다. 내 신경은 오직 이어질 보스의 판정에만 쏠려 있었다. 물론 전기톱을 아리엘의 몸에서 빼내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녀의 속살이 전기톱을 녹여 버릴 정도로 뜨거운 건 사실이었으니까.

운율을 타며 허리를 튕기고 있을 때였다.

['아리엘'에게 3,379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아리엘'에게 4,572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첫 두 번의 공격은 치명타가 아니었다. 민뎀과 맥뎀이 터지며 날 놀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난 울상을 짓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아리엘'에게 21,697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아리엘'에게 29,355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아리엘'에게 24,81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이어진 8번의 공격은 모두 치명타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총 10번을 공격해서 208,970의 피해를 주었다.

비록 63%의 확률인 추가 삽입이 터지지 않았지만, 나는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아리엘의 최대 활력은 16만1천이었다. 그 말은 곧 더 이상 공격은 불필요하다는 걸 의미했다.

['아리엘'이 절정에 올랐습니다.]

"……받하앗, 다. 주아항, 세요."

이상한 신음을 토하며 아리엘이 쓰러졌다.

제정신 아닌 게 여기 또 있었네.

아리엘의 신음 섞인 말을 못 알아 들을 리가 없었다. 나도 스스로 펫이 된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단지 그럴 리가 없다는 게 문제지만.

혹시나 싶어 기대가 되기는 했지만, 그 기대는 이어진 보스의 목소리가 사그라졌다.

['10,000 경험'을 획득합니다.]

['아리엘의 눈물 1개'를 획득합니다.]

['기술과 능력의 책 1개'를 획득합니다.]

사냥 보상은 트루드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다. 바로 상징 추출이었다.

안내를 잠시 멈춘 보스가 내 눈앞에 형형하게 빛나는 창 하나를 띄웠다.

[마법력][항마력][수속성]

아리엘이 가진 3가지 특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했다. 내 선택에 따라 인어 여왕의 상징이 가지는 효과가 달라질 게 분명했다. 분명히 좋은 시스템이었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아놔……. 이건 아니지.

정말 이건 아니었다. 아리엘이 가진 특성 중 내게 필요한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나와 상성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아리엘이었다.

"에효……."

깊은 한숨을 내쉰 나는 줄어드는 카운터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손을 움직였다.

내가 3개의 속성 중 하나를 선택하기 무섭게 창이 사라졌다.

['인어 여왕의 상징 1개'를 획득합니다.]

[업적 '잔인한 폭군'을 획득합니다.]

마지막 안내를 끝으로 더 이상 보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에 웃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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