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148화 (148/200)
  • <-- Relaxation -->

    ***

    김을 모락모락 내던 식탁이 초토화됐다.

    "촤촵! 촤촤촵! 켁켁!"

    미야프의 무자비한 턱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그것도 잠시 녀석은 사래가 들린 듯 목을 잡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처먹을 때부터 알아 봤다.

    속내와 달리 난 미야프가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를 컵에 따라 미야프에게 건넸다.

    "천천히 좀 먹어. 부족하면 더 시켜 줄 테니까. 오늘 잘했어."

    "이힛! 나 잘해썽. 나 잘했엉!"

    "어, 그래. 그러니까 천천히 먹고. 부족한 거 있……그래. 시켜줄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야프가 손으로 몇몇 텅 빈 접시를 가리켰다.

    별 생각 없이 한 말 때문에 나는 객실 전화기를 다시 한 번 들어야했다. 하여튼 요물은 요물이었다. 그래도 미워할 수 없었다.

    미야프는 복덩이니까.

    오늘 사냥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눈앞에 식충이는 단순한 식충이가 아니었다. 녀석의 기술 주머니는 그 무엇보다 내게 큰 힘이 되었고, 앞으로 종종 녀석에게 신세를 질 게 분명했다.

    그러니 있을 때 잘해야 했다.

    미야프가 단숨에 마셔 텅 빈 컵에 다시 오렌지 주스를 따라주며 오늘 있었던 전투를 되새겨 보았다.

    파괴와 탈의. 명중과 회피. 그리고 정력.

    오늘 전투를 돌이켜보면 이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적의 공격력을 갉아 먹는 파괴와 탈의는 강한 적일수록 그 위력을 더했다. 명중과 회피는 전투의 기본이었고, 정력은 전투의 핵심이었다. 지금까지 정력에 대해 별 고민하지 않았던 게 바보 같았을 정도였다.

    내 부족함을 깨닫는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부족함을 채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유야 어떻든 나는 최종 전직을 하며 만렙이 됐고, 그 과정에서 얻은 보상을 통해 단점을 거의 메울 수 있었다.

    미야프가 잘 먹는 모습에 괜히 내가 기분이 좋았다.

    그때 문득 이번에 새로 얻은 특수 기술을 사용해 보았다.

    --------------------

    + 음격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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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력 : 10,000/10,000

    + 정력 : 10,000/10,000

    --------------------

    + 근력 : 100

    + 지력 : 100

    + 체력 : 100

    + 속도 : 100

    + 정확 : 100

    + 행운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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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한 능력과 상태가 혼합된 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번에 얻은 기술이었다. 비록 아마조네스의 고유 기술만큼 세세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효용이 있어 보였다.

    [만인전주의 눈]

    왕족이 되자 만인전에도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정확하게는 만인전주인 내게 생긴 변화였다. 이 변화는 두 가지였다.

    하나의 기술과 하나의 기능.

    기술은 바로 왕족인 만인전주만 사용이 가능한 만인전주의 눈이었고, 기능은 다름 아닌 만인전을 외부에 공개할 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내 마음대로 랭킹을 공개할 수 있었다. 그것도 공식 순위로.

    "뭐, 그래봤자 닉네임이랑 레벨이 전부지만."

    "먑?"

    "눈치 보기는……. 아무것도 아냐. 얼른. 아니, 천천히 먹어. 체하지 말고."

    내 혼잣말에 귀를 쫑긋하는 미야프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녀석은 배시시 웃더니 다시 전투적으로 음식을 아작 내기 시작했다. 매일 보는 광경이지만 진짜 적응이 안 되는 모습이었다.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는 미야프의 컵에 다시 주스를 채워주며 생각을 이었다.

    살짝 계륵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술로 커버가 가능하니. 괜찮은 거라고 봐야겠지.

    공개 유무를 결정할 수 있지만, 자세한 정보를 얻는 건 아니었다. 그나마 만인전주의 눈이 있었기에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이마져도 없었다면 그냥 허울뿐이었을 테니까.

    자리에 앉아서 모든 걸 알 수는 없었다. 다만 눈앞에 있다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이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었다. 사람은 저마다 잘하는 게 따로 있었고, 내가 잘하는 건 정보를 수집하는 게 아니었다.

    난 섹딜러니까.

    어느새 식탁 위의 접시가 텅 비었다.

    더 이상 먹을 게 없어지자 미야프가 처연한 눈빛으로 날 빤히 바라보며 애달픈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아빠. 저 배고파요."

    "……그러냐?"

    그렇게 처먹고도.

    차마 뒷말을 내뱉을 수는 없었다. 오늘은 이 녀석을 위한 날이니까.

    다행히 딱 맞춰서 주문했던 룸서비스가 도착했다. VIP를 위해 직접 서빙에 나선 헤드 셰프의 인사를 받는 사이 함께 나타난 서버가 재빨리 식탁을 치우고 막 새로 올린 접시를 놓았다.

    내가 먹을 거라 착각했는지 셰프가 바로 옆으로 다가와 솰라솰라 갖가지 요리에 대한 설명을 했다. 아무리 내가 영어를 좀 한다고 해도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조리 기법과 재료를 알 턱이 없었다.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얼른 이 남자가 떠나길 바랐다.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에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는 그때였다.

    "수고하셨어요, 쉐프. 이만 자리를 비켜주셨으면 해요.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거든요. 미안해요."

    차분하지만 예의를 잃지 않은 목소리의 주인은 리아였다.

    여러 사람들과 입씨름을 하다 보니 지친 기색이 얼핏 드러났지만, 그녀는 똑 부러지게 곤란한 상황을 해치워주었다.

    이윽고 사람들이 나가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에 앉았다.

    "하아……. 진짜 뭐라는 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

    내 솔직한 고백에 리아가 작게 웃더니 미야프 옆에 자리를 잡으며 내 투덜거림에 답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그녀의 손은 빠르게 움직였다. 미야프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기 위해.

    "저도 마찬가지에요. 그냥 맛있게 먹는 걸로 족한데. 가끔 쉐프들은 모든 사람이 미식가라고 착각하는 거 같아요."

    "그럼 세상이 너무 피곤할 것 같은데. 가끔은 라면이 땡길 때도 있잖아? 재료 본연이고 나발이고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면 족해."

    "그건 저도 그래요. 가장 좋은 식탁은 편안한 식탁이니까요. 이런. 또 흘렸잖니? 언니가 조심하라고 했지?"

    "응. 응."

    리아에게 물어볼 게 좀 있었지만, 그녀는 내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보다 열심히 턱을 놀리는 미야프에게 온 신경을 쏟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야 치열했던 식사가 끝났다.

    나는 식탁을 치우는 리아에게 시원한 맥주 캔을 건네며 물었다.

    "근데 너 별로 못 먹지 않았어? 뭐라도 더 시켜 줄까?"

    "아뇨. 오늘은 별로 입맛이 없어요. 그냥 이거나 마실게요. 고마워요."

    진짜 엄청 시달렸나 보네.

    기운 없는 리아의 모습에 대충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갔다. 그녀는 정리를 끝내고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아니, 거의 반쯤 누웠다. 나는 말없이 주전부리할 것과 술을 더 챙겨서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 잠깐 사이에 졸았는지 리아가 퍼뜩 상체를 일으키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미야프는요?"

    "네가 사준 인형 들고 지 방에 들어가서 놀겠지, 뭐. 오늘은 그냥 쉬어. 늦잠 좀 자면 어때? 어차피 몽마잖아."

    "그래도 그게 아니죠. 근데 좀 피곤하긴 하네요."

    "그래 보여. 괜히 쌩쌩한 애 챙기려다 골병들라. 적당히 해."

    도저히 현재 상황을 물을 엄두가 나지 않아 말없이 맥주를 비웠다. 미야프와 함께 밥을 먹다보니 워낙 주워 먹은 게 많아 금방 배가 불렀다. 한 캔의 맥주를 비운 나는 그 뒤로 오랜만에 위스키를 유리잔에 따라 마셨다.

    반면 리아는 여전히 손에 맥주 캔을 쥐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 기운 없는 리아의 모습에 점점 걱정이 커질 때였다. 리아가 맥주 캔을 따더니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는 연달아 세 개의 맥주 캔을 비워 버렸다.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드는지 리아의 눈빛이…….

    썩은 동태 눈깔 같은데?

    풀썩.

    흐리멍덩한 리아의 눈빛을 확인하기 무섭게 그녀가 옆으로 쓰러졌다.

    깜짝 놀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머리를 대고 있는 리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다행히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다. 그녀는 그냥 잠이 들었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이야기는 내일 들어야 할 것 같았다.

    "잘 자. 고생했어, 오늘."

    나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였기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리아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곤 술잔에 남아 있는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독한 술이 목을 타고 넘어가니 뱃속이 뜨거웠다.

    왠지 오늘은 푹 잘 것 같네.

    침실로 들어가 이불을 챙겨 나온 나는 죽은 듯 잠든 리아에게 덮어주곤 다시 침실로 향했다.

    리아는 새근새근 잘도 잤다.

    ***

    태양이 하늘 높이 솟았다.

    그제야 눈이 떠졌다.

    정말 피곤하긴 피곤했나 보네.

    아무래도 왕족 몽마와 전투. 아니, 레이드를 치르다보니 정신적 피로가 많이 쌓인 듯 싶었다.

    미적거리며 침대에서 빠져 나온 나는 대충 몸을 씻고 거실로 나섰다. 거실은 어제 자기 전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다른 거라고는 곤히 잠든 리아 앞에 미야프가 쪼그리고 앉아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점뿐이었다.

    "미야프? 아침부터 뭐해?"

    뒤늦게 날 발견한 미야프가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짧은 다리로 로켓처럼 달려왔다.

    내 품으로 뛰어드는 미야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녀석을 품에 앉았다.

    "아빠. 언니 죽었어. 어떡해? 배고파!"

    ……뭐라는 거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 구조를 가진 미야프의 말에 잠시 당황했지만, 금방 정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대충 밥순이 리아가 죽어서 자기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는 말 같았다.

    나는 미야프를 다시 내려놓으며 녀석의 사고 회로를 뜯어 고치려고 해 보았다.

    "그냥 잠든 거야. 피곤해서 그래. 깨우지 말고. 밥은 아……. 내가 시켜줄 테니까."

    아빠란 말은 영 어색했다. 가족에 대한 나름의 트라우마가 있다 보니 더 그랬다. 더욱이 난 총각이었다.

    밥을 주겠다는 말에 미야프가 반색하며 폴짝폴짝 뒤여 좋아했다. 그 탓에 잘 자고 있던 리아가 깨고 말았다.

    소란스러움에 잠에서 깬 리아가 부스스한 눈을 손으로 비비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내 나와 미야프를 발견하더니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그녀는 여자였다.

    "난 몰라!"

    외마디 비명을 남기고 리아가 쌩하니 욕실로 사라지는 모습에 미야프가 깜짝 놀라며 탄성을 터트렸다.

    "우와! 언니! 언니 졸라 빨라!"

    "……너 그런 말 누구한테 배웠어? 그거 나쁜 말 인거 몰라?"

    "모르는데. 난 아무것도 몰라요. 미야프는 순수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모르긴 개뿔.

    이 여우 같은 것이 이러다 구미호로 진화할까 겁났다.

    "이제부터 그런 말 쓰면 치킨 한 마리가 사라지는 거야. 알겠지? 나랑 약속……야."

    나름 부드럽게 말하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미야프가 고개를 홱 돌렸다.

    어이없는 미야프의 행동에 짐짓 화를 내려고 할 때였다.

    "언니! 언니이이이!"

    미야프가 냅다 리아가 도망친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그 모습에 깨달았다.

    "결혼과 죽음은 최대한 뒤로 미루라고 했던가."

    진짜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아니, 반드시 그러기로 다짐했다.

    이상한 다짐을 하며 혼자 소파에 앉은 지 벌써 한 시간이 넘게 지났다. 이미 점심때는 놓친 지 오래였다. 오후에 접어들었지만, 쌩하니 사라진 리아와 미야프는 나올 생각을 안했다.

    "배고픈데……. 그냥 먼저 먹을까?"

    아침을 거르고 점심까지 거르자 슬슬 배가 고팠다.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고픈 걸 넘어 아플 것 같았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리아와 미야프가 꺄르르 웃으며 거실로 돌아왔다.

    즐거운 한 여자와 한 몽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심술이 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말투가 틱틱 거리는 것처럼 변했다.

    "무슨 씻는데 두 시간이나 걸려?"

    "두 시간이요?"

    "아닌데! 아닌데! 한 시간인데!"

    괜히 말씨름 할 기력도 없었다.

    고개를 젓는 걸로 내 기분을 대신한 나는 손가락으로 방방 뛰며 같은 말을 반복하는 미야프를 가리키며 퉁명스레 말했다.

    "에효. 얼른 저거 좀 챙겨. 배고프다."

    "어머? 저거라뇨! 우리 미야프한데!"

    "나 저거 아닌데! 저거 아닌데! 미야픈데! 미야픈데!"

    아오, 저걸 그냥!

    진짜 왜 미운 4살, 죽이고 싶은 7살이라는지 알겠다. 나도 모르게 살기가 터질 뻔 했다. 내 기분이 어떻든 미야프는 그저 방방 뛰며 좋아했지만.

    "근데 쟤 오늘따라 왜 저래?"

    "아, 오늘 왕궁에 초대 받았거든요. 그래서 저래요. 비슷한 또래의 공주님도 있으니까요."

    오호, 그렇단 말이지?

    잘 걸렸다 싶은 나는 음흉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무기가 생겼는데, 써야지. 그것도 아주 잘. 으흐흐!

    방금 리아의 말 덕분에 내 손에는 미야프의 목에 걸 튼튼한 목줄이 생긴 것과 다름없었다.

    "오늘 바쁘다. 얼른 귀국해야지. 비행기 표 좀 알아봐 줘."

    "네? 왕궁에 안 가시려고요? 그래도 초대 받았는데.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왕궁은 무슨. 됐어. 바쁜데 뭐 그런 걸 해?"

    "저기 고영 씨. 인터뷰도 잡혀 있어요. 단독 하나 공개 질의 시간 하나. 그런데 진짜 바로 귀국하실 거예요?"

    리아가 은근히 어제 조율 결과를 읊으며 날 압박했다.

    해야지. 약속은 약속이고, 인맥은 인맥이니까.

    물론 두 일정 모두 소화할 거였다. 단지 허세를 좀 부리며 미야프를 골리고 싶었을 뿐.

    내 예상대로 미야프가 울상을 지으며 내 다리에 매달렸다.

    "아, 안 돼! 안 돼! 미야프 슬퍼요! 엉엉! 눈물 나와요! 엉엉! 엉엉엉!"

    이게 어디서 되도 않는 미련의 여주인공 코스프레야?

    눈물하나 흘리지 않으면서 우는척하는 미야프의 모습에 기가 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난 더욱 더 짓궂게 변했다.

    "울어도 소용없어. 떼쓰면 내가 어떻게 한다고 했더라?"

    "굶는다고! 굶긴다고! 굶어죽는다고 했어요!"

    "……치킨 하나 뺀다고 굶어 죽을 리가 없잖아?"

    리아의 서슬 퍼런 눈빛에 나도 모르게 변명을 하고 말았다. 아니, 변명이라 하기도 뭐했다. 나는 정말 굶긴다고 한 적이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아의 눈빛은 풀어지지 않았다.

    결국 이쯤에서 끝내야했다.

    나는 무릎을 굽히고 미야프와 눈을 맞추며 물었다.

    "떼 안 쓸 거지?"

    끄덕! 끄덕!

    "나쁜 말도……."

    "안 써! 안 쓸게요! 잘할게요!"

    좋아. 좋아. 아주 좋아.

    나는 흡족한 얼굴로 미야프의 손을 잡고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미야프 잘해요! 이케이케도!"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바닥에 엎드려 리아가 했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는 미야프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날카롭게 리아를 노려보았다. 화들짝 놀란 그녀가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래봤자 내게는 웃기지도 않는 변명으로 보일 뿐이었다.

    "리아!"

    "아니에요! 난 죄 없어요!"

    "죄가 없는데 애가 이런 걸 따라해? 도대체 애한테 뭘 가르친 거야!"

    "아니라고요! 난 아무것도……. 아니. 그 동영상. 고영 씨가 틀었잖아요! 이게 다 고영 씨 때문이에요!"

    "그게 왜 나 때문이야!"

    나와 리아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으르렁거렸다. 당연했다. 만약 여기서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덤터기를 써야했다.

    그 와중에 평온이 찾아온 곳이 있었다.

    바로 미야프의 얼굴이었다. 몽마는 몽마였다. 이 사실은 너무 늦게 알게 됐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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