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147화 (147/200)
  • <-- Tyrant -->

    ***

    3개의 아이템, 2개의 업적, 1개의 칭호. 그리고 5개의 추가 시스템.

    폭군으로 전직하며 함께 얻은 보상은 하나 같이 끝내줬다. 트루드 단독 레이드 성공 직후 NPO BOSS에서 독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들의 간절한 요청을 무참히 짓밟을 정도였다.

    괜히 리아만 고생이네.

    다음 날로 인터뷰를 미룬 덕분에 리아만 바빴다. 그녀는 나를 대신해 NPO BOSS와 인터뷰 일정과 내용을 조율했고, 귀신같이 냄새를 맡고 달려든 유수의 언론들을 상대해야했다.

    리아가 정신없이 시간을 보낼 때 나는 홀로 호텔에 돌아와 히죽거리며 눈을 감았다.

    "아, 집중이 안 되네."

    두근거리는 심장이 집중을 방해했다.

    결국 나는 또 다시 핸드폰을 손에 쥔 채로 따끈따끈한 보상을 확인해 보았다.

    시작은 당연히 아이템이었다.

    황금 봉인석은 됐고, 마법 방패라…….

    --------------------

    [트루드의 마법 방패]

    + 전사의 심장을 가진 고귀한 처녀의 방패.

    + 활력 2,500 상승.

    + 정력 1,500 상승.

    + 방어력 250 상승.

    + 항마력 350 상승.

    + 적의 타격력 10% 감소.

    --------------------

    보는 순간 깨달았다.

    이건 묵히면 묵힐수록 더 값어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걸.

    나와 썩 궁합이 좋은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체력 기반. 즉, 탱커 계열이라면 미쳐 날 뛸 것 같았다.

    김아연이 보면 개가 되겠다고 할지도?

    문득 이상한 쪽으로 당당한 김아연이 떠올랐다. 물론 그녀가 이 아이템의 주인이 되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재벌가에 며느리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그녀의 재력으로 가질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마지막 아이템은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 해 버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능력치 5개'를 획득합니다.]

    ['기술치 1개'를 획득합니다.]

    3번째 아이템은 처음 보는 아이템이었지만 이미 알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기술과 능력의 책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했다. 예상대로 이 소비템은 능력치 5개와 기술치 1개를 주고 쌩하니 사라졌다.

    이왕 느낌이 좋을 때 깔까?

    확실히 지금 내 기분은 붕 뜬 상태였다. 물론 이럴 때 일수록 냉정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건 전투에 한해서였다. 지금은 무얼 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잠시 고민하기도 무섭게 나는 금세 결정을 내렸다.

    ['강철 여왕의 상징 1개'를 획득합니다.]

    익숙한 왕족 몽마의 이름에 얼른 상징 정보를 펼쳤다.

    --------------------

    [강철 여왕의 상징]

    + 전사의 심장을 가진 고귀한 처녀의 근원.

    + 타격력 35% 상승.

    + 적의 방어력 10% 감소.

    --------------------

    "캬!"

    보는 순간 살얼음이 낀 맥주 한 잔을 마신 것 같았다.

    사실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었다. 여성체인 이상 남자 참가자인 내게 큰 도움이 없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역시 왕족은 다르네. 품격이 있어, 품격이!"

    목소리가 좀 들뜬 것 같았지만 그게 무슨 문제랴.

    그저 좋았고, 또 좋았다. 삽입 공격력뿐만 아니라 그냥 공격력이 자체가 늘어났다. 거기에 적 방어력까지 하락시켜주니 더 없이 나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상징이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강철 여왕의 상징을 제단에 올렸다. 음격 50단계를 달성하며 제단이 하나 더 늘어났기에 문제 될 건 없었다. 10개의 제단에서 저마다의 상징이 활활 잘도 타오르고 있었다.

    잠시 흐뭇한 얼굴로 제단 현황을 보던 나는 이내 기쁨을 추스르고 업적창을 열었다.

    --------------------

    [전인미답]

    + 최초의 제왕이 가지는 위엄.

    + 주요 능력 25 상승.

    --------------------

    --------------------

    [홀로서기]

    + 최초의 단독 왕족 사냥.

    + 주요 능력 10 상승.

    --------------------

    도저히 기쁨을 추스를 수 없었다.

    단숨에 올 스탯 35가 늘었다. 이건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무조건 내가 써야했다.

    업적을 활성화한 나는 더욱 기대한 얼굴로 칭호창을 열었다.

    --------------------

    [개척가]

    + 최초의 왕족 관문 몽마 사냥.

    + 타격력 75 상승.

    + 마법력 75 상승.

    --------------------

    "음……."

    애매한가?

    객관적으로 볼 때 애매하다 볼 수는 없었다. 다만 앞서 확인한 보상이 워낙 엄청나다보니 상대적으로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만인전의 주인이 주는 공격력과 방어력 25% 상승효과와 대입해보면 더욱 아쉬운 느낌이 강했다.

    아무래도 만인전의 주인은 내가 강해지면 함께 강해지는 칭호니까.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다시 한 번 아쉬움을 드러낼 때였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강타했다.

    [황금 절구]

    "이거 잘하면……?"

    왕족이 되며 5개의 시스템이 추가됐다. 굵직한 추가 시스템 말고도 자잘하게 변한 게 있었다. 그 중에는 한 가지가 바로 황금 절구였다.

    백은 절구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제안이 있었던 것이 이제는 제한이 사라졌다. 물론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없으면 얼마나 비싼 재료를 빻든 결과는 쓰레기라는 건 변하지 않았지만.

    나는 한쪽에 황금 절구를 꺼내놓고 칭호 현황을 훑어보았다.

    모험가, 탐험가, 개척가.

    이 세 칭호는 평민, 귀족, 왕족 관문을 각각 통과할 때 얻은 것들이었다. 자연스레 효과도 비슷했고, 이름도 비슷했다. 특히 개척자가 아니라 개척가라 칭해진 게 눈에 들어왔다.

    고민은 짧았다.

    "깨지면 그냥 만인전의 주인을 끼면 되니까."

    말 그대로 밑져야 본전이었다. 다행히 황금 절구를 누르니 해당 칭호들이 보였다. 조합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난 3개의 칭호를 절구 안에 넣었다.

    그리고 빻았다.

    쾅! 쾅! 쾅!

    [조합에 성공합니다.]

    [칭호 '선구자'를 획득합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아니, 한 가지 빗나간 건 있었다. 내심 절구 사용과 관련된 최초 업적이 하나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물론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이미 지난번에 미야프를 진화했을 때도 업적이 나오지 않았기에 이런 식으로 업적을 얻는 게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렴풋이 그동안 경험을 통해 업적은 사냥과 밀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쉬움을 털며 칭호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

    [선구자]

    + 누구보다 한 걸음 먼저 걷는 자.

    + 주요 능력 10씩 상승.

    + 활력 1,000 상승.

    + 정력 1,000 상승.

    + 타격력 100 상승.

    + 마법력 100 상승.

    --------------------

    아쉬움이 자취를 감췄다.

    "업적 따위……."

    만인전의 주인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나는 혼이 나간 얼굴로 칭호를 바꾸었다. 방어력과 항마력이 조금 낮아졌지만, 공격력은 오히려 조금 더 올라갔다.

    공격력 25%의 옵션보다 공격력 100의 옵션이 더 좋다는 사실에 순간 고개가 모로 돌아갔다.

    왜지?

    이미 보스의 공식이 꽤 복잡하고 이상하게 꼬여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좀 의아했다. 단순히 보면 공격력 100보다 공격력 25%가 더 커 보였으니까.

    의문도 잠시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어차피 내가 고민한다고 공식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하긴. 그러니 버프들이 그렇게 몇 십 퍼센트씩 올려주는 거지."

    다시 한 번 퍼센트보다 플러스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나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능력창을 열어 보았다. 메인 전에 애피타이저부터 맛보기 위해서였다.

    --------------------

    + 음격 : 50

    --------------------

    + 근력 : 100 + 85

    + 지력 : 0 + 85

    + 체력 : 80 + 85

    + 속도 : 100 + 85

    + 정확 : 0 + 85

    + 행운 : 0 + 85

    + 잔여 : 0

    --------------------

    만렙.

    드디어 만렙을 찍었다. 더 이상 레벨을 올릴 수 없다는 걸 증명하듯 능력치가 빵빵했다. 여기에 풀 버프까지 얹어지면 추가 근력과 속도가 145까지 늘었다.

    공복임에도 불구하고 배가 불렀다.

    능력창을 닫고 상태창을 열었을 때 포만감은 더욱 커졌다.

    --------------------

    + 활력 : 5,075/5,075

    + 정력 : 2,875/2,875

    + 경험 : 397,490

    --------------------

    + 타격력 : 1,108

    + 마법력 : 195

    --------------------

    + 방어력 : 155

    + 항마력 : 55

    --------------------

    + 명중률 : 236

    + 회피율 : 236

    --------------------

    + 치명도 : 79

    + 치명 증폭 : 335%

    + 치명 저항 : 25

    --------------------

    더 이상 레벨을 올릴 수 없다보니 경험란이 현재 잔여 경험을 보여주는 것으로 완전히 변했다. 꽤 눈여겨 볼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내 눈에는 이 변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른 수치들이 너무 확 오른 탓이다.

    활력만 해도 그랬다. 현재 난 늑대의 전혼을 차고 있었다. 그런데도 활력이 5천을 넘어갔다. 혹시 모르기에 하얀 독수리를 남겨 놓았지만, 아무래도 조만간 하얀 늑대의 먹이로 독수리를 줄 것 같았다.

    물론 하얀 늑대가 하얀 독수리를 먹어도 단계가 오르지는 않았다. 2,500의 성장치가 더해져도 1,000이 넘는 성장치가 부족했다. 내가 전혼에 반쯤 신경을 끈 이유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드디어 정력 조루에서 벗어나는 구나."

    지난 번 전투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다른 게 아니라 정력 관리였다. 1천이 조금 넘는 정력으로는 모든 기술을 유기적으로 사용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전투가 끝나기 직전 백수 투하를 쓰자 정력이 바닥나 한 자리 수가 됐을 정도였다.

    그런 암울한 시절은 이제 끝났다. 최대 정력이 늘어나며 정력 회복 수치도 올라갔다. 아까 전만해도 59의 정력을 매턴 회복했지만, 이제는 143의 정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활력도 독수리를 꼈을 때처럼 활력 회복량이 늘어났다.

    장성한 아들이 장가가는 걸 보는 것처럼 흐뭇하게 웃고 있던 나는 이내 상태창을 닫았다.

    이젠 왕족이 되며 늘어난 시스템을 확인할 시간이었다.

    곧 내 손짓과 발맞춰 미루고 미뤘던 디저트가 눈앞에 나타났다.

    --------------------

    + [기술 창제]

    + [신기 등록]

    + [영토 확장]

    + [장비 성장]

    + [제단 임대]

    --------------------

    가장 위에 있는 기술 창제는 말 그대로 고유 기술을 만들 수 있는 고유 비급과 같은 시스템이었다. 다만 알아서 기술을 만들어주는 고유 비급과 달리 기술 창제는 경험치를 화폐로 사용하여 조언을 얻는다는 게 달랐다. 한 마디로 기술 도박이었다.

    "이건 패스. 가뜩이나 돈 쓸데가 많은데. 그리고 스킬 포인트도 좀 부족하고. 아, 얼른 금화를 모아서 스킬 리셋을 해야 하는데……."

    지금 당장 기술 창제를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 아무래도 한두 푼 들어갈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기술 창제를 통해 고유 기술을 만들어도 배울 스킬 포인트가 없었다.

    기술 창제를 살펴본 나는 이어서 신기 등록을 열어 보았다.

    "아!"

    보는 순간 감이 왔다. 굳이 백과사전에 추가된 설명을 읽지 않아도 됐다. 창의 중심에 있는 관을 세워 놓은 것 같은 단 하나의 등록창을 보면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신기 등록은 말 그대로 신기를 등록하여 더욱 강해지는 시스템이었다.

    "이건 괜찮네."

    좋은 시스템이었다. 딱히 비용도 들지 않았다. 게다가 제한도 없었다.

    보스에 존재하는 모든 장착 물품을 신기로 등록할 수 있었다. 만약 타격력 10짜리 죽창을 등록하면 신기 시스템으로 인해 타격력 10의 효과를 얻는 방식이었다. 물론 쓸 만한 신기를 구하기 위해 따로 돈이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나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영토 확장으로 넘어갔다.

    "이건 패스."

    3초.

    영토 확장을 보고 닫는데 걸린 시간이다. 이건 더 볼 필요가 없었다. 말이 영토 확장이지 그냥 침실의 확장 팩이었다. 물론 여기에 들어가는 건 다 경험치였고, 쓸데없는데 돈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왕족이 돼서 침실이 화려해졌잖아? 꼭 디테가 있던 침실처럼. 그럼 됐지."

    나름 보스는 계급에 어울리도록 침실의 등급을 올려주었다. 아니, 저택이 하나 생겼다는 말과 같았다. 아직 가보지는 않았지만, 보스 앱으로 대충 둘러봐도 꽤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저택의 침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영토 확장을 건너 뛴 다음 장비 성장을 확인했다.

    그럼 그렇지.

    보스가 괜히 저택을 준 게 아니었다.

    장비 성장은 간단했다. 최대 3개의 옵션을 각 10회의 성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게다가 성장할 옵션은 반드시 장비가 보유하고 있는 옵션이어야 했다.

    나쁠 게 없는 기능이었지만, 문제는 역시나 경험치였다.

    장비 능력 하나를 성장할 때 기본 1천 경험치가 필요했다. 단계가 올라가면 이 경험치는 배로 올라갔다. 하나의 옵션을 10단계까지 성장시키려면 결국 5만5천의 경험치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장비의 성장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경험치도 같이 늘어났다. 1개의 성능을 마스터하고 두 번째 성능을 성장시키려면 기본 2천부터 시작이었다. 기본 가격이 2배로 늘어나니 총 가격도 2배가 되어 11만이 들어갔다. 최종 3단계 성장까지 하게 되면 16만5천의 경험치가 들어가는 식이었다.

    결국 3개의 옵션을 10회씩 모두 성장시키는데 66만의 경험치가 필요했다.

    "미친!"

    계산이 끝나기 무섭게 쌍욕이 튀어 나왔다. 물론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그냥 욕으로 참았지만.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난 여전히 부자가 아니었다. 만렙이 되어도 내 경험치 지갑은 유리지갑에 불과했다.

    보스는 원천징수보다도 더 지독한 놈이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