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ither Twelve -->
***
밤을 꼴딱 샌 리아가 힘겹게 내린 결정을 알렸다.
"……상징이랑 종속 내놔요. 당장."
"어어? 이거 너무 뻔뻔한 거 아냐?"
"나도 바보가 아니에요. 랭커들 중에 여자들이 많으니까 조금이라도 물건을 덜 풀려는 거잖아요? 알고 있으니까 얼른 주기나 해요."
"하여튼 눈치만 늘어가지고."
가끔 멍청해질 때도 있었지만, 리아는 여전히 똑똑한 편이었다. 내가 그녀를 살아 움직이는 창고로 여기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서운해 하거나 실망하지 않았다. 그보다 자신이 더 발전할 계기로 삼았다. 확실히 그녀는 똑똑한 여자였다.
거래를 끝낸 나는 리아를 향해 보스에 관해 한 가지 조언을 건넸다.
"힘들다고 파티 사냥을 할 생각은 하지 마. 둘이서 일하고 페이를 4분의 1만 받는 것보다는, 혼자 일하고 1의 페이를 받는 게 나으니까."
"알아요. 유행하는 건 쉬운 길이라는 거. 그리고 고영 씨 말대로 결투장에서 좀 놀았더니 업적이 생기더라고요."
"그거 잘 됐네. 그럼 인간형 몽마 위주로 사냥해. 되도록 지력 계열은 피하고. 초반에는 상성 상 지력 기반이 좀 쎄거든."
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투덜거려도 결국 내가 자신을 성장시키려 한다는 걸 그녀는 모르지 않았다. 물론 아무 이유 없는 호의는 아니었다.
보험.
리아는 내게 일종의 보험이었다. 지금까지 홀로 사냥을 해왔다고 해서 그것이 평생 이어지란 법은 없었다. 혹시라도 시간이 흘러 내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몽마가 나타날 수도 있었다.
나는 그때 내 파트너가 될 사람을 직접 육성하고 있었다.
어차피 버프는 충분하니까. 파괴력을 더 높여야겠지.
내가 미래를 그리고 있을 때 리아가 상징 장착을 끝내고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근데 너무 힘들어요. 전투 복사라니. 이건 진짜 미친 짓 같아요."
"어쩔 수 없지. 내가 지원해주는 조건이 그거니까. 그리고 나중가면 더 쎄진다니까?"
"그 나중이 언제 올진 모르겠네요. 복사들은 보통 지력 올리고 악마들 때려잡던데."
"너도 마법 쓰는 건 싫다며? 몸으로 때우는 게 좋다고 한 게 누군데?"
"내가 내 무덤을 팠죠. 이렇게 힘들 줄 몰랐으니까. 근데 좀 어중간 한 거 아니에요? 아예 전투 쪽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리아의 말대로 지금 리아의 상태는 좀 어중간하다고 할 수 있었다. 마땅한 복사 계열 공격 기술을 익히는 대신 버프 위주로 익히고 평타로 때려잡는 건 확실히 효율이 낮았다. 다만 나를 보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내게 가장 필요한 건 맞아 줄래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쟤는 성직자로 전직해야 돼.
물론 리아를 속인 건 아니었다. 나는 이미 이러한 조건을 말했고, 리아도 순순히 내 조건을 받아 들였다. 덕분에 좀 괴상한 캐릭터가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랑 가장 비슷한 상태잖아. 조금만 더 참아 봐. 지금 어질이 낮아서 효율이 떨어질 거야. 레벨업을 하면 할수록 효율이 좋아지니까."
"알아요. 그래도 악마형에게 상성이 좋은 것도 있고. 부족한 건 고영 씨 말대로 결투 업적으로 메우고. 그나마 장비빨은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에요."
그건 좀 부러웠다.
나와 달리 노멀 직업을 선택한 리아는 장비의 제약이 없었다. 내 지원을 받아 10단계까지 강화한 덕분에 타격력과 공격력을 올렸고, 그것으로 부족한 점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었다.
조금 우울해 보였던 리아가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근데 나도 참 웃기네요. 남들은 포션 값 걱정하는데."
"그래. 운 좋은 지 알아. 내 덕분에 물약 값은 걱정 없잖아? 장비도 그렇고. 아니. 그 전에 유망주에 불과한 널 나처럼 우대해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
"어머? 누가 보면 얹혀사는 줄 알겠어요?"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 빈약하던 가슴을 키워 준 건 내 덕분이지."
"……그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기승전슴가로 이어지는 이야기에 리아가 내 시선을 피했다.
결국 말싸움을 포기한 리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 다녀올게요."
"열심히 해. 난 좀 쉬어야겠다. 오늘은 맘 잡고 경매창을 뒤지려고."
"치. 귀족 몽마가 없어서 그러면서."
"그것도 그렇고."
잠시 후 리아가 홀로 떠났다.
이제 좀 조용하겠…….
"촵촵. 촤촤촵! 밥! 바압!"
"조용하기는 개뿔."
식충이의 턱은 1초도 쉬지 않았다.
내 동화를 축내던 미야프는 이제 내 현금을 축내고 있었다.
정말 징글징글한 녀석이었다.
다행히 미야프는 한상 가득 룸서비스를 시켜주자 조용해졌다.
나는 스위트룸의 화려한 소파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보통 참가자들은 화면이 큰 태블릿이나 전자 패드를 사용했지만, 나랑은 관련 없는 일이었다.
편안한 자세로 반쯤 누운 나는 일단 매매창부터 둘러보았다. 가끔 시세에 어두운 이들이 올리는 물건을 구매하려는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날 잡은 김에 구석구석 뒤져보려는 마음이 더 컸다.
마치 책을 읽듯이 매매창에 올라온 상품을 100개씩 넘기다보니 시간이 참 잘도 갔다. 물론 엄청난 물품이 등록되어 있어서 무식하게 뒤져가지고는 한 달은 걸릴 게 분명했다.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나는 매매창을 넘기며 내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선택하고 출력되지 않도록 설정했다. 그렇게 시간이 좀 더 흐르자 매매창의 물품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가격을 무시하고 내가 제외 품목에 올린 물건들은 모조리 매매창에서 지워졌기 때문이었다.
세 시간 쯤 매매창을 뒤졌을까.
슬슬 제외 품목에 올릴 물건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 이제는 거의 장비밖에 남지 않은 매매창에 재료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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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 예리한 죽창 : 5,000 경험
+ [재료] 젊은 나무줄기 : 5,000 경험
+ [무기] 피 묻은 벌목 도끼 : 10,000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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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그러고 보니?
문득 잊고 있던 재료가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보관창을 열어보았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
[어린 나뭇가지 : 1개]
공통점이 보였다. 이건 중요했다. 그간 경험을 통해 이 두 가지 재료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5천짜리 재료에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젊은 나무줄기를 구매했다. 만약 내 추측이 틀려도 상관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쌓여 있는 경험치는 많으니까.
그 뒤로도 나는 쇼핑을 계속했다.
거의 마지막 목차로 향해 갈 때였다.
또 다시 익숙한 재료가 눈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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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 늙은 나무껍질 : 2,000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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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2천 경험.
당연히 구매했다.
내가 늙은 나무껍질을 구매하는 순간이었다.
[전체 임무 '절망의 나뭇가지 제작'을 생성합니다.]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얼마나 놀랐는지 나도 모르게 집중력이 풀어졌다. 당연히 상상으로 실행한 보스 앱이 꺼졌다. 평소라면 바로 집중력을 끌어 올렸겠지만, 크게 놀란 나는 그럴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 나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보스 앱을 실행했다.
이윽고 방금 전 생성된 퀘스트 정보가 눈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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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뭇가지 제작]
+ 파괴된 절망의 나뭇가지의 파편을 모아라.
+ 임무 현황 : 3/5
+ 기본 보상 : 절망의 나뭇가지.
+ 추가 보상 : 제작 관련 기술 숙련도 상승.
+ 전체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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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 자체는 간단했다. 다만 추가 보상을 읽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졌다. 제작 기술이 없는 나로서는 그냥 기본 보상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딱히 기간 제한도 없는 퀘스트였다. 이 말은 곧…….
"신경 끄라는 말이지. 남은 재료가 뭔지 알고."
어차피 아이템이었다. 무기든 장식이든 나와는 큰 상관이 없지 싶었다. 히든 퀘스트로 발동됐다면 꽤 등급이 높은 장비일 테고, 그것은 곧 내가 낄 수 없다는 걸 의미했으니까.
그래도 사냥하고 남는 시간에 좀 뒤져봐야겠네.
괜히 좋아했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임무창을 닫아 버렸다.
이제는 경매창을 뒤질 차례였다.
리아가 돌아올 때까지 경매창을 뒤져보았지만, 딱히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물품은 없었다.
결국 7천 경험을 손해 본 건가?
씁쓸한 입맛을 뒤로한 채 리아가 차린 식탁 앞에 앉았을 때였다.
"여기 이번에 방송할 경매 물품 목록이에요. 신기한 게 많이 나왔더라고요. 한 번 둘러보세요."
리아가 가져온 서류에 최고의 소득이 잠자고 있었다.
나는 미야프가 식탁 위를 쑥대밭으로 만들 때까지 가만히 서류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나는 배가 불렀다.
포만감 넘치는 얼굴로 리아를 바라보며 웃었다.
"잘했어, 리아. 아무래도 귀국 일정을 좀 더 늦춰야겠네."
내 목소리는 더 없이 자상했다.
***
오랜만에 찾은 NPO BOSS의 스튜디오는 변함없이 활기찼다.
물론 세트장의 형태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일단 가운데 욜란테의 자리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편안한 1인용 소파는 온통 붉은 색으로 되어 있어 한층 더 욜란테를 정열적으로 보이게 해줬다. 살짝 앞쪽으로 쏠린 듯 배치된 네 개의 의자가 아무래도 패널 석으로 보였다.
내 생각대로 오늘 세트장 위에는 총 다섯 명의 사람만 올라갔다.
아마조네스, 리즈, 라이언.
나를 제외한 세 출연자는 1남2녀였다. 이 중 리즈와 라이언은 구면이었고, 아마조네스는 초면이었다. 어쨌든 욜란테를 기준으로 왼쪽에는 나와 라이언이, 오른쪽에는 리즈와 아마조네스가 각자 자리를 잡았다.
내가 막 자리에 앉아, 미리 앉아 준비하던 욜란테가 인사를 해왔다.
"그동안 너무 무관심했던 거 아닌가요?"
"좀 바쁘다보니. 아무튼 더 예뻐진 것 같습니다."
"어머? 립서비스도 다 하시고. 많이 능글맞아졌는데요?"
"허허. 두 사람 분위기가 묘하군. 혹시 정분이라도 난 건가?"
물론 라이언 할배는 여전히 주책없었다.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욜란테가 살짝 날 흘기며 말했다.
"여전히 철벽이긴 하지만. 그것마저 멋져 보이네요."
"역시 전문가의 립서비스는 따라가지 못하겠네요."
다행히 PD가 방송의 시작을 알렸고, 욜란테의 은근한 추파는 거기서 끝났다.
낯간지러운 소개의 시간이 흘렀다. 라이언은 은근히 자기 얼굴에 금칠하는 걸 좋아했지만, 나는 전혀 아니었다. 다행히 가면을 쓴 터라 마땅찮은 내 표정이 방송을 타고 유럽 전역에 흘러 들어가지는 않았다.
차례로 출연자 소개를 끝낸 욜란테가 불쑥 나와 리즈를 부추겼다.
"그런데 리즈. 혹시 리밴지 매치를 하고 싶지는 않나요?"
"……아직은. 아직은 부족해요. 저 괴물은 정말 너무하니까요."
"어머? 그렇게 당당했던 리즈의 모습은 어디로 간 거죠?"
"당당한 것과 무모한 건 다르니까요."
재미없는 리즈의 반응에 욜란테가 타깃을 바꿔 내게 물었다.
"그럼 미스터 어썸. 당신은 어떤가요? 리즈의 말대로 그녀가 아직 부족한 가요?"
"괜한 이간질은 그만하고. 얼른 경매나 시작하는 게 어때요?"
"칫. 이상 섹스는 잘하지만 연애는 못할 것 같은 미스터 어썸이었습니다."
꽉 들어찬 방청객들의 분위기를 단숨에 띄운 욜란테가 라이언을 거쳐 아마조네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마조네스. 미스터 어썸 만큼이나 베일에 싸인 분이죠?"
"그런가요? 랭킹을 탈환하는데 온 신경을 쓰다 보니 그렇게 보였나 보네요."
"그러네요. 요즘 나름 고전 중인거롤 알고 있는데. 혹시 계획하는 특별한 일이라도 있나요?"
조금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었지만, 미리 상의를 한 모양이었다.
아마조네스는 딱히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은 채 담담히 유독 빨간 입술을 뗐다.
"없어요. 난 라이언처럼 돈이 많지 않거든요. 생활비를 걱정하다보니 꽤 힘들어요. 그래서 이번에 쓰지 않는 장비를 팔려고 나왔고요."
자신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을 하면서도 아마조네스의 눈빛에는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당당한 그녀의 말에 방청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 건 당연했다.
욜란테는 잠시 말을 아끼고 환호성이 줄어들고 나서야 재빨리 말을 이었다.
"확실히 그런 점은 대단해요. 당신은 본래 평범한 회사원 출신이라고 밝혔던 걸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아니. 틀려요."
"어머? 제가 잘못 알고 있었나요? 이거 작가들에게 한 소리 해야겠는데요?"
"너무 그러지 마요, 욜란테. 자꾸 예전에 일했던 마트의 매니저가 떠오르려고 하니까."
"아……. 캐셔로 일했나 봐요?"
"이번에는 맞았네요. 맞아요. 캐셔로 일하는 싱글맘이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아마조네스의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다. 그녀는 캐셔로 일하며 혼자 아이를 키웠다고 했다. 그러다 보스가 나타나고, 나름 운과 실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모아 놓은 명품을 팔려고 하는 거군요?"
"돈이 필요하니까요. 랭킹보다는 돈을 모아서 우리 아이를 키우는 게 더 중요해요. 방송에 나온 것도 출연료를 많이 준다고 해서 나왔으니까요."
짧은 대화를 통해 아마조네스는 단숨에 싱글맘들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당당하게 세상에 맞서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아마조네스에게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을 때 라이언이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제대로 극본을 짰군."
"극본이요?"
"그래. 극본. 자네가 나왔는데도, 저 여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들인 이유가 무얼까?"
아. 그렇구나.
연륜이 느껴지는 라이언의 말에 나는 대번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전속 계약. 하긴, 그게 더 안정적이긴 하겠네요."
"그래도 저 젊은 처자의 결정을 뭐라 할 수는 없지."
"그렇죠. 사람마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이 따로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혼자 아이를 키운다잖아요? 좀 영악하면 어때요? 아이만 잘 키우면 됐지."
이번에는 라이언이 아교 마신 사자처럼 말이 없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아마조네스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을 일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굳이 개인적인 잣대를 들이 미는 건 옳지 않았다.
그렇게 아마조네스를 일약 스타덤에 올리려는 방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자, 그럼 바로 경매를 시작해 볼까요?"
"네에!"
"좋네요. 그럼 첫 번째 경매 물품을 공개합니다!"
드디어 첫 번째 경매 물품이 보스의 경매창에 등록됐다.
[신성한 용광로]
장비도 아니고, 재료도 아니었다.
정체불명의 소비품의 등장에 방청객들이 웅성거렸다.
그때 방청객들의 웅성거림이 경악으로 변하는 일이 벌어졌다.
욜란테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 십만! 자그마치 10만 경험치를 배팅했습니다! 시작부터 엄청난 배팅을 한 사람은 바로……. 어?"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을 알린 욜란테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러더니 그녀의 고개가 부드럽게 왼쪽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흐리멍덩한 눈빛이 닿은 곳에는 내가 앉아 있었다.
나는 멍한 욜란테의 시선을 받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 거렸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정말 가지고 싶으면 제대로 지르라고."
순간 좌중이 조용해졌다. 단순히 놀람 때문만은 아니었다. 곳곳에서 따가운 질시의 눈빛이 날아오고 있었다.
꽤 간지럽네.
코끝에 개미가 올라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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