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130화 (13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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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소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자정이 넘었다.

    작은 게임에서 진 욜란테는 세상을 잃은 얼굴이었지만, 꾸역꾸역 인터뷰를 진행하기는 했다. 덕분에 그녀는 단숨에 화제의 중심 근처에 설 수 있었다. 살짝 흔들렸던 그녀의 인지도도 내가 제안한 작은 게임을 통해 회복할 것 같아 보였다.

    이것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지.

    실제로 욜란테는 방송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SNS에 울상 짓고 있는 얼굴에 눈물을 합성한 사진을 기재했다.

    짤막한 문구와 함께.

    [남편하고 싸움. 근데 나도 여잔 걸?]

    미야프 빠순이 리아가 미야프와 함께 자기 위해 2층에 올라간 덕분에 혼자 1층을 독차지한 나는 침대에 누워 욜란테의 SNS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았다.

    확실히 난 여자네.

    내가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노리는 욜란테의 행보를 보고 있을 때 스마트폰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보스 소식창에 새로운 소식이 있다는 알림이었다. 나는 바로 눈을 감은 채 대자로 침대에 누웠다.

    이윽고 머리로 보스 앱을 실행해 소식창을 열어 보았다.

    [@Pink Mike : 설마 아줌마랑 같이 있는 건 아니지?]

    [@Awesome Banana : 넌 잠도 안 자냐?]

    [@Pink Mike : 여기 아침 7시거든? 이미 출근 했거든?]

    [@Awesome Banana : 벌써? 의외로 부지런하네.]

    [@Pink Mike : 의외라니? 나 원래 일은 제대로 하거든?]

    슬쩍 화제를 돌리는 게 성공한 듯 보였다.

    그럴 리가 없었다.

    [@Pink Mike : 아무튼 말 돌리지 말고. 그 암캐랑 같이 있어?]

    [@Awesome Banana : 유부녀야. 내가 그렇게 쓰레기는 아니지 싶은데.]

    [@Pink Mike : 진짜? 영상통화 걸어도 돼?]

    [@Awesome Banana : 되긴 되는데. 아무도 없는 곳에서.]

    [@Pink Mike : 비싸게 굴기는.]

    오늘따라 유난히 까칠해 보이는 김아연의 모습에 나는 접속을 끊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안타깝게도 내 고민이 끝나기 전에 김아연이 말을 이었다.

    [@Pink Mike : 그나저나 언제 들어 옴?]

    [@Awesome Banana : 글쎄. 한 사나흘 뒤? 아무래도 귀족 사냥을 마지막까지 해 봐야지.]

    [@Pink Mike : 독하네. 이번에는 자신 있다며?]

    내가 그랬나?

    살짝 고개를 갸웃하다 그만 접속이 끊어져 버렸다.

    덕분에 스마트폰이 다시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켰다.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킨 나는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대고 스마트폰을 들었다. 아직 집중이 완벽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오늘 좀 피곤했기 때문이었다.

    [@Pink Mike : 씹어? 지금 나 확씹 당한 거야?]

    [@Awesome Banana : 몇 초나 됐다고. 아무튼 왜? 여기 자정 넘었다. 얼른 말해라.]

    [@Pink Mike : 귀국하면 시간 좀 내.]

    [@Awesome Banana : 왜?]

    [@Pink Mike : 연예인이랑 하고 싶다며? 내가 마담뚜로 나서 주겠다고 했잖아.]

    [@Awesome Banana : 그런다고 내가 너랑 파티 사냥하는 일은 없을 거 같은데?]

    [@Pink Mike : 치사하게. 진짜 내가 어디 가서 이렇게 무시 받을 사람이 아니거든?]

    그거야 니년 본 모습을 사람들이 모르니까.

    차마 솔직하게 대답하지 못한 나는 영혼 없이 글자를 적었다.

    "그나저나 연예인이라. 이젠 그다지 땡기지 않는데. 고렙이면 몰라도."

    연예인에 대한 호기심은 없어진지 오래였다. 김아연 때문이었다. 이유가 어떻든 나는 더 이상 연예인과 하룻밤 로맨스를 꿈꾸지는 않았다.

    그나마 바라는 게 있다면…….

    [@Awesome Banana : 연예인은 됐고. 어디 고렙 없나?]

    나는 강자와 싸움이 좋았다. 섹스 배틀이라 더 그런 것도 있었다. 섹스 배틀의 강자는 강한 쾌감을 무기로 가지고 있으니까.

    이런 내 바람은 순식간에 깨져 버렸다.

    [@Pink Mike : 나랑 할래?]

    [@Awesome Banana : 꺼져.]

    [@Pink Mike : 왜? 나도 2차 전직 했다고!]

    [@Awesome Banana : 어. 그래. 랭커부터 되고 말해.]

    [@Pink Mike : 랭커 됐거든! 9992위라고!]

    "오호!"

    김아연이 랭커가 됐다는 건 정말 놀라웠다. 확실히 평민이 되어 모두 개인 침실을 갖게 되면서 물리적 한계가 많이 희석되는 듯 싶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김아연처럼 알려진 직업을 가진 여자는 몽마 사냥을 하는 게 꽤 어려웠을 테니까.

    아, 그러고 보니?

    나는 문득 예전에 생각했던 걸 한 번 물어 보았다.

    [@Awesome Banana : 결투 걸어 봐.]

    [@Pink Mike : 지금?]

    [@Awesome Banana : 어.]

    김아연은 도대체 무슨 소리냐는 듯 따졌지만, 그렇다고 내 말을 무시하지도 않았다.

    이윽고 나는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익숙한 침실에서 눈을 뜬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김아연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 되네."

    "어……. 침실이 결투에도 적용 됐던 거야?"

    "안 해봤어? 나야 한동안 결투를 안했지만, 넌 아니잖아?"

    나는 자연스레 김아연이 앉아 있는 침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김아연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난 누구처럼 돈이 많지 않거든. 처음에는 그냥 결투하는 게 좋아서 호텔 빌려서 했는데. 슬슬 내 쥐꼬리 같은 월급으론 감당이 안 되더라고.'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당연히 사냥에 집중했지. 침실도 생겼겠다. 이제 남들 눈치 보지 않아도 됐거든. 솔직히 여자들 중에 발가벗고 사냥하는 게 싫은 사람 많을 걸?"

    "하긴. 나도 그래서 처음에 많이 고생했으니까. 아무튼 평민 승급하고 사냥만 죽어라 한 거야?"

    "응. 저번 주에 2차 전직 퀘 받았지. 문제는 귀족 몽마들 씨가 말랐다는 거지만. 누구 때문에."

    뜨끔.

    양심이 찔렸다.

    내가 성투를 활성화 한 것도 분명 있었다. 몇 시간 전 방송을 촬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전부터 내 이야기가 솔솔 나오며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게다가 그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관문 몽마를 사냥하며 더욱 시스템이 확대되도록 만들기도 했다.

    반면 김아연처럼 2차 전직 퀘스트를 받은 이들에게는 역적이기도 했다. 내가 굳이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질 이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고렙이 쪼렙존을 휘젓는 것 같아 불편한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 전직하긴 했나봐?"

    "하긴 했지. 일주일 넘게 걸렸지만. 누구 때문에."

    아주 말끝마다 누구 때문에를 달고 사네.

    속마음과 달리 내 입술은 부드럽게 휘었다.

    "다음 달부터는 쉬워질 거야. 어차피 귀족 몽마 잡는다고 경험치가 나오는 건 아니거든. 뭐, 템 노가다는 됐지만. 그것도 썩 잘나오는 것도 아니고."

    "하! 썩 잘나오는 것도 아니라고? 장난해? 무슨 다이아몬드 수저니? 내가 밤새도록 경매하는 것부터 결투하는 것까지 지켜봤는데! 이 두 눈으로 똑똑히!"

    "……잠도 안 잤냐?"

    "잠이 오겠어? 이 레벨에?"

    그러네. 그 렙에 잠이 오면 안 되지.

    이번에도 솔직한 대답을 날리지는 않았다. 그저 어깨만 한 번 으쓱해 주었다. 물론 김아연은 그래서 더 얄밉다는 얼굴이었지만.

    "진짜 서러워서. 나도 그런 장비 좀 껴보고 싶은데. 너무 비싸!"

    "나도 놀랐다. 이렇게 돈을. 아니, 경험치를 막 지를 줄은 몰랐어."

    "돈 맞지 뭐. 사냥해서 그걸 얻었겠어? 튜토리얼이나 사냥하며 얻은 템을 사서 상점에 판 거잖아?"

    "그렇겠지. 사냥으로 얻는 건 좀 많이 힘들지?"

    "진짜 너무 해. 어떻게 점점 경험치 모으는 게 더 힘들어지는 거 같아."

    김아연이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이번 기회에 아주 제대로 풀어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아연의 속앓이를 들어주었다. 적잖이 공감이 가는 것도 있었다. 보스의 몽마는 강해지는 것만큼 경험치를 주지 않으니까.

    "그래도 살 거 있음 그냥 사. 귀족 되면 더 지랄 같아져. 평민은 5렙 이하까지는 페널티가 있더라도 경험치를 얻잖아. 귀족은 그런 거 없어. 동렙 이하면 그냥 끝이야."

    "하아……. 다들 죽어나는데 넌 어떻게 된 거야? 49레벨이라며?"

    김아연의 한 점 의문 없는 말에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 놀란 나는 고개를 홱 돌려 김아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사탕 달라고 보채는 아이처럼.

    "응? 누가 그래?"

    "50레벨 이하라고 했잖아. 그럼 뭐 49렙이겠지. 그제 그 많은 경험치를 먹었으니까. 그 정도는 되지 않을까? 다들 50렙에 뭐가 걸려 있는 거 같다고 하던데? 아냐?"

    "……맞아."

    역시 세상엔 똑똑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러고 보니 욜란테도 똑똑한 여자였다. 나와 엮여 자기 인지도를 확 높일 생각을 하는 여자가 이런 생각을 못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은 곧 그녀가 알면서 일부러 내 레벨을 맞추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했다.

    김아연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듯 욜란테에 대해 말했다.

    "하여튼 그 암캐도 똑똑하다니까. 일부러 당신 레벨을 틀린 걸 거야. 아무리 그래도 유부녀가 결투를 하는 건 좀 아니지."

    "유럽이라도?"

    "당연한 거 아냐? 외국은 무슨 섹스가 자유 무역인 줄 알아? 그냥 거기도 다 사람 사는 데야. 보수적인 사람은 드럽게 보수적이고, 개방적인 사람은 드럽게 개방적이고. 다 그런 거지 뭐. 만약 그 여자가 너랑 진짜 결투를 하게 됐으면, 비치 소리 들었을 걸?"

    "이거 영 기분이 별론데?"

    아나운서라 그런지 김아연의 목소리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자연스레 입맛이 썼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욕망을 위해 이용당했다는 건 결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반면 김아연은 이런 내 얼굴을 잠시 보더니 피식 웃었다.

    "너도 좋잖아? 어쨌든 화제성 하나는 최고잖아. 지금. 그럼 어썸 바나나라는 닉네임을 유럽 사람들에게 때려 박은 거지. 미국에서도 꽤 화제라는데, 꼭 나쁘진 않을 걸? 너도 그래서 나간 거 아니었어?"

    "맞아. 솔직히 언제까지 정체를 숨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어차피 공개될 거라면 그 전에 밑밥이나 좀 깔라고 했지. 되도록 좋은 이미지가 나으니까."

    "그건 그렇지. 그나저나 경험치 팔라는 사람 없어? 대놓고 30만이 넘는 경험치를 벌었는데."

    "다행히 아직 내 정체는 모르니까. 왜? 경험치 좀 줘?"

    내가 김아연의 물음에 숨은 의도를 귀신 같이 알아채고 되묻자, 김아연이 슬쩍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

    잠시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던 김아연이 이내 뻔뻔함을 무장하고 나타났다.

    "준다면 거절하지 않을 게. 원한다면 몸으로 때우지 뭐. 근데 진짜 줄 거야?"

    "못 줄 거도 없지. 그리고 내가 그냥 주겠냐? 당연히 물물 교환이지."

    "그래도. 뭐 살 거 없어?"

    "상점표 무기를 쓰게? 알잖아? 상점은 그냥 저렙 도우미 같은 거."

    "알긴 알지. 그나마 동전 상점이 좀 쓸 만한데. 요즘 동전으로 경험치 사는 애들 생겼는데. 차라리 동전으로 바꾸지 그래?"

    나라고 막대하게 쌓인 경험치를 그대로 묵혀 둘 생각은 없었다. 본래 계획은 이렇게 얻은 경험치로 경매 나온 물건을 사려는 계획이었다. 다만 내게 필요한 장비가 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김아연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솔직히 처음 듣는 말이고, 전혀 모르고 있던 일이었다.

    "진짜야? 나도 경험치 좀 쓰려고 경매장을 꾸준히 들여다봤는데. 쓸 만한 건 전혀 없던데? 황금 뽑템이 있음 좀 살라고 해도 안보이고. 아니, 백은 봉인석조차 없더라."

    "그거야 이미 돈 많은 재벌들이 싹쓸이 했지. 그리고 동전을 경매장에서 찾으면 어떡해? 다 시세가 정해진 것들인데."

    "아!"

    김아연의 심드렁한 대답에 뒤늦게 아차 싶었다. 정가가 있는 물건은 보통 경매창이 아닌 매매창에 있었다.

    "나도 참 멍청하네. 매매창에는 다 싼 것 밖에 없을 거라고 아예 무시했는데."

    "그래도 가끔 멍청한 애들이 물건 팔 때도 있어. 뭐, 너무 많아서 찾는 게 쉽지는 않지만."

    "진짜 경매창도 어마어마한데, 매매창은. 검색하는 거 아니면 답이 없겠는데?"

    "어쩔 수 없지. 원래 인생은 노가다잖아? 아무튼 지름신이 강림한 거 같은데. 얼른 한 판 하자. 나도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해보게. 힘 좀 써……진짜구나."

    내 생각을 손쉽게 읽은 김아연이 내 가슴에 손을 얹고 날 침대에 눕혔다. 나를 침대에 눕힌 그녀는 슬쩍 엉덩이를 내 머리 쪽으로 돌린 자세로 내 몸 위에 자리를 잡았다. 당연히 그녀의 눈에 내 전기톱이 비췄다.

    김아연이 입을 닫을 때 다른 곳이 열리는 게 내 눈에 보였다. 너무 적나라한 장면에 나도 모르게 호흡이 좀 가빠졌다.

    "바로 시작하자. 궁금해서 안 되겠다."

    "어. 저기. 잠깐만. 나 아직 다 못 봤……꺅!"

    마음이 살짝 급해진 내가 김아연의 엉덩이를 찰싹 소리 나게 때리자, 김아연의 입에서 귀여운 비명이 터졌다. 물론 얼른 시작하자는 내 신호에서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것 보게?

    여전히 전기톱에 눈을 떼지 못하는 김아연이었다.

    "와. 오우거 페니스라기에 무슨 개소린가 했는데. 진짜네. 뭐야? 전에는 안 이랬잖아?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김아연이 뚝뚝 애액을 흘리며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만 그녀는 고개를 돌리거나 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오직 내 물건에 꽂혀 있을 뿐이었다.

    나는 괜히 괘씸한 생각이 들어 조금 더 강하게 김아연의 엉덩이를 소리 나게 때렸다.

    찰싹!

    "꺅! 야! 아퍼! 하지 마!"

    "싫은데? 할건데?"

    "아얏! 하지 말라니까!"

    "계속 할……윽! 야! 쥐지 마! 손톱! 손톱!"

    내 얄미운 행동에 김아연은 폭력으로 답했다. 역시 겉과 속이 다른 사이코패스가 맞았다.

    뒤늦게 어설픈 도발을 자책하고 있을 때 김아연이 여전히 내 물건에 코를 박은 채 감탄을 터트렸다.

    "오……! 진짜 쇠파이프라는 말이 맞네. 더 딱딱해진 거 같아. 귀도도 더 커졌고. 무슨 우산도 아니고. 진짜 제대로 긁어주겠다. 흉기네, 흉기야."

    그래 계속 그렇게 떠들어 봐라.

    분명 나를 칭찬하는 것 같았지만 얼른 매매창을 열어보고 싶은 나는 김아연의 칭찬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얼른 결투를 끝내고 매매창부터 열고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발랑 까진 여자를 보내야했다.

    결투 중임을 완전히 잊은 김아연이 결국 내 물건을 입에 넣었다. 음식을 음미하듯 그녀가 내 남근 본연의 맛에 집중했다.

    "쭙. 쭈읍! 쯥!"

    무슨 미자탕을 먹는 것도 아니고.

    내 하물을 물고 빠는 김아연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물론 그 와중에도 나는 조심스레 몸을 움직였다. 손바닥으로 침대를 짚었고, 발에도 힘을 주어 무릎을 살짝 세웠다.

    다행히 내가 무릎을 세우든 말든 김아연은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 됐다, 요것아!

    제대로 힘을 줄 자세를 잡은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구강 삽입 기술을 펼쳤다.

    "우웁! 웁! 읍읍! 으으읍!"

    순식간에 내 전기톱에 목구멍까지 헌납한 김아연이 화들짝 놀라며 내 정강이를 손으로 때렸다. 그런다고 이미 사용한 공격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나는 더욱 허리에 힘을 주며 김아연의 눈에서 눈물을 쥐어짰다.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으읍! 끄륵! 으으읍! 끄르륵!"

    무어라 소리를 지르려 하는 것 같았지만, 김아연의 입에서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올 턱이 없었다.

    ['김아연'이 절정에 올랐습니다.]

    이윽고 내 눈앞에서 흔들리는 엉덩이가 털썩 내 가슴으로 떨어졌다.

    쾌락에 파묻혀 경련을 하는 와중에도 김아연이 억지로 몸을 돌려 날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눈물이 흐르는 눈빛이 그렇게 매서울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아무래도 제대로 욕을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짓것 한 번 먹지 뭐.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중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결투가 끝나며 내 눈앞이 새까맣게 변했다.

    ========== 작품 후기 ==========

    오류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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