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128화 (12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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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나도 좀 당황스러웠다. 뒤늦게 리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녀는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내 시선을 외면했다.

    다행히 나를 도와 줄 사람이 있었다.

    바로 욜란테였다.

    "이런, 이런. 너무 짓궂어요. 저도 깜짝 속았잖아요? 그러니까 정말 자신이 없다는 말이죠."

    뒤늦게 내 말뜻을 이해한 욜란테가 얼른 큰 목소리로 진행을 이어가자, 그제야 방청객들의 소요가 줄어들었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자신이 없습니다. 사정할 자신이 말이죠."

    그제야 뒤늦게 내 말뜻을 이해한 방청객들이 야유를 환호로 바꿨다.

    휴. 다행이네.

    진짜 카메라만 없었으면 손으로 이마를 닦고도 남았을 상황이었다.

    어쨌든 분위기는 다시 뜨거워졌고, 이제 남은 건 건곤일척의 섹스 배틀이었다.

    "자, 그럼! 이제 제대로 된 랭커들의 결투를 시작하겠습니다! 두 선수! 침대로 올라가 주세요!"

    이 여자도 참 섬뜩하네. 아주 골로 보내내. 골로 보내.

    앞서서 허망하게 끝났던 리즈와 머신의 경기는 랭커들 간의 결투가 아니라는 취지의 말에 관객들이 어깨를 들썩였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는 상황이 좀 많이 민망했지만, 다행히 붉어진 내 얼굴은 카메라에 공개되지 않았다. 나는 가면을 다시 한 번 고쳐 쓰곤 벌써 침대에 올라가 서 있는 리즈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이내 나와 리즈가 서로 마주본 상태로 침대 위에 섰다.

    누구도 먼저 눕지 않는 모습이 기싸움으로 비쳤는지 사람들이 또 다시 환호성을 터트렸다.

    물론 환호성만 있는 건 아니었다.

    "어차피 결투를 시작하면 누울 텐데. 알아서 눕는 게 어때요?"

    리즈의 제법 오만한 말에 딱히 화가 나지 않았다. 나는 똥개가 아니라 범이었다. 오히려 새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환한 미소와 함께 도발을 날리는 그녀가 하룻강아지처럼 보였다.

    다행히 욜란테의 진행은 시원시원했다.

    "결투를!"

    "시작해!"

    욜란테의 선창에 방청객들이 화답했다. 내가 대기실에서 준비하는 사이 사전에 만들었는지 꽤 괜찮은 구호였다.

    결투의 시작을 알리는 환호가 터지자, 도전자 입장인 리즈가 내게 결투를 신청했다.

    그리고 놀랐다. 내가 아닌 리즈가.

    "……당신. 도대체 레벨이 몇이지?"

    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얼른 끝내고 바지를 입고 싶었다. 처음에는 까짓것 그냥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남들 앞에서 알몸으로 있는 건 꽤 고역이었다.

    결투가 아니었으면 옛날로 돌아갔겠네.

    리즈가 놀라든 말든 나는 담담히 공격권을 사용했다. 딱히 그녀의 자세를 달리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사용하는 기술은 맞아 줄래였으니까.

    괜히 부작용이 생기면 안 되지.

    내 튼실한 주사가 되도록 합법적인 게 좋았다. 게다가 괜히 쓸데없는 사달을 만들기 싫었다. 어차피 관심이라면 충분히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버프와 디버프 사이에 있는 기술을 사용하자, 리즈가 입술을 비틀며 조소를 날렸다.

    "좋아. 당신 레벨이 나보다 높아.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교만을 떨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야.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이제 보니 특기가 오랄이었네. 나도 오랄 좋아하는데."

    능청스러운 내 비꼼에 리즈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화도 화지만 수치심이 더 커 보였다. 방청객들은 그녀의 감정도 모른 채 그저 내 도발에 즐거워서 소리칠 뿐이었다.

    뿌드득.

    어이구. 부러지겠네, 이 여자야.

    섬뜩한 소리를 내며 리즈가 날 밀어 넘어뜨렸다.

    나는 거부하지 않았다. 어차피 단순히 결투 부작용을 피하려고 선공을 낭비한 게 아니었다. 나는 랭킹 4위의 공격력을 직접 체감하고 싶었다.

    근데 이러다 진짜 잡아먹히는 거 아냐?

    침대에 눕힌 나를 그대로 올라타려 무릎을 굽히는 리즈의 기세가 자못 사나웠다. 그녀는 섬뜩한 눈빛으로 단숨에 날 잡아 먹을 모양이었다. 안타깝지만 그녀의 계획은 전기톱의 위용에 그만 막히고 말았다.

    반쯤 무릎을 굽힌 리즈가 뒤늦게 전기톱을 발견하고 멈칫했다. 그녀는 말도 안 된다는 눈빛이었다. 떨리는 동공만큼이나 떨리는 손을 전기톱으로 뻗는 모양세가 좀 귀엽게 느껴졌다.

    이윽고 내 하물은 한 손으로 잡은 리즈가 비명처럼 소리쳤다.

    "말도 안 돼!"

    정말 믿을 수 없었는지 리즈는 남은 한 손까지 뻗어 양손으로 내 물건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꼭 보석을 감정하는 감별사 같았다. 진지한 얼굴로 전기톱의 여기저기를 만져본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며 힘없이 내 배를 깔고 앉았다.

    빈약한 가슴과 달리 리즈의 엉덩이는 막 냉장고에서 꺼낸 푸딩처럼 탱탱했다.

    꽤 좋은데?

    약간 덤덤한 내 감상과 달리 리즈는 여전히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 눈치였다.

    "당신. 당신 정체가 뭐야? 인간 맞아? 어떻게 사람이 이런 물건을……!"

    "무슨 내가 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네?"

    "괴물 맞아. 이건, 이건!"

    쉬이 말을 잇지 못하는 리즈의 고운 손은 여전히 내 전기톱의 날을 감싸고 있었다. 은근슬쩍 살살 쓸어 보기까지 했다. 참 가지가지 하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격할 생각을 못한 채 정신없이 내 물건을 탐하는 리즈의 모습에 관객은 또 다른 의미로 놀랐다.

    관객들은 달랐다. 그들은 시청자들과 달리 적나라한 장면을 모두 볼 수 있었다. 관람하는데 검열은 필요 없었다.

    물론 VIP석에 앉아 있는 이들이야 가까운데다 내려다보니 방청객보다 더 확실히 볼 수 있는 건 있었다. 그래도 방청객이 아예 못 보는 건 아니었다. 방송 화면에는 잡히지 않지만 무대 중앙 위쪽에 있는 대형 화면에 내 물건이 그대로 흘러 나왔기 때문이었다.

    "어우!"

    "아아……!"

    남자들은 탄식을, 여자들은 탄성을 흘렸다.

    어쨌든 모두의 눈이 내 물건에 쏠렸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이건 다른 의미로 좀 쪽팔린데.

    그때 내 얼굴이 더욱 뜨거워지는 일이 벌어졌다.

    내 얼굴에 기름을 부은 범인은 바로 욜란테였다. 그녀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침대. 아니, 무대 옆으로 바짝 다가와 코앞에서 내 물건을 보며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갔다. 아마도 시청자들을 위해 나름 굳게 다짐한 얼굴이었다.

    그러지마! 그러면 안 돼!

    간절한 내 눈빛에도 불구하고 욜란테의 입에서 적나라한 표현이 거침없이 튀어 나왔다.

    "엄청납니다! 정말 엄청나요! 진짜 부러워요! 일단 우람합니다. 아주 튼실하네요. 게다가 굵어요. 근데 만져보질 못해서 안타깝네요. 혹시 딱딱한가요?"

    "쇳덩어리네요. 이건."

    "대박. 진짜 어썸 페니스! 아차. 어썸 바나나네요. 아무튼 너무 너무 부러운 물건입니다. 아니, 명품입니다! 혹시 어떻게……."

    정신 나간 아줌마가 호들갑을 떠는 모습에 내가 반쯤 포기했을 때였다.

    아직 신의 나를 버리지 않았다.

    PD를 통해 무슨 말을 전달 받았는지 욜란테가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애교 섞인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무대 중앙으로 돌아갔다.

    "이런. 제가 너무 정신이 없었네요. 아직 결투 중이니까. 방해하면 안 되겠죠? 대신 결투가 끝나고. 이 오우거 페니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비화를 한 번 털어 보겠습니다! 그럼 기대해주세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이끈 욜란테의 멘트에 관계자들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들은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프로그램 구매자수를 볼 수 있었다. 언뜻 봐도 실실 웃는 게 판매량이 내 전기톱처럼 빨딱 선 것 같았다.

    에효. 내 팔자가 그렇지 뭐.

    나를 제외하고 모두 달아오른 상황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렇다고 여기서 맨탈이 무너질 수는 없었다. 나는 여전히 소중한 보석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럽게 전기톱을 매만지는 리즈를 향해 슬쩍 몇 마디를 건넸다.

    "그러다 닳겠다. 그리고 사람들이 지루해하겠어. 얼른 시작하는 게 어때?"

    "……누, 누가! 누가 만졌다고 그래!"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야무진 손가락은 당신 게 아닌 거야?"'

    리즈의 입술이 굳게 닫혔다. 그녀는 부끄러움에 입을 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유야 어찌됐든 결투를 이어갈 것 같은 분위기였기에 나로서는 나쁠 게 없었다.

    "제발 빨리 끝내자. 동물원 원숭이. 아니, 동물원 페니스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좀 닥쳐!"

    "웬 성질?"

    아, 진짜 이것 좀 고쳐야 하는데.

    가끔 나는 내가 봐도 얄미울 정도로 행동할 때가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매번 뒤늦은 자책을 했지만 원래 생겨 먹은 게 이런지 쉽게 고처지지가 않았다.

    다행히 리즈가 정신을 완전히 차린 듯 그녀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 이내 그녀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내 물건을 아래로 삼켰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으음! 으흐응! 흡!"

    가지가지 하네.

    처음 내 전기톱을 음부에 밀어 넣으며 억지로 신음을 삼키던 리즈가 이내 살짝 입술을 벌리며 들뜬 교성을 터트렸다. 자기가 낸 신음에 놀랐는지 그녀는 뒤늦게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이미 그때는 그녀의 교성이 전 유럽으로 중계된 뒤였다.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리즈는 무사히 내 전기톱을 몸으로 받아냈다. 양손을 내 배에 대고 살짝 상체를 기울인 그녀가 천천히 숨을 골랐다.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리즈의 행동에 살짝 회가 동한 나는 슬쩍 엉덩이에 힘을 주고 허리를 들썩여 보았다.

    "흐읍! 흡! 흐응! 하, 하지 마!"

    "진짜?"

    "하지 마! 내 차례라고!"

    리즈의 뾰족한 비명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분명 머신과 싸울 때까지만 해도 얼음 공주 같았던 그녀였다. 그랬던 그녀가 이제는 무슨 새색시처럼 변한 것 같았다.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깨달은 리즈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화났나 보네.

    날카로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표독스럽게 변한 리즈의 눈빛에 뒤늦게 아차 싶었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상황이 아니었다.

    한동안 날 노려보던 리즈가 이내 다리를 일자로 벌렸다. 자연스레 가지런히 정돈된 그녀의 음모와 음부가 고스란히 내 눈에 들어왔다. 대범한 그녀의 자세에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크게 심호흡을 한 리즈가 고개를 들어 날 향해 야릇한 미소를 던졌다. 그것은 기술을 사용하겠다는 인사와 같았다. 그녀의 입가에 어린 미소가 벌어지며 낭랑한 목소리가 터졌다.

    "스파이럴 스퀴징!"

    나선형 쥐어짜기라는 기술명 그대로 리즈의 몸이 그대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작은 바람개비로 시작했던 그녀의 공격은 순식간에 비행기 프로펠러로 변했다.

    리즈의 쫙 뻗은 두 다리가 만들어내는 바람이 내 얼굴을 날카롭게 찔렀다.

    문제는 얼굴을 찌르는 풍압 따위가 아니었다.

    이거 뭐야!

    진짜 놀라웠다. 아니, 경악스러웠다.

    리즈의 회전 공격은 너무 뜨거웠다. 살갗과 살갗이 문질러지니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전기톱에 불이 붙은 것 같은 느낌에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렇지 않으면 넋 나간 신음을 토할 것만 같았다.

    "으으윽!"

    나름 참고 참았지만, 결국 내 입에서 신음이 나왔다.

    열심히 돌고 또 도는 와중에도 리즈는 내 신음 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그녀의 속근육이 더욱 내 전기톱을 끌어 당겼다. 맹렬히 몸을 돌리면서도 근육을 회전하여 전기톱을 압박하는 그녀의 기술은 예사롭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 리즈는 와인 오프너였다.

    반면 나는 코르크 마개였다.

    이러다가 정말 내 전기 톱날이 뽑힐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 그 순간이었다.

    보스의 판정이 떨어졌다.

    ['리즈'에게 568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리즈'에게 653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리즈'에게 700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리즈'에게 779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리즈'에게 808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판정은 곧 공격의 끝을 의미했다.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3,508이라는 데미지는 너무 심각했다.

    평소 내 활력은 고작 3,074밖에 되지 않았다. 아니, 고작이라고 할 수 없었다. 3천이 넘는 활력은 어디 가서 무시 받을 수치가 아니었으니까.

    물론 나는 원킬 당하지 않았다. 즉사를 막아주는 업적 덕분이 아니었다.

    후아. 식겁했네. 혹시 몰라서 독수리를 끼운 게 신의 한 수였구나.

    대마전이 아니라 대인전이었다. 당연히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었다. 그것을 모르지 않았기에 나는 대기실에 있는 동안 슬쩍 전혼을 늑대에서 독수리로 바꿨다.

    그 덕분에 내 최대 활력은 4,774까지 높아진 상태였다. 리즈의 5연타 공격은 강했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1회전이 끝나면 381의 활력까지 회복되니 1,677의 활력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근데 어차피 즉사 면역이 있어서 늑대를 꼈어도 상관없었겠는데?

    2회전이 시작되며 공격권을 얻은 나는 문득 결과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사 면역 효과가 발동돼서 피가 1이 남든지, 독수리 전혼 덕분에 좀 더 남든지. 어차피 선공을 가진 나는 상관이 없었다.

    "후우……. 내 비기를 버텼다고? 3천 5백이 넘는 데미지를 줬는데! 거짓말!"

    여전히 또렷한 눈빛을 보이는 내 모습에 회전을 멈추고 숨을 고르던 리즈가 뾰족한 비명을 질렀다.

    나는 내 배에 손을 올린 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리즈의 모습에 코웃음을 치며 나만의 방식으로 대답했다.

    내 의지를 받든 전기톱이 대기권을 뚫고 솟구칠 기세로 튀어 올랐다.

    퍽퍽퍽! 퍼퍼퍽!

    "꺅! 하, 하지 마! 안 돼! 안 돼에에에! 나아아악……!"

    리즈가 무어라 소리치려고 했지만, 나는 그녀가 말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무자비한 내 박음질이 이어질수록 그녀의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 두려움에 기반을 둔 긴장에 그녀의 모든 근육이 수축된 건 당연했다. 그럼에도 나는 더욱 거칠게 허리를 튕겼고, 자극은 더욱 강해지며 그녀를 괴롭혔다.

    내가 너무 과격하게 리즈를 괴롭혔는지, 보다 못한 보스가 얼른 판정을 내렸다.

    ['리즈'가 절정에 올랐습니다.]

    ['1,400 경험'을 획득합니다.]

    [귀족의 한계 음격은 49단계입니다.]

    [음격 상승에 실패합니다.]

    [초과 경험을 보관합니다.]

    [현재 보관 경험 : 332,421]

    겨우 35레벨라고? 이렇게 강한애가?

    나보다 10레벨이나 낮은 여자에게 나름 위협을 느꼈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물론 레벨이 전부가 아니란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레벨을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스스로에게도 화가 나는 한편, 상성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 지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더욱 욕심이 커지고 있을 때였다.

    퍽.

    리즈의 머리가 내 가슴을 때렸다. 완전히 눈이 풀린 그녀는 한 마디로 맛이 가 있었다. 제대로 격침한 상대를 보니 살짝 일어났던 화가 풀리는 것 같았다.

    나는 살짝 고개를 들어 리즈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3천5백 받고, 5만3천을 줬으니까. 확실히 남는 장사겠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쾌락에 잡아먹힌 리즈는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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