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e, Saw, Scarecrow -->
최대한 빨리 끝내야해!
이젠 시간 싸움이었다.
나는 지체 없이 허수마비에게 시비를 걸었다. 내 손이 닿기 무섭게 허수마비가 진짜 사람처럼 변했다. 이내 허수어미가 되는 순간 전투가 시작됐다.
당연히 우선 공격권은 내 차지였다.
나는 사전에 계획한대로 기술을 시전하며 1초라도 아끼기 위해 노력했다.
['삽입 공격 횟수'가 1회 증가합니다.]
그 시작은 바로 광속 자지술이었다.
본래 미야프를 이번 도전에 동참시키려고 했지만, 결국 나는 겉모습에 지고 말았다. 다행히 허수마비는 다른 몽마들과 달리 피해를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랬기에 미야프를 데리고 사냥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뤄도 문제될 건 없었다.
광속 자지술, 성기 강화, 속도 증가, 동공 확장, 혈류 증가, 맞아 줄래.
총 6개의 기술을 사용하고 나면 나는 이 모든 기술의 힘이 중첩된 상태에서 단 한 번의 공격이 가능했다. 만약 원킬을 내지 못하면 허수마비는 모든 활력을 회복하기에 다음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미야프가 꼭 필요한 건 아니었다.
어차피 정력이 부족해서 버프를 또 걸 수도 없겠지만.
6개의 기술을 모두 사용하는데 자그마치 575의 정력이 필요했다. 안타깝게도 내 최대 정력은 딱 1천이었다. 정력 회복 기술이 없으니 기회는 한 번밖에 없었다.
기술의 지속 시간을 기준으로 짠 계획을 점검하는 사이 허수어미가 반격을 했다. 그래봤자 1의 데미지였지만.
1의 피해를 받는 걸로 1회전이 끝났다. 회전이 종료되며 내가 가진 활력 회복 기술 효과가 터졌다. 최대 171의 활력을 회복하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딱 1의 활력만 필요했다.
2회전이 시작하기 무섭게 나는 두 번째로 지속 시간이 긴 성기 강화를 시전했다. 3회전에는 속도 증가를 사용했다. 그 뒤로 동공 확장과 혈류 증가를 사용하며 빠르게 회전이 넘어갔다.
드디어 6회전이 됐다.
이미 나는 성기 강화와 동공 확장으로 인해 근력과 속도는 60%가, 정확은 30%가 증가했다. 거기에 혈류 증가의 타격력 30% 증가와 치명도 30 상승효과까지 더해진 상태였다.
['허수어미'에게 주는 피해가 150% 증가합니다.]
공격력을 극대화한 상태에서 나는 맞아 줄래를 사용하여 뻥튀기를 시도했다. 물론 내 공격력이 늘어나는 건 아니었다. 맞아 줄래는 상대가 받는 피해를 늘리는 일종의 디버프였으니까.
타격력 750, 치명도 96, 치명 증폭 295.
회피율이 236으로 늘어난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줄어든 정력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7회전이 되는 순간.
퍽! 퍽! 퍼억! 퍼어억!
내 전기톱이 맹렬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허수어미'에게 1,337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허수어미'에게 1,799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아씨.
4%의 확률은 너무 가혹했다.
물론 나는 그렇게까지 재수가 없지 않았다.
연이어 치명타가 터지지 않았지만, 그 덕분인지 그 뒤로 치명타가 아닌 공격이 없었다.
['허수어미'에게 8,842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허수어미'에게 9,741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허수어미'에게 10,606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처음으로 1만의 벽을 뚫었다.
이어진 공격에서도 나는 꽤 높은 피해를 주었다. 비록 마지막에 가서야 다시 한 번 1만의 벽을 넘은 게 전부였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데미지는 결코 아니었다.
7천 후반에서 1만 초반까지 형성되는 치명타 데미지의 향연이 끝났다.
96,928.
추가 삽입까지 터진 덕분에 총 12번이나 공격할 수 있었다. 비록 누적 데미지가 10만을 돌파하지는 못했지만, 한 방 공격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데미지였다. 평균 8천이 살짝 넘는 게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뭐, 허수마비잖아? 얘들 방어력 없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 뭐.
물론 허수마비에게 줄 수 있는 데미지는 이론상 최대치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실망할 이유는 되지 않았다. 나는 허수어미의 허리를 잡고 몽마의 몸 속 깊숙이 전기톱을 밀어 넣은 채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허수어미'가 절정에 올랐습니다.]
['9,999 경험'을 획득합니다.]
[전체 임무 '고난의 도전'을 생성합니다.]
그냥 호기심에 벌인 일이 꽤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1만에 달하는 경험치와 새로운 임무는 분명 내 흥미를 끌었다. 여유로운 상황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확인해 봤을 게 분명했다.
지금은 아니지.
나는 희미해지는 허수어미를 뒤로한 채 그대로 몸을 돌렸다. 지금은 결코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서둘러 고개를 돌리며 리아의 행방을 찾았다.
저깄네.
리아를 찾은 나는 그대로 바닥을 박찼다.
힘차게 달리고 나서야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강가에 있지 않았다. 게다가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는 것도 아니었다.
리아는 날쌔 보이는 오토바이의 핸들을 잡은 채 내게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털썩.
숨도 쉬지 않고 달린 나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 만에 리아가 가져온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헉, 헉! 뭐야? 이게?"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어찌된 일인지 물었지만, 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리아가 하지 않았다.
부아앙!
"어? 어어! 야! 조심해!"
"꼭 잡아요!"
몸이 뒤로 붕 뜨는 느낌에 놀란 나는 허겁지겁 리아의 허리를 팔로 감았다. 그제야 뒤늦게 리아의 입이 열렸다. 나를 뒤에 태운 리아가 제법 능숙한 솜씨로 캠핑장을 빠져 나갔다. 벤치 사이로 요리조리 움직이는 오토바이가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몽마와 처음 싸울 때 보다 더 두려운 감정이 드는 이유는 뭘까.
나는 말없이 리아의 허리를 더욱 강하게 감쌌다.
***
사고 없이 집에 도착했다.
리아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나는 씻지도 않고 그대로 소파에 앉았다. 당연히 리아도 내 옆에 앉으며 살살 내 눈치를 살폈다. 그녀도 내가 언짢은 기분이라는 걸 느낀 눈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리아의 운전은 난폭했다. 천만다행으로 어디 하나 부러지는 일은 없었지만, 그것은 리아가 잘했다기 보다는 요행에 가까웠다.
물론 나는 만인전 소속이었기에 오토바이가 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해도 상처하나 나지 않았다.
리아는 아니었다.
나와 달리 리아는 만인전 소속이 아니었다. 만약 사고가 났다면 그녀는 크게 다쳤을 게 분명했다. 이런 쪽으로 나쁜 기억이 있다 보니 더 신경이 쓰였다.
결국 내가 진짜로 화가 난 것은 리아가 스스로 위험을 자초했다는 사실이었다.
리아를 좋아하거나 사랑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물론 호감을 가진 건 맞았다. 다만 그보다는 나와 꽤 깊은 인연을 맺은 사람이라는 게 더 컸다.
이제 겨우 내가 친 울타리 안으로 발을 디딘 리아의 위험천만한 행동에 화가 난 나는 일부러 눈을 감은 채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머릿속으로 보스 앱을 실행하며 다른 곳에 눈을 돌렸다. 이대로 리아의 얼굴을 보면 정말 화를 낼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침 나는 일전에 뒤로 미룬 일이 있었다.
4개의 업적과 100의 수치.
무패 결투를 통해 얻은 업적을 다시 한 번 훑어 본 나는 결심을 세웠다. 여전히 100%의 확신은 아니었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 4개의 업적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결정을 물리지 않았다.
이것은 단순한 호기가 아니라 계산된 확률 싸움이었다.
실패할 확률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되는 이상 도전을 피할 생각은 없었다. 위험을 자초하지 않고 남들보다 앞서나갈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렇다고 리아의 행동이 용서가 되지는 않지만.
이 와중에도 리아에 대한 분노. 아니, 서운함이 떠올리는 나도 참 찌질해 보였다.
괜히 딴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나는 더욱 단호하게 결심한 걸 밀고 나갔다.
나는 백은 절구를 소환했다. 4개의 업적을 떼서 통으로 던졌다.
그리고 빻았다.
쾅! 쾅! 쾅!
규칙적이고 균일한 효과음에 나는 성공을 확신하며 입가를 부드럽게 풀었다.
[조합에 성공합니다.]
[업적 '백전불태'를 획득합니다.]
더 없이 기뻤다.
단순히 업적 조합에 성공해서가 아니었다. 그보다 업적 조합에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게 더 좋았다. 게다가 그 규칙이라는 것이 내가 짐작한 것이 맞다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억지로 기쁨을 참기 위해 힘을 주다보니 눈가가 파르르 떨었지만.
짜릿한 도전의 성공을 만끽한 나는 얼른 새로 얻은 업적을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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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불태]
+ 인간 종족에게 주는 피해 100% 상승.
+ 즉사 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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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아쉽네.
첫 감상은 아쉬움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존에 있었던 업적 효과의 총합은 원래 100이었으니까.
다행히 끝맛은 달랐다. 아주 달콤했다. 즉사 면역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떠오르는 정보가 내 미소를 더욱 키웠다.
즉사 면역이라는 건 말 그대로 즉사를 피하는 걸 말했다. 예를 들어 내 최대 활력이 1천일 때 2천의 피해를 받으면 죽는 게 당연했다. 다만 이 업적이 있다면 죽는 대신에 1의 활력을 남긴 채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내가 지니고 있는 활력 이상의 피해를 받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보험에 든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레 리아에 대해 화가 났던 것도 사르르 녹아 버렸다.
마음이 풀린 나는 눈을 뜨고 여전히 내 눈치를 살피고 있는 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내 시선을 받기 무섭게 움찔하는 게 보였다. 참 이럴 때보면 순진한 여잔데.
이미 마음이 풀렸음에도 나는 괜히 리아에게 시비를 걸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냥 전처럼 보트를 타고 날랐으면 되잖아? 아니. 그 전에 너 면허가 있기는 한 거야?"
"당연하죠! 한국처럼 면허 따기 쉬운 나라가 또 어디 있는 줄 아세요?"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오토바이는 다르지. 그리고 밤이잖아? 또 헬멧은? 너무 위험했어."
"그건 미안해요. 근데 어쩔 수 없었어요. 파파라치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똑같은 방법은 통하지 않을 거라서 그랬어요."
미안한 얼굴이기는 했지만 리아는 내 말에 바로바로 대답을 해 주었다. 딱히 반박까지는 아니었기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 민망했다.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한 나는 괜히 여기서 더 고집을 피우기보다는 선선히 인정하기로 했다.
물론 마지막 한 점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 알았어. 하지만 다음에는 좀 귀띔이라도 해줘. 솔직히 너무 놀랐거든. 운전 솜씨가 영 미덥지 않았지만, 그래도 성공했으니까. 고마워, 리아."
"……치. 알았어요. 저도 괜히 숨긴 것도 없지 않아 있으니까. 너무 그러지 말아요. 그냥 놀라게 해주려고 한 거였어요. 골탕 먹이려고 한 게 아니라."
서로 솔직하게 대화하니 한결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그래봤자 3분 카레 같았지만.
슬쩍 내 눈치를 살피던 리아가 날 바라보며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근데 고영 씨. 어땠어요?"
"뭐가?"
"에이, 알면서 왜 모른 척이에요? 허수마비요. 고영 씨가 처음으로 사냥했잖아요? 어때요? 좀 알려줘요. 아무 거라도 좋으니까요."
리아가 천생 기자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 나는 선선히 내가 확인한 사항을 알려주었다.
허수마비의 경험치나 예상 활력. 심지어 사냥을 통해 얻은 임무까지.
일전에 자유 임무를 살짝 숨긴 탓에 미안했던 나는 이번에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을 생각이었다.
내가 말하는 정보를 모두 기입한 리아가 작은 입을 살짝 벌리며 탄성인지 탄식인지 알 수 없는 앓는 소리를 냈다.
"아……. 그러니까 허수마비는 그냥 전투. 아니, 성투 교육용 샌드백이 아니라."
"숨은 몽마였어. 히든 퀘스트를 발생하는."
나는 리아의 말을 받으면서 동시에 보스 앱을 통해 이번에 받은 퀘스트를 리아에게 스샷으로나마 보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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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도전]
+ 허수마비의 봉인을 해제하라.
+ 임무 현황 : 1단계/10단계
+ 기본 보상 : 고유 비급
+ 추가 보상 : 능력치
+ 전체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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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확인했던 임무 정보지만 다시 봐도 신기했다.
솔직히 나는 허수마비를 사냥하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사실 사냥하려고 결심한 것도 그냥 호기심 반 변덕 반이었다. 게임의 룰을 깨는 것에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기에 별 생각 없이 저지른 일에 불과했다.
그것이 의외로 큰 수확을 주었다.
비록 레벨업은 힘들어도 1만의 경험치는 무시할 수 없는 큰 보상이었다. 거기에 임무 보상까지 얻는다면 정말 대박이 따로 없었다.
"능력치야 알겠는데. 고유 비급이 뭘까?"
"흠……. 저도 잘 모르겠어요. 퍼스널 스킬이면. 스킬 상점에 없는 기술을 말하는 거 아닐까요?"
누가 그걸 몰라서 물었겠냐. 이 여자야.
차마 나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 주는 리아에게 대놓고 이렇게 말 할 수는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졌다.
빠르게 상념에 빠졌지만, 나는 그보다 더 빠르게 정신을 차려야했다. 리아의 지나가듯 가볍게 말한 한 마디 때문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특이한 기술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꽤 많던데. 그런 기술을 창조할 수 있는 스킬북 같은 건가?"
올. 이 여자 역시, 똑똑하네.
누가 떠오르는 태세전환이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스 앱을 켰다. 이내 내 앞에는 한 가지 기술이 떠올랐다.
바로 절대 삽입술이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확신이 들었다. 이유는 없었지만 꼭 그럴 것 같았다. 아니, 무조건 내 짐작이 옳다는 느낌이 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네?"
"하지만 먹이는 살아 있는 모든 걸 침 흘리게 만들지."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나는 리아의 반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입술을 굳게 닫았다.
그렇지 않으면 입안에 잔뜩 고인 침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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