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e, Saw, Scarecro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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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하는 세 마리의 용.
영험한 상상 속 신수인 용이 내 자지에 깃들었다.
하필 세 마리의 용이 제대로 승천하지 못하고 이무기로 변했다는 게 문제였다.
"귀두가 커진 것 같았을 때부터 눈치 챘어야 했는데. 아니, 그 이상한 브라자랑 팬티 세트를 얻었을 때부터 알았어야지. 아오!"
지금 내 하물의 혈관과 귀두는 마치 거대화 마법이 걸린 것 같았다. 볼록하게 튀어 나온 핏줄은 징그럽다 못해 무서웠다. 세트 효과로 한층 더 커진 귀두는 스머프 집이 따로 없었다.
그 어떤 인테리어보다 더 흉악한 인테리어에 나는 결코 웃을 수 없었다.
나는 솔직히 물건에 장난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래도록 기능을 상실한 하물은 내게 꽤 의미 있고 소중한 존재였다.
이런 내 생각은 마치 고귀한 명화에 낙서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장비를 바꾸고 싶지는 않단 말이지. 결국 나도 남자였나……."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 있었다.
바로 퀴네의 장비 중 하나만 벗으면 됐다.
그럴 수 없었다. 아니, 그러기 싫었다. 나도 몰랐지만, 나도 강한 남성을 가지고 싶어 하는 평범한 수컷이었다.
결국 징그럽고 적응 안 되는 내 하물은 꽤 오래도록 이 흉측한 모습을 유지해야 할 것 같았다.
"뭐, 이젠 아프지도 않으니까. 그나저나 좀 오해를 받겠네."
오해쯤이야.
세 마리의 용을 집어 삼킨 대가로는 약하다 싶었다.
그렇게 엑스칼리버보다는 전기톱에 더 매료된 나는 어젯밤 수해가 났던 소파에 앉으며 눈을 감았다. 너무 놀라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걸 확인할 생각이었다.
이윽고 내 머릿속에 작은 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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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차 자유 임무]
+ 새하얀 음격을 가진 몽마를 절정에 오르게 하라.
+ 임무 현황 : 0/1
+ 기본 보상 : 기술 숙련도 1단계 상승
+ 우승 보상 : 하얀 전혼 상자
+ 자유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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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 수 있었다. 3번째 자유 임무는 귀족 몽마 사냥이었다. 이미 몇 번의 경험이 있다 보니 나라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임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뜬 내 표정은 밝지 않았다.
"하아. 귀족 몽마라니. 이걸 또 어디 가서 찾으라고?"
지금까지 내가 사냥한 귀족 몽마는 2마리가 전부였다. 하나는 명동을 활보하던 SM 코스프레 몽마였던 검은 채찍이었고, 다른 하나는 응원단을 이끄는 응원 단장이었다.
귀족 몽마를 사냥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숨짓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 두 귀족 몽마 중 어느 것도 다시 재회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관문 몽마인 검은 채찍은 이미 사라졌고, 퀘스트로 나오는 응원 단장은 더 이상 퀘스트 진행이 불가능했다.
"그래도 부단장 퀘가 아예 안 뜨는 응원 단장보다는 검은 채찍 같은 관문 몽마가 가능성이 있는데……."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관문 몽마였다. 비록 이 땅에서 관문 몽마가 사라졌지만, 다른 땅은 아니었다. 특히 바다 건너 존재하는 끝없이 넓은 땅에는 아직 꽤 많은 관문 몽마들이 있었다.
결국 여권을 챙겨야 할 듯 싶었다.
비록 기본 보상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지만, 하얀 전혼은 1, 2회차의 기본 보상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보스는 정말 상술이 뛰어난 거상이었다.
***
절정에서 숙면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밤을 보낸 리아는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진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는 최곤데."
리아의 뒷말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묻는다고 답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보다 나는 오늘 밤 계획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것으로 만족했다. 다행히 그녀도 잊지 않았는지 저녁 때 오겠다고 했다.
전혼 사냥을 하고 결투장에 등록하고 나니 딱히 할 게 없어진 나는 TV를 켜 놓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40레벨이 된 이후 꾸준히 해왔던 아이 쇼핑을 할 생각이었다. 새로 추가된 제단에 올릴 상징을 찾을 심산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성과는 없었다. 저조한 정도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내게 필요한 상징은 단 하나도 보질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과 시간을 허비해야한다는 게 슬펐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건도 아니었기에 나는 말없이 스마트폰을 손가락으로 쿡쿡 눌렀다.
"에효. 오늘도 꽝인가?"
근래에 들어 꽤 다양한 종류의 상징이 보스의 매매창에 올라왔다. 다만 내게 필요한 상징은 여전히 없었다. 가끔 있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상징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판매자의 터무니없는 가격에 내 미약한 관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오늘도 열심히 둘러보았으나 새로운 것을 찾지 못한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매매창을 닫았다.
"차라리 봉인석을 살까?"
조금 충동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름신은 굳이 소환할 필요가 없었다. 충동적인 마음으로 지름신을 불렀다가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혹시 경매창에는 새로운 게 있나 싶어 기웃거려 보았지만 매매창이나 경매창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답답함에 보스 앱을 끄고 핸드폰을 집어 던지려다 말고 나는 새로 업데이트 된 창을 열어 보았다.
"아……. 그냥 커뮤니티를 요즘 시대에 맞게 바꾼 거네. 난 또 뭐라고."
기존에 있던 게시판이 일종의 SNS 형식으로 변해 있었다.
기대하기 무섭게 실망한 나는 문득 소식창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털릴 리가 없는 SNS잖아?
보스가 서버라면 전 세계 누구도 건들 수 없었다. 날고 긴다는 해커들이 모여도 마찬가지였다. 보스는 기존의 인류가 가지고 있는 과학 체계화 전혀 다른 마법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
슬쩍 호기심이 동한 나는 내 개인 소식창에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Awesome Banana : 이거 제대로 되나?]
여전히 의심을 버리지 못한 초짜 SNS 유저다운 한 마디였다.
그때 내가 작성한 글자 아래에 새로운 글자가 마법처럼 나타나는 게 보였다. 마치 내 핸드폰 화면에 누가 투명한 연필로 글자를 적는 것 같았다. 키보드로 타자를 치는 게 아니라.
[@Pink Mike : 됨. 님 뭐함?]
헐. 이게 되네?
내가 작성한 글 아래에 뜬 글은 일전에 한판 했던 김아연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채팅 비슷한 걸 해보니 꽤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나는 스마트 좀비가 됐다.
[@Awesome Banana : 오 신기하다.]
[@Pink Mike : 님 SNS 첨 해봄? 왤케 어리버리?]
[@Awesome Banana : 첨 해봄.]
[@Pink Mike : 헐. 촌놈이었어.]
[@Awesome Banana : 님도 도시녀는 아님. 그때 기억 안남?]
[@Pink Mike : 닥쳐!]
혼자 낄낄 거리며 김아연과 보스 앱으로 채팅을 하다 보니 시간이 참 잘도 갔다.
아쉽게도 김아연은 꽤 바쁜 여자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일하러 간다며 사라졌다.
하나의 글을 남기고.
[Awesome Banana 〈- Pink Mike : 이 발칙한 바나나 좀 사먹게 페니스 증뎀 상징 좀 팔아 줘요.]
익명성이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알 수 있는 증거에 나는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그래도 국민 며느린데. 이거 너무 깨는 거 아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김아연의 진면목을 알게 됐지만 그리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몰랐을 때가 더 좋았다. 안는 건 힘이 되기도 했지만, 반면에 번뇌를 가져오기도 했다.
나는 김아연이 자기 소식창에 남긴 글을 가져와 코멘트를 남겼다.
조금 속물적인.
[Pink Mike 〈- Awesome Banana : 제발 팔아주세요. 저는 괜찮아요.]
어쩌겠는가. 나는 그저 불민한 중생일 뿐인데.
보스의 소식창도 다른 SNS와 같아서 파급력이 꽤 강했다. 물론 소식 구독을 신청한 사람이 거의 없는 나는 예외였지만, 핑크 마이크는 은근히 많은 팬층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그 뒤로 이런 저런 유명 참가자들의 소식지를 읽어 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뒤늦게 의미 없이 시간을 때웠다는 생각에 자책이 들었지만, 꼭 이것이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평생 살아가며 꼭 시간을 알차게 보낼 필요는 없지 싶었다. 가끔은 낭비를 해 보는 것도 괜찮았다.
그 덕분에 머리가 한결 가벼워진 나는 편안한 미소로 시간 맞춰 돌아온 리아를 맞이할 수 있었다.
"준비됐어?"
"네. 준비는 끝났어요. 그런데 무슨 좋은 일 있었어요? 기분이 되게 좋아 보여요."
"좋은 일은 무슨……. 아니. 있었지. 꽤 재밌는 일이 있었어."
"다행이네요. 요즘 고영 씨가 뭐에 쫓기는 느낌이었거든요. 사실 보스는 경쟁보다는 즐기는 게 좋잖아요? 뭐……. 경쟁을 부추기는 기사를 쓰는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나는 자기가 말 해 놓고 머쓱해하는 리아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물었다.
"아냐. 맞는 말이야. 보스는 게임이잖아? 게임은 즐기라고 있는 거지. 아무튼 갈까?"
"아뇨. 전 저녁 같이 먹는 줄 알고 그냥 왔는데요?"
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내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
저녁을 먹고도 바로 움직일 수 없었다.
리아는 어떻게 알았는지 허수마비 근처에 대기하는 파파라치들의 교대 시간을 알아왔다. 저녁 9시 30분쯤에 대부분의 파파라치들이 파트너와 교대한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내 도전 시간은 그때로 고정됐다.
파파라치들이 교대하는 시간에 맞춰 허수마비가 있는 캠핑장에 도착한 나와 리아는 가벼운 차임이었다. 이전처럼 전구달린 우비를 입지도 않았고, 모자에 선글라스도 쓰지 않았다.
바로 리아가 구해온 꽤 비싼 스카프 덕분이었다.
물론 나는 스카프를 목에 묶지 않았다.
그 대신 스카프를 만드는 직물로 제작한 일종의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빛을 반사하는 직물로 만든 전투복은 따로 단추나 지퍼가 없었다. 그것들이 있던 자리에는 작지만 꽤 강력한 자석이 붙어 있었다. 내가 주문한대로 1초 만에 옷을 벗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
바람이 숭숭 들어와서 좀 그렇지만.
"근데 이거 좀 썰렁하다."
"어쩔 수 없어요. 고영 씨가 1초 만에 물건을 꺼내고 싶다면서요? 그래서 그렇게 제작한 거예요. 그리고 다시 주문하려면 꽤 오래 걸릴 거예요. 지난번에도 좀 무리했는데, 더 이상은 안 돼요. 요즘 그 회사 주식이 폭등할 정도니까요."
"아아, 그냥 그렇다고. 그나저나 조심해야겠다. 잘못하면 옷이 벗겨질 수도 있으니까."
"그럴 일은 없을 걸요? 그냥 결투 시작하면. 그러니까……. 고영 씨 무기가 자력을 이기고 나오겠지만. 상의는 꽤 강한 자력이라 쉽게 벗을 수 없어요. 그래서 그 버튼이 있잖아요."
"아무튼 신기하긴 한데. 좀 불편하다. 그냥 다음부터는 스카프만 매는 게 낫겠어."
상상과 현실은 언제나 괴리가 있었고, 그 괴리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괴리감에 나는 한 번 입어보고 바로 전투복을 포기했다. 기능에 너무 충실하다보니 편의성이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모자에 발광 우비가 훨씬 더 편했다.
돈 무서운 줄 모르는 내 혼잣말에 리아가 또 재수 없다는 기색을 드러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중요한 건 그녀의 표정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나는 지금 입고 있는 전투복과 똑같은 재질로 만든 가면을 쓰며 리아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건넸다.
"아무튼 너무 불편해. 진짜라니까. 근데 이 가면은 더 주문할 수 없나?"
"가면요?"
"응. 이건 꽤 편하거든. 그냥 휴지처럼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아무 때나 꺼내 쓰면 되니까. 그리고 얼굴은 확실히 가리는 게 좋잖아?"
"……고작 그것 때문에 내 두 달치 월급을 쏟아 부운 거예요?"
쟤 저거 진짜 삐졌나 보네.
솔직히 의외였다. 나는 리아의 경제관념이 이렇게 나와 다를 줄 몰랐다. 괜히 네덜란드 여자가 아닌가 싶었다.
근데 유럽의 짠돌이는 독일 사람이 아니었던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리아의 취향에 나를 맞출 생각은 없었다.
"아무튼 부탁해. 어차피 복면은 써야 하잖아? 네 말대로 사진은 막지만, 영상은? 영상은 아니잖아?"
"한 밤중에 조명 없이 촬영하면 아무것도 안 나오거든요?"
"에이, 요즘 카메라가 얼마나 좋은데? 게다가 그 뭐냐. 초록색 카메라도 있잖아? 야시경 같은 거."
"그것도 마찬가지에요. 근접해서 찍지 않는 이상 제대로 찍히지 않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지.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알았어요. 그렇게 할 게요. 최대한 정보를 숨기는 게 조금이나마 더 안전한 건 맞으니까요."
다행히 리아는 쓸데없는 감정싸움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객관적으로 내 의견을 듣고 판단했다. 사적으로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확실히 공적으로는 좋은 파트너였다.
자잘한 의견 조율을 마쳤을 때였다.
리아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금이에요. 고영 씨."
"오케이. 그럼 서포트도 잘 부탁해."
드디어 파파라치들의 교대 시간이 됐다. 물론 모든 파파라치들이 동시간에 교대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꽤 많은 파파라치들의 교대 시간이 30분 안에 겹쳐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조깅하는 사람처럼 움직였다.
꽤 오래도록 성과가 없는 파파라치들의 긴장이 더 없이 옅어진 그때.
나만의 도전이 시작됐다.
뜨거운 피를 머금은 전기톱이 자력을 뚫고 바지춤 사이로 용맹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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