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111화 (111/200)
  • <-- Pink Tsunami -->

    ***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내 앞에 앉아 있는 여자들의 얼굴에 어린 경탄이 짙어졌다.

    나는 그동안 경험을 통해 축적한 나름의 지식을 두 여자에게 선선히 알려주었고, 두 여자는 내 말을 토시하나 놓치지 않으며 우등생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많은 걸 알았다며 고마움을 볼에 뽀뽀하는 것으로 표현한 소연이와 달리 난데없이 내 물건을 입에 넣는 것으로 보상하려는 현아로 인해 깜짝 놀랐지만, 소연이의 의연한 등짝 스매싱 덕분에 난감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의미 있는 토론을 끝내고 나와 두 여자는 점심까지 함께했다.

    두 여자가 얼굴을 붉히며 닦아 놓은 소파로 돌아와 각자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며 또 다시 이야기꽃을 피웠다.

    분명 즐거운 시간이지만…….

    나는 웃지 못했다.

    "후우……."

    "응? 오빠, 왜? 무슨 문제 있어?"

    내가 갑자기 한숨을 쉬자 소연이가 걱정스런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그녀는 앞서서 나눈 이야기 덕분에 이성적으로 절정 중독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그녀의 육체에 남아 있는 여파로 인해 여전히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

    나는 손을 저으며 지금 내 답답함의 근원을 알려주었다.

    "결투 매칭이 잘 안 되네. 특이 오늘은 좀 더하다. 한 건도 안 들어 올 줄은 몰랐네."

    "결투? 아아! 결투장?"

    "역시 나쁜 오빠. 결투장의 폭군!"

    이번에도 현아가 불쑥 끼어들었지만 누구하나 그녀의 말에 대꾸하는 일은 없었다.

    장난스러운 현아와 달리 소연이는 금방 내 한숨의 원인을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유 임무 때문에 그러지?"

    "그렇지. 인터넷에 인증한 놈들 보니 장난 아니던데. 난 이러고 있으니, 원."

    "하긴. 남자들이 좀 불리하긴 하겠더라. 나나 현아나 그냥 매칭 넣으면 금방 되는데."

    "레벨 좀 낮추면 더 3초안에 될 걸? 하여튼 남자들은."

    "누구 놀리냐? 이것들이 보내주고 먹여줬더니. 이러기야?"

    내 순도 5할의 장난에 소연이와 현아가 꺄르르 웃었다. 물론 나는 웃지 못했다. 나머지 5할은 진심이었으니까.

    다행히 두 여자는 그렇게 눈치가 막장까지 떨어지지는 않았다.

    소연이가 입꼬리를 올리며 날 바라보았다.

    "오빠. 혹시 내가 도와줄까?"

    "마음만 받으마. 어차피 중복 카운트가 안 돼서 소용없어."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결투 주선을 좀 해줄까 싶어서. 잘하면 방법이 있을 거 같은데."

    "응? 무슨 방법?"

    슬쩍 떡밥을 던지는 소연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웠다.

    소연이의 의도를 짐작조차 못한 나와 달리 현아는 무릎을 탁 치며 소리쳤다. 여자끼리 무언가 통하는 게 있는가 보다.

    "올! 언니 머리 좋은데? 진짜 가능할 걸? 내기 결투를 하면 잘 하면……."

    "내기 결투?"

    "응. 내기 결투. 맞지, 언니?"

    내가 고개를 갸웃하고 현아를 돌아보며 묻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소연이는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미소가 더 짙어진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내 인내심이 슬슬 바닥을 들어낼 때였다.

    소연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요즘 우리 애들. 아니, 예전 동료였던 애들이 보스에 관심이 엄청나거든? 특히 근력 올리면 피부 좋아진다는 말에 난리가 났어."

    "어. 그건 대충 알고 있어. 그런데 그게 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오빠 사업 같은 거 하지 마라. 진짜 센스 없네."

    "넌 또 왜 시빈데? 아, 진짜. 그냥 말 해 봐. 답답해 죽겠다."

    자꾸 날 놀리는 것처럼 알려줄 듯 말 듯 하는 두 여자의 모습에 결국 내가 짜증을 부리고 말았다.

    소연이와 현아가 내 반응에 키득키득 거리더니 이내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이윽고 대표로 소연이가 내 의문을 풀어 주었다.

    "내기 결투를 하는 거지. 나와 싸워서 이기면 동화 50개를 주겠다. 이러면 눈 뒤집힐 애들이 넘칠 걸?"

    "잠깐만. 조건을 걸려고 해도 일단 결투 신청이 들어 와야지. 그리고 내가 신청해도 레벨이 자기보다 높다고 안받아주는데. 아니, 다 좋아. 근데 나 동화 없는데?"

    "에효……. 그건 나랑 현아가 빌려주면 돼. 그리고 누가 매칭으로 상대를 찾으래? 아까 말했잖아? 예전 동료였던 애들. 걔들을 우리가 살살 꼬시면 되지."

    "오빠 바보."

    "아……."

    그제야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지금 소연이는 일종의 낚시를 하자는 말이었다. 마치 축제에서 팔씨름을 이기면 상금을 준다고 유혹하는 장사꾼 같았다. 아니, 이건 장사꾼보다 더했다.

    뒤늦게 소연이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한 내 입이 쩍 벌어졌다.

    "이거 사기 아냐?"

    소연이와 현아가 짓궂은 미소를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

    과연 내가 질 확률이 얼마일까?

    나는 0에 수렴한다고 거의 확신했다.

    실제로 소연이와 현아의 인맥을 통해 시작한 결투행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거기에 소강석이라는 남자가 조력자로 붙으니 파죽지세가 따로 없었다. 소강석도 나름 나를 지원하는 이유가 있었지만, 서로 이해가 부합하기에 문제될 건 없었다.

    어차피 나는 조강혜보다는 모지현이 더 취향에 맞았다.

    그렇게 3일 동안 나는 하루 종일 결투만 했다.

    첫날에는 소연이와 현아가 날 도와준다고 같이 있었지만, 이튿날부터는 그녀들은 자기들 사냥에 집중했다. 원샷원킬에 대한 소문이 은밀하게 퍼지며 여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탓이었다. 욕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채울 상황이 만들어지자, 더 이상 두 여자의 도움은 필요치가 않았다.

    그래도 소 실장이 도와줘서 훨씬 편한 건 사실이지.

    아예 룸 하나를 비우고 내 결투 장소로 만들어 준 소강석의 배려가 처음에는 좀 부담스러웠지만, 다음날 소강석의 한 마디에 나는 선선히 그의 호의를 받아 들였다.

    "박 사장님께 진 아이들이 이상하리만큼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꼭 약을 한 것 같을 정도로 말입니다. 덕분에 매상이 오히려 올랐으니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렇게 도움까지 받아가며 열심히 결투행을 이어간 덕분에 나는 나도 모르게 점점 유명세를 가졌다. 물론 내 실명이 알려진 건 아니었다. 알려진 건 내 결투장 별명인 어썸 바나나였다.

    첫날 강남을 시작으로 다음날 강북까지 퍼진 내 소문은 결국 마지막 날 경기도 권까지 퍼지게 됐다.

    어쨌든 나는 하루에 100명이 넘는 결투를 치렀다. 종종 수면제와 피로해소제라는 별명이 들렸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유 임무 우승을 위해 박고 또 박았다.

    그러다 보니 부수적인 소득까지 생겼다.

    삼백전 삼백승, 오백전 오백승.

    첫날 하나의 업적을 추가한 나는 마지막 날인 오늘도 하나의 업적을 추가했다. 이로써 총 4개의 무패 결투 업적을 얻게 됐다. 동시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이거 절구로 빻아? 말아?

    단순히 4개라는 숫자라서가 아니었다.

    10%, 20%, 30%, 40%.

    4개의 업적 효과를 모두 합치면 딱 100%가 되었다. 100이라는 숫자는 자고로 완벽을 의미했고, 이는 하나의 주제를 관통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꾸 절구로 빻으면 업적이 조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날 유혹하는 것은 다름 아닌 가장 최근에 달성한 업적인 오백전 오백승이었다. 다른 업적들은 승수와 비례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것은 그렇지 않았다. 이것은 50%가 아니라 40%였고, 이 미묘한 차이가 날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었다.

    아직은. 아직은 아냐. 일단 이번 일은 마무리하고 고민해 보자.

    완전히 유혹을 이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갈등을 구석으로 밀어 놓을 순 있었다. 어차피 아침부터 업소가 영업하기 전까지만 결투를 했기에 시간적 여유를 가져도 괜찮았다. 당장 급한 게 아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그 뒤로 나는 계속 결투를 했고, 동시에 수많은 구애를 받았다.

    "오빠, 내꺼 하자!"

    "아흥! 하으응! 좋아! 좋아!"

    "어떡해! 어떡해에에엑!"

    태어나 처음 느끼는 엄청난 오르가즘에 여자들의 이성이 잠시 무뎌졌지만, 소강석 덕분에 귀찮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정말 의외로 큰 도움이 되는 남자였다.

    결투를 치르는 시간보다 결투를 끝내고 달려드는 여자를 달래는 시간이 더 길어지다 보니 둘째 날부터는 아예 전혼을 독수리로 끼었지만 여전히 절정 중독 현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무사히 휴식 시간까지 결투를 치른 나는 테이블에 있는 맥주를 따서 그대로 마셨다. 조금 미지근했지만 갈증을 풀기에는 충분했다. 연이어 두 캔을 비우고 나서야 나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끝이 보이네."

    자유 임무창을 열어 임무 현황을 확인한 나는 드디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인증 사진 속 추격자들은 여전히 페이스를 끌어 올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페이스를 만들어낸 상태였다. 당연히 안심이 되며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물론 세상에 100%란 없었기에 여기서 그만 둘 생각은 없었다. 단순히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다른 이유가 날 붙잡고 있었다.

    바로 경험치였다.

    이번 결투 행사로 인해 나는 근래 격지 못했던 폭렙을 할 수 있었다.

    지난 3일 동안 3레벨을 올린 나는 이제 44레벨이었다.

    "더 올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진짜 티클 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실감한 3일이었다.

    결투를 통해 얻는 경험치는 결코 많지 않았다. 다만 그 부족함을 숫자로 채웠다. 15레벨의 참가자 100명만 이겨도 2만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15분 정도 휴식을 취했던 나는 다시 결투를 재개했다.

    점점 도전자의 레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 오늘 더 레벨을 올리는 건 어려워 보였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더 절정에 보내 승리 횟수를 늘리는 게 중요했다.

    "반갑습니다, 어썸 바나나입니다."

    호기심어린 얼굴로 룸 안에 들어오는 아리따운 여자를 향해 이제는 내 입에 붙은 별명으로 소개했다.

    여자는 씽긋 웃으며 입고 있던 짧은 바지 단추를 풀면서 인사를 해왔다.

    "팬티스타킹이에요. 소문 많이 들었어요. 기대해도 되죠?"

    "물론입니다. 자, 오시죠."

    나는 물론 눈앞의 여자도 부끄러움은 없었다. 단순히 화류계에 종사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이미 나와 그녀는 보스에 꽤 깊숙이 빠진 상태였다.

    우리에게 섹스는 그저 게임일 뿐이었다.

    얼굴에 가면만 쓰고 알몸 상태인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여자가 손에 걸치고 있던 손바닥만 한 핫팬츠를 테이블 위로 던지는 것과 동시에 나는 그녀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흥미를 넘어 흥분을 보이는 여자의 눈빛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그대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테이블 위로 눕혔다.

    "어머? 급하기도 하셔라."

    "급한 건 내가 아닌 거 같은데요. 아닌가요?"

    테이블에 누운 팬티스타킹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내 물음에 그녀의 입매가 호선을 그리는 게 보였다.

    팬티스타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테이블에 등을 댄 채로 무릎을 펼쳐 올렸다. 내 눈앞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V자가 나타났다.

    "소문난 맛집의 매운 맛을 기대해도 되나요?"

    문을 활짝 열어젖힌 팬티스타킹이 다시 말문을 열었지만, 이제는 내가 말문을 걸어 잠갔다.

    나는 말없이 스스로 다리를 활짝 벌리고 있는 팬티스타킹에게 걸어갔다. 이내 그녀의 가느다란 발목을 모두 손아귀에 넣었다. 그녀가 잘게 몸을 떠는 게 느껴졌다.

    흥분했네. 흥분했어.

    소문만으로 잔뜩 흥분한 팬티스타킹의 눈빛이 나와 마주쳤다.

    "얼른! 그 바나나를 줘요! 내게에에엑……!"

    애달픈 목소리로 날 갈망하는 팬티스타킹의 애원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

    나는 그대로 엑스칼리버를 팬티스타킹의 몸속으로 밀어 넣었다. 뜨겁고 질퍽한 느낌이 엑스칼리버를 감싸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눈에 흰자위가 영역을 넓혔다.

    퍽! 퍽퍽!

    배려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무지막지한 박음질에 팬티스타킹의 살갗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기본 삽입 공격 횟수가 많다보니 예전처럼 한 번의 삽입만으로는 공격이 끝나지 않기에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나도 기분이 좀 좋기는 했고.

    꽤 강렬한 압박감을 즐기며 공격을 마무리했을 때 팬티스타킹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꺼윽, 꺽! 컥!"

    이건 신음이 아니라 비명이었다.

    사지를 꿈틀거리며 쾌락에 울부짖던 팬티스타킹의 움직임이 이내 잠잠하게 변했다. 그녀는 그저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부르르 몸을 떠는 게 전부였다.

    또 다시 한 여자를 실신시킨 나는 얼른 물건을 빼고 티슈로 닦았다. 아무리 성병도 옮기지 않고, 임신도 되지 않는 섹스 배틀이라지만. 깨끗해서 나쁠 건 없었다.

    다시 테이블의 상석으로 돌아간 나는 벨을 눌렀고, 이내 남자 종업원들이 히죽히죽 웃으며 룸으로 들어왔다. 요 며칠 유명한 호스티스들의 알몸을 실컷 구경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겨워하지 않았다.

    꾸벅.

    실신한 여자의 몸에 가운을 씌우고 부축한 남자들이 고개를 숙이며 얼른 룸을 빠져나갔다. 그 와중에도 막내로 보이는 남자는 테이블을 재빨리 닦고, 여자의 옷을 챙기는 똘똘함을 보여주었다.

    남자들이 사라지고 채 일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새로운 먹잇감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

    나는 웃었고, 여자도 웃었다.

    나는 웃었고, 여자는 울었다.

    나는 더 이상 울릴 여자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 웃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