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106화 (10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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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만간은 개뿔.

    동화 1개짜리 먹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미야프는 더 지랄 같아졌고, 이 지랄 같은 미야프의 간을 푸아그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 나는 건강해졌다. 반 강제적으로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벌어진 부가 소득이었다.

    처음 허우대만 멀쩡하던 나도 죽어라 뛰다 보니 확실히 체력이 좋아졌다. 체력이 붙으니 미야프를 잡는데 걸리는 시간도 줄어든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게 나는 미야프를 뒤에서 다리로 결박한 자세로 꾸역꾸역 먹이를 먹였다.

    이런 웃지 못 할 활극이 보름이나 이어졌다.

    그리고…….

    [종속 '미야프'의 친밀도가 관심 등급으로 향상합니다.]

    [임무 '새로운 직업'을 완료합니다.]

    [직업 '무적 백수'를 획득합니다.]

    됐다.

    드디어 2차 전직에 성공했다.

    칭호나 업적 등의 부과 수익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그저 좋았다. 지겨운 미야프와의 술래잡기를 더 이상 하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더 없이 기뻤다.

    "망할 나쁜 계집애."

    "미약? 미야푸!"

    마음 같아서는 입가에 양념을 묻히고 있는 미야프를 발로 뻥 걷어차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속은 몽마였지만 겉으로 보이기에 미야프는 그저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귀여운 꼬마 숙녀였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동안 설움이 담긴 작은 목소리가 전부였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야프가 고개만 홱 돌려 날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순간 헛웃음이 흘러 나왔다.

    "그동안 죽어라 쫓아 갈 때는 개돼지처럼 보던 게."

    "미야앙?"

    "아냐. 마저 먹어."

    나도 모르게 미야프와 미운정이 들었나 보다.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미야프의 입가를 손가락으로 슥 닦아 주며 말했고, 미야프는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입안에 있는 먹이를 씹었다.

    "촵촵! 촤촤촵!"

    당근을 갉아 먹는 토끼 같은 미야프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이내 종속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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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프]

    + 친밀도 : 관심

    + 모든 주요 능력 15씩 상승.

    + 기술 주머니 보유.

    + 20단계 몽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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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밀도가 한 단계 오른 덕분에 미야프가 주는 효과가 더 강해졌다. 기술 주머니에 담을 수 있는 기술도 3개가 되어 있었다.

    특히 나를 기쁘게 한 것은 종속창 아래에 있는 하나의 버튼이었다.

    [먹이 주기]

    더 이상 미야프와 술래잡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기쁨도 잠시 내 얼굴에 썩소가 맺혔다.

    "근데 이젠 얘가 날 피하지 않잖아?"

    문득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딱 그 꼴이었다. 입맛을 다신 나는 종속창을 닫았고, 이번에 얻은 2차 직업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았다.

    백과사전에 추가된 몇 글자를 읽기 무섭게 내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야이, 히발 놈아! 1단계도 모자라서 2단계로 높이냐!"

    내 두 번째 직업인 무적 백수의 설명은 간단했다. 2차 직업군의 기술을 모두 배울 수 있게 된 대신 장착할 수 있는 무기와 장식에 대한 페널티가 늘어났다. 귀족 등급인 나는 천민 등급의 장비만 장착할 수 있는 식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나는 다시 치명의 반지를 낄 수 없게 됐다.

    왜?

    치명의 반지는 평민 등급이니까.

    "……뭐 같네 진짜."

    짜증을 부린다고 이미 전직한 걸 무를 순 없었다.

    나는 억지로 마음을 추스르며 오랜만에 스킬창을 열었다.

    스킬창에 새로 생긴 기술들이 날 반겼다.

    "오호!"

    탄성이 터졌다.

    기술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 다른 게 날 놀랍게 했다.

    바로 직업의 변화였다.

    검사 직업은 전사와 기사로 나눠서 특화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스킬창에 전사 전용 기술과 기사 전용 기술이 3가지씩 있었으니까.

    이처럼 6개의 기본 직업이 총 12개의 직업으로 나눠졌고, 그 12개의 직업에는 3가지 새로운 기술이 추가되어 있었다.

    총 36개의 기술을 차근차근 읽어 보았다.

    전사의 자지 연격, 자지 난타, 자지 반격은 확실히 강력한 한방이 있는 기술이었다. 다만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내게는 강력한 한방 기술보다는 버프처럼 지원 계열 기술이 더 잘 어울렸고, 효율도 좋았다.

    기사 역시 전사처럼 공격 기술과 방어 기술 위주였지만, 차이점이 존재했다. 모두 공격 기술인 전사와 달리 기사는 공격과 지원, 방어 기술이 골고루 있었다. 특히 하나의 기술이 내 입꼬리를 잡아 당겼다.

    [강약 조절]

    패시브 기술인 이것은 배우기만하면 최대 활력을 10%, 20%, 30%씩 올려주는 기술이었다.

    이렇게 좋은 기술에 나는 아직 여러 기술이 남아 있음에도 바로 익혀 버렸다. 잘하면 독수리 대신 늑대를 평상시에도 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확인은 나중에 하고. 이제 스킬 포인트가 10개 남았나? 3개 정도 배울 수 있겠네."

    단숨에 강약 조절을 마스터한 나는 기대감을 잠시 뒤로 미뤄 놓고 다시 기술을 살펴보았다.

    그 순간 내 얼굴이 기묘하게 비틀어졌다.

    "스톰 버스트, 원드 커널링쿠스, 메테오 섹스트라이크. 그냥 한글로 하는 게 낫겠네."

    나름 참가자 편의성을 위해 보스는 다양한 언어를 제공했다. 나는 기본 한글에 추가로 영어로 해 놓은 상태였는데, 그 덕분에 기상천외한 기술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골 때리는 스킬 이름과 달리 실속은 없었다.

    "다 지력 기반 공격 기술이네."

    마법사와 현자를 모두 패스한 나는 복사 계열 기술을 살펴보았다.

    복사 계열은 성직자와 수도사로 나눠졌다. 수도사는 그 직업 이름 그대로 삽입 공격보다는 주먹 공격. 즉, 애무 공격에 특화된 직업이었다. 당연히 내 마음을 끄는 기술이 없었다.

    반면 성직자는 달랐다.

    "성수 부여라. 암속성에게 150%의 데미지를 주는 건 좋은데. 애액 추출을 배워야하고, 성수가 필요한 게 좀 에러네. 닥쳐 줄래는 메즈기니까. 이것도 패스."

    두 가지 기술을 지나치고 나서야 내 흥미를 끄는 기술이 나타났다.

    [맞아 줄래]

    요상한 이름의 이 기술은 2회전 동안 적에게 1.5배의 피해를 주는 기술이었다. 물론 참가자가 직접 사용하면 한 번 공격을 1.5배로 주는 것이기에 크게 쓸모가 없어 보였지만, 오히려 미야프를 이용하면 쏠쏠한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3레벨까지 올려야하고 지속 시간이 짧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

    "일단 킵."

    강약 조절처럼 내 부족한 점을 매워주는 기술이 아니었기에 일단 다른 기술을 확인하고 배울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다.

    도둑 계열 직업인 불량배와 사기꾼은 공격성이 다분한 기술이 전부였다. 그나마 사기꾼의 전문 탈의는 내 흥미를 끌었지만, 이건 맞아 줄래보다 못했다.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에도 애매했기에 이것도 일단 후보군에 넣었다.

    동물형 몽마에 특화된 사냥꾼과 일격 필살이 가능한 포수도 나와 상성이 맞지 않았다. 일단 화려한 기술로 상대를 괴롭히는 성향이 가능했다. 평타 위주 공격을 하는 내게 어울리는 기술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활이나 총을 쓸 일은 없지. 무기 제한이 있는 건 좀 그러네."

    특히 사냥꾼은 활 계열 무기를 들었을 때 제대로 된 성능을 뿜어냈고, 포수는 당연히 총 계열 무기를 들어야했다. 가뜩이나 장비 등급에 제한이 있는 나와는 상극이라면 상극이었다.

    마지막으로 상인 계열의 2차 직업인 야장과 제약사였다.

    일단 제약사는 기술 이름만 보고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딱 봐도 지력 기반 기술이었다.

    남은 야장 기술은 확실히 흥미로웠다. 물론 무기 수리는 제외해야했지만, 그래도 남은 동공 확장과 혈류 증가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동공 확장의 경우 레벨 별로 힘을 10%, 20%, 30%씩 상승시켰다. 게다가 삽입 공격 횟수를 1회 늘려주는 효과도 있었다. 지속 시간이 5턴으로 좀 짧은 편이고, 정력 소모가 3레벨에 150이라는 게 꽤 단점으로 작용했지만 그만큼 위력적인 기술이었다.

    혈류 증가도 마찬가지였다. 이 기술은 타격 피해를 최대 30%까지 증가시켰고, 더불어 치명도도 30까지 올려주었다. 역시 동공 확장처럼 지속 시간이 짧았고, 정력 소비가 큰 게 단점으로 보였다.

    "문제는 스킬 트린데. 이거 필수 스킬이 너무 많은데? 아니지. 동공 확장은 어차피 배운다 치면. 두 스킬 마스터하는데 9개의 스킬 포인트가 필요하네? 흐음."

    동공 확장을 배우기 위한 필수 기술이 1차 직업인 상인의 무기 연구였다. 이 기술은 무기 성능을 최대 30%까지 올려주는 기술이었다. 당연히 내게는 썩 필요한 기술이라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갈등이 됐다.

    스킬 포인트 9개로 맞아 줄래를 배우고 동공 확장을 배울지. 아니면 동공 확장과 혈류 증가를 배울지.

    잠시 턱을 괴며 고민을 했지만, 의외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원킬을 목표로 한다면. 그냥 맞아 줄래가 낫지 않나?"

    지금 내 상황에 대딥하니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어차피 나는 결투를 통해 레벨업을 하고 있었다. 비록 몽마에 비해 느리다지만, 그래도 지난 보름간 40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물론 경험치를 제외하고 얻은 게 전무했지만 레벨업은 레벨업이었다. 게다가 요즘 나는 한 가지 계획하는 게 있었다.

    "허수마비를 사냥하려면. 무조건 원킬을 내야하니까."

    미야프의 모체라면 모체라 할 수 있는 허수마비는 활력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모든 활력을 회복했다. 그로인해 나는 그동안 몇 번 도전을 해 보았지만 성공하지 못했었다. 물론 오래 시도하면 가능은 할 것 같았다.

    "맥뎀에 크리가 연속으로 터지면 가능하겠지만."

    유일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아니었다. 그럴 확률은 대충 생각해봐도 너무 낮았다.

    결국 나는 맞아 줄래와 무기 연구, 동공 확장을 배우는 것으로 결정하고 스킬을 배웠다.

    스킬을 익힌 나는 바로 종속창을 열어 미야프의 기술 주머니 내용물을 바꿨다.

    성기 강화, 속도 증가에서 속도 증가를 빼고 남은 두 자리에 맞아 줄래와 동공 확장을 넣었다.

    "아……. 혈류 증가는 어차피 계륵이었겠네. 뭐, 이걸 배울 때가 되면 저 녀석이랑 좀 더 친해지겠지."

    뒤늦게 기술 주머니에 버프를 모두 채울 수 없음을 알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욕심 부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욕심을 버릴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나자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얼른 금화 20개 모아서 스킬 초기화 한 번 해야겠네."

    2차 전직을 하고 보니 쓸모없는 기술이 꽤 많았다. 지금 상태에서 속도 증가와 광속 자지술을 배우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실제로 그러고 싶기도 했다.

    아쉽지만 지금 내게 있는 금화는 고작 4개가 전부였다. 은화는 6개였고, 동화는 27개가 남아 있었다. 다만, 은화로 동화로 금화를 만들 수는 없었다.

    현재로써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나는 금세 미련을 털어 버렸다.

    "근데 활력이 3,390이라. 체력이 겨우 10인데. 아무리 추가 스탯까지 하면 40이라지만, 그래도 엄청나네."

    상태창의 활력 수치를 보며 혼자 중얼거리던 나는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만약 늑대로 갈아타면 어떻게 될까?

    전혼이야 언제든 교체할 수 있었기에 나는 호기심을 풀기 위해 하얀 독수리를 노란 늑대로 바꿔 보았다. 그동안 전혼 사냥을 꾸준히 한 덕분에 늑대는 평민의 끝자락. 즉 15단계에 올라 있었다. 꾸준히 한자리 숫자짜리가 나오다가 500짜리가 하나 나와서 대박 터진 거지만. 어쨌든.

    노란 늑대의 영혼으로 전혼을 교체한 나는 살짝 기대한 얼굴로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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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력 : 1,690/1,690

    + 정력 : 950/950

    + 경험 : 8,640/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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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격력 : 528

    + 마법력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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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어력 : 68

    + 항마력 :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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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중률 : 171

    + 회피율 :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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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도 : 66

    + 치명 증폭 : 285%

    + 치명 저항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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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0에서 10이 모자라는 활력이었다.

    이정도면 굳이 독수리의 전혼을 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늑대의 영혼의 먹이로 독수리의 영혼을 쓸 수는 없었다. 언제고 내 조루 같은 활력으로 버틸 수 없을 지도 모르니까.

    "그래도 당분간 이렇게 세팅하고 다녀도 괜찮겠네?"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보스 앱을 막 닫으려고 할 때였다.

    보스 앱에 팝업 창이 뜨며 새로운 소식을 알려왔다.

    ['핑크 마이크'가 대전을 요청합니다.]

    나는 고민 없이 요청을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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