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95화 (95/200)

<-- Scarecrow -->

업적 조합에 성공하자마자 나는 그대로 해당 업적을 화면에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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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수괴]

+ 연이은 위엄어린 대상 일격 격침.

+ 치명도 10 상승.

+ 치명 증폭 25 상승.

+ 치명 저항 25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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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신입]

+ 파죽지세의 표본.

+ 모든 상태 이상 내성 50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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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수괴는 2개의 업적을 합친 덕분에 치명 저항 25가 추가로 생겼다. 다만 치명도나 치명 증폭에 대한 추가 효과는 없었다.

이건 좀 아쉽네.

입술을 살짝 깨물며 아쉬움을 비추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어진 괴물 신입은 진짜 괴물 같은 업적이었다.

모든 상태 이상 내성.

총 10개의 상태 이상이 모두 50씩 올라갔다. 이건 정말 대단했다. 순간 너무 놀라 입을 벌리고 잠시 멍하니 화면만 바라볼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다행히 정신을 차린 나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묘하단 말이지. 튜토리얼의 경계란 게. 아무튼 대박은 대박이지."

하나의 조합 업적은 기대를 미친 것도 아닌 것도 아니었지만, 다른 하나가 그것을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았다.

기분 좋게 두 업적을 활성화한 나는 정말 오랜만에 저항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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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절 : 50%

+ 동빙 : 50%

+ 석화 : 125%

+ 수면 : 100%

+ 암흑 : 50%

+ 저주 : 50%

+ 중독 : 50%

+ 출혈 : 125%

+ 침묵 : 50%

+ 혼란 : 50%

+ 속박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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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소득이라고 해야 하나.

솔직히 속박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다른 10개의 상태 이상과 달리 속박은 능력치로 내성을 가질 수 없는 일종의 특수 상태 이상이었다. 군계일학까지 길들일 수 있는 업적이라는 게 꽤 마음에 들었다.

"뭐, 100%가 넘는다는 건 100%보다 못하다는 말이겠지만."

전에 한 번 겪은 적이 있다 보니 짐작은 하고 있던 게 있었다.

바로 저항 수치의 절대성이었다.

상태 이상 저항이 100%가 넘는다고 해도 무조건 면역된다고 볼 수는 없었다. 만약 상대가 내 저항력을 줄이는 기술을 사용하면 125%가 넘는 저항력도 100% 이하로 떨어질 수 있었다. 물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어쨌든 저항력이 크게 올랐기에 나쁠 건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저항창을 닫은 나는 물품창을 열어 보았다. 그곳에는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할 물건이 하나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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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하사품]

+ 작위 획득 축하 선물.

+ 사용 시 귀족이 사용가능한 물건 중 한 개를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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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설명이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냥 랜덤 상자라는 말이잖아?"

아이템 등급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내 계급을 기준으로 한다는 게 달랐을 뿐 다른 건 상자나 궤짝 등과 똑같았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건 싫다보니 그대로 신성한 하사품을 개봉해 버렸다.

['보물 상자 1개'를 획득합니다.]

얼씨구?

이미 한 번 본적이 있는 게 나왔다.

어차피 상자는 일단 까라고 있는 거였고, 나는 미간을 찌푸리는 와중에도 손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불새의 애액 1개'를 획득합니다.]

"이건 또 뭐야?"

일단 장비가 아니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는 이름에 내 표정이 더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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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의 애액]

+ 신성한 성력이 깃든 애액.

+ 신성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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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또 이상한 거였다. 물론 신성 재료라는 말은 좋았다. 다만 어떻게 쓸 수 있는지 방법을 모르는 게 문제였다.

결국 이것은 그림의 떡이었다.

벌써 두 개째라는 게 슬플 뿐.

"근데 이건 뭐지?"

인벤토리를 닫으려고 할 때 내 눈에 처음 보는 아이콘이 보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브래지어와 팬티 모양을 하고 있는 물건을 차례로 누르자 해당 정보가 나란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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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이브의 가리개]

+ "응원하려면 일단 가슴이 커야 돼!"

+ 접촉 부위 주변 세포 크기 확대.

+ 실제 착용 시 효과 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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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이브의 속옷]

+ "가슴을 키웠니? 이젠 엉덩이야."

+ 접촉 부위 주변 세포 탄력 증가.

+ 실제 착용 시 효과 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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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것은…….

"보정 속옷인가? 아니, 진짜로 커지는 거니까. 성형 속옷? 근데 이거 진짠가?"

의외이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보스가 인류의 과학을 뛰어 넘은 거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니, 상상하지 못했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퀴이브의 속옷 세트는 보물이었다. 이건 정말 부르른 게 값일 수밖에 없었다.

"막말로 내가 마음만 먹으면 세계 최고 유방 확대 수술 권위자가 될 수도. 아니면 애플힙 마에스터? 그냥 둘 다?"

실없는 소리를 내뱉을 정도로 들떴다.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이건 말 그대로 혁신이었다.

히죽히죽 웃던 것도 잠시 나는 이내 콧잔등을 접었다.

"쩝. 이왕 이런 게 나올 거면. 그냥 남성 속옷이나 나오지. 그랬음 얼마나 좋아?"

남자에게 필요한 건 남성체 몽마가, 여자에게 필요한 건 여성체 몽마가 가지는 게 유난히 아쉬웠다.

짧게 한숨을 쉬는 걸로 아쉬움을 털어낸 나는 그대로 인벤토리를 닫았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물건의 행방을 결정해야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담담한 얼굴로 돌아온 나는 전혼창을 열었다.

사냥 결과는 역시 좋지 않았다. 근래 잡은 전혼 중 가장 묵직한 게 50짜리였다. 그 외에는 다 한 자리 숫자를 넘어서지 못했다. 3짜리 전혼을 늑대의 먹이로 주며 나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흠. 평민 1단계짜리 늑대라지만, 어차피 허수마비를 상대할 때는 피가 없어도 되지 않나?"

오늘 새벽 간을 봤던 허수마비를 잡고 싶었다.

물론 큰 이익을 기대하고 사냥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냥 작은 호기심이었다. 어릴 적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 것에 집착하던 때와 비슷했다.

단순한 변덕의 일종이었지만, 꽤 재밌을 것 같았다.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나는 전혼을 교체했다. 그동안 열심히 내 피와 살이 되어 준 하얀 독수리에게 잠시 휴식을 주고, 그 대신 노란 늑대에게 오늘 하루 땜빵을 부탁했다.

전혼을 바꾼 나는 상태창을 열어 얼마나 변했는지 한 번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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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력 : 970/970

+ 정력 : 685/685

+ 경험 : 90/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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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격력 : 432

+ 마법력 :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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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어력 : 41

+ 항마력 :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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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중률 : 152

+ 회피율 :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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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명도 : 71

+ 치명 증폭 : 235%

+ 치명 저항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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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이 1천도 되지 않았다. 분명 허수마비와 싸울 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었다. 2천에 달하는 활력이 얼마나 소중한 지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

반면 치명 증폭이 거의 2배가 됐다.

허수마비의 전체 활력이 얼마나 되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 이게 최선이었다. 이렇게까지 했지만 허수마비와 싸워 이길 수 없다면, 그것은 내가 아직 부족하단 의미였다.

"어차피 잠깐 노는 거니까. 유희라고 해야 하나."

허수마비 사냥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일종의 휴식이었다. 그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몽마를 사냥한 나에게 스스로 주는 일종의 보상이었다.

뭐, 내 공격력이 얼마나 되는지 보고 싶기도 하고.

"그나저나 리아는 잘하고 있으려나?"

지금 리아는 나를 대신해서 발에 땀나게 뛰고 있었다. 단순히 내 경험치가 돼 줄 몽마를 찾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종속 중 쓸 만한 매물이 없는지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좋든 싫은 2차 전직을 위해서는 펫의 친밀도를 관심까지 끌어 올려야했다. 이왕 친밀도를 올릴 거면 좀 쓸 만한 애로 하고 싶었다. 사실 줄무늬 다람쥐는 딱히 매력적인 펫은 아니었다.

"근데 어제만 해도 없던 게 오늘 찾아본다고 있으려나?"

솔직히 조금 회의적이었다. 몽마를 종속하는 건 까다로웠다. 그 덕분에 리아네 회사에 반쯤 사기 치는 놈이 나타났을 정도였다.

내가 시키니까 찾아보기는 하겠지만, 리아가 쓸 만한 종속 매물을 찾아 올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그냥 혹시 모르니까 리아에게 부탁해 봤을 뿐이었다.

펫에 관해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레 그쪽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똥개 훈련은 내가 하는 게 아니니까. 근데……."

순간 허수마비도 펫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청동 맹약의 반지도 있었다. 하고자하면 못할 건 없었다.

그 동안 나는 테이밍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름 동화를 투자해서 몇 마리의 몽마를 테이밍 해 보았지만, 성능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리아와 만나고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남자에게는 남성체 몽마가, 여자에게는 여성체 몽마가 필요하지. 펫이든 상징이든. 심지어 드랍템까지."

이렇게 역설적일 수가 없었다.

내 성적 취향은 보편적이었다. 당연히 남성체와 섹스 배틀을 할 수는 없었다. 내 항문은 소중하니까.

문제는 몽마에게서 얻는 건 해당 몽마의 특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굳이 내가 사냥하는 놈들을 테이밍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효과적이거나, 그게 아니면 효과 자체가 별 볼일 없거나. 둘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이건 뭐, 시간이 흘러야 해결 되겠지. 거래나 교환을 하면 커버 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허수마비인데. 이건 분명 중성적인 개체란 말이지."

오늘 새벽 있었던 일을 잊을 정도로 난 멍청하지 않았다. 분명 오늘 새벽 허수마비는 나와 접촉하는 순간 여성체로서 특징을 갖췄다. 그 말은 곧 두 성별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물론 허수마비의 등급이 귀족이나 왕족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맹약의 반지를 구매하는데 동화를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남은 동화는 그냥 요리를 사서 펫한테 먹여야겠지. 얼마가 들지 모르니까 일단 모아 놓고. 나중에 여유가 되면 모르겠지만. 우선순위는 지키고."

확실히 해볼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해봤자 잃는 건 맹약의 청동 반지 한 개가 전부였다.

***

내 예상대로였다.

저녁 늦게 집으로 찾아온 리아는 빈손이었다. 레벨 36이상의 몽마도 찾지 못했고, 쓸 만한 종속 매물도 찾지 못했다. 의기소침한 채 내 앞에 나타난 그녀의 모습에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나는 미안함에 리아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그녀를 달래주었다. 내 부드러운 행동에 그녀가 은근슬쩍 추파를 던졌지만, 내 단호한 말에 그녀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쪼렙은 당해 안 해."

조금 냉정한 말처럼 들릴 정도로 냉정하게 끊는 말이었지만, 앞으로도 리아와 사무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짓고 넘어가야 할 일이었다.

리아도 내가 자신과 오래 인연을 이어가려고 이러는 걸 모르지 않았기에 아쉽지만 참겠다며 내게 점수를 따냈다.

나도 일말의 가능성을 살짝 열어두며 그녀의 마음을 살살 달랬다.

그렇게 나름 알찬 저녁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한 나와 리아는 자정이 지났을 쯤이 돼서야 허수마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허수마비는 여전히 한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다른 허수마비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나는 되도록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용이한 한강이 좋았다. 리아도 이쪽이 가장 도망치기 편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와 똑같은 복장을 한 채 나는 허수마비로 향했고, 리아는 어제처럼 강 쪽으로 향하며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기 시작했다.

믿음직한 리아의 모습을 잠시 눈에 담은 나는 아직 형태 변환을 하지 않은 허수마비를 향해 다가갔다.

이윽고 허수마비가 허수어미로 변했고, 전투가. 아니, 전투 연습이 시작됐다.

역시 이번에도 허수어미는 우선 공격권을 가져가더니 지체 없이 공격을 해왔다. 그래봤자 딱히 자극적이지도 않은 삽입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1의 데미지를 받으며 공격권을 넘겨받은 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살짝 들뜬 말을 내뱉은 나는 재빨리 맹약의 청동 반지를 사용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작은 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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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약의 조건]

+ 몽마의 활력을 50% 이하로 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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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마리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겪은 조건 중 가장 단순했다.

이거 시작이 좋은데?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허수어미가 다시 힘을 주며 내 물건을 쪼였다. 나쁜 느낌은 아니었지만, 썩 좋은 것도 아니었다. 일단 약한 데미지처럼 허수어미의 공격은 너무 약했다.

어쨌든 다시 공격권을 회수한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하며 계획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았다.

점검은 금방 끝냈다.

나는 계획한 대로 차근차근 기술을 사용했다.

['삽입 공격 횟수'가 1회 증가합니다.]

일단 가장 지속 시간이 긴 광속 자지술이 물꼬를 틀었다.

['근력'이 30% 증가합니다.]

['속도'가 30% 증가합니다.]

['정확'이 30% 증가합니다.]

그 다음은 성기 강화였다.

그리고…….

['속도'가 30% 증가합니다.]

['삽입 공격 횟수'가 1회 증가합니다.]

속도 증가까지 이어졌다.

단순한 장난으로 익힌 게 아니었다. 나름 계산을 해 보니 버프 3개까지는 익혀도 손해가 아니라는 판단이 섰고, 게다가 잔여 스킬 포인트가 12개다보니 마음 놓고 쓸 수 있었다. 아직도 9개의 스킬 포인트가 남아 있었다.

뭐, 배울 건 진짜 없어 보이지만.

전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할 때 허수어미의 공격이 끝났다.

"경험치만 좀 있었으면, 가장 싼 스팀팩 하나 빨겠지만. 딸랑 90뿐이니, 원."

아무래도 렙따는 싫었기에 1,000 경험짜리 집중의 비약을 사 먹는 건 포기했다.

아쉬움을 털어내며 나는 시체처럼 가만히 서 있는 허수마비의 허리를 잡았다. 이왕 그래도 잡고 힘차게 삽입하는 게 기분 상 더 데미지가 잘 나오는 것 같으니까.

시체처럼 차가운 허수어미의 허리를 잡은 순간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그것도 아주 거칠게.

퍽! 퍽퍽! 퍼억!

살과 살이 부딪히는데 둔탁한 소리가 날 정도로 온힘을 다해 박음질을 했다. 100미터를 전력 질주하는 것처럼 숨도 꾹 참고 허리질을 하니 얼굴이 붉어졌다.

퍼퍼퍽! 퍼퍽!

"후아!"

이윽고 더 이상 숨을 참을 수 없게 된 나는 허수마비의 몸 안 깊숙이 엑스칼리버를 박은 채 차가운 허수마비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참았던 숨을 몰아 내쉬니 좀 살 것 같았다. 다행히 멈추기 전에 공격은 끝낼 수 있었다.

이윽고 보스의 무심한 판정이 떨어졌다.

['허수마비'에게 549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허수마비'에게 559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아이, 씨……."

어쩔 수 없이 상소리가 튀어 나왔다.

연속 두 번이나 기대했던 것보다 못한 데미지였다. 아니, 데미지 자체는 좋았다. 다만 71에 달하는 치명타 수치가 무색하게 치명타가 터지지 않은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허수마비'에게 2487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허수마비'에게 2681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허수마비'에게 3129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헐."

뭐지? 이 자비 없는 데미지는?

3연속 크리티컬이 터지는 건 워낙 치명타 확률이 높으니 이해가 됐다. 다만 데미지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데미지였다.

동시에 치명 증폭의 중요성을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치명 증폭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맹약의 조건을 모두 만족합니다.]

['허수마비'와 맹약에 성공합니다.]

['맹약의 가락지 1개'를 획득합니다.]

성공이나 실패를 알리는 안내는 없었다.

허수마비는 평민보다 낮은 계급을 가지고 있었다.

규칙을 깨부수었다는 쾌감이 내 전신을 휘감았지만, 이대로 정신줄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저, 저기! 저것 봐!"

"사라졌어! 찍어!"

"저기요! 이봐요!"

오늘도 어김없이 사진을 찍어 언론사에 파는 이들이 한강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리아의 놀란 얼굴이 보였다.

번쩍! 번쩍!

등 뒤로 플래시가 터졌다. 나도 모르게 가로등에 돌진하는 하루살이처럼 몸을 돌리고 말았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한 탓이었다.

그 순간 내 전신이 눈부신 빛을 뿌렸다.

========== 작품 후기 ==========

나날히 날씨가 덥네요.

다들 더위 조심하십숑.

본문에 따로 설명하지 않아서 허수마비와 허수아비, 허수어미를 혼동케 했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스타1의 저그 라바. 혹은 애그가 허수마비입니다.

거기서 전투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허수아비나 허수어미로 변형합니다.

고영의 경우 남자니 당연히 여성체로 분화한 허수어미가 된 겁니다.

그럼 전 더위에 쓰러지러....(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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