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81화 (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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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김없이 아침이 됐다.

    밤늦게까지 인터넷을 검색하다 거실 소파에서 잤지만 딱히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평소처럼 샤워를 시작으로 아침을 시작한 나는 대충 빵으로 배를 채우고 외출 준비를 했다.

    11시까지 오라고 했던가?

    본래라면 몽마를 찾아 나서야했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어제 내게 나가떨어진 현아는 제발 다혜라는 여자를 자기처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녀의 애타는 애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난 탓에 나는 서둘러 핸드폰과 지갑을 챙기며 현관을 나섰다.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

    아담한 마당을 지나 막 대문을 열었을 때였다.

    흠칫!

    대문 앞에는 아침나절부터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한둘이 아니었다. 총 4명의 손님은 모두 여자였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 경계하는 여자들에게 인사했다.

    "다들 어쩐 일로?"

    내 물음에 가장 먼저 답한 것은 그녀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여자. 바로 예 팀장이었다. 그녀가 지금 입고 있는 단정한 정장처럼 조금 딱딱한 목소리와 말투였다.

    "정기 보고 때문에 왔습니다. 박 사장님."

    "아! 그게 오늘인가요?"

    "예. 어제 전화를 안 받으셔서 문자 남겼는데. 확인을 안 하셨나 봐요?"

    "하하, 미안해요. 어제 일이 좀 있어서. 근데 너희들은 왜 왔어? 그리고 당신은 또 왜?"

    싸늘한 예 팀장의 추궁 같은 물음에 답하며 슬쩍 고개를 돌렸다.

    팔짱을 끼고 나와 예 팀장의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지켜보던 소연이가 삐죽 거렸다.

    "데리러 왔지. 약속했잖아? 어제는 오빠가 고생했으니까. 오늘은 대접하려고. 근데 그게 아닌가 봐?"

    "당연히 아니죠. 언니. 근데 우리 어장 관리 당한 거예요? 우리가?"

    "무슨 헛소리야? 니들이 언제 내 어장에나 들어왔다고. 아니, 내가 어장이 어딨다고. 아무튼 알았고. 당신은 왜 왔냐니까?"

    나는 소연이와 현아가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기 전에 말을 잘라 버렸다. 이어 리아를 바라보며 너는 또 왜 왔냐는 얼굴로 물었다.

    리아는 세 여자와 달리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표정을 통해 사적인 일로 찾아오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진 그녀의 담담한 목소리를 통해 그것은 확신으로 변했다.

    "계약을 이행하려고요.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닌 거 같은데. 약속 끝나면 연락주세요. 오늘부터 바빠지실 테니까요."

    "음. 오케이. 그럼 그렇게 하고."

    리아의 말을 듣자마자 몸이 근질거렸다. 새로운 몽마가 나타난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바빠질 이유가 없었다.

    나는 돈 많은 백수니까.

    다시 예 팀장을 향해 고개를 돌린 나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양해를 구했다.

    "미안해요, 예 팀장님. 내가 지금 약속이 있어서요. 정기 보고는 다음에 했으면 하는데. 괜찮겠어요?"

    "물론입니다. 고객님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게 저희 회사인데요. 아무 걱정 마시고 다녀오세요. 다음 스케줄을 잡은 뒤에 다시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아, 문자를 드려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하셨죠?"

    "에이, 미안해요. 왜 그래요? 오늘따라 이상하게. 아무튼 일정 정해지면 문자 남겨줘요. 전화를 바로 못 받아도 문자는 꼭 확인할 테니까."

    조금 당황스러웠던 상황을 어떻게 잘 수습한 것 같았다.

    나는 예 팀장을 차까지 바래다주었고, 그 사이 리아는 자취를 감추었다.

    쿨해서 좋네.

    시원시원한 리아의 행동에 그녀에 대한 친밀도가 1 올라갔다. 대신 소연이와 현아에 대한 친밀도가 1 떨어졌다.

    "오빠? 저 여자들 누구야? 설마 썸?"

    "아까 무서운 언니는 그냥 직원 같던데요? 근데 백인 여자는 누구에요? 소연 언니 말대로 썸?"

    "썸은 무슨 썸. 그냥 정보원이야. 서로 주고받는 게 확실한 계약 당사자."

    괜한 오해는 사양하고 싶었다.

    딱 잘라 아니라고 했지만, 두 여자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특히 현아의 눈빛이 의심으로 가득했다.

    "잤어요?"

    "자긴 뭘자? 지금 나 놀리냐? 내 상태 몰라?"

    나도 모르게 살짝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내 역정에 현아가 살짝 수긍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내가 불능임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통했나?

    살짝 안심하는 사이 불의의 일격이 날아왔다. 일격을 날린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소연이었다. 그녀는 더욱 미심쩍은 얼굴로 나를 쏘아 보았다.

    "잤네. 했지?"

    "너까지 왜 그래? 아니, 하든 말든 그게 무슨 큰 문제라도 돼?"

    "했구나. 했어."

    "어떻게 했지? 아항! 우리처럼 결투로 했구나? 으이그!"

    소연이의 확신에 이어 현아의 능청이 날아왔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지만 딱히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맘대로 생각하세요. 근데 안 늦었어? 11시까지라며? 그래서 일찍 나왔는데."

    "어? 엄마! 어떡해! 언니 늦었어요!"

    "됐어. 어차피 소 실장이 오빠한테 뭐라고 하겠니?"

    "아하! 그럼 천천히 가요. 아니면 어디 잠깐 들렸다가 갈까요?"

    그래. 마음대로 해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차피 남자는 여자를 말로 이길 수 없었다. 남자의 무기는 따로 있었다.

    다행히 소연이와 현아도 더 이상 나를 놀릴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단지 두 여자가 서운해 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나는 소연이와 현아를 위로하지 않았다. 아니, 위로해서는 아니 됐다. 기껏 정립한 관계를 무너트리는 일은 없어야했다.

    그것이 내게 바라는 일이었다.

    ***

    다행히 약속 시간에 늦지는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예전에 예 팀장을 만났던 고급스러운 술집 계단을 내려가며 나도 모르게 쓴 웃음을 흘렸다.

    "대낮부터 술집이라. 그것도 텐프로에."

    "뭐 어때? 노는데 밤낮 있나? 그리고 지금은 놀러가는 게 아니잖아?"

    "맞아요. 아무튼 오빠 화이팅! 그 계집에 제대로 눌러줘야 해요?"

    "하아……."

    당분간 현아와 거리를 둬야하지 싶었다.

    쟤는 백치미가 아니라, 그냥 생각이 없는 거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현아의 언변을 뒤로한 채 나와 두 여자는 유리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소 실장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다가오며 나를 맞이했다.

    "박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다시 들러 주실 줄 알았는데, 한 번도 오시지 않아서 내심 서운했던 참입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 같으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마세요."

    "하하! 그렇습니까. 그래도 어려운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이쪽으로."

    분위기는 썩 나쁘지 않았다.

    서로 농담을 섞어가며 대화를 나누다보니 금세 VIP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널찍한 룸은 다른 룸과 조금 달랐다. 반주 기기나 조명, 소파와 테이블이 있는 것까지는 같았다. 다만 소파는 누워도 편할 정도로 길고 넓었고, 테이블은 조금 높은 편이었다. 게다가 작은 문이 두 개 달려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근데 술집 테이블에 원래 식탁보 같은 걸 깔아 놓나?

    술집이라는 곳에 갈 일이 없다보니 보통 이런 모습인지 알 수 없었다.

    의문은 의문이었다.

    나는 소 실장이 안내한 상석에 앉았고, 소연이와 현아가 오랜만에 현역 때 기분을 내며 내 양 옆으로 찰싹 달라붙었다. 그녀들의 행동에 소 실장이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내 오른쪽에 앉은 소 실장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양해를 구해왔다.

    "우선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다혜가 조금 늦을 것 같습니다."

    "하여튼 그 계집애. 시간 약속은 똥꾸녕에 처박았다니까?"

    "맞아요, 언니! 재수 없는 계집애!"

    현아가 씩씩거리며 허공에 주먹질을 해댔다. 정말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시기적절하게 끼어드는 소 실장 덕분에 분위기가 삭막해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거 부탁을 해 놓고 기다리게 해서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이렇게 모셔 놓고 아무 대접을 안 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딱히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고. 더욱 낮술은. 사양하고 싶네요. 게다가 해야 할 일도 남았고."

    "그러십니까?"

    "예. 아무튼 그 여자가 오면 바로 시작할 수 있게 해주세요. 얼른 끝내고 싶네요."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쉬고 계십시오."

    내 자신감을 읽은 소 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가볍게 목례를 하고 룸을 나섰다.

    소 실장이 사라지기 무섭게 소연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하여튼 저 사람. 정이 안가."

    "무서운 게 아니구요?"

    "무섭다니? 날 뭘로 보고!"

    "알았어요. 왜 화는 내고 그래요? 이상한 언니야."

    "그만 좀 싸워라. 같이 동거한다면서? 집에서도 이렇게 싸워?"

    내 핀잔에 현아가 슬쩍 내 팔뚝에 가슴을 밀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싸우긴 누가 싸웠다고 그래요? 나 안 싸워요. 우리 친해요. 그치 언니?"

    "친하긴 한데. 싸우긴 싸우지. 치고 박지만 않을 뿐."

    "킥! 언니. 우린 박을 수 없잖아?"

    또 시작이네. 그러고 보면 얘도 참 대단하단 말이야.

    현아의 섹드립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근데 너희들 사냥 안 가도 돼?"

    "응? 괜찮아. 그것보다 고 계집에 코가 납작해지는 거 보고 싶네."

    "나도요. 이힛! 진짜 기대 된다. 그치 언니?"

    "기대는 무슨. 니들 어젯밤 기억 안나? 딱 그 모습이겠지, 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벌써 12시네? 이건 좀 그런데…….

    너무 늦는다 싶어 상황을 알아보려고 한 순간이었다.

    드디어 VIP룸의 문이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소 실장과 한 여자가 룸 안으로 들어왔다.

    저 여자가 다혜인가? 이쁘긴 이쁘네.

    확실히 에이스가 된 이유가 있었다. 얼굴은 청순하게 생겼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다. 큰 가슴과 넓은 골반, 거리에 탄탄한 허벅지로 이어지는 라인은 섹시 그 자체였다.

    물론 소연이와 현아가 싫어하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다행이네요. 그래도 실장님은 남자네. 난 또 이상한 농팽이 같은 배불뚝이 데리고 올 줄 알았는데."

    다혜란 여자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테이블 맞은편으로 걸어온 그녀는 팔짱은 낀 채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 기분을 눈치 챘는지 소 실장이 빠르게 끼어들었다.

    "쓸데없는 소리는. 인사드려라."

    "인사는 무슨. 알았어요. 하면 되잖아요?"

    막 테이블을 불끈 솟은 엉덩이로 깔고 앉으려던 다혜는 소 실장의 서늘한 눈빛에 다시 일어나며 답했다.

    다시 나를 바라보고 선 다혜가 고개만 까딱거리며 인사를 해왔다. 물론 그 와중에도 그녀는 팔짱을 풀지 않았다.

    "다혜에요."

    "하! 우리 오빠가 니 손님이니? 이게 어디서 가명질이야?"

    "오빠? 저 아저씨가 언니 오빠에요?"

    본명이 아니라 가명을 대는 다혜의 행동을 건방지다 느꼈는지 소연이가 벌떡 일어나며 발끈했다. 다혜는 그런 소연이를 향해 비웃음을 날렸고, 이번에는 현아가 발끈하려고 했다.

    나는 서둘러 두 여자의 손목을 잡아 다시 자리에 앉히며 고개를 저었다.

    "왜 열을 내? 어차피 5분 뒤면 더 볼일 없는 사람이야. 가명이면 어때. 아무튼 이제 시작할 수 있겠네."

    "오빠는 화도 안나? 저 계집에서 한 시간이나 늦게 와놓고 저러는데?"

    "화가 왜 나? 나랑 상관도 없는 여잔데. 됐어.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 낭비하면 나만 피곤해."

    다혜든 뭐든 내가 알 바 아니다.

    내 말에 숨은 뜻을 알아차린 소연이와 현아가 힘을 풀었다. 그녀들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소 실장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나도 쓸데없는 대화나 나눌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다혜라는 여자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실장님.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지금이라도 싫으면 위약금을 물고 떠나면 돼. 아니면 저 분과 싸워서 이기든가."

    "알았어요. 그리고 현욱 오빠한테는 비밀인거 아시죠?"

    "내 입으로 오늘 일에 대해 말하는 일은 없을 거다."

    소 실장의 확답을 듣고 안심한 다혜가 핸드백을 소파 위에 툭 던지며 테이블 위에 다리를 올리더니 스타킹을 벗기 시작했다.

    "진짜 별일이네요. 내 몸값이랑 실장님 자존심 값이랑 같은 날이 올 줄은 몰랐네요. 근데 그쪽. 준비 안 해요?"

    혼자 떠들고 혼자 성내던 다혜가 엄한 내게 성질을 부렸다.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지는 않았다. 눈앞의 여자와 죽어도 동급으로 취급받긴 싫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테이블 밖으로 걸어가며 지나가듯 말했다.

    "지금까지 떠든 건 내가 아닌데?"

    "풉!"

    "푸하하! 오빠! 짱! 짱짱맨!"

    소연이와 현아가 내 말에 폭소했다. 소 실장이 작게나마 미소 짓는 게 보였다. 물론 다혜는 분노의 눈빛으로 나를 죽일 듯 쏘아 보았지만.

    테이블을 나온 나는 다혜의 시선을 무시한 채 멀뚱히 서 있는 소 실장을 바라보았다. 나가라는 듯이었다. 남들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뭐, 녹화 안하기로 했다니. 믿어야지.

    내 시선의 의미를 알아차린 소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연이와 현아를 향해 말했다.

    "자, 우리는 이만 나가지."

    "왜요? 그냥 보고 싶은데."

    "어차피 금방 끝날 텐데. 그냥 봐요. 오빠. 우리 봐도 되죠?"

    "마음대로 해라. 언제는 안 그랬냐."'

    현아의 애교 섞인 요청에 나는 피식 웃으며 손을 휘적거렸다.

    다혜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와 두 여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녀 입장에서는 그럴 만 했다. 아마 무시당해도 제대로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았다.

    그러든지, 말든지.

    다혜보다 늦게 옷을 벗었음에도 먼저 알몸이 된 나는 아직도 나와 두 여자를 향해 시선을 두고 있는 다혜를 향해 심드렁하게 말했다. 물론 시선은 그녀를 향해 두지 않았다. 내 시선은 소파 위에 치워 놓은 스마트폰에 닿아 있었다.

    "얼른 시작합시다. 시간도 없는데."

    팔목을 검지와 중지로 툭툭 치며 말하자, 다혜의 얼굴이 더욱 불어졌다. 이젠 어이없는 정도가 아니라 화가 난 것 같았다.

    "비싼 척은."

    다혜는 작게 말했지만 누구나 다 들을 정도로 룸 안은 조용했다.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소연이와 현아도 마찬가지였다. 다혜가 뭐라 해도 승패는 이미 결정된 상황이었다.

    이내 알몸으로 변한 다혜가 코웃음을 치며 테이블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내가 진짜 별 짓을 다해보네."

    "아까도 말했지만……."

    "됐어요. 누가 뭐래요?"

    지가 뭐라 해놓고선.

    안하무인인 다혜의 행동에 나도 슬슬 짜증이 났다. 웬만하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가관이었다.

    그때 다혜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대놓고 지으며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뭐해요? 안 해요? 바쁘다면서요?"'

    "하. 합시다. 체위는 어떻게 해줄까요? 원하는 대로 해드릴 테니까."

    "됐어요. 그냥 아저씨 꼴리는 대로 하세요. 난 상관없으니까."

    불만의 생활화를 몸으로 보여주는 다혜였다.

    괜히 호기심에 왔다가 무슨 봉변인가 싶었다. 아니, 솔직히 공짜 경험치를 먹으러 온 거였다.

    설마 쟤들보다 레벨이 낮은 건 아니겠지?

    얼른 경험치를 먹고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굳이 개념 없는 여자를 상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빠르게 걸어가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다혜의 앞에 섰다.

    "결투 신청."

    "받아요."

    서로의 의사 표시가 끝나기 무섭게 보스의 안내가 이어졌다.

    당연히 우선 공격권은 내 차지였다.

    내가 자신보다 레벨이 높다는 걸 그제야 깨달은 다혜가 두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말도 안 돼!"

    "돼요. 그럼 넣습니다."

    담담한 내 대답에 다혜가 더욱 격렬하게 손을 흔들며 상체를 일으켰다.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이미 내 우악한 손에 무릎이 잡힌 이상 도망칠 곳은 없었다.

    손아귀에 더욱 힘을 주며 나는 그대로 허리를 앞으로 밀었다.

    "자, 잠깐만!"

    "그럼 실례합니다."

    다혜가 양손바닥으로 내 가슴을 밀어내려고 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었다.

    당연히 무시했다.

    나는 표정 없이 다혜의 무릎을 잡아 벌렸다. 그녀의 잘 정리된 음부가 내 눈앞에 드러났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속살을 엑스칼리버로 갈라 버렸다.

    푸욱!

    "하지 말……어헉! 끄르르……!"

    크리티컬도, 더블 어택도. 아무것도 터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혜는 내 일격을 버티지 못했다.

    보스가 판정을 내리며 결투는 시작과 동시에 끝나 버렸다.

    별거 없네.

    나는 금세 힘을 잃는 엑스칼리버를 미련 없이 뽑아냈다. 언제 준비했는지 소연이와 현아가 쪼르르 달려와 물수건으로 내 물건을 닦아 주었다. 순간 픽 웃음이 흘러 나왔다.

    웃음도 잠시 나는 놀라운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촤아아악!

    "꺅! 뭐야?"

    "어머! 어머! 어머어머!"

    정성스레 내 물건을 닦고 있던 소연이가 갑자기 튀어 나온 물줄기를 뒤집어쓰고 말았다. 다행히 옆으로 비켜 앉아 있던 현아는 피할 수 있었다. 물줄기의 정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물론 그 바람은 이어지지 않았다.

    "진짜 질질 싸게 만들었어! 역시 오빠 짱!"

    현아의 주둥아리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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