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77화 (77/200)
  • <-- Black Whip -->

    공격에 대한 갈망이 크다보니 솔직히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일단 활력이 남아 있어야 공격이든 뭐든 할 수 있었다.

    소리 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는 공격을 포기했다. 아니, 잠시 뒤로 미뤘다.

    ['하얀 물약'을 사용하여 '활력 800'을 회복합니다.]

    총 1,009의 활력을 회복하며 1,884의 활력을 확보했다. 몽마가 무슨 공격을 또 할지 몰랐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다. 공격을 했는데도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는 건 그만큼 강한 기술이라는 걸 의미했고, 그것은 곧 방금 채찍질보다 강한 기술이 날아올 확률이 낮다는 말이었다.

    거칠게 호흡하던 검은 채찍이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안정을 되찾은 그녀는 공격권을 부여받자마자 사용하려했다. 아무래도 살짝 화가 난 기색이 느껴졌다.

    "반항해봤자, 소용없다. 네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을 테니!"

    "뭐래? 닥치고 시작하지?"

    내 입은 내가 생각해도 대단했다. 주눅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내가 한 마디 할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는 검은 채찍의 모습에 묘한 쾌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를 뿌드득 갈며 검은 채찍이 다시 내 아랫배 근처로 걸어와 자리를 잡았다. 아무래도 아까 전에 실패한 공격을 다시 시도하려는 모양이었다. 살아있는 존재는 뭐가 됐든 자존심이란 게 있는 듯 싶었다.

    채찍질은 화풀이였나? 썩을.

    물론 완전히 똑같은 공격은 아니었다. 이전처럼 천천히 나를 약 올리듯 움직이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린 검은 채찍은 단숨에 스쿼드 하듯이 엉덩이를 내리며 내 엑스칼리버를 집어 삼켰다. 아니, 집어 삼키려고 했지만…….

    미끄덩!

    똑같은 공격은 똑같은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이런!"

    "으윽!"

    이번에도 나와 몽마의 입에서 서로 다른 소리가 터졌다. 당황한 신음의 주인은 검은 채찍이었고, 살짝 고통스런 신음은 나였다. 회피에 성공했지만 고통과 데미지는 별개였다.

    빌어먹을 년! 미스 떴으면 그냥 깔끔하게 포기할 것이지!

    내가 신음을 토한 이유는 간단했다. 검은 채찍은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엑스칼리버를 머금으려고 시도했다. 물론 결국 실패했지만, 그 때문에 엑스칼리버가 살짝 휘고 말았다. 빳빳하게 선 물건이 휘면 아픈 게 당연했다.

    또 다시 공격에 실패한 검은 채찍이 허망한 눈으로 고개를 살짝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도 고개를 들었다. 물론 밤하늘 따위를 볼 감수성은 조금도 없었다. 활활 타오르는 내 눈은 몽마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몽마를 노려보는 내 눈빛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네 년도 한 번 당해 봐라!

    검은 채찍이 넋 놓고 있을 때 나는 팔을 뻗었다. 내 팔은 마수였다. 그녀의 탄탄한 허벅지를 갈고리처럼 휘어감은 나는 그대로 아래로 끌어 당겼다.

    "자, 그럼 이젠 내 차례지?"

    "잠, 잠깐……으흑!"

    내 이죽거림에 뒤늦게 검은 채찍이 정신을 차렸다. 그런다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큰 힘을 가진 몽마라도 보스의 규칙을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드디어 엑스칼리버가 처음으로 이빨을 드러냈다.

    푸욱!

    "흑!"

    나는 그대로 허리를 밀어 넣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검은 채찍의 짧지만 신음 소리에 사라진 자신감이 타올랐다. 나는 더욱 거칠게 허리를 튕겼고, 그때마다 몽마의 속살과 내 물건이 마찰하며 내는 야릇한 소리가 명동을 두드렸다.

    철썩, 철썩!

    본능적으로 내 공격이 끝났다는 걸 알았지만 나는 허리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가 없었다. 몽마의 속살은 내 물건을 와락 끌어안은 채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늪.

    몽마의 속살은 끝없이 빠져드는 늪이었다.

    이대로 잡아먹히나 싶었던 그때 보스의 판결이 떨어졌다.

    ['검은 채찍'에게 23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검은 채찍'에게 239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검은 채찍'에게 245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오예! 나이스! 더블 어택까지!

    생각보다 늪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했다.

    보스의 메시지 덕분에 정신을 차린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성공이었다. 버프 빨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한 번에 700이 넘는 피해를 줬다는 것에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만약 순수 속도를 50까지 올렸다면, 누적 데미지가 4자리가 될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나도 사람이다 보니 욕심이 끝이 없는 것 같았다.

    어쨌든 나쁘지 않았다. 잘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치명타가 안 터졌네? 60%면 좀 터질 만도 한데.

    의문과 아쉬움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다른 생각보다 전투에 집중해야했다. 기껏 승기가 보였는데 허망하게 놓칠 수는 없었다.

    나는 슬쩍 검은 채찍의 허벅지를 감고 있던 팔을 풀었다.

    검은 채찍은 적잖이 당황한 얼굴이었다. 내가 팔을 풀었지만 미처 인식하지 못한 듯 가만히 있었다.

    5회전이 끝나며 드디어 활력이 2천이 넘게 됐다. 그 덕분에 더욱 자신감이 충만해진 나는 비웃음과 함께 검은 채찍을 도발했다.

    "설마 이정도도 못 받아주는 건 아니겠지? 방금 전에 다 받아준다고 했던 것 같은데."

    "……꽤하는구나, 너?"

    "이정도면 꽤 하는 건가?"

    "후! 아무래도 좋아. 이젠 내 차롄가? 기대하렴!"

    정신을 차린 검은 채찍의 눈빛이 달라졌다.

    설마 또 채찍을 휘두르는 건 아니겠지? 이럼 안 되는데. 젠장!

    순간 저 무식한 채찍을 휘두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괜히 도발했나 싶기도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또각, 또각.

    검은 채찍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몸을 다리 사이에 두고 걸어왔다. 내 얼굴 위까지 걸어오고 나서야 그녀가 멈췄다. 자연스레 그녀의 음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핑크, 핑크. 핑크!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검은 채찍의 몸매가 더욱 굉장해 보였다. 길게 뻗은 다리는 물론이고 가느다란 허리와 풍만한 가슴. 거기에 깨끗한 음부까지 한 눈에 내 눈에 들어왔다

    "그럼 벌리렴. 이 새끼야!"

    "끝내준……뭐라고?"

    욕은 나만 하는 게 아니었다. 몽마도 욕을 했다. 딱 보니 한두 번 해본 게 아니었다.

    찰지게 욕설을 씹어 뱉은 검은 채찍이 내 머리 위에 주저앉았다. 나도 모르게 놀라 살짝 입을 벌리고 있던 나는 그대로 그녀의 엉덩이에 깔려야했다. 순간 숨을 쉬기 힘들어졌고, 내 얼굴이 빠르게 달아올랐다.

    "읍! 으읍!"

    "혀를 내밀어! 그리고 찔러! 네 놈은 수컷도 아닌가!"

    뭐 이런 게 다 있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과 상관없이 검은 채찍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아니, 거칠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엉덩이를 내 얼굴에 마구 비비며 간간히 교성을 터트렸다.

    "하으! 하!"

    지랄하네.

    내 감정은 메말랐다. 검은 채찍이 하는 행동은 그냥 지랄이었다. 내 코가 그녀의 엉덩이에 짓이겨지고, 내 입술이 그녀의 음부에 막힌다고 해서 생각이 변하는 일은 없었다.

    ['검은 채찍'에게 624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이윽고 보스가 방금 공격에 대한 판정을 내렸다. 분명 엄청난 데미지였다. 다만 더 이상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어차피 209를 빼면 400좀 넘는 거니까.

    매회전이 끝날 때마다 내 활력은 209씩 차곡차곡 쌓였다. 그것을 포함하니 처음처럼 심각해질 이유가 없었다.

    1,500가까이 남은 활력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반격을 시작했다.

    찰싹! 철썩!

    이번에도 검은 채찍의 허벅지를 두 팔로 붙잡고 거칠게 허리를 치댔다. 운 좋게 3번의 공격이 터지며 707의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내게로 승산이 기울기 시작했다.

    퍽퍽! 퍼억!

    찰싹! 철썩!

    대화는 없었다. 이미 불이 붙었다. 나와 몽마는 서로 누가 더 오래 버티나 내기를 하는 것처럼 쉴 새 없이 공격을 받았고, 또한 공격을 했다.

    [방어에 성공합니다.]

    ['검은 채찍'에게 654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검은 채찍'에게 218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검은 채찍'에게 227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검은 채찍'에게 514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검은 채찍'에게 230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검은 채찍'에게 238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검은 채찍'에게 243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득도 있고, 실도 있었다.

    중간에 한 번 검은 채찍의 공격을 방어했지만, 그 다음 회전에서 추가 삽입이 터지지 않았다.

    어찌됐건 나는 추가 물약 사용 없이 9회전 공격까지 버텨낼 수 있었다. 활력을 확인해 보니 928이 남아 있었다. 209의 활력 회복까지 생각해 보면 이번 물약을 먹지 않고 버티는 게 가능해 보였다.

    조금 위험해 보이지만. 쟤도 꽤 많이 지쳤으니까.

    검은 채찍은 연이의 공방에 많이 지친 것인지. 아니면 활력이 많이 깎인 것인지 숨이 거칠었다. 얼굴도 이미 불그스름하게 상기된 상태였다. 채찍질을 하고 힘들어했던 걸 고려하면 또 다시 채찍질을 날릴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최소한 가능성은 많이 낮아 보였다.

    문제는 나지. 버프가 끝나서 공격 횟수도, 데미지도 깎였으니까.

    검은 채찍이 지친만큼 나도 지쳤다고 할 수 있었다. 처음 전투를 시작하며 사용했던 광속 자지술과 성기 강화의 효과가 끝난 상태였다. 이제는 많아봐야 2번의 연타가 최고였고, 더구나 근력이 줄었으니 데미지도 처음보다 약해질 게 분명했다.

    공격할까? 아니면 더 장기전으로 밀고 나갈까?

    어김없이 이번에도 고민이 찾아왔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일단 쉬어가는 게 맞았다. 다만 힘든 기색이 역력한 검은 채찍의 얼굴을 보면 또 그렇지 않았다. 말 그대로 몽마는 툭 치면 그대로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하자. 공격 하자. 아니면 다음 턴에 물약 빨지, 뭐.

    때론 간단한 게 좋았다.

    나는 더 이상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 대신 검은 채찍의 허벅지를 팔로 붙잡았다. 몽마가 몸을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끝이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엑스칼리버가 내 본능이 시키는 대로 힘차게 하늘 위로 솟구쳤다.

    철썩! 철썩! 철썩!

    "아아! 아아아! 아아아악……!"

    좋아! 됐어!

    잘게 몸을 떨며 기나긴 비명을 지르는 검은 채찍의 모습에 나는 확신했다. 이번 전투 이겼다. 아직 보스의 판정이 떨어지지도 않았지만, 이것으로 전투가 끝날 것 같았다.

    이윽고 미리 승리의 쾌감을 맛보고 있는 내게 보스가 판정을 알렸다.

    ['검은 채찍'에게 153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검은 채찍'에게 156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검은 채찍'에게 15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아씨!"

    육성으로 터졌다. 3번의 공격이 모두 민뎀이 터지고 말았다. 더 이상 주름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살짝 마음이 불안해진 그때였다.

    보스의 가랑이가 더욱 벌어지며 폭포수가 내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촤아아악……!

    ['검은 채찍'이 절정에 올랐습니다.]

    ['18,000 경험'을 획득합니다.]

    [음격이 두 단계 상승합니다.]

    ['능력의 책 1개'를 획득합니다.]

    ['기술의 책 1개'를 획득합니다.]

    ['검은 채찍의 상징 1개'를 획득합니다.]

    [칭호 '모험가'를 획득합니다.]

    [업적 '흑편 절단'을 획득합니다.]

    [평민 계급 봉인을 해제합니다.]

    장마철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물처럼 수많은 메시지가 떨어졌다. 그제야 나는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짜릿한 성취감에 나도 모르게 불끈 주먹을 쥐었다.

    "이겼어! 이겼다고!"

    경험치를 제외하면 다 확인해 봐야 할 보상이었다. 아쉽지만 지금 당장 보상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오싹!

    언제 사람들이…….

    어느새 새벽에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과 새벽까지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이 대동단결해서 나를 둘러치고 있었다.

    짜릿한 승리의 쾌감을 억지로 갈무리한 나는 서둘러 너부러져있는 내 옷을 주워 입었다.

    젠장! 이게 무슨 꼴이야! 대로에서 알몸 스트립쇼라니.

    도저히 내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어쨌든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했다.

    내가 막 옷을 다 입었을 무렵 여기저기서 번쩍이는 빛이 터졌다. 내 초상권 따위를 무시한 사람들의 휴대폰에 내 모습이 찍혔다. 다행히 꼴사나운 모습은 피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얼른 챙겨 놓았던 마스크부터 썼다. 마스크를 쓰자마자 나는 다시 주머니를 뒤졌다. 이윽고 선글라스와 모자까지 쓰니 어느 정도 안심이 됐다.

    그나저나 이 여자는 뭐야? 왜 안 와?

    분명 검은 채찍을 사냥하기 전 리아는 자신 있는 얼굴로 탈출 루트를 확보해 놓았다고 말했었다. 그랬던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반짝이는 플래시 말고는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부르릉!

    "헤이!"

    그때 내 등 뒤에서 우렁찬 오토바이 엔진 소리와 함께 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람소리를 내며 몸을 돌리자, 나를 향해 맹렬히 달려오는 오토바이 두 대가 눈에 들어왔다. 두 대의 오토바이 중 한 대에는 리아가 타고 있었다. 물론 운전은 검은 헬멧을 쓴 남자가 하고 있었다.

    저거구나!

    그제야 리아가 자신만만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녀는 낮에 미리 오토바이는 물론이고, 드라이버까지 대기해 놓은 듯 했다.

    하긴, 내가 오토바이를 몰 줄 안다고 해도. 그냥 취미 수준이니까. 애초에 그것도 확실하지 않았고.

    내가 흡족한 미소를 짓는 순간 바람을 가르며 달려온 두 대의 오토바이가 내 앞에 뾰족한 비명을 지르며 멈췄다.

    끼이익!

    "어서 타요! 헬멧 쓰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나는 리아가 넘겨주는 검은 헬멧을 머리에 썼다. 물론 선글라스를 벗는 걸 까먹는 일은 없었다.

    헬멧을 쓴 나는 서둘러 비어있는 뒷자리에 올랐다.

    부와앙!

    그 순간 오토바이가 사람들의 시선을 가르며 도로를 내달렸다.

    시원한 바람만큼이나 가슴이 뻥 뚫렸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