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ack Whip -->
***
또각, 또각.
도발에 걸려든 검은 채찍이 천천히 걸어왔다.
두 다리로 내 몸을 가둔 검은 채찍이 서서히 오금을 굽혔다. 이내 그녀의 무릎이 직각이 됐을 때, 하늘로 솟은 엑스칼리버가 축축해졌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 짜주마!"
"까고 있네. 내가 젖소냐? 쥐어짜……커억!"
검은 채찍의 선전 포고를 나름 멋지게 받아치는 그 순간이었다.
내 몸이 꿈틀거렸다.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검은 채찍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당연히 내 물건은 그녀의 몸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아니, 빨려 들어갔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마치 블랙홀에 내 자지가 끌려간 착각이 들었다.
순간 엄청난 압박감과 뜨거움이 느껴졌다. 머리가 새하얗게 타버리는 것 같은 쾌감. 아니, 고통이었다. 엑스칼리버가 용광로에 떨어진 것처럼 점점 뜨거워졌다. 이대로 정말 엑스칼리버가 녹아 버릴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다행히 엑스칼리버는 녹아 없어지지 않았다.
['검은 채찍'에게 532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커억! 캑!"
헐, 씨발.
사래인지 신음인지 모를 비명이 튀어 나왔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데미지였다. 마음 같아서는 쌍욕을 내뱉고 싶었지만, 고통에 마비된 입술은 내 뜻을 따라주지 않았다.
전체 활력의 20%.
한 마디로 방금과 같은 단순한 공격 5번이면 내 활력이 다 날아간다는 의미였다.
감출 수 없는 당혹이 내 눈빛에 어렸다.
검은 채찍이 천천히 굽혔던 무릎을 펴며 조소를 머금었다.
방금 전이라면 욱해서 뭐라고 쏘아붙였겠지만, 그럴 기운조차 없었다. 정말 상황이 좋지 않았다.
어쩌지? 그냥 평타로만 공격해야하나? 물약을 빨면서? 아니면 어떻게든 버텨?
공격권을 가졌음에도 나는 쉽사리 공격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렇다고 해가 뜰 때까지 고민만 할 수는 없었다.
이윽고 나는 단호한 얼굴로 결정을 내렸다.
요리는 패스하자. 하지만…….
['사기꾼의 부적'을 사용합니다.]
[1회 전투에 한해서 획득 경험이 2배로 증가합니다.]
까짓것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패자의 증표도 있었다. 올 스탯 10짜리 업적이 아까웠지만, 업적 하나 사라진다고 당장 무슨 큰일이 나는 건 아니었다.
이제 두 턴만 더 참으면. 아니, 버티면 되나?
두 가지 요리를 포기한 덕분에 부담을 한결 덜었다. 앞으로 성기 강화와 광속 자지술만 사용하면 반격할 생각이었다. 물론 물약을 한 번 빨아줘야 할 것 같기도 했다.
경험치 2배 부적을 사용하자마자 그대로 1회전이 종료됐다.
그러고 보니 활력 회복으로 209나 오르네?
활력 회복 스킬은 단순히 내 활력만 올려준 게 아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채워주었다. 바로 빠르게 사라지던 내 자신감이었다.
2회전이 시작되기 무섭게 다시 공격권을 갖게 된 검은 채찍이 붉디붉은 혀로 입술을 핥았다.
"어디 이쪽은 얼마나 쓸 만한지 볼까?"
검은 채찍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눈앞에 검은 혓바닥이 나타났다. 허공에 나타난 검은 혓바닥은 총 10개였다. 열 개의 검은 혓바닥은 이내 내 몸 여기저기를 향해 날아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혓바닥은 내 귀를 시작으로 입술, 목에 연달아 달라붙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내 젖꼭지와 옆구리를 핥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 물건과 항문에 발가락까지 검은 혓바닥의 끈적끈적한 공격이 이어졌다.
"허억! 헉!"
연이어 숨넘어가는 소리가 내 입에서 터졌다. 수십 명의 여자에게 희롱당하는 느낌이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보스가 정한 정당한 공격이다 보니 그럴 수도 없었다.
햘짝, 햘짝.
츄릅, 츄릅.
야릇한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때마다 내 몸을 벼락 맞은 돼지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이미 손가락과 발가락은 잔뜩 오그라들어 없어지기 직전이었다.
"흐응, 꽤 버티는 걸?"
"씨……억, 헙!"
나도 모르게 또 다시 쌍욕이 튀어 나왔지만, 집요하게 내 입안을 침범하는 검은 혓바닥 1호로 인해 중간에 끊기고 말았다.
다행히 말은 끊겼지만, 이성까지 끊어진 건 아니었다.
이윽고 10개의 검은 혓바닥은 공격을 끝내고 자취를 감췄다. 다만 내 몸 구석구석 남아 있는 침이 방금 공격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해 주었다. 아직까지 남아 찌릿찌릿한 감각은 덤이었다.
['검은 채찍'에게 636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이걸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분명 데미지가 굉장했다. 다만 첫 번째 공격에 비해 엄청난 쾌감과 비교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했다.
버틸 수 있다.
내게는 아직 많은 물약이 남아 있었다. 이정도 공격만 들어온다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살짝 물약을 먹을까 하는 고민이 있기도 했지만 이왕 과감해진 거 끝까지 과감해지기로 했다.
광속 자지술!
['삽입 공격 회수'가 1회 증가합니다.]
"으윽!"
분명 내가 기술을 사용했다. 그런데 내가 아팠다.
히벌. 자지 끝에 불난 거 같네.
성기 끝에 용암이 떨어진 것처럼 뜨거웠지만, 다행히 그 고통어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언제 뜨거웠냐는 듯 내 물건은 시원해졌다. 기분 좋은 시원함이 꼭 서울에서 부산까지 오줌을 참았다가 싸는 느낌이었다.
썩 나쁘지 않은 뻐근함을 살짝 즐기고 있을 때였다.
검은 채찍의 무릎이 또 다시 직각이 됐다. 그녀의 속살에 엑스칼리버가 먹히기 직전이었지만, 그녀는 급하게 굴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롭게 행동했다.
잠시 뜸을 들인 검은 채찍이 허리를 맷돌처럼 돌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음순과 내 귀두가 붓과 화선지처럼 어울렸다. 그때마다 야릇한 소리가 내 가슴을 타고 귀로 올라왔다.
찌걱, 찌걱.
"넣고 싶니?"
말하면 지는 거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대로 검은 채찍이 의도하는 대로 끌려가기 싫었다. 손등에 핏줄이 튀어 나올 정도로 주먹을 꽉 쥐며 어떻게든 참으려 노력했다.
내 성정이 갸륵했을까.
검은 채찍이 더 이상 허리를 돌리지 않았다.
그 대신 엉덩이를 내렸다.
나와 몽마의 희비가 엇갈린 건 바로 그때였다.
미끌!
[방어에 성공합니다.]
"그럼……어?"
"후……."
회피가 터졌다.
검은 채찍의 공격이 실패했다. 검은 채찍의 입에서 당혹스런 탄성이, 내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차례로 흘렀다.
솔직히 아쉬운 감도 없지 않았다. 몽마의 쫀득한 속살이 주는 쾌감은 그만큼 중독성 있었다.
아니, 아니지. 일단 살고 봐야지. 정신 차리자. 박고영!
비록 펫을 소환하지 않아 펫의 서포트는 받을 수 없었지만, 추가 효과는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 덕분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게 확실했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비록 낮은 확률이라지만 펫을 소환하면 방금 같은 예상치 못한 소득이 있을 수도 있었다. 다만 그럴 수 없었다. 몽마를 펫으로 끌고 다니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될 게 당연했다.
뭐, 언젠가는 펫을 진짜 펫처럼 데리고 다니는 날이 오겠지.
검은 채찍이 크게 당황한 사이 나는 차츰 심신을 안정시켰다. 미칠 듯이 요동치던 심장은 더 이상 없었다. 내 눈은 바람 없는 호수처럼 고요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냉정해진 나는 슬쩍 활력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1,874/2,624]
아직 활력은 충분했다. 몽마의 공격은 실패하고, 내 활력은 회복되니 당연했다. 게다가 이번 턴이 끝나면 209의 활력이 더 회복하며 2천이 넘는 활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물약은 다음에 먹어도 되겠네.
결론이 나오자 나는 지체 없이 색기 증가를 사용했다.
['근력'이 30% 증가합니다.]
['속도'가 30% 증가합니다.]
['정확'이 30% 증가합니다.]
그렇게 3회전이 끝나고, 4회전이 시작됐다.
확실히 다르네. 보스몹이라 그런가? 쉽지 않아. 쉽지가.
고작 4회전에 들어가고 있을 뿐인데 너무 피곤했다. 육체적인 피로가 아니었다. 큰 중압감에 나도 모르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았다.
게다가 요 근래 이런 장기전을 한 적이 없으니까.
애초에 나는 장기전을 해 본 경험이 그리 없었다. 그나마 튜토리얼 마지막 몽마나, 전직 시험이 가장 길었다. 그 외에는 거의 3회전 이내에 전투를 끝냈었다.
방금 삽입 공격을 보기 좋게 실패한 검은 채찍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게 보였다.
다른 공격인가?
무심한 검은 채찍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스멀스멀 긴장감이 피어났다. 내 감이 소리 없이 경고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천천히 무릎을 곧게 편 검은 채찍은 움직이지 않았다. 도무지 짐작이 안 갔다. 내 의문과 불안히 정점을 향해 가파르게 올라갔다.
기어코 두 감정이 정정에 올랐을 때.
검은 채찍의 전신에서 싸늘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죽어라, 인간!"
"뭐를 하려……썅! 미친!"
아무리 새벽의 중심이라지만 도시 한 가운데였다. 당연히 조명이 즐비했고, 시야를 확보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문제는 시야가 아니었다.
검은 채찍의 머리 위로 딱딱해 보이는 채찍이 보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는 다양한 성적 취향을 가진 존재가 있다는 것을.
쫘악! 쫘아악!
"아악! 썅! 이 미친 녀……컥! 으윽! 으아악!"
내가 검은 채찍의 의도를 눈치 챘을 때는 이미 그녀의 팔이 움직인 뒤였다. 지금까지 전투에 동원되지 않았던 채찍이 무자비하게 내 몸을 할퀴고 지나갔다. 가슴, 배, 허벅지 할 것 없이 온 몸에 붉은 선이 피어났다.
쫘악! 쫙! 쫘아악!
"감히! 감히 이 몸을!"
썅! 왜 니가 지랄인데!
희번득 치켜뜬 눈으로 미친년 춤추듯 채찍질하는 검은 채찍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역시 몽마는 악마였다. 뒤늦은 깨달음은 이번에도 늦었다.
어떻게든 채찍질을 피하려고 몸을 비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채찍 끝에 눈이라도 달린 것 같았다. 그만큼 채찍의 궤도는 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했다.
결국 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나는 최대한 몸을 웅크린 채 버텼다. 어떻게든 버텼다. 무조건 버텨야했다.
저 년을 조지고 만다! 조지고 말 거야!
이를 바득바득 갈며 인고의 시간이 흘렀다.
쫘아악……!
유난히 긴 타격음을 끝으로 검은 채찍의 공격을 빙자한 구타가 끝났다.
['검은 채찍'에게 1,208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
검은 채찍의 채찍질의 데미지가 좀 애매하게 느껴졌다. 엄청난 고통에 비하면 확실히 낮은 데미지였지만, 내 전체 활력에 비하면 절반에 달하는 데미지였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쓸데없는 생각도 잠시 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일단 버텼다는 게 중요했다. 사정하지 않은 이상 기회는 있었다.
뭐, 내가 그쪽 취향도 아니니 당연한 결과였지만.
미소 짓고 있는 나와 달리 검은 채찍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언뜻 지친 기색이 그녀의 얼굴에 묻어났다.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 내가 놓친 사실이 있는 게 확실했다.
"헉, 헉. 큭! 질기구나, 네놈."
나는 그저 웃었다. 그냥 웃음이 아니었다. 간절히 바라던 걸 얻은 아이처럼 신난 웃음이 내 입가에 가득했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내 차례네? 이 씹어 먹을 년아!"
채찍 자국이 쓰라진 와중에도 나는 몸을 일으키며 더 없이 환하게 웃었다.
반대로 검은 채찍은 내 거친 언사에 당황했는지 제대로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는 게 전부였다.
"너, 너!"
"그래, 나야. 그러니까 벌려. 아주 묵사발을 내줄테니까!"
일부러 더 상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단순히 화가 난 게 아니었다. 어떻게든 검은 채찍의 흥분도를 올리고 싶었다.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한 나는 몽마의 뒤로 돌아가 그녀의 등을 밀었다. 꿈적도 하지 않았다.
"어? 이게 왜……."
"하찮은 평민 놈이 감히! 너 따위는 내 위에 오를 수 없다!"
더욱 치욕적이라 느끼게 하기 위해 후배위를 점하려고 했지만, 검은 채찍은 안타깝게도 체위가 여성 상위 계열로 고정된 상태였다.
아씨. 타이밍 지랄 같네. 진짜 드럽고 치사해서 기승위 수련을 배우고 만다!
순간 활활 타올랐던 기세가 툭 끊어졌다.
다행인 점도 있었다. 살짝 흥분한 탓에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내 활력 상황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머릿속으로 활력을 확인하는 순간 내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875/2,624]
헐, 내 피.
2천의 활력이 날아갔다. 두 가지 기술의 효과가 이어지는 시간이 5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건 고민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아니, 고민해서는 안 되는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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