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71화 (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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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했다.

    나와 리아 사이에 있는 것은 적막뿐이었다. 사냥을 나서며 대문 앞을 지키고 있는 리아를 철저히 무시했다. 그녀에게 의미 없는 인사 한 마디조차 건네지 않았다.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리아는 묵묵히 나를 뒤 따랐다.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녀는 악착같이 따라왔다. 그녀를 태운 택시 기사의 운전 솜씨가 꽤 좋은 듯 싶었다.

    물론 소득은 없었겠지만.

    내가 사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고 해서 리아가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그녀의 눈에 나는 가볍게 몽마의 몸을 만지면 몽마를 지워버리는 초능력자로 보일 뿐이었다.

    뭐, 처음에는 좀 성가셨지만. 거기까지였지.

    사냥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리아의 존재를 말 그대로 잊어 버렸다.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진짜 없는 것 같았다. 덕분에 사냥하면서 딱히 불편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중간에 브런치 카페에 들러 쉬는 걸 제외하고 계속 사냥에 전념했다. 덕분에 한창 태양이 뜨거울 때 사냥을 끝내고 시원한 카페에서 쉴 수 있었다. 사냥 페이스만 보면 훨씬 좋다고 할 수 있었다.

    그저 소득이 썩 만족스럽지 않아서 기운이 빠졌을 뿐.

    "50마리 사냥했는데, 상징하나 주지 않네."

    그나마 22개의 동화가 아니었다면 무표정도 유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쉬움을 오래 가지고 있어 봤자 좋을 게 없었다. 시원한 아이스커피 속에 있는 얼음 조각을 건져 먹으며 다음 사냥을 준비했다. 이렇게 빨리 사냥을 끝낼지 몰랐기에 다음 일정을 새로 짜야했다.

    "물론 이대로 쉬는 것도 좋겠지만. 좀 아쉽단 말이지."

    마땅한 몽마를 찾지 못했지만,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다.

    오히려 상태창을 열어 보니 더욱 사냥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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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력 : 2,521/2,600

    + 정력 : 302/632

    + 경험 : 7,060/7,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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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격력 : 258

    + 마법력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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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어력 : 30

    + 항마력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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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중률 : 141

    + 회피율 :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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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도 : 61

    + 치명 증폭 : 125%

    + 치명 저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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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만 음격을 2단계나 올렸다. 10개의 스탯 포인트는 모두 속도에 투자했고, 속도의 수치는 총 45에 도달했다. 다만 여기서 15는 업적 효과였기에 삽입 공격 1회 추가 효과는 아직도 멀었다. 추가 삽입 보너스를 받기 위해서는 순수 어질이 50이어야했다.

    어쨌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4레벨. 조금만 더 업하면!

    당연히 욕심이 났고, 그 결과 내 손은 분주했다.

    분주하게 몽마를 검색하던 내 손이 이내 시무룩해졌다.

    "하아. 이거 기운 빠지네. 21렙짜리도 없다는 게 말이 돼?"

    집단으로 형성된 20레벨 이상의 몽마는 소매치기뿐이었다. 아니, 현재 서울 근처에 있는 가장 음격이 높은 몽마는 소매치기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며칠 사이 일본과 중국 관광객에까지 마수를 뻗히는 검은 채찍이 원인인 것 같았다.

    "아직은. 아직은 아니야. 일단 레벨 업 하면. 그 다음 고민해 봐야지."

    딱히 위험 징후를 포착한 건 아니었다. 단지 조금은 안전하게 가고 싶었다. 내 마음 속 안전에 대한 마지노선은 우선 공격권 확보였다.

    선공을 뺏기면 침실로 상대를 끌고 갈 수 없으니까.

    나는 죽어도 누드 웜이 되고 싶지 않았다.

    죽어도.

    ***

    카페를 나선 나는 또 다시 택시를 타고 영등포로 향했다.

    확실히 음격 20단계부터는 쉽지 않았다. 일단 사냥한 몽마의 재배치. 즉, 리젠 시간부터 늘어났다. 알려진 것과 달리 강변 터미널 소매치기는 하루가 지났음에도 리젠 되지 않았다.

    "계급이 오를수록 더 오래 걸리는 거지. 하긴, 이제 며칠 됐다고. 섣부르게 생각했어."

    아쉽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울에 몇 마리의 소매치기 몽마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영등포 역 근처에 있는 오래된 유흥가 근처에 내린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몽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조금 다른데?"

    지금까지 25마리씩 모여 있던 소매치기들과 행동이 달랐다. 5마리밖에 되지 않는 건 둘째 치고, 녀석들은 한 자리에 서있지 않았다. 몽마들은 휘적휘적 아직 화려한 밤이 찾아오지 않은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옷차림도 조금 차이가 있었다.

    엉덩이 밑살이 다 보일 정도로 짧은 핫팬츠와 몸에 착 달라붙는 티셔츠까지는 똑같았다. 다만 맨살을 드러냈던 기존의 소매치기들과 달리 눈앞의 몽마는 검은색 망사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특히 중간 중간 올이 풀려 맨살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 꽤 요염해 보였다.

    "취향이 이쪽인데 말이야."

    처음 유흥가라 사람이 많을까 걱정이 들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움직이는 몽마들이 있다 보니 거리는 한적했다. 더욱이 아직 해가 떨어지지도 않은 상태였다.

    물론 아예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어쨌든 좀비 떼는 없겠네."

    마음을 편히 먹으며 걸음을 옮겼다. 종속을 소환하지 않으면 그 효과를 지원 받을 수 없지만, 나는 굳이 종속을 소환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되도 않는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 보다는 그냥 사람들의 이목을 조금이라도 피하는 게 나았다.

    그래봤자 두 마리만 잡으면 다 알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사냥감과 접촉할 수 있었다.

    몽마와 접촉하는 순간 나와 몽마는 그대로 내 침실로 이동했다. 신기하게도 몽마는 여전히 검은색 망사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뭐, 상관없지.

    사실 옷을 다 입고 있어도 크게 상관이 없었다. 절대 삽입술은 지금까지 만능이었다. 덕분에 기술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구강 삽입이나 속옷 도둑은 이미 보조 스킬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스킬 포인트 아깝게 시리.

    반쯤 사장된 기술을 생각하니 괜히 입맛이 썼다.

    쓴맛을 달래기 위해 나는 얼른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몽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몽마를 밀어 넘어뜨리고 그대로 올라타며 자세를 잡았다. 정상위를 잡은 나는 지체 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퍼억! 콰앙!

    공격을 하는 순간 감이 왔다.

    아, 원킬이구나.

    실제로 몽마는 절정에 오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늘만 51번째였기에 딱히 감흥은 없었다.

    ['150 경험'을 획득합니다.]

    응?

    사라졌던 감정이 살아났다. 뒤늦게 떠오르는 게 있었다.

    "아! 경험치 페널티!"

    평민 계급의 경우 5레벨 이상 차이가 날 경우 경험치가 반 토막 났다. 이런 경험치 페널티는 1레벨씩 격차가 벌어질수록 더 커졌다. 6레벨 차이 때 60%, 7레벨 차이 때 70%, 그리고 10레벨 이상일 경우 경험치를 얻을 수 없었다.

    덕분에 내 계획이 꼬였다. 아니, 꼬일 뻔 했다.

    "후! 그래도 다행이네. 150이라도, 5마리면 750이니까. 아슬아슬하게 업하겠네. 다 잡으면."

    어차피 2마리를 잡으나, 5마리를 잡으나 현실 시간으로는 얼마 차이가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레벨업 유무였다. 오늘 하느냐, 못하느냐.

    어느새 현실로 돌아온 나는 걸음을 서둘렀다. 지나가는 사람이 적다고는 해도 괜히 여유를 부릴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언제 또 둘러싸일지 몰라. 무조건 빨리!

    거의 뛰다 시피 걸어간 나는 두 번째 몽마와 접촉할 수 있었다.

    이내 내 침실로 장소가 변했고, 나는 지체하지 않고 공격했다.

    이번에는 원킬이 나지 않았지만, 그래봤자 결과는 매한가지였다.

    두 번째 공격으로 깔끔하게 몽마를 보내버린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슬슬 사람들도 눈치 챘겠지?

    두 마리의 몽마를 순식간에 사냥했다. 당연히 사람들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게 분명했다. 이제는 주위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전력 질주를 해야 할 때였다.

    발가락에 힘을 주며 뒤꿈치를 살짝 들어 올렸다. 총알처럼 튀어 나갈 준비를 마쳤지만,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전체 임무 '소매치기 두목의 분노'를 생성합니다.]

    조건부 퀘스트가 떨어졌다.

    주위의 시선을 잊은 채 나는 서둘러 스마트폰을 꺼냈다. 당연히 임무를 확인할 생각이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방금 받은 미션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척!

    "너냐? 요즘 우리 애들 보낸 게?"

    기척도 없이 나타나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존재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나보다도 조금 큰 몽마의 날카로운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공간이 뒤바뀌며 침실로 이동했다.

    다행이 내가 선공인가 보네.

    놀람이 사라지며 긴장도 함께 녹아 버렸다. 솔직히 처음 몽마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살짝 걱정했다. 혹시라도 나보다 레벨이 높을 경우 침실이 아닌 현실에서 섹스 배틀을 치러야했기 때문이었다.

    우려했던 불상사는 없었다.

    자신감을 찾은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다리를 튕기고 있는 소매치기 두목을 살펴보았다.

    옷을 입고 있구나.

    하얀 셔츠에 검은 바지.

    몽마는 직장인들의 스태디 셀러인 심플한 정장 차림이었다. 일종의 완전 군장 중이었다. 상체, 하체. 그 어디도 노출하지 않았다.

    제법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래봤자, 천 쪼가리지."

    어려울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단이 서자 내 행동에서 망설임이 사라졌다. 나는 성큼성큼 침대로 걸어갔다.

    내가 침대로 다가오자, 몽마가 슬쩍 침대에 드러누웠다.

    "어?"

    조금 이상한 자세였다. 아니, 이상한 자세는 아니었다.

    소매치기 두목은 보스가 나타나기 전에 내가 아주 많이 취했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주로 소파 위에서 취했던 그 자세는 바로 옆으로 눕는 것이었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받치고, 팔꿈치를 바닥에 대는 백수 전용 자세였다.

    "설마……. 에이, 아니겠지."

    작은 의심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잠시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겼다.

    내가 침대에 도착했지만, 몽마는 일어설 기미가 없었다. 살짝 입맛을 다신 나는 익숙한 자세를 취하기 위해 몽마의 발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실제 데미지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익숙한 게 훨씬 심리적으로 편안했다.

    그때 몽마가 무릎을 굽히더니 이내 내 손을 발로 뻥 차버렸다. 멋들어진 발차기였다. 덕분에 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멀뚱히 서 있어야했다.

    "뭐지?"

    "뭐긴 뭐야. 체위는 내가 정해. 넌 그냥 박기나 해."

    헐.

    골 때리는 몽마의 일갈에 내 멘탈이 잠시 흔들렸다.

    그 사이 몽마가 자세를 잡았다. 사선으로 허리를 비틀고 다리를 살짝 벌린 자세였다. 여자들만 나오는 야동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자세였다.

    "아……."

    측면위.

    겪어 본 적은 없는 체위의 등장이었다.

    "근데 내 레벨이 더 높은데 왜 쟤 말을 들어야하지?"

    내 혼잣말에 몽마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저 귀찮다는 듯 한 손으로 귀를 후벼 팔 뿐이었다. 귀를 판 새끼손가락을 입 앞에 놓고 후! 바람을 부는 게 괜히 얄미워 보였다.

    어쨌든 체위를 바꾸는 게 안 된다? 그럼 그러라지, 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차피 체위 관련 보너스는 없었다.

    처음 겪는 체위에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른 나는 담담한 얼굴로 침대 위에 올랐다. 조금 자세가 불편했지만, 위용 넘치는 엑스칼리버라면 공격하는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살짝 벌리고 있는 두목의 다리 사이로 하체를 밀어 넣었다.

    "으흐!"

    괜히 기분이 요상했다. 나도 모르게 이상한 신음이 나왔지만, 몽마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약간 자존심이 상했다.

    에이, 나도 모르겠다. 이젠. 그냥 하자.

    어차피 지금 와서 전투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도망칠 수 있는 아이템이 있었지만, 딱히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패자의 날개를 써봤자, 금세 다시 몽마의 손에 잡힐 게 뻔히 보였다.

    양 손바닥으로 침대를 짚으며 허리를 살짝 든 상태가 영 불편했다. 어색한 자세 때문이라도 빨리 전투를 끝내고 싶었다. 진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다.

    괜히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바로 공격을 시도했다. 어정쩡한 자세였지만 삽입을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푹, 푹!

    타격 효과음이 이상하기는 했다. 효과음뿐만 아니라 삽입하는 느낌도 좋지 못했다. 꺼끌꺼끌한 수세미를 찌른 느낌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2연격이 터졌기에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보스의 냉정한 판정이 떨어졌다.

    ['소매치기 두목'에게 77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소매치기 두목'에게 132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뭐라고?"

    그 미소가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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