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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ss-61화 (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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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퍽퍽!

    계급이 낮아 더 이상 음격을 올릴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자니 내키지 않았다.

    어차피 업만 못할 뿐, 경험치는 그대로잖아?

    "내 팔자에 저금을 다 할 줄이야."

    내 목소리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한 달 전만해도 섹스 배틀과 섹스를 구분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섹스 배틀에 한에서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물론 전투가 짧은 것도 있었지만.

    어김없이 원샷원킬을 낸 나는 대충 옷을 주워 입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건물을 나섰다. 점액 고양이와의 전투는 길어야 2회전이면 끝났다. 덕분에 체력도 딱히 부족하지 않았고, 전투의 기본이 되는 활력도 널널했다.

    앱을 통해 다음 장소를 확인한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내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상태창의 활력 수치를 확인하는 순간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이거 전투가 짧으니 안 좋은 것도 있네. 포션을 먹어야 하나."

    활력 회복 기술은 전투를 시작하고 최소한 1회전이 끝나고 나서야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서로 공방을 끝내고 다음 회전으로 넘어 갈 때 전체 활력의 5%를 회복하다보니, 십 수 번의 전투를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내 활력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처음 공방을 주고받는 1회전에서는 기술 효과를 볼 수 없고, 원킬을 내지 못해 2회전으로 넘어가면 회복양보다 피해량이 더 많았다.

    결국 장기전에서는 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단기전에서는 생각보다 효율이 낮았다.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진짜 명동에 있는 몽마와 싸워야하나? 아, 미치겠네."

    남들은 파티로도 사냥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점액 고양이를 사냥하면서도 나는 그저 딴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몽마를 길들이거나, 아이템을 얻는 게 아니었다. 나는 최대한 빨리 내 계급을 올려야했다.

    얼른 천민 계급에서 벗어나 평민이 되어야 차곡차곡 쌓여가는 경험치를 쓸 수 있었다. 심지어 6,600 이상 모을 수 없기에 최대한 빨리 결단을 내려야했다.

    "벌써 4,390이나 모였네? 이거 진짜 큰일인데?"

    오늘 하루는 어찌어찌 경험치 보관 한도를 넘지 않을 것 같았다. 다만 내일이 문제였다. 6,600의 경험치가 쌓이면 그 뒤로 얻은 경험치는 그냥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후……. 이거 뒤로 미룰 수 없겠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는 반쯤 포기했다. 쪽팔림과 레벨업 중에 더 중요한 건 당연히 레벨업이었다. 아무래도 내일 내 인생 최악의 흑역사를 만들어야 할 듯 싶었다.

    터덜터덜 걸으며 신세한탄을 하던 것도 잠시 나는 인벤토리에 있는 물약을 사용했다. 어쨌든 이 폐공장 단지 안에는 한 마리의 몽마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사냥을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기에 나는 마지막 몽마를 테이밍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확률은 낮지만.

    "아! 쌓인 경험치로는 물약을 못 사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잔뜩 기대한 얼굴로 상점을 열었다. 대충 빨간 물약 하나와 주황 물약 두 개를 마시면 모든 활력을 회복할 것 같았다.

    ['빨간 물약 1개'를 구매합니다.]

    "오……!"

    잉여 경험치가 내려가 건 확인한 나는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장 내일 검은 채찍과 사람들 앞에서 싸워야하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상점 물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경험치를 쓰면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그래도 결국 승급은 해야겠지. 아무튼 활력부터 회복하고. 집에 가서 생각해 보자."

    활력을 모두 채우고 혹시 몰라서 빨간 물약 5개를 구매했다. 주황 물약도 몇 개 더 사놓을까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정 아니다 싶으면 그냥 테이밍을 포기하고 사냥하면 그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몽마는 건물 안에 있지 않았다. 녀석은 창고와 창고 사이에 있는 한두 사람 들어갈 수 있는 틈에 다리를 꼬은 채 누워 있었다. 음란한 그녀의 가랑이 사이가 고스란히 내 눈에 들어왔다.

    이거 성교육을 좀 잘해야겠는데?

    문득 어린 아이들에게 현재 상황을 제대로 교육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었다. 처음 내 예상과 달리 참가자가 아니라도 몽마를 인식하는 상황이었다. 그 말은 곧 어린 애들이 알몸으로 길거리를 배회하는 몽마를 볼 수도 있다는 말과 같았다.

    "그런 거면 다행인데. 문제는 따로 있지."

    보스는 현재 참가자와 예비 참가자를 모두 자신의 권역 안에 두었다. 그로 인해 미성년자이다 보니 아직 보스의 정식 참가자가 되지 못한 아이들에게도 징벌을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그건 잘 됐지. 고삐리 새끼가 어디 못 된 것만 배워서."

    한창 때에 성기가 절단 된 고등학생 남자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나는 그런 부류를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 혐오했다. 내가 중학교 입학을 포기한 이유는 따돌림 때문이었다.

    물론 그때는 정신 나간 부모가 고아랑 놀지 말라고 해서 그런 거지만.

    어쨌든 나는 2차 성징이 끝나서 생식 활동이 가능하다면 법적인 처벌도 성인에 맞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깟 범죄자들 때문에 왜 피해자들이 고통을 받아야하는 지 이해가가지 않았다. 한 범죄자의 교화를 위해 여러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들이 고통 받는 현실이 싫었다.

    "큭! 그것보다 일본은 괜찮으려나?"

    우리나라도 우리나라였지만, 아래쪽 섬나라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세계적으로 성범죄율이 낮다는 그 나라는 보스가 등장하고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수십만 명의 고자가 생겼다. 더 골 때리는 점은 그들 중 상당수가 명문대에 재학하고 있는 대학생이라는 것이었다.

    미친 것들.

    자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세상을 광기로 물든 것 같아 씁쓸했다.

    씁쓸한 기분도 잠시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차피 수십억의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이었다. 당연히 그 중 미친놈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굳이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으니까. 뭐, 게으른 누구를 대신해서 보스가 일 해주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되지."

    괜히 생각이 깊어지면 보스에 대한 쓸데없는 감정을 가질지도 몰랐다. 나는 여전히 두려운 진실을 피하고 싶었다. 아직 나는 극복해야 할 문제가 넘쳐흘렀고, 그 중 하나쯤은 후순위로 밀어 놔도 괜찮지 싶었다.

    나도 사람이니까.

    "아, 미안. 얼른 시작하자."

    다시 평소대로 돌아온 나는 서둘러 옷을 벗었다. 강제로 벗겨지는 것 보다는 내가 직접 벗어 한 곳에 놓는 게 나았다. 이미 걸레짝이 됐지만.

    순식간에 옷을 벗은 나는 누워서 나를 올려다보는 몽마를 향해 다가갔다. 이윽고 점액의 끈적끈적함을 느끼며 전투를 시작했다. 나는 무릎을 꿇었고, 몽마는 뒤로 돌아 엎드렸다.

    일단 조건부터 확인하는 게 낫겠지?

    종속 조건을 확인하고 아니다 싶으면 그냥 포기할 생각이었다.

    나는 첫 턴을 맹약의 반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소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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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약의 조건]

    + 몽마의 정력보다 더 많은 정력을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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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놔……."

    조건은 간단했다. 얼핏 보면 정말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결코 그렇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 줄무늬 다람쥐보다 더 어려운 조건이었다. 특히 몽마의 정력이 얼마인지 감조차 못 잡고 있는 나로서는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정력을 태울 수 있는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떡……읍!"

    "쭈웁! 쭈웁! 쭙!"

    생각지도 못했던 조건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몽마가 기습을 날렸다. 어느새 반대로 몸을 돌린 몽마가 하늘 높이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엑스칼리버를 입으로 물었다. 집요할 정도로 머리만 노리는 몽마의 입놀림에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말았다.

    엑스칼리버가 무슨 막대 사탕이라도 되는 것처럼 몽마는 참 맛있게도 빨아 먹었다.

    야릇한 소리가 한동안 이어지더니 이내 몽마가 귀두만 입에 넣은 채 혀를 빠르게 돌리며 귀두의 가장자리를 자극했다.

    찌릿찌릿한 쾌감에 나는 더욱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며 몽마의 공격을 버텼다.

    이윽고 몽마가 혀를 내밀며 오줌 구멍을 아래부터 위로 쓸어 올리는 걸 마지막으로 공격이 끝났다.

    햘짝.

    ['점액 고양이'에게 229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휴, 이 정도면 뭐.

    버틸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거 스킬이었나? 그러고 보니……?"

    생각해보니 점액 고양이는 나처럼 단순히 삽입 공격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삽입 공격은 단순히 넣으면 끝났기에 기술 시전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기술 공격의 경우 꽤 시간을 잡아먹는 경우가 있었다.

    그제야 왜 맹약의 조건이 정력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 깨달았다.

    "이제 보니 이거 기술만 쓰나 본데? 그럼, 할 만하지 않을까?"

    어차피 쓸 작정으로 물약을 사 놓았다. 만약 내 생각이 틀리더라도 그냥 좋은 서비스 받았다고 팁을 준다고 생각하니 편했다. 그것이 돈이 아니라 경험치라 그렇지만.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나는 단순하게 생각하니 더 이상 골치를 썩지 않게 됐다. 구두쇠보다는 적당히 즐기며 사는 게 더 낫지 싶었다.

    "오케이. 그럼 죽어라 방어만 해야겠네. 아. 힐 스킬 하나 배워두면 좋겠다. 아니, 그건 또 아닌가? 일단 내 정력이 높아야하니까."

    앞으로 배울 기술에 대해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할 듯 싶었다.

    어쨌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였다.

    ['빨간 물약'을 사용하여 '활력 100'을 회복합니다.]

    공격권이 넘어가기 무섭게 몽마가 반격을 해봤다.

    아, 반격은 아닌가? 어쨌든.

    몽마의 익숙한 점액 뿌리기 공격을 당했지만, 처음과 같은 고통과 쾌감은 아니었다. 익숙해진다는 것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알 수 있었다. 온탕과 냉탕을 여전히 오고가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아재로 변하고 말았다.

    "으음……. 좋다."

    ['점액 고양이'에게 172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목욕탕 온탕에 들어가는 아저씨들처럼 신음을 내뱉은 나는 입맛을 다시며 상태창을 살폈다. 두 번의 공격에 400정도의 피해를 받았다. 그리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데미지였다.

    "한 턴에 빨포를 먹으면 157씩 차니까. 결국 모자르네. 쩝. 결국 주포를 먹겠구나. 아니, 노포까지 빨아야하나?"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쨌든 버티는 건 가능해 보였다.

    그 사이 2회전이 종료되며 3회전으로 이어졌다. 회복 기술의 효과로 57의 활력이 자동으로 회복됐다. 나는 망설임 없이 빨간 물약 하나를 먹으며 부족한 활력을 채웠다.

    내 활력이 차오르기 무섭게 몽마가 공격을 해왔다.

    이번 공격은 엉덩이 골 사이에 엑스칼리버를 끼우고 조이는 기술이었다. 몽마의 엉덩이는 정말 신기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내 엑스칼리버를 압박했다.

    기분 좋은 밀착감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공격이 끝나 버렸다.

    ['점액 고양이'에게 121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몽마의 기술 중 가장 약한 기술이었다. 덕분에 나는 한결 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또 다시 회전이 종료되며 활력을 자동 회복한 나는 공격은 포기한 채 물약을 먹었다.

    714.

    거의 최대 활력에 가까운 수치가 됐다.

    몽마는 또 다시 기술을 사용했다. 처음 보여주었던 현란한 입 기술이었다. 뜨거운 엿이 엑스칼리버를 휘감은 것 같은 느낌이 이어졌다.

    어우, 이건 두 번째인데도 적응이 안 되네.

    나는 턴이 종료되기 무섭게 다시 빨간 물약을 마셨고, 몽마는 더욱 투지를 발산하며 공격했다.

    골치 아프게도 몽마는 회전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강력해졌다.

    결국 6회전에 접어들며 나는 마지막 남은 빨간 물약까지 먹어치워야 했다.

    성난 몽마는 연이어 가장 강력한 기술을 펼쳤다.

    "쭈웁. 쭈우우웁! 햘짝!"

    강한 흡입력과 압착력. 거기에 마무리로 간지러운 혓바닥의 느낌까지 이어지는 기술은 확실히 대단했다. 벌써 3번째 당하는 공격이었지만 쾌감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결국 주먹을 꽉 쥐며 참았지만 흘러나오는 신음을 막을 수 없었다.

    "……으으윽!"

    ['점액 고양이'에게 205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맹약의 조건을 모두 만족합니다.]

    아싸!

    내심 주황 물약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 때 보스의 안내가 이어졌다.

    ['점액 고양이'가 맹약을 수락합니다.]

    ['점액 고양이'와 맹약에 성공합니다.]

    ['맹약의 가락지 1개'를 획득합니다.]

    "캬! 마지막에 한 건 올려주네. 아, 맞다. 상징도 2개나 나왔고. 이거 은근히 쏠쏠한데?"

    점액 고양이의 상징은 속박 저항 20%와 항마력 5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상태 이상 저항이라는 점에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대박이라고 할 정도도 아니었다. 함부로 꼈다 뺏다 할 수 없는 상징은 보편적인 옵션 위주로 장착하는 게 좋았다.

    어쨌든 쏠쏠한 성과를 올린 내가 점액 고양이의 능력을 확인하려는 그때였다.

    [전체 임무 '니나 가라, 홍콩.'을 생성합니다.]

    어딜 가라고?

    골 때리는 미션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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