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60화 (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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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 내 체력이 군대 보급품보다 못하다는 걸 깨달은 이상 무리할 수는 없었다.

    나는 되도록 고도가 높은 곳에 표시되는 몽마를 배제했다. 덕분에 이동 거리가 늘어났지만 어차피 택시로 이동하니 상관없었다. 게다가 한 지역에 십 수 마리의 몽마가 모여 있어 일석이조였다.

    나는 택시비를 지불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일말의 고민 없는 얼굴로 경기도 외곽 지역에 있는 폐공장 부지 안으로 들어갔다. 멀쩡한 창문 하나 없는 공장 건물 모습은 이곳에 사람이 손길이 닿지 않음을 알려주었다.

    약 십여 개의 사장이 모여 일종의 작은 공단처럼 운영되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게 된 곳은 당연히 조금 스산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참가자들 위치 정보가 뜨면 좋겠는데. 그럴 리는 없나?"

    요즘 세상에 가장 무서운 건 당연히 사람이었다.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며 쉴 새 없이 주변을 살펴보았다. 다행이 인기척은 보이지 않았다.

    끼이익.

    "진짜 사냥 한 번 하기 드럽게 불편하네."

    혼자 불평을 토하며 창고로 보이는 건물 문을 열었다. 녹슨 철문이 바닥을 긁으며 나는 소리가 내 신경을 건드렸다. 다행히 창고 안에는 사람은 고사하고 사람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건물 천장과 모서리에는 허탕을 친 거미줄만 가득했다. 수북이 쌓인 먼지가 그동안 얼마나 이곳이 오래도록 방치되었는지 알려주었다. 어쨌든 안심해도 괜찮은 상황이었다.

    물론 아직 안심하기는 일렀다.

    "이번에는 고양인가? 근데 옷이……."

    창고 중앙에 한 마리의 몽마가 고혹스런 자태로 앉아 있었다. 빈 드럼통 위에 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는 몽마는 어제 실컷 사냥했던 다람쥐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눈앞의 몽마는 끈적끈적한 느낌이 아주 강했다.

    단순히 분위기만 그런 게 아니었다. 실제로 몽마의 전신에는 번들거리는 정체불명의 액체가 발라져 있었다. 심지어 몽마는 알몸이었다.

    손목과 발목에 띠처럼 연갈색의 문신이 휘감고 있는 게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이었다.

    "아. 고양이네. 얼굴에 그려진 문신이."

    고양이의 수염 대신에 세 갈래의 하얀 줄이 코 옆으로 그러져 있었다. 거기에 묘하게 뾰족하게 솟은 입꼬리와 날렵한 눈매가 자연스레 고양이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니함……."

    "하는 짓도 고양이 같고."

    고개를 살짝 젖히며 크게 하품을 하는 몽마의 행동은 진짜 고양이가 사람으로 변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흡사했다. 뾰족한 송곳니가 마음에 걸렸지만 크게 걱정이 들지는 않았다. 어차피 몽마는 육체적 능력이 아니라 성적 능력으로 싸우는 존재였다.

    "개싸움을 했다가는 복날의 개처럼 처맞겠지만."

    이미 줄무늬 다람쥐를 상대하는 순간 나는 육체적으로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몽마는 몽마였고, 인간은 몽마에 비해 한없이 약했다. 그래서 성투난무가 나타난 것일지도 몰랐다.

    저벅, 저벅.

    어차피 오늘은 이 폐공장 단지를 청소하는 정도에서 그칠 생각이었다. 어제처럼 물총은 딱히 필요치 않았기에 나는 몽마와 직접 접촉을 해야 했다. 너무 오랫동안 방치된 건물이다 보니 내가 걸을 때마다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마스크라도 하나 사올 걸. 뭐, 전투 시작하면 벗겨지겠지만.

    살짝 미간을 찌푸린 내가 몽마의 코앞까지 도착했지만, 몽마는 나를 신경도 안 썼다. 아예 없는 취급하는 게 꼭 내 펫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몽마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무시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게 뭐 중요할까.

    몽마가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나는 상관없다 생각했다. 어차피 싸워야 할 존재였다.

    나는 손을 뻗어 여전히 나를 외면하는 몽마의 허벅지를 후려쳤다.

    휘잉!

    "어?"

    딴 데를 보고 있었지만 몽마는 몽마였다. 내 손짓은 허망하게 허공을 갈랐다. 그때 내 목에서 서늘한 감각이 느껴졌다.

    움찔.

    어느새 내 품을 파고든 몽마가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날카로운 건 비단 눈매뿐만이 아니었다. 뾰족한 몽마의 손톱이 내 목젖을 누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내 목이 그대로 뚫릴 것만 같았다.

    다행히 최악의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몽마와 접촉하는 순간 나는 물론이고 몽마도 보스의 지배를 받아야했다.

    내 옷이 살아 숨쉬기라도 하는 것처럼 저절로 내 몸에서 도망쳤다.

    줄무늬 다람쥐 때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었지만 어쨌든 전투 준비는 순식간에 끝났다.

    [19단계 몽마 '점액 고양이'가 전투를 신청합니다.]

    [19단계 몽마 '점액 고양이'와 전투를 시작합니다.]

    [공격 우선권 획득에 성공합니다.]

    "휴……."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나 보다. 선공을 확보하고 나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전투를 채 시작도 안했음에도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일단 얼마나 센지 알아야겠지?

    처음부터 몽마를 길들일 생각은 없었다. 그건 너무 무모했다. 내가 버틸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는 섣불리 테이밍을 시도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게다가 테이밍에 성공하면 아무것도 없으니까."

    전투 중 맹약 조건을 만족하여 테이밍에 성공하면 해당 전투는 무효로 처리됐다. 아무리 많은 물약을 빨아도 마찬가지였다. 조련과 절정은 동의어가 아니었다.

    어제 경험을 통해 그 사실을 몸으로 체감한 나는 되도록 테이밍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티끌을 모아봤자, 보풀밖에 되지 않지만. 그 보풀도 소중한 게 지금이었다.

    심호흡을 통해 몸의 긴장을 푼 나는 엉덩이를 내밀고 누워있는 몽마를 훑어보았다. 무릎과 손바닥으로 땅을 집고 서 있는 자세는…….

    "진짜 자극적인데?"

    솔직히 좀 야시시 했다. 줄무늬 다람쥐처럼 건강미가 물씬 풍기는 탄탄한 육체가 아닌 모델처럼 쭉 뻗은 늘씬한 몸매였지만 여체는 그저 아름다웠다. 특히 작지만 허리에 바짝 붙어 있는 엉덩이 사이로 보이는 검은 음영이 나를 한없이 유혹했다.

    조금 멍청한 얼굴도 잠시 나는 금세 정신을 차렸다.

    전투 중. 전투 중이다. 침착하자, 고영아.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는 슬금슬금 무릎걸음으로 몽마에게 다가갔다. 무릎에 검은 먼지가 잔뜩 묻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먼지쯤이야 그냥 씻으면 됐다.

    차악.

    나도 모르게 몽마의 엉덩이 위에 양손을 올렸다. 작지만 야무진 엉덩이의 감촉이 고스란히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침을 꼴깍 삼킨 나는 조금 더 바짝 붙으며 공격을 준비했다.

    몽마도 허리를 살랑살랑 비틀며 나를 유혹하자,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철썩! 뿌직!

    "음!"

    내 아랫배와 몽마의 엉덩이가 충돌하며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뒤를 이어 알 수 없는 미끌미끌한 액체와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터졌다. 마지막으로 내 묵직한 신음이 이어졌다.

    요염한 그 소리는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부드러운 몽마의 속살에 취한 나머지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내 엑스칼리버를 확 잡아끄는 몽마는 속살까지 미끌미끌 거렸다.

    아, 나는 안 될 거야.

    어쩔 수 없는 초심자의 어리바리함을 보이는 와중에도 보스는 자기할 일을 열심히 했다.

    ['점액 고양이'에게 227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점액 고양이'에게 57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점액 고양이'가 절정에 올랐습니다.]

    ['380 경험'을 획득합니다.]

    ['점액 고양이의 상징 1개'를 획득합니다.]

    "응?"

    내 손에서 느껴지던 쫀득한 느낌이 흐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에서 낫처럼 허리를 세웠던 몽마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전투는 그대로 끝나 버렸다.

    고작 한 번의 공격 만에.

    "허. 이거 참."

    한 번의 도끼질에 아름드리나무가 맥없이 쓰러진 기분이었다. 기쁘다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더욱이 점액 고양이에 대한 정보라고는 최대 활력이 801이하라는 것밖에 얻지 못했다.

    정작 가장 중요한 한 번에 얼마나 데미지를 받는지 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다시 한 번 전투를 치러야했다.

    "뭐, 나쁘지 않나? 어차피 사냥하려고 한 거였으니까. 그것보다……."

    괜히 지난 일에 미련을 두기보다는 앞으로의 일에 신경을 쓰는 편이 나았다.

    가볍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주섬주섬 먼지투성이가 된 옷을 털 때였다.

    뒤늦게 내 머릿속으로 한 가지 사실이 벼락처럼 떠올랐다.

    "상성."

    몽마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했다. 백과사전에 적혀 있는 대로라면 종족별로, 속성별로, 크기별로. 심지어 계급별로 구분되었다. 거기에 몽마든 참가자든 크게 근력 기반과 지력 기반으로 나뉘어졌다.

    이 다양한 차이점은 당연히 특성으로 변해 서로 간에 상성을 만들었다. 방금 미끌미끌한 점액 고양이는 내가 상성상 우위에 있었다. 따지고 보면 줄무늬 다람쥐는 나랑 상성이 썩 좋다고 할 수 없는 몽마였다.

    싸우면 싸울수록 뭐라도 깨닫는 게 있었다.

    나는 대충 먼지를 털어낸 옷을 입고 어두운 창고를 나섰다.

    사냥감은 아직 많았다.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4시간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가득했던 공장은 더 이상 시끄럽지 않았다.

    연이어 일격에 몽마를 절정으로 보냈지만, 그 행운은 3번째 사냥에서 끝났다.

    원킬을 못낸 대가로 나는 무릎을 꿇은 채 몽마의 공격을 감수해야했다.

    내 공격을 버텨낸 몽마의 음문에서 정체불명의 끈적끈적한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나는 흥미로운 눈으로 몽마의 추태를 말없이 지켜보았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저 흥분했나 보다 싶었겠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섹스 배틀인 지금 눈앞의 몽마는 분명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했던 기술을 시전할 게 분명했다.

    몽마의 음문에서 뚝뚝 떨어지던 투명한 액체가 폭사하며 내 하체에 날아든 건 바로 그때였다.

    촤르륵!

    "으윽!"

    짧은 신음이 내 입에서 터졌다. 엑스칼리버가 불에 지진 것처럼 뜨거웠다. 이건 쾌락이 아니라 고통이었다. 나는 마조키스트가 아니었고, 당연히 성질이 났다.

    섹스라며! 섹스 배틀이라며! 왜 자꾸 이러는데!

    자고로 섹스를 즐거워야했다. 결코 고통스러워서는 안됐다.

    잔뜩 찌푸린 눈으로 몽마의 뒤태를 노려보고 있을 때 또 한 번의 변화가 느껴졌다. 더 이상 뜨거운 고통은 없었다. 그 대신 아주 시원한 청량감이 엑스칼리버에서 전해졌다.

    "아아……!"

    열탕과 냉탕을 오고가는 느낌은 진한 쾌감을 남겼다. 엑스칼리버도 부르르 떨며 머리를 치켜들었다. 나도 더 이상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살짝 풀린 얼굴로 게슴츠레 몽마의 엉덩이를 바라보았다.

    저거 요물이네.

    감탄 아닌 감탄을 하고 있을 때 서프라이즈 파티의 결과가 나왔다.

    ['점액 고양이'에게 197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헐."

    거의 200에 달하는 데미지였다. 내 만피가 720인걸 감안하면 상당한 딜이었다. 거의 3할에 달하는 활력이 일순간 사라지자 허탈감이 물씬 느껴졌다.

    공격을 마친 몽마는 또 다시 엉덩이를 살랑살랑 거리며 나를 유혹했다. 흔들리는 엉덩이 사이에서 투명한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더 이상 눈앞의 작지만 야무진 엉덩이가 먹음직스럽지가 않았다.

    완전 독 사과네. 포이즌 애플 힙.

    감상은 감상이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나는 다시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엑스칼리버로 몽마의 둔덕을 조준했다.

    "이러면 테이밍은 틀린 건가? 200씩 빠지는 거 10대나 맞아야하면, 대충 계산해도 2천이잖아. 빨포로 버틴다 해도 쉽지 않겠는데? 다른 걸 사먹자니 손해가 너무 심하고."

    진퇴양란이었다.

    상점에서 판매하는 회복 물약은 그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효율이 좋지 않았다. 빨간 물약의 경우 경험치와 1:1의 비율을 가졌지만, 주홍 물약만 해도 5:4로 효율이 낮아졌다. 심지어 하얀 물약의 경우 15:8로, 거의 2:1로 비율이 껑충 뛰어 버렸다.

    단순히 빨간 물약으로 버티는 것도 쉽지 않았다. 빨간 물약은 100의 활력을 회복했고, 회복 기술로 57이 찼다. 그래봤자 한 턴에 157을 회복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 말은 곧 매 회전이 끝나면 내 활력이 50씩 줄어드는 걸 의미했다. 내 전체 활력이 720이니 10회전을 버티는 건 조금 위험했다. 어떤 요상한 기술을 쓸지 모르니까.

    "뭐, 주홍약 하나 빨면 되겠지만. 그리고 테이밍 조건은 다 다르니까. 꼭 10회전을 버티는 게 아닐 가능성이 높지."

    눈앞의 고양이 한 마리 입양한다고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닐 터였다.

    당연히 급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끈적끈적함의 정점을 보여주는 몽마의 둔부를 향해 그대로 엑스칼리버를 밀어 넣었다. 처음보다 더 끈끈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살갗의 저항 정도가 아니라 그냥 손으로 잡아끄는 것 같았다.

    "어후!"

    나도 모르게 신음을 토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지금은 내가 공격할 차례였으니까.

    퍽!

    ['점액 고양이'에게 187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점액 고양이'가 절정에 올랐습니다.]

    ['380 경험'을 획득합니다.]

    매가리 없는 소리였지만 몽마를 절정으로 보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대충 530이 이하인가?

    지금까지 공격을 통해 몽마의 활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너부러진 바지에 손을 뻗으려고 할 때였다.

    [천민의 한계 음격은 20단계입니다.]

    [음격 상승에 실패합니다.]

    [초과 경험을 보관합니다.]

    [최대 보관 경험 : 210/6,600]

    "……오늘은 왜 잘나가나 했다. 내가."

    이젠 화도 나지 않았다.

    그냥 재수가 우주 종말급으로 없을 뿐.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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