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53화 (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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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 냄새가 절정에 달한 아침은 싱그럽기 그지없었다.

    참새들은 우리 집 마당에 정원수에 내려 앉아 조잘거렸고, 시원한 바람은 녀석들의 소리를 저 멀리 퍼트리며 세상을 깨웠다.

    어젯밤 조금 무리를 해서인지 나는 평소와 달리 침대에서 게으름을 부렸다. 몇 번이고 일어나려다 말기를 반복하고 나서야 간신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눈을 비비며 대충 눈곱을 뗀 나는 몸에 밴 버릇에 이끌려 욕실로 향했다.

    시원하게 씻고 나자 정신이 좀 들었다.

    음, 좀 뻐근하네.

    튼튼한 척추가 우두둑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어젯밤 무리한 게 확실했다. 허벅지 근육도 당기는 게 앞으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충 옷을 갈아입은 나는 자연스레 1층 침실로 가서 소연이와 현아를 깨웠다. 완전히 뻗은 두 여자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머리는 산발이었고, 몸에는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말라붙어 있었다.

    억지로 두 여자를 깨워 욕실로 밀어 넣은 나는 오랜만에 아침 햇살을 즐기기 위해 마당으로 나갔다. 마당 한켠에 놓인 나무로 의자와 탁자가 보였다. 나름 돈 십만 원 주고 장만했는데 이때 안 쓰면 언제 써보나 싶었다.

    나무 특유의 딱딱함을 엉덩이에 느끼며 의자 등받이에 기댄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다리를 탁자 위에 올렸다.

    "아, 좋다."

    더 없이 여유로운 아침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났다. 두 여자와 동거 아닌 동거를 하며 안 좋은 것도 있었지만 좋은 것도 있었다. 매일 아침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쭉쭉 빵빵한 메이드를 둔 느낌이 이런 건가?

    나름 호사로운 생활이었다. 물론 그것도 오늘로써 끝이었다. 두 여자로 본래의 생활로 돌아갈 터였고, 나도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다보면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었다.

    손에 쥐고 있던 아삭한 사과를 크게 한 입 베어 문 나는 목을 바로 세우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아무리 내가 나 원장 덕분에 사람답게 살게 됐다. 아니, 되가는 중이라지만 앞장서서 무얼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어젯밤 두 여자를 격침시킨 나는 그대로 씻고 잠을 잤다. 덕분에 보스의 정식 오픈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어디,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어?"

    스마트폰으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는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실시간 검색어는 물론이고 모든 뉴스가 보스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것이 시사든, 스포츠든, 연예든, 그 무엇이든 보스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이렇게 관심이 많을 줄은 몰랐네?

    솔직히 의외였다. 아무리 개방적인 사회라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유교적 색체를 버리지 못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현실이 그랬다.

    당연히 섹스에 대해 대놓고 말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내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시사 면에는 보스의 개방으로 인해 게임 관련 주가의 폭락을 가속시켰다는 기사가 즐비했고, 스포츠 면에는 보스의 등장으로 인해 팬들의 이탈을 우려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연예 면에는 섹시 스타들을 보스와 엮어 가십거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여러 기사들을 둘러본 나는 한 마디로 지금 상황을 표현할 수 있었다.

    "개판이네."

    한국 전쟁 당시 배급받는 피난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만큼 지금 상황은 난리도 아니었다. 기사뿐만 아니라 SNS와 여러 커뮤니티는 보스에 대한 이야기밖에 없었다.

    2002년 월드컵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정치인들만 노났네.

    보스 때문에 정작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정치적 이슈들은 심해로 처박히고 말았다. 간간히 이 문제에 대해 역설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딱히 소용이 없었다. 정작 중요한 중간 전달자들은 클릭 수에만 관심이 없는 듯 보스와 관련된 기사를 반복해서 배설할 뿐이었다.

    괜히 입안이 씁쓸해진 나는 인터넷을 끌려고 했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한 가지 기사가 내 손을 끌어 당겼다.

    [속보! 명동에 괴생명체 출현!]

    "괴생명체?"

    난데없는 속보에 나도 모르게 해당 기사를 손으로 눌렀다. 이내 한 장의 사진과 그 아래에 몇 줄의 기사가 보였다.

    기사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입을 벌린 채 한 장의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여왕님?"

    멋들어진 왕관을 쓴 여왕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사진 속 몽마로 보이는 생명체는 다른 의미로써의 여왕님이었다. 검은 가죽 부츠와 코르셋. 거기에 길쭉한 채찍은 조금은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의 모습이었다. 심지어 풍만한 가슴이 튀어나오는 걸 막고 있는 가죽이 볼록한 걸 보면 피어싱도 한 것 같았다.

    가터벨트 사이로 매끈하지만 탄탄한 허벅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고, 아슬아슬한 팬티 때문에 몽마의 굴곡진 음부와 엉덩이가 만천하에 드러나 있었다.

    "그나마 가슴을 가리고 있어서 다행인가? 아니, 저게 가린 거야? 겨우 유두를 가린 정돈데. 하, 하하."

    헛웃음이 나왔다.

    마치 성도착증 환자가 반쯤 나체로 명동 한 복판을 활개 치는 꼴이었다.

    "근데 그 와중에도 드럽게 섹시하네. 어우……."

    살짝 치솟은 눈매와 오뚝한 콧날. 거기에 새빨간 입술의 뚜렷하다보니 현대 미인상에 부합하는 얼굴이었다. 덕분에 기자의 카메라에는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모습이 여실히 담겨 있었다. 헤벌쭉 입을 벌리고 있는 저 남자들은 아마 누군가에게 꽤 욕을 먹지 싶었다.

    색기 발랄한 몽마의 사진을 감상하고 있을 때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소연이가 튀어 나왔다.

    "오빠! 인터넷! 인터넷!"

    "아아, 봤어. 드디어 세상이 미쳐 돌아가나 보다. 몽마가 진짜 나올 줄이야. 설마 설마 했는데. 하!"

    "아니, 그거 말고! 지금 난리도 아냐! 이거 봐봐!"

    소연이가 답답하다는 듯 내 얼굴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이 밀었다.

    나는 두 눈을 끔뻑거리며 소연이의 핸드폰에 떠오른 사진 한 장을 확인했다. 방금 내가 확인했던 몽마의 사진이 맞았다. 다만 상황은 조금 달랐다.

    사진 속에는 얼추 스무 명은 되어 보이는 남자들이 빨가벗긴 채 애벌레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나는 멍한 눈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뭐냐, 이 괴생명체들은?"

    "이 사람들이 다 당했어, 지금! 난리라니까! 몽마한테 당했다고!"

    "아……."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

    지금 이 상황을 무어라 해야 할까?

    몽마에게 쑥대밭이 된 건 남자뿐만이 아니었다. 강남역 근처에 나타난 재수 없게 잘생긴 몸짱 몽마는 여자들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아침부터 인터넷에는 온갖 나체 사진이 즐비했다.

    누군가 남자들이 알몸으로 애벌레 춤을 추고 있는 사진을 중요 부위만 모자이크해서 올리면, 또 다른 누군가가 여자가……. 음음. 아무튼 서로 이상한 사진으로 싸우고 있었다.

    웃긴 건 쓸데없는 짓에 목매는 이들은 하나같이 당사자의 허락도 받지 않고 사진을 뿌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조금 이른 점심을 두 여자와 함께 먹고 있던 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미간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들은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고소장을 받아봐야, 아. 인생은 실전이구나. 하려나?"

    "오늘 안으로 없어질 걸? 슬슬 응급실로 간 사람들이 멀쩡하다는 기사가 나온 걸 보면?"

    "멀쩡하대?"

    "응. 멀쩡하다네. 페널티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몸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모양이야."

    소연이의 말에 나는 더 인상을 썼다. 몽마에게 당한 사람들이 멀쩡하면 앞으로도 무턱대고 나대는 이들이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도 실시간으로 쪼렙들의 어리석음이라는 제목으로 흑역사를 창출하는 이들의 사진이 인터넷에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내 표정을 살피던 현아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나를 달랬다.

    "왜 그렇게 심각해?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사라질 거야. 괜히 까불다가 고소미 먹고 찌그러질 걸? 그리고 멍청하게 들이대는 애들도 줄어들겠지."

    "그건 현아 말이 맞어. 지금이야 무턱대고 호기심에 들이대겠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아니, 이미 다들 몸을 사릴 걸?"

    현아와 지연이의 말이 맞았다.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몽마는 선공을 하지 않았다.

    나는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거두며 확인하듯 물었다.

    "터치하면 전투를 시작한다고 했던가?"

    "어. 만지면 전투 개시래. 그나저나 정말 세상은 요지경이다. 이런 이상한 애들이 다 나타나고."

    "아냐, 언니. 우리 머릿속에서만 인식하는 것일 수도 있대. 여기 봐봐."

    "이건 그냥 추측이잖아?"

    "추측이래도 그럴싸하지 않아? 보스가 우리 무의식을 지배하고, 거기에 몽마가 현실에 나타난 것처럼 꾸몄다. 진짜 이상한 괴물이 현실에 나타난 것보다는 더 가능성 있는 거 같은데."

    소연이와 현아가 티격태격 서로의 다른 주장을 펼쳤다.

    나는 굳이 두 여자의 설전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난 그냥 밥이나 먹을란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알아서 알아내겠지. 나야 뭐,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나도 동감. 실질적은 피해만 없으면 무슨 상관이야. 위험하기는 대로 한복판에 있는 몽마보다, 또라이들이 더 위험하지."

    "맞아, 맞아. 미친놈이 칼부림하는 게 더 위험하지. 몽마야 뭐……. 그냥 자신 없으면 피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보다 사람들이 크게 놀라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몽마가 등장한다고 해서 시간당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일은 없었다. 특히 병원에 실려 갔던 사람들의 몸이 멀쩡하다는 뉴스가 결정적이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똑같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경악과 혼란, 그리고 안정.

    세상은 어쨌든 돌아갔다.

    개발자라는 놈이 최면을 건 거겠지만.

    두 여자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대충 사람들의 반응이 침착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전직 시험을 치르며 얻은 나름의 정보 덕분이었다. 분명 꿍꿍이가 있지만 그것이 인류에게 피해를 주는 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길고 긴 점심 식사가 끝났을 때였다.

    또 하나의 긍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거실에 앉아 두런두런 보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던 우리는 놀람이 가득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화면 하단에는 속보라는 이름의 소식이 지나가고 있었다.

    [20대 여대생 강간 시도 남성, 성기 절단!]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이어진 앵커의 소식에 나는 입을 열 수 없었다.

    보스가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두려운 감정이 피어났다. 나뿐만 아니라 소연이와 현아도 마찬가지였다. 두 여자는 양팔로 자신의 팔뚝을 감싼 채 몸을 잘게 떨고 있었다.

    정체불명 개발자의 최면이 깨진 것 같았다.

    "……빌어먹을."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나왔다. 은연 중 외면하고 있던 사실이 현실이 되었다. 더 이상 꿈은 없었고, 현실만 존재했다.

    두려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나는 그저 두 눈을 감고 어떻게든 공포를 외면하고 싶었다.

    두 눈을 감은 그 순간이었다.

    "반갑습니다, 박고영."

    번쩍!

    처음 듣는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두 눈을 떴다. 방금 전까지 앉아 있던 우리 집 거실이 아니었다. 태어나 처음 보는 광활한 초원 한복판에 내가 서 있었다.

    뭐지? 내가 왜. 내가 왜 여기에?

    공포와 경악이 더해지며 내 사고가 멈췄다. 도무지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거나 납득할 수 없었다. 이미 머릿속은 망치로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했다.

    "이런, 이런. 크게 놀랐나 보군요. 미리 안내를 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낭랑한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니, 내가 차린 게 아니라 강제로 정신이 든 것에 더 가까웠다.

    어쨌든 정신을 차린 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짓궂은 미소가 인상적인 남자가 깊은 후드를 눌러쓴 채 서 있었다.

    나는 무어라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몸도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정체불명의 남자가 후드를 벗으며 스스로를 소개했다.

    "동시에 인사하려다보니 완전치가 않습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아무튼 제 소개를 하지요. 음, 뭐라고 소개를 해야 할까요? 성투난무를 만든 창조자? 아니, 그건 너무 거창하고. 아! 로키. 당신들이 저를 부르는 이름인데. 아시나요? 아아,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도 있네요."

    이상했다. 분면 눈앞의 남자 앞에는 나뿐이 없었다. 그런대도 남자는 여러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내 의문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스스로 할 말만 할 뿐이었다.

    "의문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풀릴 겁니다. 간단하게 끝내지요. 저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의문? 한계?

    "흠흠. 일단 성투난무는 당신들을 단련하기 위한 일종의 교육기관입니다. 왜 교육하냐구요? 사실 제가 누군가에게 약속을 했거든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그러니 그냥 즐기시면 됩니다. 물론 한 번 뿌리내린 세상은 당신들보다 수명이 길겠지만요. 아, 한 가지 더."

    시종일관 가벼운 어투를 유지하던 남자가 돌연 표정을 굳혔다.

    "참가자의 육체와 정신에 해를 끼치는 존재는. 참가자든 아니든. 성투난무의 규칙에 의거 합당한 징벌을 받습니다. 심지어 저보다 높은 격을 가진 이가 그대들에게 해코지를 해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니 안심하시세요. 규칙만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규칙만 지키면."

    단호한 기색을 뿌리던 남자가 다시 처음 가벼운 분위기로 돌아갔다.

    "그럼 마음껏 즐기시고, 날뛰시기 바랍니다. 그대들의 격이 높아져야 제가 약속을 지킬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이런. 의심이 참 많네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규칙만 지키면 문제없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뭐 하러 썩어 빠진 땅에 들어가겠습니까? 안 그래요?"

    다행이다.

    남자의 말에 내가 처음 느낌 감정이었다. 거짓일 수도 있지만, 그럴 것 같지 않았다. 조금 경망스러운 말투였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굳건한 신뢰감이 느껴졌다.

    "이런. 저도 이제 시간이 다 됐네요. 아쉽지만 조언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즐거운 성투되시길 바랍니다. 저를, 아니. 육신의 한계를 넘어선 격을 가진 존재와 만나고 싶다면. 그렇다면 정점에 오르세요. 그때 그 존재가 당신을 맞이하러 갈 겁니다."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고가 없었다.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내 눈꺼풀이 다시 감겼다. 이윽고 억눌렸던 몸에 힘이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헉!"

    신음과 함께 두 눈을 번쩍 떴다. 공간이 또 바뀌었다. 나는 다시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꿈을 꾼 것만 같았다.

    흔들리는 동공으로 소연이와 현아의 안위를 확인했다. 그녀들도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곧 세 사람의 눈빛이 얽히고설켰다.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꿈을 공유했구나.

    눈앞에 나타났던 사내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 그것이 그의 수작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의문이 풀렸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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