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51화 (51/200)
  • <-- Novice of Sex -->

    ***

    드디어 정식으로 동정을 뗐다.

    떼긴 뗐는데. 아니, 뗀 거라고 할 수 있나? 그게 문제야, 지금?

    "이거 어떡하지? 설마 병원까지 가야하는 건 아니지? 그치?"

    멍한 눈으로 바위에 박힌. 아니, 거기에 박힌 엑스칼리버를 바라보는 현아에게 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소연이처럼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정신이 반쯤 가출한 것 같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나는 어떻게든 엑스칼리버를 뽑으려 용을 썼다.

    "끄응……. 미치겠네, 진짜."

    괜히 엑스칼리버라 부른 듯 싶었다. 아서왕도 아닌 주제에 엑스칼리버를 휘두르다 낭패를 본 꼴이었다. 정말 뿌리가 빠질 듯한 고통에 빼내는 걸 포기한 나는 눕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있어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슬슬 허리가 땅겼다. 목은 찌뿌둥했고, 다리는 저렸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내 엑스. 아니, 물건이었다.

    이거 왜 죽질 않아? 평소엔 잘만 죽더니!

    혹시라도 물건이 죽으면 자연스레 빠질 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헛수고였다. 도리어 더 빳빳해진 물건은 아예 뿌리를 내리려는 기세였다.

    한 20분쯤 지나자 나는 뿌리가 뽑힐 듯한 고통에 몸부림쳐야했다.

    "으으! 아, 야! 정신 좀 차려보라고! 아무나 정신 좀!"

    기절한 소연이는 물론이고 현아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결국 이대로 어정쩡하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기절한 소연이의 팔을 잡아당기며 내 몸에 겹쳤다. 덕분에 침대에 편히 누울 수 있었다. 그제야 긴장된 근육이 풀리며 고통이 가셨다.

    여전히 뿌리가 뽑힐 것 같지만.

    침대에 누운 나는 손을 뻗어 현아를 깨우려 시도했다. 짧았다. 하필 침대 끝부분에 눕다보니 손이 닿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다리를 뻗어 현아의 엉덩이를 때렸다.

    찰싹!

    "아얏!"

    "옳지! 현아야. 이럴 때 어떻게 해? 설마 병원까지 갈 문제는 아니지?"

    나는 조급한 마음에 현아를 다그쳤다. 초면이고 뭐고 없었다. 일단 내가 살고 봐야 했다.

    차츰 정신을 차린 현아의 눈동자가 또렷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나와 소연이가 결합된 부분에 머리를 들이 밀었다. 이윽고 제자리로 돌아가 앉으며 혀를 찼다.

    "이거 위험한데?"

    "왜? 뭐가? 뭐가 문제야?"

    "질경련이야. 이대로는 죽었다 깨도 안 빠질 걸? 그냥 병원 가서 주사 한 방이면 되는데. 119 부를까?"

    "안 돼! 죽어도 안 돼!"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알몸으로 구급차에 타고 응급실 행이라니. 그럴 바에는 그냥 목매달고 자살하는 게 나았다.

    내 결연한 외침에 현아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멀스멀 불안감이 솟구쳤다.

    "어디가? 안 돼! 전화하지 마! 죽어도 안 돼!"

    "킥! 아냐. 기다려 봐. 민간요법으로 한 번 시도해 보자. 뭐, 안되면 그때 가서 병원가도 되니까."

    저게 남일이라고…….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들며 욕실로 들어가는 게 꼭 빠지지 말라고 저주하는 것 같았다. 아니, 놀리는 게 확실했다. 일부러 저렇게 요염하게 걸을 필요가 없었다. 그것도 아주 느리게.

    현아가 사라지고 혼자 남은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나는 여전히 축 늘어져 있는 소연이의 뺨을 찰싹, 찰싹 때리며 그녀를 깨우기 위해 노력했다.

    "소연아. 제발. 응? 나 여기서 더 쪽팔리면 진짜 못 산다. 제발 좀!"

    꽤 많이, 꽤 아프게.

    소연이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그녀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는 차마 더 이상 때리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며 절망에 휩싸였다.

    이런 히말라야.

    "……보상도 없는데 이게 뭐야!"

    괜히 성질을 부렸다. 어쩔 수 없었다. 자세를 편히 했음에도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아프네. 아, 어떡하지?

    심지어 살짝 사라졌던 뿌리의 고통이 다시 일어났다. 누군가 내 물건을 잡고 전력으로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조금 수그러들면 괜찮을 것 같았지만 녀석은 내 마음도 모르고 껄떡 거릴 뿐이었다.

    "하아……."

    점점 응급실의 전경이 내 머릿속을 채우던 그때였다.

    "오빠! 언니 안고 일루 와 봐."

    "왜? 무슨 방법 있어?"

    "그냥 작은 가능성? 따듯한 물 받아 놨으니까. 아, 들어가기 전에 언니 좀 깨우고."

    "여기 뺨 안보여? 더 때렸다가는 폭행으로 처벌 받을 걸?"

    "무식하게……. 오빠 그렇게 안 봤는데, 좀 그렇다? 그냥 찬물로 끼얹으면 되잖아!"

    "……끄응!"

    나는 현아의 지혜로움에 대한 칭찬을 하는 대신 두 팔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켰다. 현아가 쪼르르 다가와 소연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뒤를 받쳤다. 덕분에 상체를 일으켜 앉은 나는 수월하게 소연이의 허리를 잡고 침대에서 내려와 일어설 수 있었다.

    "은근히 무겁네."

    "원래 사람이 축 늘어지면 좀 무거워. 아무튼 혼자 갈 수 있겠어?"

    "말 걸지 마. 힘들어."

    나는 낑낑 거리며 소연이를 껴안고 욕실로 향했다. 여자치고는 큰 편이다보니 소연이의 다리가 붓처럼 휘적휘적 거렸다.

    최대한 조심스레 소연이를 욕실로 옮기는 순간 나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후아! 드럽게 힘드……아, 차거! 야! 심장마비 걸릴 뻔 했잖아!"

    이제 확실했다. 나는 절대 성인 군자가 될 수 없었다. 초면이고 나발이고 내가 힘드니 점점 말투가 거칠어졌다.

    다행이라면 현아는 키득거릴 뿐 기분 나쁜 기색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찬물이 콸콸 나오는 샤워기 내 쪽으로 돌렸다.

    "하지 마! 하지 말라니까!"

    "킥! 덩치 값 좀 해! 무슨 엄살이 그렇게 심해?"

    "덩치 크다고 추위 안타냐? 씨름 선수들도 시베리아에 알몸으로 던져 놓으면 얼어 죽어!"

    일부러 나를 맞추는 현아를 향해 악다구니를 쓰는 그때였다.

    아주 작은 신음이 욕실을 가로질렀다.

    "으으……. 으……."

    "어?"

    "언니!"

    고개를 돌려보니 소연이가 차츰 정신을 차리는 것 같았다. 샤워기를 냅다 던진 현아도 다가와 소연이의 뺨을 톡톡 때렸다. 점점 소연이의 신음 소리가 커졌다.

    나와 현아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드디어 소연이가 정신을 차렸다.

    나는 더 없이 반가운 얼굴로 소연이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야! 힘 풀어! 얼른!"

    "오빠! 좀 조용히 해! 시끄럽잖아!"

    "……시끄러. 둘 다. 닥쳐, 좀."

    소연이는 기운이 없는 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기운이 없는 것과 말투 사이에는 관련이 없었다. 그녀의 거친 말에 나와 현아가 동시에 움찔하며 소연이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도 현아는 눈치가 있었다. 그녀는 소연이가 정신을 차릴 것 같자 서둘러 욕실을 나섰다. 잠시 후 그녀는 차가운 생수병을 들고 안으로 돌아왔다.

    올? 똑똑한데?

    내가 생각지 못하고 있던 부분을 챙기는 현아 덕분에 소연이는 금세 정신을 차렸다. 단숨에 생수 한 통을 비운 소연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

    "어. 어 소연아. 정신이 좀 들어?"

    들면 좀 이것 좀 빼주련?

    "오빠……."

    "어, 그래. 나 여깄어."

    그만 좀 부르고 빼달라니까?

    "오빠……."

    "아 쫌! 그냥 빼달……으읍!"

    가뜩이나 조급했던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니, 그 소리도 다 지르지 못했다.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소연이가 내 목을 껴안으며 입술을 부딪쳐 왔다.

    갑작스런 키스에 나도 모르게 팔에 힘이 들어갔다. 소연이의 허리를 부서져라 휘감았지만, 그녀는 작은 신음 하나 내지 않았다. 그저 내 입술이 오아시스인 것처럼 마구잡이로 빨아 먹을 뿐이었다.

    정신없이 부드러운 소연이의 입술을 탐하다보니 자연스레 내 물건이 더욱 빳빳해졌다. 소연이도 흥분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두 다리로 내 허리를 단단히 감싸며 나를 옭아맸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나는 슬쩍 손을 내려 소연이의 볼기짝을 움켜쥐었다. 토실토실한 그녀의 엉덩이를 마구 주무르며 나는 정신없이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끈적끈적한 분위기로 욕실 안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 뜨거운 열기가 폭발할 것만 같았던 그때.

    촤악!

    "앗, 차가!"

    "꺅!"

    "아주 포르노는 찍지? 너무 한 거 아냐? 두 사람?"

    갑자기 날아온 찬물에 날벼락을 맞은 나와 소연이는 깜짝 놀라 입을 뗐다. 현아가 오뉴월에 서리가 내릴 듯 법한 목소리로 앙칼지게 말하자 정신이 들었다.

    아, 맞다. 지금 이게 문제가 아니라…….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현아를 노려보는 소연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기, 소연아. 일단 이것부터 좀 빼고. 진짜 뽑힐 것 같거든?"

    "킥!"

    내 진심어린 애원에 소연이가 짧은 실소를 흘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연스레 욕조로 들어갔다. 살짝 식기는 했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물이 내 발을 감쌌다.

    현아도 내가 욕조에 들어가자 더 이상 훼방을 놓지 않았다.

    "으음."

    욕조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자 나는 물론이고 소연이도 사우나 신음을 흘렸다.

    잠시 물의 온기를 즐기던 나는 고개를 돌려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현아를 바라보았다.

    "저기, 현아야. 근데 진짜 이러면 빠져?"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의사도 아니고. 안 되면 그냥 119 부르지 뭐."

    어쭈. 이게 지일 아니라고…….

    현아의 바람과 달리 물이 완전히 식었을 때 나는 드디어 엑스칼리버를 뽑아낼 수 있었다.

    ***

    식탁 위에 배달 음식이 한 가득이었다.

    다 그림의 떡이었다. 매워도 너무 매운 음식들이 대부분이었고, 내가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건 튀김 몇 개와 치킨 몇 조각이 전부였다.

    나는 시뻘건 양념에 범벅이 되어 있는 족발을 뒤집으며 작은 불만을 터트렸다.

    "야, 무슨 족발을 이렇게 먹어? 클래식이 스태디라는 거 몰라? 드럽게 맵네, 진짜."

    "오빠, 물. 물 마셔."

    "어, 그래. 고맙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소연이가 자상하게 나를 챙겨주자, 현아가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을 표했다.

    "언니. 너무한 거 아니에요? 이거 사람 불러 놓고 좀 너무하네."

    "……근데 넌 왜 안가니? 일 안 해?"

    "며칠 휴가 냈어요."

    묘한 기싸움.

    아무리 눈치가 없다지만 이정도 기싸움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충 이유도 짐작이 갔다. 그 이유로 인해 나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절정.

    보스는 절정에 대한 일종의 효과 보정이 있었다. 결투 중 절정에 오른 소연이는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쾌감을 느꼈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기절까지 했을 정도였다.

    결투에 이런 효율이 있을 줄은 나도 몰랐지만. 뭐, 나쁘지 않네.

    내가 히죽히죽 웃으며 맵지 않은 닭 날개 하나를 집어 먹을 때였다.

    현아가 요염한 눈웃음을 치며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오빠. 나랑 한 번 할래? 결투는 임신 안 되잖아. 응? 앞, 뒤. 어디든 마음대로 쓰게 해줄게. 어때?"

    "안 돼. 절대 안 돼!"

    "왜요? 왜 언니가 그래요? 난 오빠한테 물었는데."

    거 참 적응 안 되네.

    두 여자가 나를 두고 싸운다는 생각에 우쭐해졌다. 나도 남자인가 보다. 물론 이대로 두 여자가 싸우도록 놔둘 생각은 없었다.

    나는 집어 들었던 닭 날개를 아쉽지만 앞접시에 내려놓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둘 다 그만. 지금 뭐하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쟤가 자꾸 얄밉게 굴잖아?"

    "내가 뭘요? 그냥 오빠한테 하고 싶으면 대주겠다는 말인데. 그게 앞이 든, 뒤 든. 어디 든."

    "너어, 진짜 이럴래?"

    하아. 얘들은 전생에 처녀 귀신이었나. 왜 이래?

    솔직히 이해가가지 않았다. 대충 여자들의 오르가즘은 남자들의 상상보다 엄청나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다만 경험하지 못한 걸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살짝 식탁을 치며 두 여자의 신경전을 끊어 버렸다.

    탁!

    "이러면 계속 못 봐. 둘 다 적당히 해. 결투야 다른 사람도 많잖아? 꼭 내가 아니라도 되는 거고. 동정을 따 먹고 싶은 거면 이미 끝났어. 아, 진짜. 내가 왜 이런 소리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뭐, 싼 건 아니라서 그것도 좀 애매하지만.

    진심으로 짜증난 목소리로 말했더니 두 여자가 꼬리를 말았다.

    "……미안."

    "죄송해요, 오빠."

    솔직히 나를 두고 지들끼리 쑥덕거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것도 있었다.

    결정은 내가 하니까.

    아무튼 분위기를 휘어잡은 김에 나는 툭 까놓고 말했다.

    "소연아. 내가 남자라 몰라서 그러는데. 그게 그렇게 좋아?"

    "어? 어. 정말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거였어. 백만 볼트가 내 몸을 감전시킨 것 같다고 할까? 아무튼 그냥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더니 그 뒤로는 기억이 안나. 사실 나 아직도 찔끔찔끔 해요."

    소연이가 살짝 눈웃음을 치며 내 말에 답했다. 얘도 타고난 애였다. 그 와중에도 살짝 몸을 비틀고 가랑이 사이로 손을 밀어 넣으며 나를 유혹했다.

    골 때리는 것은 소연이의 말에 나보다 현아가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무얼 상상하는지 자신의 가슴을 한손으로 주무르며 다른 한손은 소연이처럼 식탁 아래로 밀어 넣고 있었다.

    참 가지가지 한다.

    나는 어이없는 실소를 흘리며 두 여자를 번갈아 보았다.

    "니들 진짜 왜 이러냐?"

    "아, 몰라. 그냥 오빠만 보면 이러네. 낮에만 해도 안 그랬는데."

    소연이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유를 모르는 듯 했다.

    그 순간 한 가지 가설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보상이 없는 게 아니구나. 보상이.

    "결투에서 져서 그런 건가……."

    내 혼잣말에 소연이과 현아가 동시에 탄성을 터트렸다.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행동에 따른 결과가 꼭 있었던 보스였기에 당연한 생각이었다.

    나는 괜한 억측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서둘러 말을 이었다.

    "아직 정식 서비스도 아니잖아? 억측은 하지 말자고. 그리고 가능하면 다른 플레이어랑 결투를 해 봐. 나만 그런 건지. 아니면 다 그런 건지. 솔직히 좀 궁금하기는 하네."

    "히히……. 오빠. 고영 옵빠!"

    "……너 지금 뭐하냐?"

    현아가 갑자기 실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일어난 게 아니라 옷까지 벗어 던졌다. 그녀는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 내 눈앞에 나신을 드러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소연이를 바라보았다. 소연이가 알아서 말릴 것이라 생각한 탓이었다. 그 생각은 와장창 깨져버렸다.

    소연이가 흥미로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번 해 봐. 진짜 오빠 말이 맞는지 확인하면 되겠네."

    "방금 전까지 현모양처 코스프레 하던 애가……."

    내 편은 없었다.

    결국 나는 밥 먹다 말고 결투를 치러야했다.

    물론 결과는 뻔했다.

    "아악! 아아아악! 꺄아아악!"

    ['지현아'가 절정에 올랐습니다.]

    [결투에서 승리합니다.]

    원샷원킬.

    두 번은 없었다.

    현아의 발가락을 불판위의 오징어처럼 만드는데 한 번의 공격이면 충분했다.

    다만…….

    난 언제쯤 시원하게 싸볼까?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