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50화 (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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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는 공평했다.

    무심한 안내는 나와 소연이를 가리지 않고 전해졌다. 당연한 결과에 내 미소가 더욱 짙어졌지만, 반대로 소연이의 얼굴은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뒤통수가 띵 하지?

    나는 한층 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자, 어떻게 해줄까?"

    "……오빠, 이거 뭐야. 아니지? 왜 오빠가 선공이야?"

    소연이는 당황을 넘어 경악했다.

    흔들리는 소연이의 동공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나는 가볍게 답했다.

    "왜긴. 내가 더 레벨이 높으니까."

    그나저나 내가 튜토리얼 끝낸 거 소문내면 안 되는데.

    의기양양하게 대답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이 들었다. 인터넷에 과격한 글들처럼 사실이 알려지면 누군가 해코지를 할지도 몰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나는 아직 남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아직은.

    어정쩡한 포지션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방구석 폐인에 가까웠기에 나름 잔머리를 굴렸다.

    내가 나름의 토끼 굴을 파고 있을 때 현아가 동그랗게 눈을 뜨며 귀엽게 물었다.

    "오빠! 오빠 정말 소연 언니보다 레벨이 높아요? 우리 가게에서 젤 고렙인데?"

    "쟤가 최고 렙이야? 넘버 1은 어쩌고?"

    "걔는 나랑 동렙. 그냥 얼굴빨로 먹고 사는 애지. 기술이 없으니까. 사실 기술은 언니가 최고죠."

    소연이가 현아의 칭찬에 가슴을 활짝 펴고 답했다.

    쯧쯧. 그래봤자, 남자는 얼굴이 최고란다.

    나는 두 여자의 질투를 느꼈지만 그냥 모른 척 넘어갔다. 에이스고 뭐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상대가 더 중요한 법이었다. 괜히 그림의 떡을 노리다가 손에 쥐고 있는 떡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올. 소연이 기술로 먹고 살았네?"

    "……저 아저씨 방금 개그 했니?"

    "언니. 저 아저씨 이상해. 무서워."

    어이, 어이.

    소연이과 현아가 갑자기 호칭을 바꿨다. 방금 전에는 웃겨 죽겠다고 했던 녀석들이 순식간에 태세 전환하니 너무하다 싶었다.

    내 개그가 그렇게 안 웃긴가?

    스스로 자문해봤지만 해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나는 괜히 내가 불리한 이야기를 계속하기보다는 유리한 것에 집중했다.

    "아무튼 어떻게 해줄까? 기껏 덤볐는데, 한방에 끝내면 그렇잖아?"

    "흥! 웃기고 있네. 얼마나 레벨 높다고? 오빠나 각오하는 게 좋을 걸?"

    소연이가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왜 저러지? 뭐가 있나?

    숨겨둔 한 수가 있는 것 같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나는 살짝 긴장하는 척 하며 상체를 세웠다.

    "오케이. 그럼 한 번 해보자. 준비 됐지?"

    "언제든지!"

    나와 소연이가 결투할 준비를 끝내자 현아가 흥미로운 얼굴로 관전 자세를 취했다. 그것이 한껏 가랑이를 벌리고 자위하는 거였지만.

    현아가 만들어내는 야릇한 소리를 뒤로한 나는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기로 결심했다.

    괜히 까불다 지면 무슨 개쪽이야?

    최소한 쪽팔리게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기술을 시전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어멋!"

    "으음."

    소연이의 속살은 고집이 있었다. 내가 엑스칼리버를 빼내려고 하자 질척하게 달라붙어 놓아주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내 힘을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어우, 여자는 다 이런가?

    나름 엄청난 흡착력에 놀랐지만 나는 되도록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투는 전투였고, 나는 승부욕이 강했다. 첫 결투에서 지고 싶지 않았다.

    내 갑작스런 움직임에 소연이가 비명을 지르며 벌러덩 넘어졌지만, 그녀는 금세 일어나 앉았다. 대충 내가 무슨 기술을 쓰려는 것인지 짐작한 듯 그녀의 표정은 담담한 편이었다. 확실히 경험과 눈치가 대단한 그녀였다.

    나는 상대가 알든 말든 속으로 기술명을 외치며 묘한 느낌이 드는 엑스칼리버를 소연이의 얼굴로 들이 밀었다.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내 엑스칼리버를 쭉 내밀고 있는 나를 향해 소연이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입을 열었다.

    "겨우 그거? 난 또 무슨 대단한 기술인가 했네."

    "킥! 아저씨. 소연 언니 페라 마스턴데. 괜찮겠어요?"

    자신만만한 소연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아가 짓궂은 얼굴로 나를 놀렸다.

    두 여자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보스는 남자보다 여자에게 유리했다. 남자와 여자의 태어날 때부터 다른 신체적 차이 때문이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이미 인터넷에서도 간접적인 비교를 통해 여성의 우위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여자들의 음격이 남자들보다 높았고, 더구나 기술 또한 조금 더 강한 편이었다. 게다가 흥분도 관리도 여자가 더 수월했다.

    수성이 공성보다 쉬운 건 당연하니까.

    나는 아무런 대꾸도하지 않은 채 그저 웃었다. 여자가 성투에 더 유리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게임의 방식을 취하는 성투는 현실과 달랐다.

    특히 음격이라는 이름의 레벨이 그러했다.

    "계급이 왜 깡패인지 보여주마!"

    나는 호기롭게 소리치며 소연이의 머리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그녀의 머리를 봉쇄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허리를 밀었다. 그녀는 나름 버티려 입술을 꾹 다물었지만 이미 칼날처럼 딱딱해진 내 엑스칼리버를 막을 수는 없었다.

    수욱!

    저항을 꿰뚫으며 엑스칼리버가 소연이의 입안을 파고들었다.

    "우읍!"

    소연이는 신음을 토하는 와중에도 나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매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코웃음 치며 여전히 자신만만한 소연이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물이나 닦고 그러지? 허세는 소용없거든?"

    그나저나 얘는 무슨 혓바닥이…….

    아무렇지 않은 척 내뱉은 말과 달리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연이는 능숙하게 엑스칼리버를 받아냈다. 그녀는 그 와중에도 혀를 움직여 엑스칼리버의 검두부터 뿌리까지 희롱했다.

    와, 진짜 전문가는 전문가네.

    적잖은 감탄을 내가 터트리는 그 순간.

    퍽!

    ['진소연'에게 34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우렁찬 효과음과 함께 보스의 안내가 이어졌다.

    에이, 평타네.

    효과음의 정도에 따라 대충 어느 정도 데미지를 주었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방금처럼 짧고 깨끗한 소리가 터지면 평균 이하의 타격치일 확률인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크고 찢어질 듯한 소리는 치명타를 동반했다.

    그나마 뚜렷한 효과음을 보니 평균적인 피해를 준 것 같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불만족스러운 내 얼굴과 달리 소연이는 눈이 찢어질까 걱정될 정도로 부릅뜬 상태로 나를 바라보았다.

    "……거짓말."

    "아이고, 힘들다. 그럼 공격을 받아 볼까나?"

    나는 큰 충격에 공황에 빠진 소연이를 뒤로하고 그대로 벌러덩 누웠다.

    어디, 약 좀 오르려나?

    살살 약 올리기 위한 내 행동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소연이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그녀는 내가 뭐라고 놀리든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에이, 아쉽게.

    내가 아쉬워하고 있을 때 현아가 나와 소연이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의아해했다. 그녀로서는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 같았다. 보스의 안내는 당사자들에게만 전해졌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여전히 한 손가락을 자신의 음부 안에 넣고 있는 현아를 향해 지나가는 듯 물었다.

    "소연이 왜 저러니? 기술 처음 당해보는 사람처럼."

    "흐응……."

    현아는 내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드디어 음부에 넣었던 손을 뺀 그녀는 음액에 반짝이는 손을 뻗어 소연이의 가슴을 찔렀다.

    그때 누구도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꺄악!"

    "현아야!"

    "……어? 어머! 얘!"

    소연이의 가슴에 현아의 손이 닿는 순간 그녀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마치 고문당하는 사람처럼 소름 돋는 소리였다. 놀란 나는 물론이고 뒤늦게 정신 차린 소연이가 현아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전투 중인 것을 망각하고 현아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우리는 왜 현아가 왜 비명을 질렀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끌!

    "어?"

    "이게 왜……?"

    몸을 움츠리고 놀란 현아의 어깨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막이 있는 것처럼 내 손이 옆으로 미끄러졌다. 그것은 소연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비명을 질렀던 현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결투할 때. 아니, 전투 중에 끼어들지 말래. 그러면 페널티 먹인데!"

    현아의 설명이 있었지만 나나 소연이나 그보다 현아의 안위를 더 걱정했다.

    비록 무언가에 막혀 현아를 만져볼 수는 없었지만, 소연이는 어떻게든 고개 숙인 현아와 눈을 마주치려 몸을 웅크렸다. 이윽고 소연이는 현아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살짝 상기된 현아의 얼굴을 확인한 소연이가 다급히 물었다.

    "어디 다치거나 페널티 먹은 건 없고?"

    "……아마도?"

    "야! 이 망할 기집애야! 놀랐잖아!"

    소연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마도 크게 걱정했었나 보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성내고 있는 소연이를 붙잡으며 현아에게 물었다.

    "그럼 됐네. 그냥 경고였잖아. 얘가 놀라서 그런 건데 너무 화내지 마."

    "망할 기집애. 사람 걱정하게 비명을 왜 질러? 무슨 귀신 봤어?"

    "진짜 놀랐단 말야! 갑자기 언니는 만질 수 없지. 난데없이 누가 말을 걸지. 내가 안 놀라고 배겨?"

    "이게……! 에휴. 아니다. 됐어. 멀쩡하면 됐어."

    소연이가 한 마디 더 쏘아붙이려고 했지만 고개 들고 소리치는 현아의 얼굴을 보고는 그냥 말을 돌렸다. 마치 이런 경우가 많이 있었던 것 같았다.

    반면 나는 그냥 어리둥절했다. 도저히 현아의 성격을 종잡을 수 없었다.

    쟤 조울증 있나?

    내가 내린 결론은 그냥 어디 아픈 애라는 거였다.

    차마 대놓고 물어 볼 수는 없었지만, 혼자 훌쩍거리는 현아 몰래 나는 소연이에게 눈빛으로 물었다.

    소연이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말해. 되도 않는 바디 랭귀지는 하지 말고."

    "큼! 그럴까, 그럼?"

    "왜? 현아가 어디 아픈데 있나 싶어서 그래?"

    넌 도대체 어떻게 내 생각을 읽는 거냐?

    여자들은 참 신기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 바로 알아챘다. 마치 내 얼굴에 글이라도 써 있는 것 같았다.

    소연이가 또 다시 피식 웃었다.

    "오빠는 얼굴에 다 써 있어. 참 표정이 다양하다니까. 아무튼 아픈데 없어. 우리들이 얼마나 건강한데? 그냥 쟤가 어려서부터 귀신을 좀 무서워해서 그래. 자주 가위도 눌리고 그러거든."

    "아……. 의외네?"

    소연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른 현아를 바라보았다.

    "세상에 귀신 없다니까."

    "언니. 보스도 갑자기 나왔잖아. 이런 이상한 게 있는데, 귀신이 왜 없어? 귀신 있다니까?"

    또 시작이다.

    나는 두 여자의 설전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았다.

    "아아, 쓸데없는 말싸움은 그만! 다음에 해. 이게 뭐야. 분위기만 깨고."

    "아, 맞다! 우리 결투 중이었지?"

    단호한 내 일갈에 현아는 움찔하며 말을 아꼈고, 소연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말싸움을 막았지만 이미 깨진 분위기는 어찌할 수 없었다.

    소연이는 잘됐다는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오빠야. 도대체 아까 그 미친 데미지는 뭐야?"

    "뭐긴. 데미지가 데미지지. 그나저나 얼른 끝내자."

    "하아……."

    나는 다시 자리에 누우며 결투의 속개를 재촉했다.

    재촉에도 불구하고 소연이는 내키지 않는 얼굴이었다. 대충 그녀의 심정이 짐작이 갔다. 그녀는 지금 자살하러 가는 기분일 것 같았다.

    소연이가 떨떠름한 얼굴로 다시 내 엑스칼리버를 자신의 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으음……."

    뭐라고 해야 할까.

    소연이의 속살은 참 신기했다. 원래 나랑 한 몸인 것처럼 엑스칼리버를 감쌌다. 단단히 엑스칼리버를 붙잡고 있는 와중에도 그녀의 속살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움직이며 자극을 더했다.

    현아는 아무 말 없이 나와 소연이의 결투를 지켜보았다. 그녀도 더 이상 방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 싶었다. 아니, 사람이라면 그래서 안 되는 법이었다.

    한편 소연이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강아지 같은 소연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 나왔다.

    "큭! 뭐야, 그 표정은? 누가 죽으러가?"

    "나. 내가 죽으러 가는 기분이야. 하아, 진짜 오빠 정체가 뭐야?"

    "내 정체? 방금 전까지만 해도 30년 만에 동정을 잃을 뻔 했던 남자지. 근데 누가 장난처럼 일이 꼬였지만."

    내 얄미운 대답에 소연이가 콧잔등을 찡그렸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게 확실했다. 그 무언가는 지금 전투임에 틀임이 없었다.

    나는 소연이의 눈빛에서 읽은 갈등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요것 봐라?

    "소연아. 괜히 무리하지 마라. 포션 먹어서 얼마나 더 살겠다고?"

    "……진짜 얄밉네. 나중에 두고 봐!"

    내 일격이 놀라웠을까.

    소연이가 더 이상 갈등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그녀의 얼굴에는 포기하는 기색이 살짝 어렸다. 물론 오기도 같이 있었다.

    이거 괜히 속을 긁었나?

    살짝 걱정이 됐지만 이내 지워버렸다. 7레벨 차이를 극복하게 둘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열심히 한다면, 나는 더 열심히 하면 됐다.

    마음을 비운 소연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기술을 사용했다.

    뿌직! 뿌직!

    "으윽!"

    소연이의 기술은 카운터였다. 그녀의 속살에 점령당해 있던 엑스칼리버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그녀의 속살은 압착기처럼 엑스칼리버를 사방에서 짓눌렀다.

    엄청난 흡착력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이미 엉덩이는 돌처럼 딱딱해질 정도로 힘을 준 상태였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포로 상태가 될지도 몰랐다.

    아씨. 아직도 멀었네.

    지금 내게 가장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며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윽고 소연이의 공격이 끝났다.

    ['진소연'에게 191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뭐? 뭐라고?

    솔직히 놀랐다. 소연이와 내 레벨 차이를 생각하면 생각보다 큰 데미지였다. 단순한 데미지만 놓고 보면 전직 시험을 치렀던 몽마와 필적할 정도였다.

    이러한 놀란 감정은 내 얼굴에 고스란히 들어났다.

    소연이가 내 표정을 읽으며 씽긋 웃었다.

    "어때?"

    "좀 하네."

    "킥! 강한 척은. 아무튼 나 이제 딸피야. 깔끔하게 보내 줘."

    "오케이. 깔끔하게 보내주마."

    소연이는 포기한 듯 선선히 패배를 인정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녀의 심정이 이해됐다. 딸피란 말도 거짓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

    내 만피가 650인데. 한 방이면 끝나겠지.

    나는 굳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체위를 바꿨다.

    정상위.

    소연이가 피식 웃으며 내가 움직이기 편하도록 다리를 벌려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다리 사이를 더욱 파고들었다. 이내 엑스칼리버를 슬며시 빼내며 일격을 준비했다.

    언뜻 소연이의 눈에 긴장이 어렸다.

    "아, 너 설마 처음?"

    "처음은 무슨! 그냥, 그냥……. 나름 진 적이 없어서 그렇지."

    오호라.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나를 동정이라 놀렸던 걸 되갚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소연이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나는 허리에 힘을 주었다.

    예고 따위는 없었다.

    푸욱! 푸욱!

    "흐읍!"

    갑작스런 삽입에 소연이가 꽤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더욱 밝게 웃으며 연이어 허리를 튕겼다. 어차피 공격은 처음 삽입으로 결정되겠지만 나도 모르게 전투가 아닌 섹스를 즐기고 말았다.

    어쩌겠는가. 나도 남자인데.

    막 세 번째 박음질을 하는 순간이었다.

    퍼억! 콰앙!

    어? 이 소리는…….

    ['진소연'에게 248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진소연'에게 541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도둑 삽입의 30% 확률이 터졌다. 거기에 첫 번째 타격은 평균 이상의 타격을 주었다. 심지어 두 번째 타격은 치명타였다.

    "아아아악……!"

    ['진소연'이 절정에 올랐습니다.]

    [결투에서 승리합니다.]

    응. 그런데? 보상은?

    보스의 안내는 거기서 끝났다. 내가 은연 중 기대했던 보상은 없었다. 심지어 페널티도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절정에 오른 소연이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퍼덕! 퍼덕! 부르르…….

    소연이는 막 물에서 건져낸 생선처럼 온몸을 떨었다. 단순한 경련 정도가 아니었다. 그녀의 눈은 이미 흰자가 대부분이었고, 발가락은 낫처럼 굽힌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야! 진소연! 야, 인마! 정신 차려!"

    결코 소연이가 걱정돼서 소리친 게 아니었다.

    여전히 소연이의 몸 안에 박혀 있는 자랑스러운 엑스칼리버가…….

    "아니지? 소연아, 아니지? 야! 기절하지 마! 기절하면 안 돼! 야! 정신 차리라고!"

    ……뽑히지 않았다.

    젠장! 어떡하지?

    ========== 작품 후기 ==========

    2권 끝!

    이지만...이제야 프롤로그가 끝난 느낌이네요.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를 위해 달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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