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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가 맞았다.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자연스레 시선은 지현아를 향해 돌아갔다. 그녀는 당황스러워 할 법도 했지만 그저 씽긋 웃으며 내게 눈웃음을 칠뿐이었다.
아, 드럽게 섹시하네.
소연이도 그랬지만 지현아도 타고난 색기 같은 게 있었다. 남자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아는 여자였다. 두 여자 앞에서 나는 하염없이 약해지는 것 같았다.
그럴 순 없지. 나도 남잔데.
아랫입술을 입안으로 살짝 넣어 혀로 목을 축인 나는 제법 담담한 척 소연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내가 잘못들은 건가?"
"벌써부터 귀가 안 들리는 거야? 오빠도 이제 아저씨구나."
"너랑 몇 살 차이 안 나거든? 내가 아저씨면 넌 아줌마냐?"
자고로 사람은 농담도 사람 가려가면서 해야 했다. 나는 그것을 아직 몰랐다. 덕분에 서슬 퍼런 소연이의 눈빛을 피해야했다.
오뉴월에 서리를 내리게 하는 여자처럼 날 노려보던 것도 잠시 소연이가 고개를 틀어 지현아를 바라보았다.
"너부터 씻어. 저기 침실 안에 욕실이 꽤 쓸 만해. 가운은 욕실 안에 있는데, 좀 클 거야."
"알았어요, 언니. 그럼 이야기들 나누세요."
집 주인을 덩그러니 둔 채 두 여자가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다. 순간 어이가 없었다.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나는 아무런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결코 음심이 동해서 그런 건 아니다. 흠흠.
지현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눈웃음을 치며 몸을 돌렸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엉덩이에 시선이 닿았다.
저러다 궁둥이 보일라.
너무도 짧은 바지는 핫팬츠도 아니고 그냥 팬티 같았다.
꿀꺽.
여리여리한 몸매와 달리 적당한 중량감을 가지고 있는 지현아의 엉덩이가 씰룩거릴 때마다 내 목울대도 같이 움직였다. 그녀가 욕실로 들어가 모습을 감출 때까지 나는 여체의 아름다움을 즐겼다.
아, 마음이 치유가 되네.
문득 따끔한 시선이 느껴졌다. 조심스레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또 다시 두 눈을 치켜뜬 소연이가 보였다. 나는 괜한 아쉬움에 혀를 차며 턱을 들었다.
"왜?"
"당장 경찰서로 갈까? 설마 밖에 나가서도 그 따위 눈빛으로 여자들 몸을 훑어보는 건 아니지?"
"야!"
"아니면 됐어. 난 또 그런 족속인 줄 알았지."
내가 버럭 화를 내자 소연이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도저히 말싸움으로 이길 수 없는 상대란 걸 다시 한 번 깨달은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물었다.
"근데 도대체 뭐하자는 거야? 갑자기 말도 없이."
"지금 말하고 있잖아? 오빠 차였다며. 내가 위로해주려고 특별히 후배를 모셨지. 쟤 진짜 우리 가게 넘버 2였다니까?"
"……하아."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그동안 소연이가 성 쪽으로 거침없다는 걸 알기는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게다가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나도 싫지 않다는 거지. 나도.
가치관은 몰라도 성관념은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한 사람이 나였다. 애초에 성생활을 할 수 없는 조건이다 보니 당연한 결과였다. 나름 순백의 성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것은 아닌 듯 싶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구나.
스스로 모르고 있던 사실을 깨달으며 나는 소파에 깊숙이 등을 파묻었다.
잠시 나를 빤히 바라보던 소연이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반쯤 몸을 틀어 내 무릎 위에 앉았다. 그러더니 내 목을 팔로 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 내가 천국이 뭔지 보여줄게. 걱정하지 마. 오빠는 그냥 있으면 돼. 알았지?"
"……하아."
이걸 어떻게 받아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순간 온갖 생각이 떠올랐지만 딱히 걱정스러운 건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꽃뱀이라 해도 내 재력과 인맥이면…….
역관광을 시킬 수 있으니까.
내가 두 눈을 감고 있자 소연이가 더욱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늘 오빠 동정. 내가 먹을 거야. 쟤 부른 값은 내가 내는 거니까. 그걸로 퉁 치는 거다. 알겠지?"
"……그래. 니 꼴리는 대로 해라. 나도 모르겠다."
내 항복에 소연이가 꺄르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순히 일어난 것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아끌며 나를 일으켜 세웠다.
"자, 우리도 씻어야지. 시간 없으니까 같이 씻자."
갑작스러운 상황에 크게 당황한 터라 나는 힘없이 소연이의 힘에 끌려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오르며 소연이는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계속 웃었다.
"긴장하지 마. 누나 못 믿어? 씻기만 할게. 먹는 건 침대 위에서. 오케이?"
내가 얘를 만난 건 신의 한수가 아니지 싶었다.
호랑이 아가리에 대가리를 밀어 넣었구나, 내가.
뒤늦은 후회가 찾아왔지만,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어젯밤 일을 잊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지 싶었다. 게다가 소연이의 생각과 달리 나는 스스로 동정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기억은 못하지만 디테한테 한 번 먹혔고, 기억하기로…….
그건 잊자. 제발 잊자.
어쨌든 보스 안에서 나를 동정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그것은 섹스 배틀을 통해 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가까웠다.
잠깐만.
나 현실에서는 동정인가?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
나는 지금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근데 소연아. 안대를 꼭 껴야 돼?"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 해. 내가 잡아먹니?"
"잡아먹을 거 같은데……. 윽!"
여전히 내 주둥이는 나불거렸고, 덕분에 젖꼭지가 감전되고 말았다. 내 꼭지를 제대로 꼬집은 소연이는 나름 준비를 많이 한 상태였다. 그녀의 작은 가방 안에는 즐거운 성생활을 위한 여러 도구들이 들어 있었다.
"원래 팔이랑 다리를 묶어야하는데, 오빠 침대가 너무 커서 내가 봐주는 거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설마 전기……악!"
"진짜 전기톱을 사와서 썰어 줄까?"
서슬 퍼런 소연이의 일갈이고 뭐고 불알을 꽉 틀어지는 그녀의 행동에 열 받은 나는 안대를 벗고 상체를 세웠다. 목뼈가 우두둑 소리를 낼 정도로 빠르게 고개를 돌린 나는 소연이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아니, 소리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느새 샤워를 마친 지현아가 소연이 옆에서 수건 한 장만으로 몸을 가린 채 웃고 있었다.
아, 쪽팔리게.
"흠흠. 적당히 해. 여자는 몰라. 거기 맞으면 얼마나 아픈데? 진짜 쌍욕 나온다니까?"
"킥! 알았어. 알았으니까, 다시 쓰고 누워."
"……꼭 써야 돼?"
솔직히 쓰기 싫었다. 남자와 여자의 흥분 포인트는 달랐다. 여자는 청각과 분위기에 민감하지만, 남자는 분위기고 나발이고 그냥 시각에 노예였다.
돌려 말했지만 두 여자는 내가 그녀들의 알몸을 보고 싶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소연이가 내 가슴을 밀며 나를 다시 눕혔다.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라니까? 적당히 강도를 조절해야지. 오빠는 중환자야. 이제 겨우 숨 쉬게 됐는데 조심해야지."
나긋나긋한 소연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안대를 썼다. 그녀의 말을 믿어서가 아니었다.
그래도 초면인데, 쪽팔리게.
최대한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걸 보니 나도 정말 어쩔 수 없는 남자였다.
그때 내 똘똘이를 흥분시키는 소리가 언뜻 귓가에 들렸다.
사락.
아주 작았지만 분명히 들렸다.
아오, 진짜 미치겠네.
내가 생각할 때 우리 조상들은 멋을 알았다. 특히 그들의 풍류는 첫날밤에서 정점을 찍는다고 생각했다. 새색시의 옷고름을 풀 때 들리는 요염한 소리는 없던 사랑도 만들 것 같았다.
침을 꿀꺽 삼키는 사이 내 몸에 차가운 무언가가 떨어졌다.
"소연아? 설마 침 뱉은 건 아니지?"
"풉!"
찰싹!
내 진지한 물음에 지현아는 웃음으로 답했고, 소연이는 매질로 답했다. 진짜 요즘 여자들은 손이 매웠다. 가뜩이나 방금 전 꼬집혔던 탓에 내 소중한 젖꼭지가 바르르 떨었다.
이 사디스트. 아니 마조키스트인가? 아무튼 그냥 변태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며 속으로 소연이를 헐뜯을 때 미끌미끌한 느낌이 내 가슴과 배에서 퍼졌다.
"으음!"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올 정도로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아담한 네 개의 손이 내 몸을 훑는 게 묘한 느낌을 주었다. 가끔 손가락들이 움직이며 내 몸을 피아노처럼 만들었다.
"킥! 오빠. 표정 대박."
"언니 말대로 몸이 참 좋으시네요."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 수 없었다. 괜히 꽉 깨물고 있는 입술을 풀었다가 또 민망한 신음이 나올 것 같았다. 그만큼 그녀들의 손기술은 대단했다.
소연이는 방금 전까지 꼬집고 때렸던 내 젖꼭지를 살살 비비며 가지고 놀았고, 지현아는 내 사타구니 사이로 손을 넣어 내 물건과 주머니를 주무르며 가지고 놀았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잠시 멈춰있던 두 여자의 손이 다시 움직이며 내 전신을 샅샅이 쓰다듬었다. 미끌미끌한 오일 같은 걸로 내 앞이 뒤덮였다. 차가움이 가시자 더욱 끈적끈적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은데?
내가 새로운 걸 배웠다고 좋아할 때였다.
"으읍!"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오빠도 뭘 해야지. 얼른 빨아."
소연이의 당당한 요구에도 나는 입을 열 수 없었다. 소연이가 내 얼굴을 엉덩이로 깔고 앉아서가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내 국부에서 느껴지는 따듯하고 부드러운 느낌 때문이었다.
두 여자는 내 상체와 하체를 동시에 공략했고, 무방비로 당한 나는 그저 소연이의 가느다란 허리를 부여잡으며 움찔하는 게 전부였다.
"으흥."
"쭈웁."
야릇한 신음과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연이는 내가 가만히 있자, 알아서 엉덩이를 돌리며 자극을 키우려 애썼다. 지현아는 내 물건을 입에 담은 채 요리조리 물고 빨았다. 그녀들의 애무에 나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 채 몸을 떨어야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금세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수, 숨 막혀!
숨이 막힌 나는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고, 공기를 빨기 위해 숨을 들이켰다. 안타깝게도 공기는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밥 달라고 조르는 내 폐로 인해 나는 더욱더 강하게 숨을 들이켰다.
"쭈우우우웁!"
"으흥……!"
묘하게 상황이 맞아 떨어지며 소연이가 교성을 터트렸다. 그녀는 허리를 비틀며 더욱 더 큰 자극을 갈구했다. 그 와중에도 지현아는 내 물건을 입에 넣고 빼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코를 효자손처럼 이용하며 소연이가 앞뒤로 허리를 움직였다. 나는 그저 숨을 쉬기 위해 발악할 뿐이었다. 혀를 내밀고 입을 크게 벌리니 그나마 질식사는 면할 수 있었다.
정신없이 두 여자에게 희롱당하고 있던 그때였다.
소연이의 의아한 목소리가 내 정신을 깨웠다.
"어? 오빠. 오빠 자지 왜 안서? 기껏 씻으면서 세워놨더니!"
"후아!"
내 물건에서 입을 떼고 숨을 헐떡거리는 지현아를 바라보며 소연이가 추궁하듯 물었다. 나도 대답이 궁했다. 나라고 이유를 알 턱이 없었다.
설마 안 서는 건……?
"안 돼! 내가 어떻게 세웠는데! 무조건 세워! 세우라고!"
"이 오빠야! 안 서는 걸 우리가 어떻게 해!"
"너 전문가잖아! 전문가면 어떻게든 세워야지!"
두려움에 함몰당한 나는 억지를 부렸다. 소연이는 내 억지에 바짝 날을 세우며 대들었다. 야릇한 분위기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지현아는 우리 둘이 싸우든 말든 신기하다는 얼굴로 내 물건을 요리조리 살폈다.
죽은 쥐새끼를 작대기로 툭툭 치듯이 손가락으로 헤집던 지현아가 말했다.
"저기, 언니. 물건은 멀쩡한 거 같은데 왜 이래요?"
"그걸 내가 아니! 저런 물건이 왜 하필……."
"뭐냐, 그 눈빛은. 내가 뭐? 내가 뭐!"
내가 바락바락 항변했지만 소연이게는 소용이 없었다.
소연이가 여전히 죽어 있는 내 물건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기껏 위로해주겠다고 현역까지 데리고 왔더니. 그것도 에스로 데리고 왔는데. 뭐야, 이게!"
꿈쩍도 안하는 내 물건에 소연이가 울상을 지었다. 정말 안타까워하는 감정이 역력했다. 슬쩍 고개를 돌아 지현아의 얼굴을 보니 그녀도 소연이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것들아. 나도 울고 싶다고. 나도!
울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내가 그녀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기껏 멀쩡하던 놈이 갑자기 무슨 변덕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설마……."
"왜? 뭐 짐작 가는 거 있어?"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아냐. 아니야!"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작은 가능성이 떠오를 때마다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수도 없이 내가 부정하고 있을 때 소연이가 기가 찬 코웃음과 함께 비수를 날렸다.
"설마 차였다고 그런 거야?"
"……아니야."
내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 작품 후기 ==========
오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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