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44화 (44/200)
  • <-- To, Back. -->

    ***

    오늘따라 유난히 시간이 안 갔다.

    쪽팔림에 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했음에도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씻고 배를 채웠음에도 여전히 7시가 넘지 않았다. 거의 잠을 못잔 것 같았다.

    그와 반대로 내 정신은 말짱했다.

    여전히 내 심장은 두근거렸다.

    "후우……. 떨지 마, 박고영."

    소파에 털썩 앉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다. 누구에게 한풀이라도 하면 좀 나아질까 싶었지만, 애초에 내 인간 관계는 극세사 이불 같았다. 가뜩이나 오늘은 소연이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없기에 더욱 안절부절 못했다.

    "진짜 개똥도 약에 쓰……. 에이, 그래도 걔가 개똥은 아니지. 아, 맞다! 깜빡할 뻔 했네."

    소연이의 부재를 아쉬워하다보니 자연스레 계약이 떠올랐다.

    그것도 잠시 나는 피식 웃으며 다시 소파에 앉았다.

    "내가 뭐 볼 줄 아나. 그냥 걔보고 정하라하고, 내가 결제하면 되지."

    사실 나는 명품에 관심이 없었다. 애초에 시계니, 차니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손목에 무얼 차는 게 답답했고, 차는 그냥 택시가 가장 편했다.

    "내가 은둔형 외톨이가 아니었으면 기사 딸린 차를 몰았겠지. 그나저나 시간 참 드럽게 안가네."

    예전 같았으면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했겠지만 보스의 등장 이후로 모두 흥미를 잃어 버렸다. 그 어떤 게임도 보스보다 재미있지 않았다. 자고로 가장 재미있는 게임은 우리 인생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결국 나는 어떻게 고백할 지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득은 없었다. 그래도 아무런 준비 없이 하는 것보다는 낫겠다 생각하며 계속 혼자 망상을 해 보았다.

    온갖 상상을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가며 점심때가 됐다.

    나는 히죽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걸어갔다. 이미 내 머릿속에서 나는 나 원장과 사귀고 있었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 낸 나는 대충 허기를 때운 뒤 서재로 들어갔다.

    서재에 앉은 나는 렙탑을 켜며 보스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없나 둘러보았다.

    "음……. 별거 없네. 그나저나 벌써 50%가 넘었네?"

    본래 성투의 이식이라는 이름이 따로 있었지만 사람들은 다른 이름으로 4월 5일을 기대했다.

    정식 개방.

    혹은 정식 서비스. 즉, 사람들은 보스의 이식을 게임 서비스를 정식으로 하는 것처럼 생각했다. 실제로 몇몇 언론에서는 보스가 차세대 유일무이한 게임이 될 것이라 추측했다. 게다가 그들은 게임 산업이 쇠퇴할 것이며, 그로인한 경제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게임이라고 다 같은 게임인 줄 아나. 뭐, 타격이 없진 않겠지만……. 그래도 애들 무시할 수는 없지. 아니, 오히려 게임보다 다른 문화 사업이 더 치명타 아닌가? 그리고 우리나라잖아. 게임은 뭐."

    뚜껑을 열기 전까지 결과를 예단할 수 없었다. 다만 우리나라의 인식에 보스는 제대로 뿌리내릴 것 같지 않았다. 암암리에 성행해도 고령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망측한 존재가 보스였다.

    이런 저런 글들을 읽는 와중에 나는 하나의 글에서 멈췄다.

    "와……. 시베리아 씨발린 수박 같은 일이."

    욕지거리 비슷한 추임새가 내 입에서 터져 나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보스의 한 아이템이 문제였다.

    --------------------

    [누군가의 빨간 알약]

    + 비밀스러운 평민의 묘약.

    + 능력치 초기화.

    --------------------

    오래된 백은 궤짝에서 나왔다는 물품은 다름 아닌 스탯 초기화 아이템이었다. 딱히 나에게 필요한 물건은 아니었다. 다만 사촌이 산 땅이 재개발에 들어가는 소식을 들은 것 같았다.

    누군 잡템인데, 누군 대박이라니!

    억울했다. 진짜 억울했다. 억울하다 못해 화가 날 정도였다.

    "진짜 이거 너무 한 거 아냐? 난 고작 치명 반지 하나주고! 황금 궤짝은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잡템에!"

    이미 보물 상자에서 미구현 물품이 나온 순간 나는 저주캐라는 게 판명 났다. 그래도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대인배도 아니었고, 소인배도 아니었다.

    아쉬움은 아쉬움이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지금은 어떻게든 저걸 갖고 싶었다. 돈이라면 나도 남부럽지 않게 있었다.

    마우스 휠을 돌리며 본문 내용을 확인했다. 아쉽지만 팔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글을 아래로 내렸다.

    "헐, 미친."

    댓글은 가관이었다.

    "리플 옥션도 아니고. 이게 뭐야? 천? 천만 원이라고?"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순간 또 다시 욕이 치밀 뻔 했다.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만해도 천만 원에 살 수 있다면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 게임 아이템이 몇 천씩 하는 판국인데.

    마지막 댓글까지 읽었을 때 내 얼굴에 떨떠름한 표정이 나타났다.

    "안 판다? 멍청한 사람은 아니네. 일단 튕기고 간을 보겠다는 건데……."

    마지막 댓글의 주인은 글쓴이였다. 그는 판매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과도한 추축을 삼가 달라고 했다. 다만 팔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나는 해당 글을 즐겨찾기에 넣은 뒤 다른 글을 찾아보았다.

    "어차피 팔 거면 화제가 될 테니까. 그때 가서 뛰어들면 되겠지."

    이런 저런 글들을 읽어보니 생각 외로 다양한 아이템을 볼 수 있었다. 그 중 대부분은 다름 아닌 잡템이었다. 간간히 무기와 장식도 있었다.

    슬슬 허기가 느껴질 때 즈음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상징이 거의 없네."

    내가 파악한 바로 보스는 상징 싸움이었다. 상징을 어떻게 세팅하고 싸움에 나서냐에 따라 승패에 큰 영향을 받았다. 물론 기본 능력과 기술 습득이 중요하겠지만, 상징을 통한 능력 보완이나 증폭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다.

    이렇듯 가장 중요한 상징을 온라인상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어차피 정보를 까지 않는 사람은 없는 걸로 치는 게 맞겠지. 그럼 결국 12레벨 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건데. 랭커의 기준이 12레벨인가?"

    오래된 청동 봉인석을 얻기 위해서는 단정한 시랑을 사냥해야했다. 이 몽마를 사냥하면 딱 레벨이 12로 올랐다. 당연히 나는 12레벨을 돌파한 이들이 거의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뭐, 은거기인들은 어디나 있으니까. 아니. 나처럼 아예 귀찮아서 안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그러고 보니 소연이가 13렙이라고 했던가?"

    음격 13단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실적이었다. 최소한 4층의 두 번째 몽마까지 사냥해야 달성할 수 있었다. 물론 경험치 노가다를 하면 그 전에 달성할 수도 있지만, 소연이의 성격상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그간 소연이와의 대화를 통해 여자가 남자보다 조금 더 유리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대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걔도 장난 아니네. 난 버프 빨로 그랬다지만, 걔는 그것도 아닐 거 아냐? 도대체 무슨 수로 그렇게 올렸지?"

    소연이의 사냥 방식이 궁금했지만, 물어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괜히 나불거리다 내 레벨 까발릴……리든 말든. 상관없지 않나? 내가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아, 죄를 짓긴 지었구나."

    나는 괜히 머쓱해졌다. 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여전히 내 머릿속에는 몽마의 성체를 파괴한 뒤 온라인상에 들끓었던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괜히 잘난 척하다 현피 당하지 말자.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며 나는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

    눈알이 빠질 것 같았다.

    잠을 잔 건지, 만 건지 모르겠다. 이러니 게임 중독이라는 말이 나온 것 같기도 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침을 시작한 나는 퀭한 눈을 한 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요즘 왜 이렇게 잠을 못자지?"

    잠잔 시간을 대충 가늠해보니 고작 네 시간밖에 안됐다. 보통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나는 게 정상인데, 이상하리만큼 나는 제 시간이 되면 일어났다. 덕분에 연이틀 잠을 못자서 실핏줄이 터져 눈이 벌겠다.

    성난 하마처럼 입을 쫙 벌리며 하품을 한 나는 고개를 저으며 늘어지는 몸에 힘을 줘 봤다.

    소용이 없었다.

    누적된 피로는 푹 쉬지 않는 이상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

    "결국 오늘 결판이 나겠지."

    요 며칠 내 컨디션이 최악인 이유가 얼추 짐작이 갔다.

    오늘은 꼭 고백해야지.

    나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짐하고 또 다짐했다. 얼마나 집중했는지 어젯밤 늦도록 뒤져보았던 다양한 아이템들이 생각조차 안 났다. 고백은 내가 넘어야 할 산이 분명했다.

    소연이를 불러 조언을 받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나는 금세 고개를 저었다. 이것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더 이상 도움은 필요치 않았다.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나는 눈빛을 더욱 결연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어둠이 내려앉았을 때도, 내 눈빛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자, 박고영. 오늘, 오늘은 꼭!"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는 집밖으로 나섰다.

    ***

    "아, 히말라야."

    집밖으로 나온 지 벌서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밤이 깊었지만 여전히 나 원장의 병원은 불야성을 이뤘다. 덕분에 나는 오늘도 카페 주인에게 눈총을 받아야했다.

    안되겠다. 그냥 나가야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카페 밖으로 나가 또 다시 동네를 서성이는 이상한 사람 코스프레를 시작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환자로 보이는 여자가 나 원장의 병원을 나섰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떨지 마. 떨지 말자!

    수없이 되뇌었지만 내 손이며 발이며 다 떨고 있었다.

    "……꽃이라도 살 걸 그랬나?"

    떨고 있는 손을 감출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꽃집이 어디 있는지 모를 뿐더러 사올 시간조차 부족했다. 게다가 오늘마저 제대로 고백해 보지 못한다면…….

    "……영원히 고백 못할지도."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 넣었다. 떨리는 가슴이 조금은 안정되는 듯 싶었다. 마음을 다잡은 나는 진지한 얼굴로 병원의 출입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부르릉.

    "아, 시베리아."

    갑자기 내 시야를 가로막는 검은 물체가 있었다. 유려한 곡선이 꼭 모델의 몸매 같은 슈퍼 카였다.

    슈퍼 카고 나발이고 저기 주차금지인 걸 모르나?

    짜증이 확 치솟았다. 기껏 마음을 다잡았는데, 엄한 놈이 와서 방해하는 꼴이었다. 자연스러운 눈으로 눈살을 찌푸리고 있을 때 운전석이 열리며 훤칠한 남자가 내렸다.

    뭐지? 뭐지, 이 쌔한 느낌은?

    내 촉이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알려주는 그 순간이었다.

    드디어 나 원장이 서 간호사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수정아!"

    "어? 선배?"

    역시. 괜히 쌔한 게 아니네.

    짜증과 분노 사이에서 내 감정이 줄다리기를 했다. 지금이라도 달려가 나 원장의 손목을 낚아채고 싶었다. 아니면 재수 없는 저 놈의 상판에 주먹을 먹이든지.

    다행히 내 이성이 흑역사를 막아 줬다.

    내가 마음을 가라앉히는 사이 서 간호사가 묘한 눈빛으로 나 원장과 이상한 놈을 번갈아보더니 슬쩍 자리를 피해줬다.

    어이, 서진영이. 넌 내편이라며!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나 원장이 이상한 놈팽이 앞에서 웃는 게 보기 싫었다. 저 미소를 독점하고 싶었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 원장과 놈팽이 사이로 걸어갔다.

    뚜벅, 뚜벅.

    오늘도 차려입은 덕분에 구두 소리가 나 원장의 귀를 강타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더니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것도 잠시 그녀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또각, 또각.

    "어머? 어제랑 오늘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은. 그나저나 저 치는 누구?"

    "응? 아, 소개해 줄게. 우리 학교 선배."

    우리.

    한 단어가 내 귀에 거슬렸다.

    마침 고개를 돌려 선배라는 놈을 부르던 나 원장은 내 표정을 보지 못했다.

    잠시 후 선배라는 곰팡이 같은 놈이 나 원장의 옆에 서며 손을 내밀었다.

    "김선태입니다. 반갑습니다."

    "박고영입니다."

    나 원장 앞에서 못난 꼴을 보일 수는 없었다. 나는 김선태. 아니, 그냥 놈팽이의 손을 잡으며 담담히 말했다. 물론 반갑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나 원장이 뭐가 좋은지 싱글거리고 있었다. 오늘따라 그녀가 웃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래저래 꼬이는 하루였다.

    그래도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지. 차일 때 차이더라도!

    신기하게 내 결심은 더 단호해졌다. 이대로 포기하는 건 차이는 것보다 더 싫었다. 내게도 이런 승부욕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나는 더 이상 이상한 놈팽이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오직 나 원장만 바라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본드로 붙여 놓은 것 같았던 내 입술이 오늘따라 가볍게 열렸다.

    "수정 씨. 나랑 이야기 좀 할까요?"

    "응?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 원장이 의아한 얼굴로 다가왔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자리를 옮겼다. 물론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다.

    "잠시 수정 씨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내가 목례로 양해를 구하자, 놈팽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슬쩍 물러났다.

    재수 없는 놈. 예의까지 바르네.

    다시 치솟는 짜증을 억누르며 나는 나 원장을 끌고 몇 걸음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렸다 싶었다. 나는 나 원장의 손목을 놓아주며 그녀를 마주보고 섰다. 그녀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며 살짝 긴장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 쌤."

    "응.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나 원장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한가득 이었다.

    그래, 이 여자는 이런 사람이지.

    다시 한 번 나 원장에 대한 마음이 강해졌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뜸을 들였다. 막상 고백하려니 쉽지 않은 탓이었다. 다행히 차 안에 들어가 있는 놈팽이 놈이 얼핏 보였다.

    그 순간 망설임이 사라졌다.

    나는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나 원장을 바라보며 내 진실 된 속마음을 꺼냈다.

    "당신이 좋아. 사랑까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당신이 누굴 보고 웃고 친하게 하는 게 싫어. 어제 말하고 싶었지만 못해서 미안해. 나, 나는……."

    뭐라는 거냐, 박고영.

    처음 잘 나간다 싶었던 내 고백이 어느 순간 풀 수 없는 실타래처럼 마구잡이로 뒤엉켰다. 고백의 방향을 잃은 나는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애매한 얼굴로 변했다. 지금 내 심정은 한 마디로 대변할 수 있었다.

    망했네.

    어금니를 슬쩍 깨문 나는 나 원장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딱딱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흠칫하고 말았다.

    "저기, 나 쌤. 나 진짜……."

    "잠깐만. 고영아. 내 말부터 먼저 들어줄래?"

    나 원장의 한 마디.

    그것이 의미하는 건 명확했다.

    내 고개가 꺾이며 새까만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질끈 눈을 감은 내 귀로 나 원장의 담담하지만 안쓰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한 마디가 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짝사랑은 첫사랑이 될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미안해 고영아.

    이게 다 너를 위해서란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