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28화 (2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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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매체는 참으로 무서웠다.

    경포대에 도착한 나 원장은 자신만만하게 낚싯대를 꺼내들었다.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여야했다. 그녀는 경포대가 바다가라는 걸 알았지, 낚시 포인트가 아니라는 건 몰랐다. 뒤늦게 찾아온 부끄러움에 나는 재빨리 그녀를 다시 차에 태우고 자리를 떠나야했다.

    경포대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경포호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만나는 곳에 방파제가 하나 있었다.

    이제는 그냥 자판기 거리였지만.

    어쨌든 나는 나 원장은 그곳에 있는 방파제 위에 풀어 주었다.

    "낚싯대 또 있어! 너두 와서 같이 해!"

    아이처럼 신난 나 원장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기분 좋은 바닷가의 비린내를 맡으며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앉아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웠다.

    물론 그 전에 근처 카페에서 커피 두 잔을 사오는 걸 잊지 않았다.

    나는 나 원장의 옆에 작은 낚시 의자를 놓고 나란히 앉으며 커피를 건넸다.

    "자, 마셔. 봄이라도 바닷바람은 추워. 옷 좀 두텁게 입고 오지. 광고 찍어?"

    "왜 그런 눈으로 보실까. 내가 이상해?"

    "옷이 이쁘긴 한데. 그래도 여기는 그리스가 아니고. 또 나 쌤도 자전거 타고 있는 게 아니니까."

    "나름 신경 쓴 건데. 바다가려고."

    내 객관적인 감상에 나 원장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잔뜩 기대했던 그녀는 내 일침에 잔뜩 우울해졌다.

    나 원장이 울상을 짓자, 나도 모르게 입에 발린 말이 튀어 나왔다.

    "아냐, 이뻐. 그냥 추워 보여서 그런 거야."

    "진짜?"

    "그럼. 그냥 농담 한 번 해본거야. 왜이래, 오늘따라.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더니."

    "응? 아, 뭐. 뭐! 나도 여자야. 감상적일 때가 있다고."

    "아, 네. 조심하겠습니다요. 감성적인 여자님."

    야, 박고영. 너 이런 캐릭터 아니었잖아? 왜 이래!

    솔직함 밖에 없었던 나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나 원장은 아침부터 나를 위해 도시락을 싸고 여행 계획도 준비했다. 그녀의 정성 가득한 마음에 솔직함은 힘없이 꺾여 나갔다.

    커피를 홀짝 거리며 찌가 들어가나 바라보며 시간이 흘렀다. 중간 중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대화가 끊긴지 오래였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슬슬 따갑게 느껴졌다.

    역시 이건 내 취향이 아냐.

    나는 낚시가 영 아니었다. 재미도 없었고, 실력도 없었다. 그냥 근처 횟집 가서 사먹는 게 훨씬 좋았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나 원장이 두 손을 꼭 모은 채 찌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3월 초라지만 아직 쌀쌀한 바닷바람에 코까지 빨개진 그녀였다.

    이러다 감기 걸리겠네.

    벌써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밤이 되면 바닷바람은 진짜 칼바람으로 변했다. 첫 낚시는 여기서 끝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낚싯대를 꺼내 정리했다.

    깜짝 놀란 나 원장이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왜? 아직 아냐! 밤이 되면 더 잘 잡힌댔어!"

    "물고기 잡으려다 널 잡겠다. 그냥 다음에 또 오자. 아직 바람이 차가워."

    "……조금만 더 하면 안 될까?"

    장화신은 고양이 코스프레를 하는 나 원장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안 돼. 진짜 감기 걸릴라. 기껏 병원을 탈출 했는데, 다시 병원으로 갈 수는 없어.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나 원장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는 두 다시에 머리를 넣은 채 무어라 중얼거렸다. 처연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근데 뭐라는 거야?

    웅얼거리는 나 원장의 목소리가 바닷바람에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낚싯대를 정리하는 척하며 슬쩍 귀를 기울여 보았다. 그제야 그녀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쁜 물고기, 나쁜 물고기, 나쁜 물고기."

    헐. 당신 정신과 전문의라고.

    정리를 끝낸 낚싯대와 의자를 한 손으로 챙기며 나는 나 원장을 일으켰다.

    혼이 없는 사람처럼 내 손에 이끌린 그녀의 코끝이 새빨갰다

    "자, 가자. 이것 봐. 꽁꽁 얼었네. 얼른 가자."

    나 원장은 내 손길에 이끌려 걸으면서도 그 이상한 주문을 되뇌었다.

    내 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

    "나 쌤. 천천히 마셔. 무슨 술이랑 원수졌어?"

    약간 바가지 기운이 느껴지는 근처 횟집에 들어온 우리는 그래도 바다까지 와서 회를 안 먹을 수 없다며 회를 시켰다.

    문제는 밑반찬이 나오기도 전에 나 원장이 소주부터 시키면서 발생했다. 그녀는 유리컵에 소주를 콸콸 들이 붓더니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제야 의사들이 주당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주문한 회가 나왔을 때 나 원장은 이미 소주 2병을 비운 뒤였다.

    차를 운전해야했기에 차마 술은 입에도 못 대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 고역인 상황이었다.

    "나 쌤. 나 쌤!"

    "응? 왜에?"

    "좀 천천히 마셔. 난 한 모금도 못하고 있는데, 치사하게."

    "히이, 우리 고영이. 쏘주 마시고 싶어 쪄요?"

    나 원장의 혀가 소주에 녹아 버린 것 같았다. 그녀의 말투가 평소와 전혀 달랐다. 사근사근하고 나긋나긋했던 말투에 귀여움이 처발려 있었다.

    에효. 벌써 취했네.

    처음에는 너무 꽁꽁 얼어서 아직 얼굴이 발갛게 되어 있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추위에 떨지 않았다.

    대신 알콜에 희롱당해 얼굴이 붉어진 상태였다.

    나는 나 원장의 소주 컵을 빼앗으며 대신 잔을 앞에 놓아 주었다. 그 잔에 소주를 따라주며 내 앞에 있는 잔에도 소주를 따랐다. 이쯤 되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자, 짠하고 마시자. 짠!"

    "짠! 짜안! 캬! 맛있다. 그치?"

    나 원장은 취한 상태에서도 내 말을 잘 따라주었다. 조금 기분이 업된 것 같았지만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아니, 보기 좋았다.

    "회 좀 먹고 그런 말을 하지?"

    "응. 아. 회네. 내가 잡아서 뜨려고 했던 회네?"

    어이, 나 쌤. 눈빛이 왜 그러는데?

    나 원장의 눈빛이 스산하게 변했다. 나도 모르게 움찔했을 정도로 서슬 퍼랬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내 불안감이 정점에 달했을 그때였다.

    "죽엇!"

    나 원장이 폭주했다.

    분노로 점철된 나 원장은 맨손으로 맛깔나 보이는 회 한 점을. 아니, 한 주먹을 쥐어 들더니 마구 뜯어 먹었다. 누가 보면 회와 원수라도 진 사람 같았다.

    "……나 쌤."

    "윽! 맛없어!"

    "나 쌤. 그건 회 밑에 까는 거잖아. 그거 먹는 거 아냐. 지지. 뱉어."

    "웩. 퉤퉤!"

    "하아……."

    옛말에 그런 말이 있었다. 술에 취하면 개가 된다고. 지금 나 원장이 딱 그랬다.

    나는 참담한 상황에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지근거리는 골을 부여잡으며 어떻게든 나 원장을 만류해 보았다.

    "자, 배고프다. 뭐 좀 먹자. 여기 반찬 맛있네."

    "웩! 맛없어."

    "……하아."

    개가 된 나 원장은 통제할 수 없었다. 100년 동안 산책을 안 시킨 비글 같았다. 하루만 산책을 안 시켜도 태생이 사냥견인 비글은 악마견으로 진화를 하는 법이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악마견. 아니, 나 원장은 통제가 불가능했다. 그녀는 이것저것 불어 뜯고, 뱉기를 반복했다. 벌써부터 뒷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팁을 줄 줄은 몰랐네.

    아무래도 팁을 놓고 가야 할 듯 싶었다. 아니, 팁이 아니라 그냥 청소비였다. 이미 방안은 난장판이었다.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 원장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동시에 그녀를 품에 안아 버렸다. 그녀는 힘없이 내 가슴에 등을 대며 씩씩거렸다.

    "나쁜 물고기. 나쁜 물고기."

    "그래. 물고기가 참 나쁘지."

    "그치? 물고기가 나쁜 거지?"

    "그럼. 물고기가 나쁜 거지."

    의미 없는 대화를 받아주며 나는 114에 전화를 걸었다. 비록 한 잔이지만 나도 술을 마신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운전을 할 수는 없었다.

    대리기사를 부른 나는 식탁 위에 청소비조로 현금을 올려놓고 옷을 챙겼다.

    다행스럽게도 나 원장은 만취하여 정신줄을 놓은 상태였다.

    무슨 여자가 이렇게 무방비야? 나는 남자 아냐? 나도 남…….

    "후우."

    괜히 씁쓸했다. 그냥 서울로 올라 갈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회 한 그릇 먹겠다고 들어왔다가 기분만 잡쳤다.

    나는 축 늘어진 나 원장을 부축한 채 횟집을 나섰다. 여리여리한 그녀였지만, 축 늘어지다 보니 보통 무거운 게 아니었다. 그냥 업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리기사가 도착했다.

    나는 대리기사에게 차키를 넘기며 근처 펜션으로 가달라고 주문했다.

    머피의 법칙은 거기서 부터 시작됐다.

    ***

    "하, 25만원이요?"

    "우리만 그런 게 아니에요. 여기 다 같아요. 다른데 가도 마찬가진데, 우리는 그래도 신식이에요."

    펜션 주인의 말에 나는 헛웃음이 흘러 나왔다. 성수기도 아니고 비수기에 25만원을 부를 줄은 몰랐다. 적당한 바가지라면 몰라도 이건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펜션을 나왔다. 등 뒤에서 주인이 구시렁거리는 게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럴 바에는 시내에 있는 호텔에서 자는 게 더 나았다.

    고작 10분 거리에 시내가 있는데 이렇게 배짱장사를 할 줄이야.

    사람들이 왜 관광지에 대해 욕하는지 알 수 있었다.

    차로 돌아온 나는 젊은 대리기사에게 미안하다 말하며 시내의 호텔로 가달라고 말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저기, 손님. 지금 그 호텔 공사 중이라 방이 없을 겁니다. 일단 가기는 가는데, 전화 한 번 해보세요."

    기사의 말은 사실이었다.

    안 되는 날은 뭘 해도 안 되는 구나.

    짜증이 났지만 다시 펜션으로 돌아가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들만의 세상에 들어가기는 싫었다. 그렇다고 모텔은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결국 나는 오늘의 불운을 대리 기사에게 행운을 주며 마무리하기로 결심했다.

    "저기 기사님. 장거리 됩니까?"

    "예? 장거리요?"

    "펜션 방값을 25만원을 달라고 하는데. 차라리 그 돈으로……."

    "물론이죠! 그 돈이면 집에 가서 주무시는 게 백번 낫죠. 저도 여기 살지만 그쪽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정말 꼴불견입니다."

    말이 잘 통하는 대리 기사는 내가 생각하는 걸 정확하게 읽어내며 부드럽게 핸들을 꺾었다.

    뭐, 택시비 보다는 싸니까.

    하염없이 어둠에 파묻힌 고속도로를 바라보며 상념에 빠졌다.

    얼마나 골똘히 생각했을까.

    나와 함께 뒷좌석에 앉아 있던 나 원장이 내 어깨에 머리를 쿵 찍었다.

    깜짝 놀랐지만 나 원장은 깨어나지 않았다. 만취한 그녀는 정말 죽은 듯 잠든 상태였다. 나는 그녀의 몸을 틀어 내 무릎 위에 머리를 올린 채 다시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 종말이 오는 건 아니겠지?

    온갖 사람들이 드나드는 인터넷에는 별의 별 이야기가 다 있었다. 누구는 신이 존재하는 증거라 주장했고, 누구는 악마가 존재하는 증거라 주장했다. 간혹 이상한 것에 심취한 이들은 종말이 다가온다며 날뛰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 세상은 혼란스러웠다. 본래 한치 앞도 못 보는 게 인생이라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게다가 의미심장한 시간이 사람들의 불안을 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일촉즉발.

    지금 사람들의 심리 상태는 불씨 곁에 놓인 화약 같았다.

    자칫 잘못하면 언제든지 터질 것 같은 상황이었지만 고속도로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평소와 마찬가지였다.

    결국 모든 건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내 허벅지가 축축해졌을 무렵.

    우리 집이 눈앞에 보였다.

    ***

    돈을 받고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는 대리 기사를 뒤로하고 나는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끄응. 오늘 운동 제대로 하네."

    나 원장은 여전히 곯아떨어진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는 그녀를 들쳐 업고 끙끙거리며 마당을 가로질렀다. 힘겹게 현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왔지만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아씨, 손님방은 2층에 있는데.

    차마 나 원장을 들쳐 매고 2층에 있는 손님방으로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안되겠다.

    나는 결국 내 침실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아무리 쓸모없다지만 내 허리는 소중했다. 다행히 내 다리는 침실까지 걸어가는 걸 허락해 주었다.

    털썩.

    "헉헉. 후아! 죽겠다."

    침대 위에 나 원장을 조금은 거칠게 던져버린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진짜 운동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조금 움직였다고 이정도로 숨이 차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거 은근히 자존심 상하네. 아무래도 조깅 거리를 좀 늘려야겠어.

    새로운 다짐과 함께 나는 호흡을 골랐다. 살짝 무리한 허벅지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 엎어져 있는 나 원장을 편히 자도록 해 주었다. 그녀의 몸을 돌리고 낑낑거리며 외투를 벗어냈다.

    "치마는……. 그대로 두자. 그래도 여잔데."

    차마 치마까지는 벗길 수 없었기에 나는 외투만 벗겨내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나 원장은 따스한 온기를 느꼈는지 몸을 살짝 돌리며 이불을 가슴께로 끌어 당겼다. 새근새근 잠든 그녀의 얼굴이 평화로워 보였다.

    반면 내 얼굴은 전혀 평화롭지 않았다.

    "이 여자야. 아무리 그래도 나도 남잔데. 이렇게 무방비로 있으면 어떡하냐? 여자가 겁도 없이."

    심드렁한 혼잣말을 내뱉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을 나섰다. 최소한의 예의를 위해 침실 방문을 걸어 잠그는 걸 잊지 않았다. 막 침실문을 닫으려고 할 때였다.

    아주 작지 목소리가 언뜻 들렸다.

    "아빠, 아빠……."

    슬펐다.

    너무 슬펐다.

    고작 두 단어에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입술을 질끈 깨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뒤늦게 서 간호사에게 들었던 나 원장의 사연이 기억났다.

    저 여자도 고아였지. 나처럼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설마?

    "그날이 오늘이야?"

    묘한 동질감이 들었다. 물론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은 오늘이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내가 사고 전후로 몇 달간의 기억을 잃어 버려서 알 수 없었다.

    가끔 삼촌에게 물어도 볼까 싶었지만 지금까지 물어 본 적은 없었다.

    나는 조용히 침실 문을 닫은 채 거실로 나갔다.

    2층에 있는 욕실로 직행한 나는 시원하게 몸을 씻었다. 가벼운 차림으로 욕실에서 나온 나는 손님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이상하리만큼 잠이 오지 않았다.

    "이 집에 여자가 온 건 처음인데. 숙모도 온 적이 없는데. 그런데 너는……."

    이 와중에도 엑스칼리버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도 남잔데, 나도 건강한 남자인데. 너는 왜……. 꿈쩍을 안하냐.

    괜히 신경질이 난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무방비의 여자가 내 침대 위에서 자고 있는데도 이 쓸모없는 녀석은 꿈쩍을 안했다.

    "VIP는 무슨. 넌 그냥 MVP야."

    Most Vulnerable Penis.

    이 자식은 졸라 취약한 자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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