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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ss-25화 (25/200)

<-- Triumph -->

***

어둠 속에 홀로 빛나는 촛불 같았다.

이제는 적응이 될 법도 했지만 보스의 침실은 매번 새로웠다. 실제로 지금까지 겪었던 네 번의 경험과 지금은 달랐다. 특이하게 이곳에는 천장은 물론이고 회오리 문양의 창문까지 존재했다.

거 참 신기하네. 무슨 창문이 천장에 붙어 있나.

조금 달라진 풍경에 대한 짧은 소회를 마친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걸었다. 내 발가락이 향한 곳에는 한 여인이 침대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색정적인 면이 있었던 지금까지 몽마들과 달랐다.

하늘하늘, 너울너울.

여염집 규수처럼 나풀거리는 비단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몽마는 품위가 있었다. 고운 눈썹과 붉은 입술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검은 물을 쏟아내는 폭포 같은 머릿결에는 새하얀 비녀가 꽂혀 멋을 더했다.

아름답다.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 없이 아름다웠고, 또 한 없이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긴장감에 밀려 마른침을 삼켰을 때였다.

붉은 몽마의 입술이 살랑거렸다.

"어서 와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정말……. 반갑네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몽마는 미소는 여전했다. 오히려 더욱 고혹적인 미소로 화답했다. 그녀의 미소가 짙어질수록 내 가슴도 두근거렸다.

그때 우리 두 존재만 있는 공간에 다른 이가 있음을 알려주는 목소리가 피어났다.

[전체 임무 '그루스 파괴'를 생성합니다.]

"음……. 그루스? 그게 네 이름인가?"

나는 눈앞의 몽마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내 물음에 몽마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묘한 미소를 베어 문 채 나를 올려다 볼 뿐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역시.

지금까지 받았던 노예 등급의 임무가 아닌 이유가 있었다. 게임은 조금 다른 의미로 현자는 만들어냈다. 나는 중요한 사실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 나는 한 발자국 걸어갔다. 이내 몽마의 옆에 나란히 앉으며 두 손으로 부드러운 침대의 감촉을 즐겼다. 비스듬히 몸을 눕힌 나는 마치 친구와 상의하듯 말했다.

"이게 마직막이네."

"맞아요."

"이게 끝이네."

"아니요."

"그런가?"

"그래요."

"그럼 이제 시작인가?"

"그럴지도……."

나와 몽마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확실히 지금까지 몽마들과 달랐다. 그녀는 단순한 피조물이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화를 마친 나는 당연하다는 듯 몽마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는 손에 힘을 주며 그녀를 끌어 당겼다.

이윽고 나는 몽마와 한 몸이 되어 침대 위로 쓰러졌다.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나도, 몽마도.

여전히 내 눈을 바라보는 몽마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잠깐 이대로 있자. 끝이 아니래도."

"그럼 잠깐 눈을 붙여요. 시간은 아직 많으니까."

"고마워."

몽마의 고운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물론 잠을 청한 건 아니었다. 복잡해진 머리를 식힐 시간이 내게는 필요했다.

향기로운 몽마의 살 내음을 맡으며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처음 내딛은 이 침실에 대한 몇 가지 숨은 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순간 몽마의 포근한 목소리가 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똑똑하네요, 당신. 자, 그럼 시작할까요?"

"그래. 시작해야지. 평생 이대로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래요. 그것도 그대로 좋겠지만. 당신은 인간이니까요."

몽마는 여전히 차분했다.

말을 마친 몽마가 고운 손을 뻗어 내 양 볼을 잡았다. 이내 나는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을 느낄 수 있었다. 작디작은 붉은 입술은 한 없이 부드러운 솜사탕 같았다.

나도 질 수 없지.

공격권은 주더라도 주도권을 줄 수는 없었다. 뒤늦은 행동이었지만, 나도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감쌌다. 나와 그녀의 입맞춤은 점점 뜨거워졌다.

야릇한 소리가 퍼지며 서로가 서로의 살과 타액을 탐했다.

정신없이 서로를 탐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세가 만들어졌다.

나는 깔렸고, 그녀는 깔았다.

내 양손을 깍지 낀 그녀가 팔을 벌렸다. 묘한 자세였다. 이건 남자와 여자가 바뀐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볼 수 있었다.

더 이상 현모는 없었다.

내 눈앞에는 요부만 존재했다.

음욕에 불타오르는 몽마의 눈빛에 내 눈도 같이 뜨거워졌다. 나도 모르게 깍지 끼고 있던 손을 빼냈다. 자유를 되찾은 내 손은 사특한 뱀처럼 단정한 그녀의 옷고름을 향해 쇄도했다.

자유를 되찾은 건 내 손만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기세와 함께 내 손등에 몽마의 손이 떨어졌다.

찰싹!

"어딜! 첫째. 성투의 참가자는 그 분이 정한 규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

나는 살짝 짜증어린 목소리로 따지듯 되물었다.

지금 분위기는 그게 아니잖아?

내 항변에도 불구하고 몽마는 미소 지은 채 무심히 말을 이을 뿐이었다.

"둘째. 만약 강제로 다른 참가자나. 혹은 예비 참가자를 해하려는 이는 처벌한다."

"갑자기 무슨 말이냐니까?"

연이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에 나는 더 이상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 이건 정말 아니었다. 잔뜩 화가 난 것은 엑스칼리버도 마찬가지였다.

"성투의 참가자는 이 두 가지 규칙을 절대로 어길 수 없어요. 그러니까 잊지 말아요. 성투의 참가자는 다른 참가자와도. 이제 막 태어난 예비 참가자와도. 모두 동등하다는 것을."

나도 눈치가 있었다. 분명 나를 위해 해주는 말이 분명했다. 경고와 조언 사이 어디쯤에 있는 말이었지만,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에 몽마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 이마에 입술 자국을 남겼다.

쪽.

"그래요. 그러면 돼요. 그러면……."

누군가 나를 칭찬해준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다. 유독 내가 애정이 부족해 그런 것일 수도 있었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나는 지금 행복했다. 동시에 더욱 행복한 충족감을 느끼고 싶었다.

나는 충동을 참지 못하고 다시 손을 뻗었다. 이번에도 목표는 몽마의 옷고름이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번에도 그녀의 옷고름을 풀 수 없었다.

타의는 아니었다.

나는 내 자의로 허공에서 손을 멈춘 채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억지로 벗기지 마라? 상대가 알아서 벗도록 노력해라? 그리고……."

"정 벗기고 싶으면, 기술을 사용해요."

무슨 말인지 이제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성투의 참가자가 된 이후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짐작이 됐다. 다만 그것이 언제까지 유지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근데 이건 반칙 아니야? 너무 꽁꽁 싸매고 있잖아?"

"여자는 원래 그래요. 남자는 두꺼운 옷 한 벌을 입어도, 여자는 얇은 옷 여러 벌을 입는 존재니까요."

"……어, 그래."

묘하게 설득력 있는 몽마의 말에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민망함도 잠시 나는 피식 웃었다. 뒤늦게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 애인과 섹스하려는 게 아니었다.

지금 나는 섹스가 아니라 섹스 배틀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더욱이…….

"선공은 너부터니까. 그럼 얼른 시작할까?"

"좋아요."

내 짓궂은 물음에 답하는 순간 몽마의 전신에서 엄청난 색기가 폭사했다. 마치 색의 화신 같았다. 단정함은 사라지고 요염함만이 남았다.

그 상황에서도 나는 한 가지 호기심밖에 없었다.

근데 옷 입고 어떻게 삽입을 하지?

내 의문은 머지않아 풀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몽마는 삽입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성투는 다양한 공격 루트가 존재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입이었다.

"읍!"

옆으로 누운 채 몽마는 다리로 내 허리를 바짝 감았다. 준비를 마친 그녀는 냅다 내 입을 자신의 입으로 틀어막았다. 이내 내 입속을 그녀의 혀가 점령해 버렸다.

아, 좋다. 혀라는 게 이런 용도로 쓸 수 있구나.

새로운 깨달음이 찾아왔다. 깨달음이 기연이 되어 환골탈태하는 일은 없었지만 마냥 좋았다. 그녀의 혀가 내 혀를 살살 약 올릴 때도 좋았고, 내 이빨이나 입천장을 쓸 때도 좋았다.

처음 겪는 감각에 나는 눈을 감은 채 몽마에게 모든 걸 내맡겼다.

이렇게 기분 좋은 공격이라면…….

[흥분도가 최고치를 돌파합니다.]

[포로 상태가 됩니다.]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합니다.]

['이오스'에게 333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상태 이상 '침묵'에 걸렸습니다.]

[상태 이상 '암흑'에 걸렸습니다.]

[상태 이상 '혼란'에 걸렸습니다.]

두 번 다시 받아선 안 되겠네.

고통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에 반해 피해는 어마무시했다. 단숨에 전체 활력의 3할이 날아가 버렸다.

제대로 얻어맞았는데. 정말 한 방 먹은 건데. 그런데 왜 기분이 이렇게 좋지?

이 와중에도 헬렐레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처음은 어리숙하다지만 이정도로 심각할까 싶었다. 살짝 한 번 더 공격 받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럴 순 없지. 깔끔하게 끝내자. 자뻑은 여기까지.

아쉬움과 달리 나는 깔끔한 선택을 취했다. 정말 아쉬웠지만, 그보다 더 이기고 싶었다. 승리에 대한 갈망이 쾌락보다 더 컸다.

"지금까지 나는 패자의 삶을 살았으니까. 이제는 좀 달라지고 싶네. 그럼 구강 삽입!"

이유모를 미안함에 주절거린 나는 기술을 발동시켰다.

어?

"뭐지? 구강 삽입!"

"바보 같아. 당신은 지금 침묵에 걸렸잖아요?"

"응? 아하, 침묵. 기술 사용이 안 되지? 이걸 풀려면 특별한 치료제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아!"

친절한 몽마. 이오스의 설명에 뒤늦게 나는 탄식을 터트렸다. 침묵에 걸린 이상 나는 구강 삽입. 즉, 상단 공격이 불가능했다.

더욱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나, 치료제가 없는데? 그리고…….

"옷 입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그거뿐이라고?"

"그러게 왜 그렇게 흥분해요, 당신은?"

이게 지일 아니라고! 아니, 진짜 다른 방법이 없나?

순간 욱했지만 그보다 지금 상황이 더 중요했다.

정말 난감했다. 침묵에 걸려 기술 사용이 봉인 됐다. 치료제는 없으니 물품 사용도 의미 없었다.

그나마 방어랑 공격인데, 흥분도 100. 즉, 노예 상태일 때는 방어가 불가능했다.

곧 지금 내가 취할 수 있는 건 두 가지가 전부였다.

"물약을 빠느냐. 아니면 안 되도 찔러 보느냐. 그것이 문제라는 건데……."

잠시 고민이 들었다. 물약을 사용하여 활력을 회복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만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아직 7할의 활력이 남았는데. 그래도 한 번 눈으로 확인하는 게 낫지 않을까?

살짝 갈등이 들었지만 내 선택은 공격이었다.

"여유가 있을 때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법이지. 공격!"

"어머? 용감하네요, 당신은."

내 결정을 듣기 무섭게 몽마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답했다. 단순히 대답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내 허리를 휘감고 있던 다리를 쭉 펴더니, 이내 내 어깨 위로 올려 버렸다.

뭐지, 이 야시꾸리한 자세는?

엄청난 체위에 나도 모르게 목이 탔다. 입안이 바짝 말랐지만 그것은 흥분 때문이 아니었다. 아까웠다.

아씨, 왜 하필 지금 이런 자세야!

내 아쉬움이 절정에 달했을 때 성력을 담은 내 엑스칼리버가 투레질을 했다. 그르렁거리던 내 엑스칼리버가 힘차게 보드라운 비단결을 찔렀다. 마치 비단이고 뭐고 그대로 꿰뚫어 버릴 기세였다.

픽.

그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참담한 결과를 눈을 감고 받아들일 때 보스의 확인 사살이 들어왔다.

[공격에 실패합니다.]

알아! 안다고! 나도 안다고 이 자식아!

속에서는 울분이 터졌지만 차마 그대로 쏟아낼 수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은 뻔뻔해져야 했다. 나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은 채 짧게 말했다.

"그래도 하나 알았네."

"풋! 그 떨리는 눈썹부터 어떻게 해 봐요."

아, 젠장. 쪽팔리게.

쪽팔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살짝 나를 힐난한 몽마가 지체 없이 공격을 해왔다. 이번에는 입이 아니었다.

살랑살랑.

몽마는 여전히 내 어깨에 늘씬한 두 다리를 올린 채 엉덩이를 살랑거렸다. 그녀는 내 엑스칼리버는 자신의 크고 깊은 골짜기에 끼운 채 이리 비비고, 저리 비볐다. 그때마다 찌릿찌릿한 쾌감이 내 정수리를 뚫고 나왔다.

"으윽!"

아팠다. 너무 아파서 신음이 나왔다. 몽마의 공격이 아픈 게 아니라, 너무 딱딱해져 터질 것 같아서 아팠다.

어금니를 꽉 물고 간신히 미칠 것 같은 작금의 상황을 참고 있을 때였다.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합니다.]

['이오스'에게 132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휴, 다행이네. 크리 터져서 식겁했는데. 이정도야 뭐. 껌이지.

정말 다행이었다. 분명 적지 않은 피해였지만 직전 공격에 비하면 충분히 감당할 만 했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 보았다.

"아, 시바."

그 순간 내 입에서 쌍욕이 육성으로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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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력 : 594/1,060

+ 정력 : 1,028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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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격력 : 667

+ 마법력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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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어력 : 48

+ 항마력 :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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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중률 : 140

+ 회피율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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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명도 : 32

+ 치명 증폭 : 250%

+ 치명 저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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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건망증이 결국 대형 사고를 쳤다. 주요 능력이 떨어진 탓에 전체적으로 능력치가 감소되어 있었다. 물론 실제로 큰 차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대인배였던 내 속내가 단숨에 소인배로 변해 버렸다.

그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근데 나 침묵 내성 100%인데……?"

설마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저항창을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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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절 : 0%

+ 동빙 : 0%

+ 석화 : 150%

+ 수면 : 100%

+ 암흑 : 0%

+ 저주 : 0%

+ 중독 : 0%

+ 출혈 : 150%

+ 침묵 : 100%

+ 혼란 : 0%

+ 속박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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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대로 침묵에 대한 내성은 100%였다. 처음 보스 몽마를 연속 격파하여 얻은 퇴근 거부 칭호의 효과였다. 게다가 저번 날 왔을 때 퇴근 거부의 확장판인 철야 작업이라는 칭호를 얻은 덕분에 수면 내성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석화와 출혈은 순수 근력을 100까지 찍으니 올랐었고. 도대체 뭐가 문제지? 내가 왜 침묵에 걸려?

저항창을 확인했지만 내 의문은 더욱 짙어졌다.

그때 고개를 갸웃거리던 이오스가 짧은 탄성을 터트리며 말했다.

"아! 이게 버그란 거구나. 그 분이 만들어도 버그란 게 있네요. 신기하다. 흐흥."

"신기하기는 개뿔. 뭐야!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녔어? 뭐 이딴 식이야!"

어처구니없는 이오스의 말에 나는 도저히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내가 버럭 했음에도 이오스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었다. 그녀는 내 코를 검지로 살짝 누르며 말했다. 마치 잘못된 발표를 교정해주는 선생님 같았다.

"이런, 이런. 당신은 그 분이 신이라고 생각한 거였어요? 흠. 당신네들 말로하면 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악마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아이고. 그러세요?"

"네, 그래요. 신은. 신이란 존재는……. 글쎄요."

오냐. 신은 아니라 이거지? 좋아. 어디 한 번 해보자고!

더 이상 보스의 창조자에 대한 의문은 없었다. 신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감히 쳐다볼 생각을 하지 못하는 상대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상관없었다.

여전히 침묵 상태인 나는 오기를 부리지 않았다. 이럴수록 냉정해져야했다. 보스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재촉하는 것도 어느 정도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됐다.

나는 깔끔하게 물약을 빨았다.

['노란 물약'을 사용하여 '활력 400'을 회복합니다.]

[흥분도가 적정치를 유지합니다.]

[전투 상태가 됩니다.]

첫 물약 사용에 힘입은 덕분인지 나는 흥분도까지 낮출 수 있었다.

다행이네. 진짜로.

이오스는 내가 평정을 되찾은 게 싫은 했다. 그녀는 예고도 없이 바로 일격을 날렸다. 그녀가 다리를 꼬았다.

"읍!"

이오스의 겹쳐진 다리 사이에 내 엑스칼리버가 빨려 들어가 있었다. 엑스칼리버는 비명을 지르며 김밥 말리듯 이리저리 휘둘렸다. 어떻게 된 것이 여체는 허벅지까지 드럽게 부드러웠다.

['이오스'에게 142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상태 이상 '침묵'이 풀렸습니다.]

오케이! 좋았어!

겹경사였다. 피해도 적당히 감수할 만 했고, 성가신 상태 이상도 풀렸다.

나는 입가에 서늘한 미소를 문 채 다시 내 어깨 위에 두 다리를 올리는 이오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고요했다. 당황스러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단정하게 차려입은 이오스를 흐트러지게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그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였다.

기술 이름? 공격 예고?

그딴 것은 없었다.

나는 가차 없이 내 어깨에 놓인 이오스의 발목을 사이좋게 잡았다. 그 즉시 그대로 그녀의 다리를 좌우로 벌려 버렸다. 더욱 요상한 자세로 변하자, 그녀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자기 왜……?"

흔들리는 이오스의 동공이 왜 이렇게 보기 좋은지 몰랐다.

그 사이에도 나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준비는 끝났다. 나는 이오스를 옆으로 눕히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가슴 위에 올라타며 소리쳤다.

쑤욱!

"입 벌려, 이년아."

"으으읍!"

내 자지가 거침없이 이오스의 입안을 꿰뚫었다.

가녀린 이오스의 육체가 잘게 떨었다.

나는 더 이상 패자가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여기까지가 1권입니다.

다음편은 아침쯤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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