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21화 (21/200)
  • <-- Dream on, not Real. -->

    ***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굴까.

    ['흑의 선녀'에게  1,347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흑의 선녀'가 절정에 올랐습니다.]

    ['경험 1,900'을 획득합니다.]

    [음격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여기는 5층 9번째 방이었고, 나는 박고영이었다.

    오늘 하루 나는 19번의 섹스 배틀을 치웠다. 단정한 시랑을 격퇴 한 뒤로 끝까지 달릴 기세였다. 한 마디로 나는 삘이 꽂혔다.

    다만 여기까진 듯 싶었다.

    작은 천지 물가에 주저앉으며 나는 포기 선언을 날렸다.

    털썩.

    "아, 못 해. 때려 죽어도 더는 못하겠다. 진짜 이러다가……."

    내 엑스칼리버가 녹아 버릴 것 같았다.

    특히 선녀 이전의 해인이 문제였다. 4층의 컨셉은 돼지였다. 영어로는…….

    오크였다.

    물론 외모는 엘프였다. 단지 몸이 오크였을 뿐이었다. 덕분에 나는 운동한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쥐어짠다.

    이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멋진 근육질 몽마는 내 엑스칼리버를 무지막지하게 쥐어짰다. 마치 내 엑스칼리버가 참깨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기긴 이겼지만 이긴 것 같지 않은 전투였다.

    다행히 5층은 선녀였다. 몽마의 이름만 선녀가 아니었다. 첫 번째 헐벗은 선녀를 제외하면 모두 하늘하늘한 시쓰루를 입고 있었다.

    굴곡진 속살이 훤히 비치는 비단 망사는 비록 내 삽입을 막아냈지만, 시랑처럼 면사를 끼고 있지는 않았다.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며 내 전신을 쾌락으로 몰고 간 선녀들도 결국 입 기술 한 방에 끝나고 말았다. 간혹 두 방이 필요한 몽마도 있었으나, 대세의 영향은 없었다.

    어찌어찌 흑의 선녀까지 끝장낼 수 있었다.

    "보스는. 보스는 내일로 남겨두자. 진짜 더는 못하겠다."

    마음 같아서는 기세를 몰아 5층 보스까지 격퇴하고 싶었다. 물론 마음뿐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섹스 배틀을 더했다가는 정말 내 물건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진짜 살갗이 벌겋게 부은 게 너무 아렸다. 아니, 아팠다. 더 이상 사냥은 자학일 뿐이었다.

    "그냥 정비나 좀 하고 나가자."

    결심을 한 나는 일단 상태창부터 확인해 보았다. 그동안 노력의 성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현실로 돌아가면 확인이 불가능했기에 이곳에서 확인해야했다.

    능력창을 연 나는 근력에 잔여 능력치를 투자했다.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새로 바뀐 능력창과 상태창을 바라보는 내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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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격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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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력 : 100 + 110

    + 지력 : 0 + 10

    + 체력 : 0 + 10

    + 속도 : 0 + 10

    + 정확 : 0 + 10

    + 행운 : 0 + 10

    + 잔여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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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력 : 1,160/1,160

    + 정력 : 1,160/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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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격력 : 641

    + 마법력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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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어력 : 48

    + 항마력 :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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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중률 : 160

    + 회피율 :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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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도 : 28

    + 치명 증폭 : 250%

    + 치명 저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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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어코 나는 근력을 100까지 올릴 수 있었다. 210이라는 근력 총합이 괜히 뿌듯하게 다가왔다. 20레벨이 되면 근력을 100이상 올릴 수 있는지 없는지 판가름 날 것이기에 더 그런 것 같았다.

    어찌됐건 상태창을 더욱 화려해졌다. 특히 타격력이 워낙 커서 활력이 부족해 보일 정도였다. 방어력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였다.

    게임의 백미는 폭딜이지!

    기본적인 사항을 점검한 나는 기술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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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투 입문

    + 활력 회복

    + 도둑 삽입

    + 구강 삽입

    + 잔여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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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기술은 없었다. 너무 흥분해서 배우지 않은 게 아니었다. 패자의 징표를 쓸 각오를 했기에 일단 추가 기술 없이 전투를 계속했었다.

    "결국 이정도면 추가 기술 없어도 된다는 건데……."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지만 조금은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직접 경험담을 들어보는 게 가장 확실하겠지. 역시 이건 보류. 그거보다 이게 더 중요하지."

    기술을 배우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구강 삽입을 눌러 세부 정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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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강 삽입]

    + 숙련도 : 2성

    + 공격력 150%의 상단 찌르기 공격.

    + 30% 확률로 대상 중독.

    + 범용 달인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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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구강 삽입을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3레벨. 즉, 달인 등급까지 올려 버렸다. 이에 달라진 점은 한층 강해진 위력뿐만이 아니었다.

    숙련도.

    아직 정확한 효과를 알 수는 없었지만 높아서 좋을 건 없었다. 기술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숙련도가 올라간다는 사실이 참 중요하게 느껴졌다. 결국 다양한 기술도 좋지만, 주요 기술 몇 가지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선택과 집중.

    아직 어느 것을 선택해서 집중할지 알 수 없었기에 나는 기술치를 함부로 쓸 수 없었다. 당장 내 코가 석자였다면 모르겠지만, 여유가 있는 이상 최대한 기다려볼 생각이었다. 특히 공격권을 가지고 번갈아 공방을 주고받는 것이라 더욱 그랬다.

    "아무리 버프가 좋으면 뭐해? 그냥 한 번 박으면 끝인데. 버프 써서 2턴에 2방 때리나. 그냥 1방씩 2방 때리나. 그게 그거잖아?"

    조삼모사에 당할 내가 아니었다.

    기술창을 뒤로한 나는 히죽히죽 웃으며 물품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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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간 물약 : 5개

    + 주황 물약 : 5개

    + 노란 물약 : 5개

    + 하얀 물약 : 5개

    + 패자의 날개 : 1개.

    + 오래된 청동 상자 : 1개

    + 오래된 백은 상자 : 1개

    + 오래된 청동 궤짝 : 1개

    + 오래된 백은 궤짝 : 1개

    + 오래된 청동 봉인석 : 1개

    + 오래된 백은 봉인석 : 1개

    + 헐벗은 수귀의 상징 파편

    + 헐벗은 견족의 상징 파편

    + 헐벗은 시랑의 상징 파편

    + 헐벗은 해인의 상징 파편

    + 헐벗은 선녀의 상징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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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품창이 아주 가득 차 있었다. 층별 통과 보상으로 받은 물약은 고스란히 그대로 있었고, 임무 보상으로 받은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알 수 없는 상징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상징을 잠시 훑어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어디에 쓰는 건지 알면 좋은데. 상징창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쩝."

    해당 상징은 상징이 아니었다. 이름 그대로 파편이었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는 잡템에 불과했다.

    파편들을 뒤로한 채 나는 상자와 궤짝들에 시선을 돌렸다.

    "그니까 상자는 등급 낮은 게 랜덤으로 나오고. 궤짝은 그보다 좀 낫고. 봉인석은 상징이란 말이지?"

    복불복.

    결국 상자니, 궤짝이니, 봉인석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일종의 도박이었다. 봉인석은 그나마 무조건 상징이 나오니 범위가 좁았지만, 상자와 궤짝은 좋은 무기부터 잡템까지 범위가 엄청 넓었다.

    문제는 이것이 계륵이라는 점이었다.

    "청동 상자를 그냥 상점에 팔아도 1,000 경험인데. 잡템하나 얻는 것보다는 그냥 파는 게 나을 것 같기도……."

    청동 상자는 1천, 백은 상자는 2천이나 되는 경험치를 주었다. 심지어 청동 궤짝은 그보다 1.5배가 비쌌다. 그 말은 곧 상자 4개를 모두 팔면 7,500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물론 해당 상자를 물품 상점에서 구매할 수는 없었다. 오직 판매만 가능했다. 그 점이 결정 장애를 유발하고 말았다.

    "아, 진짜 애매하네. 이런 거 까서 득템 하는 꼴을 못 봤는데. 파산의 지름길이라면 모를까. 그냥 봉인석만 깔까?"

    개당 3천 경험이나 주는 청동 봉인석과 개당 6천 경험이나 주는 백은 봉인석은 팔 생각이 없었다. 이것은 당연히 까야했다. 물품창 속 고요하게 자리한 봉인석을 바라보다보니 지름신이 슬슬 다가오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지름신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참은 것도 용했다.

    "후우, 후우……. 제발. 제발!"

    두 눈을 꾹 감은 채 나는 빌었다. 제발 대박이 떠 달라고. 과연 지름신이 내 기도에 호응해 줄 지는…….

    한동안 혼자 긴장한 나는 결정을 되돌리지 않았다. 결정 장애는 한 번으로 족했다. 어차피 상징창이 5개나 놀고 있었다.

    "가자!"

    힘차게 소리친 나는 청동 봉인석과 백은 봉인석을 나란히 눌렀다. 머릿속에 울리는 물음에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부터 심장이 쫄깃쫄깃해졌다.

    내 심장이 돼지 껍데기처럼 변한 그때였다.

    ['오래된 청동 봉인석'에서 '누더기 붕대녀의 상징'을 획득합니다.]

    ['오래된 백은 봉인석'에서 '검술 돌격녀의 상징'을 획득합니다.]

    주사위가 멈췄다.

    짧게 심호흡을 한 나는 물품창에 새로 생긴 누더기 붕대녀의 상징부터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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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더기 붕대녀의 상징]

    + 매 회전 최대 활력의 3%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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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좋은 건가? 좀 애매한데…….

    가늠이 잘 안 됐다. 분명 없는 것 보다는 나았다. 아니, 정력을 회복하는 것보다는 백만 배 더 좋았다.

    판단이 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신호를 뿌렸다.

    "괜찮네. 그럼 이제 8%씩 차는 건가? 오!"

    생각해보니 활력 회복 기술과 합쳐져서 더 좋은 것 같았다. 말이 8%였지, 12번이면 거의 모든 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수치였다. 이 정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효과였다.

    만족한 나는 다음 상징을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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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술 돌격녀의 상징]

    + 검 계열 무기 장착 시 위력 15% 증가.

    + 치명도 5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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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육성으로 터졌다. 이건 딱 봐도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뭐하나 필요 없는 게 없었다.

    실실 웃으며 나는 상징창을 열었다.

    "검 증뎀 15%랑 크리 5%면. 대박이지. 이게 어디야?"

    상징창을 연 나는 망설임 없이 두 상징을 제단에 밀어 넣었다.

    그 순간 보스의 경고가 들렸다.

    [제단에 올린 상징은 회수가 불가능합니다.]

    "알아. 다른 거 끼우려면 파괴해야 하는 거."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칭호나 업적과 달리 제단은 한 번 발현하는 순간 다시 회수할 수 없었다. 만약 내가 다른 상징과 교체하고 싶다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징을 파괴해야했다.

    한 번 활성화하면 되돌릴 수 없었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어차피 제단은 5개로 넉넉했다. 20레벨이 되면 한 개가 더 추가 될 가능성이 높았기에 아끼다 똥 되는 일은 피할 생각이었다.

    ['누더기 붕대녀의 상징'을 첫 번째 제단 위에 올립니다.]

    ['검술 돌격녀의 상징'을 두 번째 제단 위에 올립니다.]

    나는 지체 없이 새롭게 변한 상태창부터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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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력 : 1,160/1,160

    + 정력 : 1,160/1,160

    --------------------

    + 타격력 : 689

    + 마법력 : 40

    --------------------

    + 방어력 : 48

    + 항마력 : 48

    --------------------

    + 명중률 : 160

    + 회피율 :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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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도 : 38

    + 치명 증폭 : 250%

    + 치명 저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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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것은 모두 그대로였다.

    "타격력이 48이나 올랐네? 치명은 10이 올랐고. 그냥 디테의 버프가 짱이네."

    조금 허탈하기는 했다. 디테의 버프는 튜토리얼까지만 적용됐다. 이후 버프가 사라지면 상실감이 꽤 클 것 같았다.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얼추 점검을 끝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꿈에서 깰 시간이 됐다. 내 모든 지표는 상승했지만, 안타깝게도 엑스칼리버는 여전히 퉁퉁 부어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네. 더 했다가는……으으!"

    흑문을 향해 걸어가며 최악의 상황을 떠올린 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내 목적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엑스칼리버의 소생을 위해 이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했다.

    막 흑문의 손잡이를 잡았을 때였다.

    한 가지 허황되지만, 결코 그냥 넘길 수 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흑문의 손잡이를 놓은 채 업적창을 열어 보았다.

    그 중 한 가지가 내 눈길을 붙잡았다.

    [최초의 동정]

    반짝이며 제 능력을 뽐내고 있는 업적을 바라보는 내 눈빛이 싸늘했다.

    "흠. 동정이라서. 그래서 그럴지도……? 은연 중 내가 동정을 잃으면 안 된다고 할 수도 있잖아?"

    최초의 동정이라는 업적에는 한 가지 제약이 존재했다. 바로 내가 동정을 잃으면 효과가 사라지는 제약이었다. 만약 내가 무의식적으로 이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엑스칼리버를 되살리는데 방해되는 건…….

    그것이 무엇이라도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래. 저거 하나 없다고, 내가 죽나? 이 게임이 재밌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사는 거지."

    결국 나는 손을 뻗었다.

    이윽고 보스의 알림음과 함께 내 손에는 증표로 돌아온 업적이 잡혀 있었다.

    탈착한 증표를 물품창에 돌려보냈음에도 내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슬쩍 상태창을 열어 떨어진 능력치를 확인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활력이 200이 빠지든, 타격력이 22가 빠지든, 치명도가 7이 빠지든.

    그보다 내 엑스칼리버가 겨울잠에서 깨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는 한층 밝아진 얼굴로 흑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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