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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ss-18화 (1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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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나긴 전투가 끝났다.

    입 안 가득 신선한 엑스칼리버 맛을 느끼며 몽마가 절정의 비명을 질렀다.

    "크르으흐흥!"

    ['헐벗은 시랑'에게 588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헐벗은 시랑'이 절정에 올랐습니다.]

    [노예 임무 '헐벗은 시랑 격퇴'를 완료합니다.]

    [기본 보상 '경험 800'을 획득합니다.]

    [추가 보상 '은화 2개'를 획득합니다.]

    ['헐벗은 시랑의 상징 파편'을 획득합니다.]

    [음격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음격 10단계 돌파 보상으로 하나의 제단을 추가 개방합니다.]

    전투에서 승리하고 레벨이 하나 올랐지만, 나는 조금도 웃을 수 없었다. 그만큼 전투가 힘겨웠다. 단순히 힘든 것뿐만 아니라 전투 자체가 지금까지 그 어떤 전투보다 길었다.

    "후우! 빌어먹을 늑대 새끼. 아니, 늑대 년!"

    활력과 정력이 가득 찼지만 나는 도저히 바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흑문을 열고 꿈에서 깨는 것도 싫었다. 고작 한 마리 사냥하고 돌아가기에는 괜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는 눈앞에 나타난 백문 앞에 주저앉았다. 자연스레 턱을 괸 나는 방금 끝난 전투를 복기해 보았다. 내 약점이 더욱 명확해 보였다.

    "나는 경험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인가."

    입안이 씁쓸했다. 이제야 성약자 보상을 왜 주는 지 이해가 갔다. 이번만 해도 디테의 버프가 없었다면 결코 이길 수 없었다.

    뒷문 공격을 당한 나는 빌어먹게도 반격할 수 없었다. 내 몸의 마비는 생각보다 금방 풀리지 않았다. 금쪽같은 시간이 하염없이 흘렀고, 결국 공격 제한 시간을 다 쓸 때까지 나는 개처럼 발랑 누워있어야 했다.

    "썅."

    그때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 나왔다. 진짜 지우고 싶은 기억이었다. 아무리 몽마라지만, 엉덩이 골짜기를 훤히 드러내는 건 너무 수치스러웠다.

    그렇게 수치감에 싸여있는 나를 몽마는 연이어 희롱했다. 내 남성을 물고 빨기도 했고, 허벅지 사이에 넣고 살살 비비기도 했다. 당연히 그때마다 내 활력은 야금야금 줄어들었다.

    다행히 두 번의 공격을 더 받고 나자 내 몸의 경직이 풀렸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나는 최대한 고통을 주기 위해 기술까지 사용했다. 내 엑스칼리버에 목구멍이 막힌 몽마의 얼굴을 보니 조금이나마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

    "근데 이거 도움말에도 없는 시스템이네. 분명 다 뒤졌을 때……아! 맞다!"

    뒤늦게 도움말 화면 중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쓸모없는 내 머리의 뇌세포를 없애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정말 맞아도 할 말이 없었다.

    흥분도.

    그때는 섹스라는 말에 현혹되어 무심결에 넘겼었다. 섹스에 대한 막연한 갈망이 있는 나로서는 당연히 섹스할 때 흥분하는 거라 생각했다. 사실 흥분이 이 흥분도라고는 아예 짐작치도 못했었다.

    쩝. 내가 실수했네. 진짜 조심해야겠다.

    내 자의적인 해석은 위험했다. 보스를 만든 그 존재의 똘기를 이해해야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점점 변태가 되어가는 나였기에 자신…….

    "흠흠. 아무튼 조심해야겠다. 그래도 내 약점을 알았다는 게 위안이 되네. 근데, 이걸 어떻게 극복하지?"

    약점을 알았지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몽마의 성체는 실전이었고, 현실에서는 불능이었다. 결코 매울 수 없는 약점이라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나는 거칠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지! 당하다보면 적응하지 않을까? 아, 씨.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성매매가 불법이잖아? 속인주의라 외국 가서 해도……."

    쓸데없이 높은 준법정신이 내 발목을 잡았다. 사실 유사 성행위를 하려고 해도 방법을 몰랐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아는 법이었다.

    내가 서러워서, 진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공에 삿대질을 했다.

    "준법정신이 밥 먹여줘? 까라 그래! 지금 내가 고개를 세우냐, 마느냐. 그런데! 불법이면 어떻고, 합법이면 어때! 난 포기 못해!"

    30년 동안 쌓이고 쌓였던 울분이 단숨에 터져 나왔다.

    사회적 지탄을 받든, 법적인 책임을 지든.

    나는 포기 할 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든 세우고 만다. 반드시!"

    다시 한 번 의지를 불태우며 나는 새하얀 문을 열어 재꼈다.

    ***

    쿵.

    잔뜩 힘이 들어간 나 때문에 엄한 백문이 고통 받았다.

    미안.

    거칠게 문을 닫은 나는 방금 전과 똑같은 공간을 맞이했다. 정말 똑같았다. 막 싹을 틔운 나뭇잎까지 차이가 없는 완벽한 복사본이었다.

    이게 Ctrl+V의 위력인가!

    굳센 다짐을 했지만 내 긍정적인 사고는 죽지 않았다.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자신 있게 걸어갔다. 금세 동그란 공터가 나타났다.

    "와라, 몽마!"

    내 우렁찬 외침에 숲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겨룸에 있어서 기세만큼 중요한 게 없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내 기세는 하늘로 승천할까 걱정될 정도였다.

    저벅, 저벅.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긴장 따위는 없었다. 나는 그저 신중한 눈으로 건너편 그림자를 살펴볼 뿐이었다. 이내 조금 더 짙은 그림자가 내 망막에 맺혔다.

    이번에도 늑대인간 컨셉의 몽마였다. 단지 손톱 색깔이 빨갛고 알몸이 아니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였다. 그 차이 중 눈에 더 들어오는 것은 팔과 허벅지를 칭칭 감고 있는 정체불명의 붉은 천이었다.

    근데 이거 클래식한데? 이러다가 오크랑 오우거도 나오는 거 아냐? 그래도 드래곤은 안 나오겠지?

    "에이, 설마. 그래도 명색이 튜토리얼인데. 튜토리얼다운 몹이 나와야지. 드래곤은 좀 오바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쓸데없는 망상을 털어냈다. 연상을 한다는 게 그만 상상을 하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드래곤은 말이 되지 않았다.

    잠깐. 저거 붕대 아냐? 설마…….

    "좀비?"

    아, 강시 할 때 그 시였구나.

    시체로 된 늑대였구나.

    ……거 참.

    보스에 몰입하면 몰입할수록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변태 육성 프로젝트인가 싶었지만, 보스의 개발자는 그 정도가 아니었다. 그는 또라이 중의 또라이였다.

    "그래도 양심은 있네. 성인만 취급하는 걸 보니까."

    끔찍한 상상을 뒤로한 채 나는 걸음을 옮겼다. 나름 시체라고 몽마는 팔자걸음으로 느릿느릿 걸어왔다. 멍하니 기다릴 바에는 그냥 내가 걷는 게 나았다.

    성큼성큼 걷다보니 몽마와 거리는 금세 사라졌다.

    그 순간 자연스레 전투에 돌입했다.

    "허? 스파이더맨이냐?"

    전투를 준비하는 방식이 신선했다. 몽마의 양팔을 꽁꽁 싸매고 있던 붕대가 풀리더니 나를 덮쳤다. 붉은 붕대는 이내 촉수처럼 내 사지를 결박하여 강제로 눕혔다.

    시작 체위가 같은 것만으로도 방금 전 치렀던 전투가 떠올랐다.

    안 돼. 또 당할 수는 없어. 반드시, 원샷내고 만다!

    나도 모르게 이를 앙다물었다. 건강한 이빨이 서로 갈리며 뿌드득 거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것보다 내 항문을 지키는 게 더 중요했다.

    다행히 내가 선공인 것 같았다.

    가만히 내 허리 위에 반쯤 앉은 자세로 기다리는 몽마를 보며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후우. 좋아, 해보자!"

    몇 번의 한숨을 내쉰 뒤로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사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방어 기재가 자연스레 일어난 결과였다. 그만큼 남자에게 항문은 소중하고 성스러운 장소였다.

    심호흡을 통해 마음의 준비를 마친 나는 지체 없이 공격을 시도했다. 당연히 이전과 같은 방법은 아니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정말 강한 한 방이었다.

    "구강 삽입!"

    힘찬 외침과 함께 나는 움직였다. 기술사용이 점점 자연스러운 게 느껴졌다. 엑스칼리버에 힘이 깃드는 사이 나는 순식간에 몽마의 머리를 양손으로 결박했다.

    이윽고 엑스칼리버가 껄떡이며 충전이 끝났음을 알려왔다.

    나는 망설임 없이 몽마의 작은 입에 엑스칼리버를 쑤셔 넣었다.

    푸욱!

    강하게 넣든, 약하게 넣든.

    어떻게 넣든 사실 공격력과 큰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상대가 흥분할 가능성이 높은 부드러운 삽입이 더 좋을지도 몰랐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내 안에 잠들어 있는 폭군은 부드러움을 허용하지 않았다.

    형한테 죽빵 맞고 동생한테 초크 거는 것 같지만. 어쩌겠는가. 내 마음이 그런 걸.

    ['적조 시랑'에게 44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적조 시랑'이 절정에 올랐습니다.]

    ['경험 225'를 획득합니다.]

    나이스, 원킬!

    조금 즐기려다 처녀지를 농락당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했다. 역시 초장부터 전력을 다하는 게 최고였다.

    레벨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내 기분은 더 없이 상쾌했다.

    얼마나 기뻤는지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포효를 질렀다.

    "예스! 아오, 진작 이렇게 할 걸. 젠장! 근데 중보스부터는 선공을 뺏길 텐데. 어떡하지?"

    썰물처럼 기쁨이 빠져나가며 대신 걱정이 밀려들어왔다. 초반에 나오는 몽마들이야 선공을 취할 수 있으니 문제될 것이 없었다. 문제는 후반부에 나오는 두 마리의 몽마였다.

    나름 고민을 해 보았지만 해답은 찾지 못했다. 기본적인 보스의 규칙을 내가 어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애써 외면하고 있던 사실이 스멀스멀 내 전신을 휘감았다.

    "보스의 개발자는 우리 기준으로는 초월자니까."

    강제로 걸어야하는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길을 따라 걸어가는 게 전부였다. 그 외의 행동은 허락되지 않았다.

    부디 끝에 절망이 없기를.

    소리 없는 기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자조 시랑'에게 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자조 시랑'이 절정에 올랐습니다.]

    ['경험 550'을 획득합니다.]

    결승선을 앞둔 마라토너처럼 나는 쉬지 않고 달렸다. 구강 삽입 기술 덕분에 내 처녀지의 순결은 무사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다섯 마리나 잡았는데, 업을 안 하네. 10레벨이라 그런가?"

    3층의 4번째 몽마인 황조 시랑을 격파했을 때 나는 10레벨로 올랐다. 그 뒤로 녹, 청, 남, 자색의 손톱을 가진 좀비 라이칸슬로프를 사냥했지만 레벨은 그대로였다. 1천이 넘는 경험치를 얻었는데 그대로인 것을 보면 확실히 필요 경험치가 오른 듯 싶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네. 다 원샷내서 피는 만땅이니까. 뭐, 엠을 좀 쓰기는 했는데. 그래도 중간에 업해서 꽤 남았고."

    구강 삽입으로만 몽마를 격퇴하다보니 정력이 상당히 소진했다. 한 번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15씩 꼬박꼬박 까이다보니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특히 활력과 달리 자연 회복이 되지 않아 더욱 그랬다.

    이거 나중가면 엠 관리가 골치 아프겠는데? 아니면 정력 회복 기술을 배우지 뭐.

    훗날의 문제를 미리 걱정하고 싶지 않았다. 미래의 문제를 걱정할 사람은 관료와 정치인이면 충분했다. 지금 내게는 오직 한 가지 사명만이 존재했다.

    잠시 내 이기적인 모습에 혀끝이 쌉싸래해졌지만, 나는 금세 감정을 털고 백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움찔.

    조금 망설여졌다. 아니, 솔직히 많이 걱정스러웠다. 아무래도 내 삶에 3번째 트라우마가 찾아온 것 같았다.

    내 손은 내 의지를 외면했지만, 나는 화가 나지 않았다. 애초에 화낼 일이 아니었다. 원래 일방통행은 좋지 않는 법이었다.

    "아, 맞다. 깜빡 잊고 있었네. 능력이랑 기술을 올려야지."

    연기 톤이 가득한 혼잣말. 아니, 대사였다. 어쩔 수 없었다. 내 취향은 아직 그 정도로 고상하지 못했다.

    발 연기를 해 놓은 주제에 나는 능청스럽게 행동했다. 딱딱한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으며 능력창과 상태창을 연이어 열어 보았다. 그 순간 내 얼굴이 머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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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격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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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력 : 55 + 65

    + 지력 : 0 + 10

    + 체력 : 0 + 10

    + 속도 : 0 + 10

    + 정확 : 0 + 10

    + 행운 : 0 + 10

    + 잔여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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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력 : 800/800

    + 정력 : 74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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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격력 : 321

    + 마법력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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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어력 : 30

    + 항마력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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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중률 : 142

    + 회피율 :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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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도 : 28

    + 치명 증폭 : 250%

    + 치명 저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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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스탯을 올렸지?

    다시 한 번 내 기억력은 믿을 놈이 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했다.

    "아무튼 스탯은 빵빵하네. 버프 빨이긴 하지만 힘이 120인가? 이정도면 단순히 쪼렙이라 볼 수 없겠는데?"

    최대 음격을 알 수 없어서 감이 안 왔지만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좋아도 너무 좋아서 걱정이 될 정도였다.

    고작 10레벨 만에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100에서 시작했던 활력과 정력은 스탯투자 없이도 쭉쭉 올랐다. 더욱 많이 오른 건 타격력이었다. 처음 5였던 것이 이제는 64배 넘게 올랐다.

    "업적 덕분에 오른 것도 대박이고."

    확실히 성장한 것을 확인한 나는 두 창을 닫고 기술창을 열어 보았다.

    한참동안 기술창의 수많은 기술을 하나씩 다시 확인했지만, 마음에 드는 기술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기술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화려한 기술보다 내실이 더 중요했다.

    "흠. 기술을 쓰는 것도 턴을 소비하니까. 딱히 끌리지 않네. 공격기는 구강 삽입 정도면 충분하지 싶은데. 지금 와서 인트를 올리는 것도 그렇고."

    4개의 기술치가 남아 있었지만 나는 조금 더 고민해 보기로 결정했다.

    "약점 간파는 좀 괜찮아 보이는데. 에이, 아니다. 괜히 배워놓고 쓰지도 않는 유령 기술이 될라."

    결국 소중한 시간이 허무하게 날아갔다. 아무것도 변한 건 없었고, 나는 여전히 망설였다. 순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까짓것…….

    한 번 준다, 줘. 준다고, 젠장! 정말 살을 주고 뼈를 취해야하나? 진짜 이 방법밖에 없을까?

    아, 나 원장이 보고 싶다.

    ========== 작품 후기 ==========

    고영아, 그 살을 줘도 괜찮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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