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x? Battle! -->
***
아, 깜빡 잠이 들었구나.
"쓰읍. 아직 확인 못한 정보가 있는데."
몽마의 성체에 들어온 나는 뒤늦게 혀를 찼다. 무작위로 수집한 정보는 그 자체로는 큰 힘이 되지 못했다. 그것을 나름의 방식으로 가공, 정리해야 진정한 정보로써의 힘이 발생했다.
한때 주식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던 사실을 잊지 않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눈앞에 있는 백문을 열고 나아갈 수 없었다. 이대로 가기에는 너무 찝찝했다. 하던 일을 마무리해야했다.
볼일보고 안 닦을 수야 없지.
계단 끝에 오른 나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아직 머리가 굳지 않았기에 잠들기 전에 찾아보았던 정보가 그새를 참지 못하고 날아가지는 않았다. 머릿속에서 중구난방으로 날뛰는 정보들이 빠르게 정렬되어갔다.
"음.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니까."
정보들의 가치를 판별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어? 근데 꿈속에서 공부하면 대박 아냐? 아, 문제집을 가져올 수 없겠구나.
쓸데없는 생각이 잠시 작업을 방해했지만 금세 집중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정보들을 가공해 나아갈수록 내 머릿속이 조금씩 뜨거워졌다. 다행히 머리가 터지기 전에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쓸만한 건 결국 하나인가? 아니, 객관적인 게 이거뿐이네."
나름 노력을 기울였지만 썩 성과가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천차만별인 참가자들의 성장 방식은 개인에 따른 편차가 너무 심했다. 육성 방식은 그저 참고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느니 발가벗는 게 나으니까.
다만 동전 상점에 대한 정보는 만족스러웠다. 물론 한 사람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기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뒤져서 교차검증이 끝난 상태였다. 어느 정도 신뢰성을 확보한 정보는 참고하는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이용해야했다.
"다른 상점에 대한 정보도 있으면 좋은데. 그건 좀 아쉽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특수 상점 계열인 동전 상점은 동화, 은화, 금화로 구분되어 있었다. 해당 상점을 활성화할 때 해당 화폐가 하나를 소비하다보니 내가 찾을 수 있는 정보는 동화 상점이 전부였다.
현재 동화 상점에 있는 물품은 모두 15개였다. 전투 영상을 저장하는 것도 가능했고, 경험치나 획득률을 올려주는 것도 있었다. 심지어 모든 주요 능력을 10이나 올려주는 요리도 있었고, 각각의 능력을 10씩 올려주는 요리들도 존재했다.
하나 같이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은 물품들이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비싸. 너무 비싸. 동전 10개 주고 올 스탯 10짜리 요리를 먹는 건, 좀 손해 같은데. 스탯 하나 10 올리기 위해 동화 5개를 쓰는 것도 영……."
개중에는 패장의 날개와 맹약의 반지가 그나마 쓸모 있어 보였다. 능력 상승 물품의 경우 비싸도 너무 비싸서 지금 당장 사서 쓸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경험치 2배, 획득률 2배 상승 물건도 호기심이 들었지만 그림의 떡인 건 마찬가지였다.
그나저나 전투 영상을 저장하면 어떻게 쓸 수 있으려나? 파일로 만들어 전송해주나? 아니면 머릿속으로 재생하는 식인가?
아, 모르겠다. 머리 아프네. 아무튼 변태들 엄청 양성되겠네.
"아, 나도 이미 변태인가……. 아니야. 난 환자일 뿐. 조심하자, 알아서."
이상한 다짐을 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화 상점은 지금 당장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전에 생각한대로 패자의 날개를 쓴 뒤에야 직접 열어 볼 것 같았다.
생각을 정리하니 다리가 가벼워졌다. 나는 편안한 얼굴로 백문의 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이내 망설임 없이 3층의 첫방으로 들어섰다.
[전체 보상 '주황 물약 5개'를 획득합니다.]
아, 히든 미션 보상. 땡큐요.
공짜로 활력 250을 회복시켜주는 주황 물약을 얻은 덕분에 돈. 아니, 경험치가 굳었다.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걸음을 옮기다보니 이번 층의 컨셉이 눈에 들어왔다.
3층의 컨셉은 그늘진 숲속이었다.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갑자기 오한이 들었다.
"설마 뱀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나는 두 가지가 싫었다.
다리 없는 것과 다리 많은 것.
지네나 뱀 같은 걸 정말 싫어했다. 그 중 더 싫은 걸 꼽자면 뱀이었다. 사실 막상막하였지만 이상하게 뱀은 보는 것조차 꺼려했다.
아, 물고기는 싫어하지 않았다. 심한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 괜찮았다. 매운탕이나 회도 어느 정도 즐길 줄 알았다.
조금은 소극적으로 변한 걸음으로 빼곡한 나무들을 하나씩 지나치다보니 숲 속에 작은 공터가 나왔다. 거인이 나무를 뽑아 놓은 것처럼 동그란 그곳은 그나마 햇볕을 내려쬘 수 있을 정도로 하늘이 뻥 뚫려 있었다. 그곳을 보는 순간 나는 느꼈다.
나오겠네. 새로운 게.
부스럭.
정답이었다. 내가 걸음을 멈추는 순간 반대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니, 몽마기척이지.
[노예 임무 '헐벗은 시랑 격퇴'를 생성합니다.]
시랑?
꼬라지를 보니 대충 랑이 의미는 알 수 있었다.
투명하고 긴 손톱과 날카롭고 긴 발톱.
배 쪽의 하얀 문신과 등 쪽의 푸른 문신.
결정적으로 개과 동물의 귀가 달린 머리띠까지.
"딱 봐도 컨셉이 늑대인데. 시는 뭐지? 아, 이럴 줄 알았으면 한자 공부 좀 할 걸."
누구나 나이 들면 학창시절의 게으름을 후회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후회는 언제는 뒤늦게 찾아오는 법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벌거벗은 몽마를 감상했다. 그래도 몇 번 보았다고 이제는 가슴이 떨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알몸의 미녀라도 전투에 들어서면 몽마라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어서 그런지도 몰랐다.
설마 손톱으로 할퀴는 건 아니겠지?
혹시나 하는 우려와 함께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미적거린다고 해야 할 일이 사라지지 않았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즐겨야지."
"크르릉……."
헐, 히밤. 깜짝이야.
내 말에 화답하는 몽마의 울음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래도 지금까지 상대한 몽마들은 귀여운 편이었다. 방금 내 귀로 똑똑히 들은 몽마의 울음소리는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꿀꺽.
진짜 늑대와 싱크로율 100%의 울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위축되고 말았지만, 내 엑스칼리버는 결코 위축되는 법이 없었다. 참 신기했다. 몽마만 보면 바짝 머리를 치켜드는 녀석이 누굴 닮았는지 모르겠다.
슬픈 인정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어쨌든 나는 엑스칼리버 덕분에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어차피 1층 마지막 몽마는 2층 첫 번째 몽마와 비슷했다. 그 말은 곧 눈앞의 녀석도 2층 마지막 몽마와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했다.
보스가 내 뒤통수를 치지 않는다면 말이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몽마가 내 앞에 다가왔다.
번쩍!
순간 내 눈앞에 섬광이 일었다. 놀라고 자시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언제 움직였는지 내 가슴 위에 몽마의 손바닥이 살포시 닿아 있었다.
섹스 배틀이라 천만 다행이네. 그냥 전투였으면 어어 하는 사이에 목이 따였겠다.
내 등골이 쭈뼛 섰을 때 몽마의 손등에서는 핏줄이 솟아났다. 당연히 몽마의 힘을 이길 수 없는 나는 뒤로 드러누워야 했다. 딱딱하고 거친 바닥이 내 등에서 느껴졌다.
이대로 했다가는 등이 다 까질지도…….
걱정 반, 호기심 반.
내 마음은 갈대였다. 그 사이 몽마는 누워있는 내 위로 올라왔다. 순간 나는 말의 안장이 된 느낌을 받았다.
"제법 묵직하네. 하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상대한 몽마들보다 조금 더 큰 체구라 그런지 확실히 무게감이 달랐다. 당연히 공격력이 더 셀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만 나는 놀라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해당 층의 수문장과 달리 눈앞의 몽마는 말단 병사였다. 그것은 곧 공격권을 내가 먼저 갖는 걸 의미했다. 번갈아 가면서 공격하는 방식의 성투난무에서 선공이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선빵필승이라니. 아니, 선수필승이지. 흠흠.
내가 희미한 미소를 짓자 미리 엑스칼리버와 합을 맞추고 있던 몽마가 다시 한 번 으르렁거렸다.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는 몽마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오빠가 많이 귀여워해 줄게. 그 전에 잠깐 서로 탐색하는 건 괜찮지?
속으로 몽마의 양해를 구한 나는 슬쩍 허리를 들어 올렸다.
푸욱.
"크릉!"
"아, 미안. 내가 초보운전이라……."
힘 조절에 실패했다. 꼭 처음 면허를 따고 주차하다 차를 박은 기분이었다. 다행히 그때처럼 범퍼가 아작 나는 일은 없었다.
몽마에게 정중히 사과를 한 나는 슬쩍 허리를 쳐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해 보았다. 이미 내 눈은 감긴지 오래였다. 기분 좋은 끈적거림과 뜨거움이 동시에 내 엑스칼리버에서 느껴졌다.
아, 좋다. 그래, 이거지. 이게 섹스지.
몽마든 사람이든.
꿈이든 현실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여체가주는 쾌락뿐이었다. 아무런 저항 없이 나를 받아주는 몽마가 더 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진작 이렇게 할 걸. 무식하게 싸움질만해서 뭐가 남아? 자고로 먹는 게 남는 거랬는데.
내 허리질이 점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야릇한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혔고, 그렁거리는 몽마의 신음소리가 내 욕망을 찔러왔다. 진정한 첫 경험은 아니었지만, 진정한 첫 느낌은 정말 좋았다.
열 번. 아니, 디테까지 열한 번 싸웠는데. 이제야 제대로 된 경험을 하다니…….
그러고 보면 내 운명도 참 기구한 것 같았다.
그 기구한 운명은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공격 제한 시간까지 30초 남았습니다.]
"아, 씨. 분위기 깨게."
"크르르!"
보스는 자비가 없었다. 한창 기분이 좋았는데 보스의 한 마디에 팍 식어 버렸다. 짜증나도 이렇게 짜증나는 상황이 또 없었다.
예의 없는 새끼.
와락 얼굴을 찡그린 나는 엄한 보스에게 욕 한 사발을 먹여주고는 허리에 힘을 주었다. 굳이 입 밖으로 공격이라는 낯간지러운 단어를 내뱉지는 않았다. 그저 머릿속이로 이번에 공격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푸욱! 퍼억!
"크르릉!"
['헐벗은 시랑'에게 271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오! 살아있네?
3층의 몽마는 절정에 오르지 않았다. 고작 한 방으로는 힘든 것 같았다. 확실히 3층 몽마는 2층보다 더 강했다.
신기한 감정도 잠시 이번에는 몽마가 반격해왔다. 문제는 그 방식이었다. 극도로 정숙한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입가로 침을 살짝 흘리는 몽마가 갑자기 내 오금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팔에 힘을 주었다. 내 엉덩이가 땅에서 들리는 게 느껴졌다.
결국 내 가랑이가 벌어지며 사타구니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엉덩이 골로 시원한 바람이 타고 들어왔지만 신경도 쓰지 못했다. 지금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수치감뿐이었다. 그만큼 난생처음 당해보는 굴욕적인 자세였다.
무릎과 가슴이 달라붙은 나는 숨쉬기 힘겨운 와중에도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이건 아니지! 야! 저기요? 님……으허헉! 억! 아흑!"
나는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내 시야를 벗어난 몽마는 이미 공격을 시작한 뒤였다. 내 사타구니 아래쪽에 머리를 밀어 넣은 채 혀를 날름거리는 그녀의 공격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움찔, 움찔.
부르르……!
몽마의 부드러운 혀끝이 내 부끄러운 문을 찌를 때마다 나는 죽창에 찔린 것처럼 꿈틀거렸다. 단순히 겉에만 핥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부지불식간에 뾰족하게 말은 혓바닥이 내 뒷문을 파고 들 때는 정말 머리털이 쭈뼛 일어설 정도로 엄청난 쾌감이 밀려왔다.
"어흑! 저기, 저기요. 으허, 타, 타이……므허헉! 커억!"
너무 자극적이었다. 항문으로 몽마의 혀가 주는 쾌락이 밀려드는 걸 막을 방법이 나에게는 없었다. 아니, 아예 막을 생각조차하지 못했다.
[흥분도가 최고치를 돌파합니다.]
[포로 상태가 됩니다.]
보스가 내 상태 변화를 알려주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몽마가 날름거리는 혀놀림에 맞춰 몸을 움찔하는 게 전부였다. 간헐적인 신음이 숲 속에 퍼졌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몽마의 공격은 끝이 존재했다. 내 뒷문을 희롱하던 그녀의 혀 움직임이 조금씩 잦아졌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흘러 나왔다.
"후우……."
내 뉴런이 모두 새하얗게 타버릴 뻔 했네.
식겁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잊고 말았다. 보스는 한 대 치면 한 대 맞아야했다. 또한 심판이 판정을 내렸다.
아직 심판이 판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게 화근이었다.
"커어억!"
부지불식간에 일격을 맞았다. 끝났다고 생각한 사람은 나뿐이었다. 몽마는 뾰족하게 세운 혀로 내 엉덩이 골짜기로 박아 넣으며 마지막 일격의 대미를 장식했다.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합니다.]
['헐벗은 시랑'에게 96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흥분도가 적정치를 유지합니다.]
[전투 상태가 됩니다.]
몽마의 혀가 뿌리 끝까지 내 뒷문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엄청난 고통이 척추를 타고 정수리까지 치솟았다. 서서히 몽마의 혀가 내 몸 안에서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크릉, 크릉."
아, 저 히말라야 개나리 같은 것이.
몽마의 울음소리가 나를 비웃는 것 같았지만, 지금 나는 화낼 기운조차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게 전부였다. 엄청난 충격에 마비된 근육이 깨어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필요하지 싶었다.
그래, 배틀이었어. 이건 섹스 배틀이었지.
글자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제대로 체감했다.
성투난무(性鬪亂舞).
이 네 글자에서 중요한 건 오직 한 글자였다.
섹스 배틀은 섹스가 아니라 배틀이었다.
근데 왜 내 몸이 안 움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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