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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ss-14화 (14/200)
  • <-- Hobgoblin -->

    ***

    검은 꼬리를 항문에 박고 엉덩이를 흔들던 몽마쯤은 순식간에 절정으로 보내버렸다.

    이번에도 내 엑스칼리버를 물어뜯을 기세로 덤볐지만 다행히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중독에도 걸리지 않아 기쁨은 두 배였다. 단지 선공에 빡쳐서 무의식적으로 하단 공격만 한 것이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어쨌든 큰 피해 없이 중간 보스를 사냥하는데 성공했기에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활력도 거의 깎이지 않은 상태라 나는 그대로 백문의 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이내 망설임 없이 2층의 마지막 몽마가 기다리고 있는 방을 향해 들어섰다. 지금까지와 달리 공간이 들판에서 침실로 변했다.

    공기부터 달랐다.

    "후끈후끈한데?"

    심장이 조금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공기 중에 흥분제라도 섞어 놓은 것 같았다.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하던 심장은 어느새 전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침착해. 아직 시작도 안했잖아? 벌써부터 이러면 어떡해?

    "이번에는 상단 공격을 써먹자, 꼭. 후우!"

    억지로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했지만 한 번 폭주한 내 심장은 쉬이 멈추지 않았다.

    결국 속전속결인가?

    엄청난 사실도 담담히 받아들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게 몽마의 성체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화였다.

    정신적 안정과 달리 육체적 불안정이라는 게 달랐지만.

    새로운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인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당연히 목적지가 있었다. 그곳은 바로 중앙에 위치한 화려한 침대였다.

    "저건가?"

    몇 걸음 옮기지 않아 내 두 눈이 제 기능을 되찾았다. 널찍한 침대 끝에 한 여인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기다란 다리를 가위처럼 꼬아 놓은 그녀는 두 팔을 뒤로 젖힌 채 상체를 반쯤 기울이고 있었다.

    뭐지? 이 사장님 포스는.

    여유를 처발처발하고 있는 몽마는 지금까지 상대했던 2층의 몽마와 겉모습부터 달랐다.

    몽마는 두 손에는 갈색 비단으로 짠 것 같은 장갑이, 두 다리에는 스타킹이 자리했다. 털신과 털장갑을 벗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다. 심지어 얼굴에도 견족 특유의 강아지 화장을 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아, 머리에 강아지 머리띠를 하기는 했네.

    머리에 쓰고 있는 머리때로 인해 강아지 귀가 솟아 나 있는 것 같았지만 딱히 거슬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부족함 귀여움을 채워주었다. 문제는 귀여움이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 가터벨트!"

    역시 보스는 달랐다. 스타킹이 있으면 당연히 있어야할 추가 장비까지 완벽하게 착용하고 있었다. 실제로 가터벨트를 찬 모습을 처음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소리 내어 삼키고 말았다.

    쪽팔리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아니, 그냥 좀비처럼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한 걸음, 두 걸음. 계속 걸음을 옮겼지만 내 눈은 그녀의 다리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요염하게 다리를 꼬고 있던 몽마가 허리를 비틀었다. 새하얀 엉덩이가 고스란히 내 눈앞에 드러났다. 가터벨트에 갇힌 모습이 되레 더 색정적으로 다가왔다.

    "음!"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몽마의 엉덩이에 두 눈을 처박고 말았다.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다. 그저 멍하니 선 채 보일락 말락 하는 그녀의 살결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몽마가 살짝 입매를 비틀었지만 가느다란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에 정신이 팔린 나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연이어 목울대를 꿀렁거렸을 때 몽마가 또 다시 자세를 바꾸었다.

    설마, 설마!

    곱게 접고 있던 긴 다리를 활짝 편 몽마가 풍차 돌아가듯 다리를 돌렸다. 반대쪽으로 다리를 꼬는 순간 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 그 찰나의 시간동안 나는 벌거벗은 여왕님을 영접할 수 있었다.

    여왕님은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

    나름 젊은 시절 샤론 스톤 누님의 명장면은 무한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왔노라, 봤노라. 그리고 섯……응? 야. 어이, 브라더!

    내가 느낀 흥분과 달리 엑스칼리버는 고요했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미간에 깊은 골짜기가 만들어졌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 태업을 일삼고 있는 엑스칼리버를 노려볼 때였다. 또 하나의 시선이 느껴졌다. 불쾌감이 가득한 시선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날 미치도록 흥분시켰던 몽마였다.

    침대를 두 팔로 짚고 비스듬한 자세로 앉아 있던 몽마가 살짝 턱을 들어 올렸다. 자연스레 그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모습은 꼭 백화점에서 신상 명품을 감상하는 사모님이었다.

    웃어? 감히? 엑스칼리버를!

    몽마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그녀는 분명 내 엑스칼리버를 내려다보며 비웃고 있었다. 입가에 걸린 조소는 변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명확했다.

    아, 자존심 상하네.

    진짜 내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나를 더욱 열 받게 하는 것은 무시당한 녀석이 화도 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자존심도 없는지 엑스칼리버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깔 뿐이었다.

    냉정한 현실에 내 심장은 더 이상 날뛰지 않았다.

    "하아."

    "뭐하니? 안 오니?"

    몽마가 내 자괴감을 담은 한숨에 답답했는지 톡 쏘아붙였다. 그녀의 말투가 좀 삐딱했다. 지루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순간 욱했지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그럴수록 나만 비참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냥 비참했다.

    망할 자식. 분위기 좀 맞춰주면 어디 덧나나?

    지금까지 잘 뛰어놀던 녀석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살짝 겁이 났다. 여기서 더 나빠지면 그때는 정말 최악이었다.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전투에 집중하고 싶어서 그런 걸 거야.

    애써 희망적으로 생각하며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애시당초 몇 걸음 떨어져있지 않았기에 나는 금세 몽마의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입을 손으로 가리며 하품을 찍찍하며 내 자존심을 긁었다.

    망할 년. 두고 보자. 내 엑스칼리버가 깨어나면…….

    복수를 다짐하며 몽마의 앞에 섰다.

    그제야 몽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이름은 쉬르."

    안 물어봤거든?

    "기억해 둬. 널 쥐어짜준 존재가 누군지!"

    내 삐딱한 태도에도 쉬르는 자기 할 말만했다. 딱 봐도 어떤 성격인지 알 수 있었다. 완전 여왕님이 따로 없었다.

    여전히 심드렁한 내 모습에도 불구하고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쉬르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약간의 조소와 냉소를 섞은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애초에 타인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살짝 방심하고 있는 사이 쉬르가 갑자기 손을 뻗어 내 쌍란을 움켜쥐었다.

    "아악!"

    "쯧!"

    아무리 고개 숙인 남자라도 감각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난데없는 봉변에 나는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남자라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비명도 잘 나오지 않았다. 머리가 쭈뼛쭈뼛 서며 허리가 점점 굽어갔다. 엄청난 중력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고통에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질질질. 털썩.

    결국 쉬르의 손아귀에 끌려 침대에 자빠지고 말았다. 자연스레 그녀의 손이 내 쌍란에서 떨어졌다. 구속이 풀린 나는 해방감을 느끼며 내 쌍란을 확인했다.

    휴, 안 터졌다. 그나저나 나 지금 여자한테 자빠진 거야?

    안도하는 것도 잠시. 나는 성난 눈으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쉬르를 노려보며 아주 자연스럽게 삿대질을 했다.

    "이 수박 씨 발라서 똥고에 처박을 년이!"

    "그래도 살덩이는 살덩인가 봐?"

    "뭐, 뭐라고? 이이……!"

    순간 말문이 막혔다. 쉬르의 조소가 내 폐부를 찔렀다. 내 머리가 고통에 새하얗게 변했다.

    감당할 수 없는 분노로 인해 잠시 무방비 상태가 된 나를 내려다보던 쉬르가 또 다시 불의의 일격을 날렸다. 이번에는 오럴 어택이 아니었다. 핸드 어택이었다.

    조물조물.

    "얘는 무슨 죄니. 주인 잘못 만나서……."

    동정하지 마! 아니, 만지지마! 내 불알이 장난감이냐?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살살 어루만지는 쉬르의 상냥한 손길은 기분이 좋았다. 좋아도 너무 좋았다.

    약해지면 안 되는데. 아, 거기. 그래, 거기.

    "이제 기운을 차린 거 같으니까. 시작할까?"

    "응?"

    종잡을 수 없는 쉬르에게 당하다보니 내 감정 변화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변했다. 슬슬 기분이 상했다. 아니, 애초에 상해있던 기분이 이제야 또렷이 느껴졌다.

    아주 개박살을 내주마.

    [노예 임무 '단정한 견족 격퇴'를 생성합니다.]

    보스의 목소리에 맞춰 각오를 다지며 나는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물론 검을 꺼내거나 갑옷을 껴입거나하는 일은 없었다. 그냥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전부였다.

    그 사이 전투 준비가 끝났다.

    근데 이게 전투 자세라고? 자세가 왜 이러지? 이거 너무…….

    자극적이잖아!

    지금까지 상대했던 몽마들과 자세부터 달랐다. 나는 침대에 대자로 누운 상태였다. 반면 쉬르는 내 위에 엎드리고 있었다.

    단지, 위치가 평소와 달랐다.

    69.

    아, 이게 그 유명한 69자세구나!

    나는 눈앞에 아른거리는 쉬르의 옥문을 빤히 바라보며 속으로 탄성을 터트렸다. 갈색 음모는 가지런했고, 문 주변은 깨끗했다. 여체에서 도톰하게 솟아올라 있는 건 가슴과 엉덩이만이 아님을 눈앞의 장관을 통해 깨달았다.

    새로운 경험 덕분에 엑스칼리버도 힘을 되찾은 듯 했다. 녀석은 지금까지 게으름을 피운 게 미안한 지 평소보다 더욱 크게 일어났다. 잔뜩 솟아오른 녀석의 머리에서 쉬르의 뜨거운 입김이 느껴졌다.

    느껴진 것은 입김만이 아니었다.

    "작두 소환!"

    응? 뭘 소환한다고?

    "그럼 짜 보실까?"

    쉬르의 입안은 상상했던 것처럼 기분 좋은 곳이 아니었다. 물론 처음 닿을 때는 좋았다. 포근히 감싸주고 뜨거운 입안 감촉은 더 없이 부드러웠지만…….

    콰드득!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합니다.]

    ['단정한 견족'에게 110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아아악!"

    이빨은 서슬 퍼런 작두와 다름없었다.

    방금 전에는 불알이 터질 뻔 했는데, 이번에는 자지가 잘릴 뻔 했다.

    다행히 잘려나가지는 않았다. 그저 가지런한 이빨 자국이 남았을 뿐이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어? 쓸모없는 게 살아있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오냐,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없던 오기도 생길 판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그랬다. 그럼 입에는 입일 테지.

    엄청난 고통은 오히려 내 머리를 더욱 싸늘하게 만들어주었다.

    너도 한 번 당해 봐라.

    "구강 삽입!"

    힘찬 외침과 함께 엑스칼리버에 우주의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니, 우주까지는 아닌가? 어쨌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힘이 내 남성에 모여드는 게 느껴졌다.

    충만한 힘이 엑스칼리버에 깃든 그 순간.

    내 허리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쉬르는 반항하지 않았다. 아니, 반항할 수 없었다. 제한 스킬은 정력을 소비하지만 반드시 성공하는 기술이니까.

    먼저 부드러운 입술이 귀두에서 느껴졌다. 잠시 딱딱한 이빨이 방해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내 물건은 이내 쉬르의 입안을 점령했다.

    이걸로는 부족하지!

    어림없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입안을 점령하기 무섭게 내 물건이 쉬르의 목구멍을 막아 버렸다.

    "우으읍!"

    경쾌한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기꺼운 쉬르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내 물건 전체가 촉촉하게 젖으며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제대로 된 구강 삽입이었다.

    근데 좀 아쉽네. 엑스칼리버가 장검정도만 됐어도 딥쓰로가 가능했을 텐데. 쩝.

    안타깝게도 내 엑스칼리버는 단검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랜스로 분류하고 싶었지만, 괜히 열폭하고 싶지는 않았다. 단검이기는 했지만 나름 튼실했다.

    내 물건이 튼실한 것은 보스도 인정해 주었다.

    ['단정한 견족'에게 529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단정한 견족'이 절정에 올랐습니다.]

    [노예 임무 '단정한 견족 격퇴'를 완료합니다.]

    [기본 보상 '경험 800'을 획득합니다.]

    [추가 보상 '은화 1개'를 획득합니다.]

    ['오래된 백은 상자 1개'를 획득합니다.]

    ['오래된 백은 궤짝 1개'를 획득합니다.]

    [업적 '퇴근 거부'를 달성합니다.]

    ['퇴근 거부 증표'를 획득합니다.]

    [음격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입이 막힌 쉬르는 절정의 신음도 채 토하지 못한 채 칠색 찬란한 빛으로 변해 내 물건에 흡수됐다. 짭짤한 보상 안내가 후드득 쏟아졌지만 내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사실밖에 없었다.

    "데미지가 529? 겨우 1렙짜리 스킬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막대한 위력이었다.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추가 삽입과 치명타가 터졌을 때가 더 큰 피해를 주었지만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기술하나 배워 놓으면 굶어죽지는 않는다더니……. 진짜네."

    아, 그건 아닌가?

    어쨌든.

    속이 다 시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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