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incess Sli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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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추태는 없었다.
성투난무니 몽마니 하는 것들을 담담히 받아들여 놓고 놀라긴. 그래, 잘 됐잖아? 덕분에 잘려나간 감정도 다시 느끼고.
"오히려 다행이지. 진짜 악마 같은 모습이었으면……."
흉측한 악마와 섹스 배틀을 하는 상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몸을 잘게 떨었다.
그 사이 몽마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양손을 내 어깨에 올린 채 뒤꿈치를 들었다. 끈적끈적한 목소리가 내 귓속을 간질였다.
"끔찍했겠죠? 인간들의 심미안으로는."
사실 다른 끔찍함이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 대답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몽마가 더욱 밀착해왔다. 그녀의 숨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렸다. 어느새 내 목덜미를 그녀가 살짝 깨물었다.
"걱정 말아요. 그분은 세심하시니까. 그나저나 내 이름을 말하지 않았네요."
응? 이름? 허, 참. 이름이 따로 있었나?
내 의문을 느꼈는지 몽마가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두 팔은 언제 움직였는지 내 목을 단단히 감고 있었다. 능숙하다 못해 은밀했다.
목젖이 내 의지를 반하여 제멋대로 움직일 때 몽마의 새빨간 입술이 발맞춰 함께했다.
"정식으로 다시 인사해요. 음수(淫水)의 여왕, 라키프메라고 해요."
"박고영. 이렇게 통성명을 할 줄은 몰랐네. 아니, 여왕이라면 존대를 해야 하나?"
"계급보다는 실력이 중요하지 않나요? 그쪽 세상은 좀 다른가요?"
음란한 물의 여왕이라 스스로를 소개했지만 라키프메의 행동은 그냥 귀여웠다. 한 손가락을 자신의 입술에 물린 채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는 정말 깜찍했다. 몽마라도 그녀는 여성체였다.
흐뭇한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통성명도 했으니……. 이제 시작할까?"
"그럴까요? 좋아요."
어색함은 없었다. 애초에 몽마의 성체에 들어오는 순간 없던 흥분도 생기는 듯 했다. 그것이 엄청난 사실에 대한 충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라키프메는 내 목을 감싸고 있던 팔을 풀었다. 자유를 되찾은 그녀의 팔은 흐르는 강물처럼 내 몸을 타고 내려왔다. 고운 손이 살짝 긴장한 내 목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더니 이내 어깨를 지나 내 가슴에 닿았다.
"그럼 시작할게요."
[노예 임무 '단정한 수귀 격퇴'를 생성합니다.]
응? 임무? 얘는 뭔가 다르다는 건가?
예상치 못한 임무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라키프메가 갑자기 나를 밀어냈다. 내 가슴에 닿아 있던 여리디 여린 그녀의 손바닥은 결코 여리지 않았다. 순간 몸을 휘청한 나는 그대로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
푸웅.
"어?"
외마디 놀람이 튀어 나왔다. 딱딱한 바닥에 등을 찧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푹신푹신한 무언가가 내 등을 받혔다. 음란한 물의 여왕이라더니 신기한 마법을 부린 것 같았다.
등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감촉에 나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베어 물었다.
아, 물침대 하나 장만해야겠네.
정말 오랜만에 소유욕을 느끼게 해주는 감각을 뒤로하고 나는 라키프메에 집중했다. 이제 전투를 해야 했다. 칼부림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부림을 하지만 전투는 전투였다.
나를 투명한 물침대에 눕힌 라키프메는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 여전히 서 있었다. 말없이 나와 눈을 맞추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묘한 기품이 느껴졌다. 그녀의 뇌쇄적인 눈빛에 내가 마른침을 삼켰을 때 그녀가 드디어 움직였다.
섬섬옥수.
라키프메의 곱디고운 손이 조금씩 그녀의 몸을 타고 내려왔다.
잘록한 허리, 풍만한 엉덩이, 탄탄한 허벅지.
"꿀꺽."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분명 옷을 입고 있는데 벗고 있는 것보다 더 야하게 느껴졌다. 묘한 질감이 내 눈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굴곡진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던 라키프메의 손이 탄력적인 허벅지 중간쯤에서 멈췄다. 그녀의 손을 따라 움직이던 내 눈도 같이 멈췄다. 점점 빠르게 올라가던 내 흥분도 멈췄다.
농염한 비서의 은밀한 허벅지.avi를 보다 끊긴 것 같았다.
다행히 소중한 비디오는 망가지지 않았다. 영상이 다시 흘렀다. 다시 재생되는 영상은 더욱 자극적이었다.
라키프메가 자신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으음……."
신음이 터져 나왔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감질나서 미칠 것 같았다.
그래도 참자.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는 개뿔. 참으면 병난다고!
참는 건 미련한 짓일 뿐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욕정에 나는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잔뜩 흥분한 내 손이 라키프메의 골반을 잡았다. 매끈한 옷감과 탄탄한 살결이 주는 감촉은 예술이었다.
"안돼요. 아직. 조금만 더 참아요."
"아아……."
내 바람과 달리 라키프메는 냉정했다. 그녀는 아직 치마 밖에 있던 다른 한 손으로 내 가슴을 밀어냈다. 거역할 수 없는 위엄에 나는 힘없이 다시 누워야했다.
디테도 그러더니 얘도 무슨 힘이…….
확실히 몽마는 인간이 아니었다. 덕분에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흥분이 가슴쯤으로 줄어들었다. 내가 바라던 건 이게 아니었는데.
얼굴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아쉬움에 라키프메도 화답해왔다. 느릿느릿 움직이던 그녀가 조금씩 행동을 빨리했다. 치마 속 깊은 곳에 들어갔던 손이 어느새 치마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치마 밖으로 나타난 그녀의 손에는 무언가 잡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검은 팬티였다. 처음에는 무슨 운동화 끈인 줄 알았다. 그만큼 얇디얇은 검정 끈 팬티가 그녀의 손에 이끌려 나오고 있었다.
아, 김샜다.
개인적으로 나는 끈 팬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손가락 서너 개 정도의 두께를 가진 삼각팬티가 내 취향이었다. 엉덩이를 반쯤 살짝 가린 그런 팬티야 말로 진정한 팬티라 생각했다.
취향 존중 좀 해주지. 아, 진짜. 진짜 엄청 흥분했었는데.
나는 이미 흥분이 사라졌지만 라키프메는 마침 팬티를 벗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있어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팬티를 벗고 다시 허리를 편 그녀의 손에는 뒤엉킨 T팬티가 들려있었다. 나를 더욱 흥분시키겠다는 듯 팬티를 손가락에 걸로 돌렸지만 소용없었다.
라키프메의 팬티가 허공을 날아 내 가슴 위에 떨어졌지만 나는 그저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뿐이었다. 뒤늦게 심드렁한 내 표정을 읽은 라키프메가 고운 눈썹을 찌푸렸지만,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나기 어려운 법이었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지.
"이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나 봐요?"
"됐고. 그냥 바로 시작하지? 좀 지겨운데."
더 없이 심드렁한 내 반응에 결국 라키프메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런다고 마음 약해질 내가 아니었다. 오히려 흥분을 이어가지 못한 그녀가 야속했다.
라키프메는 더 이상 시간을 끌어 봤자 소용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확실히 빠릿빠릿해졌다. 그녀는 서둘러 내 위에 올라타더니 이내 손을 뻗어 엑스칼리버를 어루만졌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적당히 성난 엑스칼리버를 요리조리 주무르던 라키프메가 더 이상 상황이 변하지 않다는 걸 인정했는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책하지 마. 내가 좀 특별할 뿐이야. 그냥 포기하면 편해.
결국 헛손질한 라키프메가 반쯤 체념한 채 본 경기에 들어감을 알렸다.
"후. 당신은 참 특이하네요. 상관없어요. 결과는 바뀌지 않을 테니까."
"무슨 준비가 이렇게 길어? 그냥 좀 하면 안 돼? 질질 끄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쯧!"
"알겠어요. 나도 준비는 끝났어요. 그럼 각오해요!"
그래. 빨리 끝내……응? 웬 달덩이?
"으읍……!"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다. 라키프메는 지금까지 몽마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녀는 아랫도리 공격보다는 윗도리 공격으로 포문을 열었다.
엑스칼리버를 만졌던 게 페이크라고?
페이크든 뭐든 이미 내 얼굴은 라키프메의 가슴이 점령한 뒤였다. 당연히 내 코와 입이 풍만한 가슴에 막혔다. 순간 숨을 쉴 수 없게 되자 내 얼굴이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부비부비 트랩!"
그러고 보니 보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뒤늦게 기술을 사용하는 걸 알아챘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지금 나는 그저 라키프메의 가슴에 몸을 맡긴 채 당해야했다.
라키프메의 가슴 기술은 현란했다. 그녀의 가슴은 자유자제로 움직이며 내 호흡을 앗아갔다. 단순히 가슴만 문지르는 게 아니라 몸을 돌리며 다양한 압박감을 선사했다.
근데 이러다 질식사하는 거 아냐?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사이 다행히 라키프메의 공격기는 끝이 났다.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합니다.]
['단정한 수귀'에게 90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커억!"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고통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엑스칼리버였다. 엑스칼리버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웅크리고 말았다.
다행히 엑스칼리버는 아직 무사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와중에도 나는 엑스칼리버가 무사함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나라도 몸은 소중했다.
점차 고통이 잦아들고 나서야 나는 상황을 인식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단숨에 내 전체 활력의 2할 가까이가 사라져 버렸다.
이거 디테의 버프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겠는데?
다시 한 번 디테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을 때 라키프메의 놀라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버텼어? 어떻게?"
"내가 좀 세거든. 이제 내 차례지? 기대해. 시원하게 박아 줄 테니까."
당한만큼 갚아줘야 했다. 아니, 이자까지 쳐서 속셈이었다. 물론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지만 마음만큼은 만렙이었다.
여전히 놀라 어정쩡하게 내 몸 위에 앉아있는 라키프메의 골반을 단단히 붙잡았다. 내 손에 붙잡힌 그녀의 눈에 당혹스러움이 모여들었다. 그녀도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느낀 듯 싶었다.
이미 늦었다, 이년아.
"진짜 마음 같아서는 그 빌어먹을 가슴에 화풀이를 하고 싶지만."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보스는 공격 부위를 명확하게 구분지였다. 일반 공격은 무조건 기본적인 삽입으로 정해져있었다.
전에 읽은 도움말에는 기술 공격은 입, 가슴, 그 밖에 부위로 나눠진다고 되어 있었지만…….
아, 이 건망증. 기술을 훑어본다는 게 또 까먹었네.
뒤늦게 실수를 깨달았다. 워낙 버프 빨로 무쌍을 찍다보니 기술에 대해 아예 생각지도 않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기억해 낸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공격 제한 시간까지 30초 남았습니다.]
딴생각을 너무한 탓일까.
벌써 공격 제한 시간이 절반이나 흘러간 뒤였다. 어차피 망설일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더욱 라키프메의 골반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힘차게 허리를 들어 올렸다.
"가랏! 엑스칼리버!"
다행히 삽입에 실패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는 나도 유경험자였다. 동정처럼 삑싸리 낼 내가 아니었다.
아아! 그래서 명중률이 올랐구나! 아아! 동정 상실의 대가는 명중률이구나! 아아…….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을 때 축포가 터졌다.
퍼어억!
"꺄아아아앙……!"
[치명적인 일격에 성공합니다.]
['단정한 수귀'에게 233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단정한 수귀'가 절정에 올랐습니다.]
[노예 임무 '단정한 수귀 격퇴'를 완료합니다.]
[기본 보상 '경험 200'을 획득합니다.]
[추가 보상 '동화 2개'를 획득합니다.]
['오래된 청동 상자 1개'를 획득합니다.]
['오래된 청동 궤짝 1개'를 획득합니다.]
[업적 '역심의 일격'을 달성합니다.]
['역심의 일격 증표'를 획득합니다.]
[음격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캬! 그래, 이 맛이지! 게임이 백미는 원샷원킬 아니겠어?
의기양양하게 사지를 부들부들 떨고 있는 라키프메를 올려다보았다. 잔뜩 달아오른 볼이 더 없이 붉었다. 엇갈린 발가락만 봐도 얼마나 큰 쾌감에 휩싸여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절정에 다다른 라키프메가 스르륵 눈을 감았다. 그녀의 두 눈이 닫히는 순간 오색. 아니, 칠색 찬란한 빛이 폭사했다. 빛깔은 달랐지만 빛이 모여드는 곳은 변함없었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엑스칼리버가 라키프메의 정수를 흡수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자신감 가득한 미소는 생각보다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뒤늦게 떠오른 한 가지 사실이 기쁨을 앗아갔다.
"아, 맞다! 아씨. 이게 아닌데……."
내 본래 목적은 이게 아니었다. 물론 섹스 배틀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했다. 단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나는 갈증을 호소하는 엑스칼리버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미안하다. 형이 깜빡했네. 너무 그러지 마. 어쩔 수 없었다니까? 애들이 너무 약해서 원킬 나는 걸 어떡해?"
여러 가지가 주객전도 된 것 같았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원래 사람마다 중요시 여기는 게 다르지 않은가. 나는 그저 남들과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뿐이었다.
나는 평범한 섹스가 하고 싶을 뿐인데…….
빌어먹을 섹스 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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