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4화 (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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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염(妖艶).

    이 두 글자면 충분했다.

    위화감을 느끼고 정신을 차린 내 모습에 여신님이. 아니, 여자가 팔짱을 풀었다. 여신과 여시는 한 끗 차이였다. 그녀는 더 이상 웃지도 않았고, 상냥하지도 않았다.

    사무적으로 변한 여자는 편하게 앉으라는 말을 끝으로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누워도 남을 것 같은 넓고 기다란 소파에 걸터앉은 그녀가 다리를 꼬았다. 매끈한 다리가 눈앞에 드러났지만 내 목울대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분명 뭐에 홀린 것 같단 말이야. 그나저나 도대체 여긴 어디야?

    평소대로 돌아온 덕분인지 내 앞에서 매끈한 다리를 내놓든 말든 무덤덤했다.

    이게 다 내가 고자. 아니, 그만하자. 뭐가 자랑이라고.

    삼천포를 뒤로하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여자의 맞은편에 있는 1인용 소파에 가서 앉았다. 푹신푹신한 게 고급 소가죽을 쓴 것 같았다.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괜히 소파의 팔걸이를 슥슥 쓸고 있는 나를 조금은 애잔하게 바라보던 여자가 무심한 듯 물었다.

    "많이 놀랐죠? 괜찮아요?"

    "네."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여자의 목소리에는 영혼이 없었다. 꼭 누구의 연기를 보는 것 같았다. 뭐, 상관할 바는 아닌가?

    시큰둥한 내 대답에 기분이 상한 듯 여자의 표정이 조금 더 굳어진 게 보였다.

    그것도 잠시 여자가 살짝 숨을 고르더니 차분히 말을 이었다.

    "반가워요. 난 몽마의 성체(成體)에 대해 알려줄 디테라고 해요."

    "박고영입니다."

    짤막하게 대꾸하다보니 무슨 놈의 대화가 순도 100% 메밀면 같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자. 아니, 디테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그저 묵묵히 국어책을 읽듯이 말을 이을 뿐이었다. 도저히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이곳에 오기 전에 재수 없는 목소리를 듣지 않았나요?"

    "기억나지 않습니다."

    난 모르쇠로 일관했다. 솔직히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꿈결에 누가 그걸 기억할 수 있을까.

    디테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담담히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도톰한 입술이 묘하게 색정적이었다.

    "그럼 아예 처음부터 설명할게요. 한 번만 설명할 테니 잘 들어요. 뭐, 들어도 또 까먹겠지만."

    이런. 잘못 봤네. 저 여자 은근히 속이 좁구나.

    "일단 당신이 지금부터 성투난무(性鬪亂舞)의 참가자에요."

    잠깐만. 내가 잘못 들었나? 무슨 투라고?

    "음, 그쪽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Battle of Sacred Sex라고 하면 될 것 같네요. 이 세계는 오로지 성투난무를 위한 세계라. 그러니까, Battle system of Sacred Sex. 보스라고 통칭할게요."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었구나. 하, 하하, 하하하.

    "그러니까 섹스로 싸우는 거예요. 섹스 배틀! 섹스 배틀! 무슨 말인지 알겠나요?"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난무했다. 섹스 배틀이라니, 이 무슨 귀신이 굶어죽는 소리냐. 나는…….

    "음? 아, 당신은 성약자네요? 이런. 아직 젊어 보이고, 몸도 좋아 보이는데. 안 됐네요."

    저거 지금 비웃는 거지? 나 화내도 되는 거지? 아, 혈압 오르네.

    순간 전신의 혈관이 꿈틀거렸다. 아, 한 곳은 빼고. 거지도 거지라 하면 기분이 상할 터인데, 하물며 고자는. 고자는!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디테를 노려보았다.

    디테가 내 살벌한 눈빛에 찔끔하기는 고사하고 도리어 싱긋 웃으며 고운 손으로 요망한 입을 가렸다. 비웃는 게 확실했다. 그것도 잠시 디테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고운 눈썹을 슬며시 찌푸리는 디테의 모습에 나는 화낼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아니, 이제 화낼 기운도 없었다. 이 모든 건 이대로 흘러가리.

    반쯤 체념하고 있을 때 디테가 짐짓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으음. 이거 심각한데. 당신 정신력 하나는 정말 끝내주네요. 나 같았으면……."

    오늘 새로운 걸 알았다.

    내 인내심은 여기까지였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어이, 아줌마. 거기까지."

    "……뭐?"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거기까지 하라고. 뭘 나 같으면 이야? 당신한테 좆이 있어, 뭐가 있어? 좆도 없는 게 뭘 안다고 지껄여?"

    말해놓고 나도 놀랐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무를 순 없었다. 이미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었다.

    디테의 눈에서 헬파이어가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다행히 진짜 지옥불이 튀어 나와 나를 덮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투명할 정도로 새하얀 목덜미와 얼굴은 처음 그대로 변함이 없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디테의 눈빛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눈빛이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온 디테가 등초본을 발급하는 공무원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아, 몰라. 알아서 걸러 들어. 우선 여기는 너희들 꿈속이고, 여기는 너희들이 성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야. 저기 보이는 저 문을 열고 지나가면 너희들을 위해 제약을 가한 몽마들이 있어. 싸워서 이기면 다음 문으로 갈 수 있어."

    "잠깐! 꿈이라고? 무슨 꿈에서 고통을 느껴!"

    속사포를 발사하는 디테를 향해 내가 거칠게 반발했다. 방금 전 꼬집었던 내 볼의 고통이 아직 사라지지도 않았다. 거짓말이 분명했다.

    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디테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밝은 미소를 지었다. 단지 조소 같다는 게 문제였지만.

    "꿈에서 고통을 못 느껴? 무슨 소리야? 꿈에서도 고통을 느낀다고 너희들의 연구 결과도 있는 걸?"

    "……그래?"

    나는 순순히 수긍했다. 왠지 디테가 똑똑해 보였다. 결코 내가 무식한 게 아니었다.

    어찌됐든 말문이 터진 디테는 짧아진 말투만큼 빠르게 설명을 시작했다. 빨랐지만 동시에 정확했다. 이 정도면 아나운서 저리가라였다.

    설명은 간단명료했다.

    디테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그녀에게 재차 확인해 보았다.

    "그러니까 일종의 게임이라는 거네? 6개의 능력치가 있고, 그걸로 강해지고, 정해진 스킬을 포인트로 배울 수도 있고, 조건을 만족하면 자신만의 시그니처 스킬을 만들 수도 있고?"

    "어. 그 녀석이 니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만든 거니까. 그냥 그렇게 이해하는 게 편하겠네."

    "그리고 여기는 튜토리얼인데, 섹스 배틀에서 이기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아니면 귀환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책임도 네가 지는 거고. 대신 마지막 방의 주인을 굴복시킬 수 있으면 큰 보상이 있겠지. 방금 말했던 성명절기를 얻을 수 있다거나, 신의 위엄이 깃든 물품을 가질 수 있다거나."

    구라치네.

    디테의 꾐에 넘어갈 한국 남자는 없었다. 한국 남자는 게임에 관해서 DNA부터 다르니까. 그들은 튜토리얼에서 주는 보상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내 심드렁한 표정을 읽었는지 디테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자신 없는 투로 말했다.

    "너한테는 상관없겠지만, 상이 있으면 벌이 있겠지? 성투에서 지면 너희들 시간 기준으로 한 달 동안 성적 능력이 봉인 돼. 두 번째는 두 배인 두 달. 세 번째는 또 두 배가 늘어서 네 달. 이런 식으로. 이정도 산수는 할 수 있지?"

    "장난해? 그 정도야……. 어? 잠깐만. 그러면 8번만 져도 128개월이잖아? 아니지. 누적으로 하면……."

    "255개월. 21년하고도 3개월 동안 성적 불능이 되는 거야."

    헐.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이 21년이지, 그 정도면 나랑 별 차이가 없는데? 만 20세부터 참가자가 될 수 있다고 했으니까, 스무 살짜리가 여덟 번만 져도 마흔 살까지 반고자가 되는 건가?

    잠시 놀랐지만 놀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나니까. 그까짓 21년.

    얼굴에서 놀람을 지운 내가 퉁명하게 물었다.

    "어차피 난 상관없잖아?"

    "그러네. 넌 아예 전투가 불가능할 것 같은데?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니까."

    "거 참, 사람 기분 드럽게 하는 재주는 좋네. 아줌마."

    내 목소리에는 약간 비꼬는 기색이 맺혀 있었다. 이건 나도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사람이니까.

    디테는 내 비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기분 나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슬쩍 잔뜩 성난 엉덩이를 소파에서 뗐을 뿐이었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오히려 내가 움찔하고 말았다.

    또각, 또각, 또각.

    "뭐? 어쩌라고?"

    "귀엽네, 너."

    도발.

    지금 디테는 나를 도발하는 게 분명했다. 걸어올 때마다 속옷이 아슬아슬하게 보일 정도로 드레스가 벌어졌다. 풍만한 가슴도 답답하다며 옷을 벗으려 용트림을 했다.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오는 디테의 엉덩이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가슴도 덩달아 출렁출렁 거렸다. 의도가 명확했다.

    흥.

    웃기고 자빠졌네.

    강산이 변해도 내 물건은 변하지 않았다고.

    디테의 전신에 착 달라붙어 있던 그녀의 붉은 드레스가 조금씩 벌어졌다. 어? 처음에는 저 색이 아니었는데. 뭐야, 이건 또. 아!

    "미친. 드레스가 피부도 아니고. 저게 왜 뻘게져?"

    "우리 특등품이 부끄러운가 봐?"

    "뭐?"

    "아, 등외구나. 아깝네."

    이 여자, 진짜 아줌마였어.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평범한 남자들과 같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뻔했다. 다행스럽게도. 아니다. 불행스럽다. 젠장.

    자괴감이 내 전신에서 기운을 앗아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부드러운 소파에 등을 붙이는 게 전부였다. 그냥 될 대로 되라지.

    포기한 것 같은 내 반응에 디테가 살짝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말 그대로 살짝이었고, 잠깐이었다. 그녀는 다시 속옷을 보여주기 위해 다리를 저었다.

    점점 붉어지는 디테의 드레스는 이제 더 이상 붉어지지 못할 정도였다. 이제는 색이 아니라 광에 가까웠다. 밝은 적광에 나도 모르게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말았다.

    "어머, 미안. 따가웠지? 누나가 호오, 해줄게."

    코앞까지 다가온 디테가 내 양쪽 볼을 차별 없이 잡아 당겼다. 아니, 그녀의 얼굴이 내 얼굴로 다가왔다. 문득 허리를 굽힌 그녀의 뒤태가 보고 싶다는 작은 욕망이 피어올랐다.

    어느새 눈앞에 요사스러운 입술이 보였다. 도톰하고 붉은 입술이 서서히 벌어졌다. 생동감 넘치는 입술 사이로 새하얀 입김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후우……!"

    "으음……!"

    신음이 터지고 말았다. 내 몸이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말이 되지 않았다.

    "어?"

    "어!"

    나와 디테가 동시에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숙였고, 그녀도 고개를 숙였다. 우리 둘의 시선이 닿은 곳에 30년 동안 잠만 자던 식충이가 깨어나 있었다.

    주르륵.

    "아아……!"

    "정말 특이네, 특!"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디테가 손뼉을 치며 좋아하든 말든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내 모든 신경은 남성에 닿아 있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태어나 처음 겪는 신체 변화에 더 없이 흥분하고 말았다. 흐르는 기쁨으로 번져 흐릿해진 눈가가 붉어졌다. 격한 환희에 나도 모르게 디테를 껴안고 말았다.

    와락!

    "꺄! 어머, 어머! 어떡해, 어떡해!"

    내 목소리는 여전히 환희에 막힌 상태였다.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그저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괜히 외면했던 사실을 뒤로하고 디테를 더욱 격하게 껴안았다.

    뭉클, 뭉클.

    "어머, 급하기도 해라."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나를 디테가 더욱 끌어안았다. 순간 숨이 막혔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혹시라도 벗어나면 잠에서 깬 폭군이 다시 잠들 것만 같아 두려웠다.

    이런 나를 두고 디테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녀는 능숙하게 나를 자극했다. 내가 꽉 껴안고 있어 움직이기 불편할 법도 했지만 그녀는 정말 막힘없었다.

    내 뒤통수를 살살 쓰다듬는 걸 시작으로, 등, 허리, 엉덩이를 가리지 않았다. 다른 한손은 반대쪽을 어떻게든 파고들더니 굵은 대와 묵직한 주머니를 조물조물 주물렀다. 그때마다 내 물건은 더욱 불끈거렸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그 시작은 입술이었다.

    "웁!"

    디테의 작은 머리를 강하게 움켜진 나는 그녀의 입안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새하얗고 가지런한 이빨을 혀로 쓸었고, 그녀의 끈적끈적한 혀와 뒤엉켰다. 서로의 타액이 국경 없이 왕래했다.

    분위기는 더욱 빠르게 고조되었다. 빨라진 것은 분위기뿐만이 아니었다. 네 개의 손이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디테는 내 옷을 찢어내듯 벗겼고, 나도 디테의 옷을 찢어내듯이 벗겼다. 그녀의 드레스가 반쯤 찢어진 채 나뒹굴었다. 그것은 내 옷가지도 마찬가지였다.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간 나는 더욱 거칠어졌다. 마치 족쇄를 벗은 야수 같았다. 맹수처럼 나는 본능적으로 가장 탐스러운 먹잇감을 그러쥐었다.

    "아흑!"

    디테의 가슴과 엉덩이를 사이좋게 나눠지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교성이 터져 나왔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는 태생적으로 요염했다. 남자를 흥분시키는 마약이 따로 없었다.

    더욱 정신이 없어진 나는 홀로 출렁거리는 가슴을 베어 물었다. 보기 좋은 모습이 일그러졌지만, 그 또한 운치 있었다. 지금은 뭘 해도 흥분될 것 같았다.

    잔뜩 달아오른 혓바닥으로 그녀의 꼭지를 괴롭히자, 디테가 귀엽다는 듯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물론 그녀의 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내 머리를 쓰다듬던 손은 어느새 내 엉덩이 사이를 파고들었다.

    찌릿.

    척추를 타고 오른 짜릿한 쾌감이 분출하는 용암처럼 내 정수리를 꿰뚫었다.

    "으윽!"

    "좋니?"

    디테의 물음에 나는 그녀의 유두를 강하게 깨물어주는 것으로 대신 답했다.

    아플법한데도 디테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녀는 지지 않겠다는 듯이 내 전신을 괴롭혔다. 찌릿찌릿한 감각이 나를 거친 야생마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좋아? 아이, 참. 너무 서둘지 마."

    더 이상 대화를 불필요했다.

    한쪽 가슴을 맛보는 걸로는 갈증이 도저히 풀리지 않았다. 사흘 밤낮을 굶은 거렁뱅이처럼 나는 그녀의 양 가슴을 빨아 먹기 시작했다. 서두르는 것과 서툰 것은 한 끗 차이였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숨도 참은 채 풍만한 고지를 점령한 붉은 군인은 기세를 몰아 골짜기로 내려갔다. 유려한 물고기를 닮은 능선을 따라 내달리다보니 어느덧 소복한 수풀이 나타났다. 그곳은 음란한 마굴이었다.

    온 몸이 번들거리는 침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디테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노련했고, 여유로웠다. 밥 달라고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듯이 내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갑자기 등 뒤로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최후의 고지를 파헤치는 사이 디테가 나를 침대로 이끈 듯 했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부드러운 침대였지만, 그보다 더 부드러운 살결과 떨어졌다는 사실에 나는 안타까운 탄성을 참을 수 없었다.

    "아아……!"

    "너무 급하게 먹으면 안 돼. 체할 수 있거든. 천천히, 꼭꼭 씹어서. 알겠지?"

    디테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마약이었다. 나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마치 유치원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아이 같았다.

    나를 침대에 눕힌 디테가 풍성한 금발을 묶고 있던 비녀를 뽑았다. 금빛 폭포수가 그녀의 허리 능선을 타고 흘렀다.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더 없이 색정적이었다.

    가볍게 머리를 흔들어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가담은 디테가 더욱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무릎을 침대 위로 올렸다.

    이미 내 하체는 디테의 양 다리 사이에 포박된 것과 다름없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붉어진 눈으로 디테의 탐스러운 육체를 바라보는 것과 30년간 쌓인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침을 삼키는 게 전부였다. 그것만으로도 내 몸은 더 없이 뜨거웠다.

    살금살금 무릎걸음으로 침대 위를 걸어온 디테가 내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 순간 내 메마른 가슴 골짜기에 물이 차올랐다.

    "나, 젖어버렸어."

    여전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답답함에 고개만 끄덕이며 디테에게 애절한 눈빛을 보냈다. 그녀의 미소가 더욱 짙어지는 게 보였다.

    디테가 내 물건을 살포시 감싸 쥐며 물었다.

    "넣고 싶니?"

    도발적인 디테의 물음에 나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끈적끈적한 성문에 내 물건을 문지르며 디테가 다시 물었다.

    "정말 넣고 싶니?"

    처음 느껴보는 감촉에 내 몸이 더욱 빠르게 달아올랐다.

    내 물건의 정수리를 쓰다듬던 디테가 행동을 멈췄다. 그녀는 내 물건을 놓고 양손을 내 가슴 위에 올렸다. 내 물건이 토해낸 진한 정욕이 내 가슴에서 느껴졌다.

    "마음대로 해도 돼."

    고작 일곱 글자에.

    내 이성이 박살났다.

    ========== 작품 후기 ==========

    오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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