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태어난 베토벤-551화 (에필로그 1) (551/564)
  • 다시 태어난 베토벤 551화

    120. 에필로그(1)

    【베를린 그랑프리의 기적!]

    【배도빈 신곡, ‘그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전을 종결짓다!]

    【3억 4,116만 3,312표를 쓸어 담 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대전 통합 우승 확정】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그랜드 심 포니의 완성도는 베트호펜 3번과 9번 이상이다.”]

    【사카모토 료이치, “격렬하나 정교 하며 강인하나 부드럽다.1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한 사람이 만들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곡. 모든 악기가 본래 있어야 할 곳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노래했다.”】

    【브루노 발터. “말할 수 없는 충족 감에 빠졌다.”]

    【마리 얀스, “배도빈과 베를린 필하모닉만이 연주할 수 있는 곡. 장대 한 대서사시를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선보였다.]

    【아리엘 얀스, “위대한 교향곡은 많았다. 지금까지는 우위를 가릴 수 없었지만 적어도 오늘로 첫째가는 곡을 정할 수 있게 되었다.”]

    【배도빈 악단주 시력 회복, 일시적 현상인가?】

    기적을 연주한 베를린 필하모닉에 또 다른 기적이 찾아왔다.

    베를린 그랑프리 첫 번째 날.

    그랜드 심포니가 안겨준 감동으로 가득했던 루트비히홀은 배도빈 악단 주가 비틀거리며 순간 경직되었다.

    주변의 부축을 받은 배도빈 악단주는 단원들을 살피는가 싶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깊은 감동을 전해준 공연과 기적처 럼 찾아온 소식에 팬들은 기쁨을 감 추지 못했고, 그 모습을 확인한 배도빈 악단주의 환한 미소에 팬들은 또 한 번 열광했다.

    배도빈 악단주의 이름을 부르는 소 리가 30분 이상 지속된 탓에 현장 은 그랑프리 진행이 잠시 중단되기에 이르렀고.

    베를린 필하모닉의 디지털콘서트홀 과 이日의 서버가 과부하 되어 3분간 접속이 제한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3억 4,116만 3,312표를 획득하며 사실상 베를린 그랑프리 우승과 통합 우승을 확정 지은 배도빈 악단주는 현재 정밀 검사 중인 것으로 전 해진다.

    그의 전담 의료진은 배도빈 악단주 의 시력 회복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거라 밝혔다.

    -한스 레넌(그래모폰)

    모두가 기적으로 여겼다.

    배도빈이 그의 단원들과 함께 근 20개월간 준비했던 그랜드 심포니가 전해준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그랜드 심포니 가 연주되는 도중, 순간 최고 동시 시청자 수는 10억 명.

    방송 역사상 유례없는 일에 사전 준비에 철저했던 JH와 베를린 필하모닉도 순간적으로 서버가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의 타임지는 그랜드 심포니가 연주되는 70분간 지구상의 모든 분쟁지역이 잠시 전투를 중단했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으며.

    저명한 평론가 한이슬은 그랜드 심 포니가 연주되는 시간만큼은 전 세계 모든 음악 팬이 한마음이었다고 언급하였다.

    그랜드 심포니가 연주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관련 기사가 100만 건이 넘게 등록되었고, 팬들 이 남긴 감상글은 통계 업체에서 헤 아릴 수 없을 정도로 쏟아졌다.

    그렇게 온 세상이 그랜드 심포니가 전해준 감동에 겨워하는 밤.

    정밀 검사를 위해 하루간 입원한 배도빈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눈썹을 모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거울 속 자신을 살피던 그가 혀를 찼다.

    “뭐 해?”

    최지훈이 고개를 내밀고 물었지만 배도빈은 묵묵부답이었다.

    공연 후 환호하는 관객들을 볼 때만 해도 행복해 보이던 형제가 심각 해하고 있으니 걱정을 덜어주고 싶었다.

    최지훈이 배도빈에게 다가갔다.

    “괜찮을 거야.”

    원인을 알 수 없는 탓에 치료도 불가능했지만 최지훈은 분명 배도빈에게 찾아온 기적이 계속되리라 믿음.

    근거 하나 없는 믿음이었지만, 언 제 또다시 시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배도빈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했고.

    그가 상황을 조금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했다.

    그러나 배도빈은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눈썹을 잔뜩 모은 채 인상을 쓸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지훈이 배도빈의 옆구리를 찔렀다.

    배도빈이 움찔하여 고개를 돌리자 최지훈이 방긋 웃었다.

    “괜찮을 거야.”

    배도빈은 그 상냥한 목소리와 미소 에 무뚝뚝하게 반응했다.

    “어.”

    그러고는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고 최지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날이잖아. 내일 결과도 나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걱정 안 해.”

    “응. 아, 소소 누나가 가져온 케이크 먹을래?”

    “아니.”

    “그럼 윤희 누나 부를까?”

    배도빈이 고개를 홱 돌리며 화를 내자 최지훈이 웃었다.

    “뭔데. 말해봐.”

    배도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쪘어.”

    최지훈이 입을 틀어막았다.

    웃음을 참으려는 행동에 배도빈이 다시 한번 인상을 쓰며 자신을 살폈다.

    얼굴이 살이 제법 올랐고 배도 조금 나와 있었다.

    시력을 잃은 근 20개월간 활동량이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 미식가인 그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보기 좋은 걸 뭐.”

    “시끄러워.”

    “진짠데. 딱 보기 좋아. 키도 컸고.”

    배도빈을 그나마 위로하는 건 줄곧 작은 편이었던 키가 그동안 부쩍 큰 점이었다.

    예전에는 최지훈과 머리 하나 차이 가 났는데 이제는 눈높이가 비슷했다. 주변인 대부분을 내려다보는 느낌은 분명 그를 흡족하게 했다.

    그러나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던 자 신의 외견이 살찐 것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조금 걸을래? 무리하지 말고.”

    “그래.”

    최지훈은 건강해 보이는 지금 모습 도 보기 좋았지만 배도빈이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두었다가는 살을 뺀다는 이유로 무리할 듯해 가벼운 운동을 권했는데 서둘러 외투를 찾으니 그저 형제의 반응이 재밌을 뿐 이었다.

    “천천히 가.”

    “서둘러.”

    최지훈은 배도빈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서둘러 나섰다.

    밖은 제법 쌀쌀했다.

    겨울이 다가온 만큼 숨을 쉬면 입 김이 허옇게 보였다.

    “추워!”

    “추운 게 나아.”

    “이렇게 추운데 뭐가 나아?”

    “칼로리 소비가 많아지니까.”

    “그렇게 안 쪘다니까?”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 병원 부지에 마련된 산책로를 걸었다.

    나뭇가지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찬 밤공기 그리고 가로등에 비치는 거리를 접하니 배도빈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어렸다.

    그 모습을 본 최지훈이 입을 열었다.

    “그냥 나오고 싶었던 거지?”

    눈치 빠른 형제를 속일 순 없었다.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배도빈은 좀 더 많은 것을 눈에 담고 싶었다. 그간 코와 귀, 촉감으로만 느꼈던 주변.

    2년도 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고 그에게 또 다른 악상을 가져다주었다.

    ‘신은 무슨.’

    불완전하다고는 하나 이곳은 그에 게 또다시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혼자 있으라 니, 가당치도 않은 일.

    배도빈은 주변을 좀 더 즐기고자 걸음에 여유를 두었다.

    “좋다.”

    최지훈이 감탄하듯 말했다.

    배도빈도 내심 그 말에 동의했다.

    “아까 타임즈에서 기사가 올라왔는데.”

    “어.”

    “우리가 그랜드 심포니 연주할 때 아무도 안 싸웠대.”

    “그걸 어떻게 알아.”

    최지훈이 잠시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 보니 언론사가 아무리 정보 력이 뛰어나다 해도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일을 알 순 없었다.

    “분쟁 중인 지역 말이야.”

    “또 과장해서 기사 썼네.”

    “아무튼.”

    “그래. 아무튼.”

    최지훈이 드물게 화를 내자 배도빈 이 웃으며 그의 말에 동조해 주었다.

    최지훈이 다시 감상에 빠져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계속 답답했잖아. 도요토미라든지 인터플레이도 있었고.”

    배도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유와 희망으로 빚어진 세상에 태어났다고 생각했던 배도빈은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달은 지 오래였다.

    배도빈과 최지훈을 시기하던 어린 음악가들이 그러했고.

    명예와 권력을 위해 음악인으로서 의 자존심마저 팔아치운 도요토미가 그러했다.

    자신 외 모든 것을 배척했던 제임스 버만. 그뿐만 아니라 유럽 내 심각했던 인종 차별로 배도빈 본인을 포함해 여러 주변인이 상처받았다.

    아리엘 얀스와 차채은을 위험한 상황까지 몰고 갔던 일도.

    브라움 가문과 왕 부부의 갈등도.

    도덕이 결여된 이익 추구와 여러 혐오로 빚어진 갈등은 지독한 계급 사회에 질려 버린 그를 또다시 실망시켰다.

    배도빈의 그러한 생각을 최지훈도 공감하고 있었다.

    “바뀌지 않을 것 같았는데. 지금 보면 조금씩 변하는 것도 있는 거 같아.”

    강의를 나선 배도빈 앞에서 눈을 찢던 대학생.

    오케스트라 대전에서 동양인이 체 코 음악을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던 밀로스 발렌슈타인.

    그러나 지금 배도빈을 그러한 눈으로 바라보는, 차별하는 사람은 없었다.

    평단과 언론도 적어도 어느 한 음악가를 비평할 때 조심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지훈의 말대로 분명 조금씩 변하 고 있었다.

    “음악. 계속하다 보면 분명 다들 변하지 않을까?”

    배도빈이 발을 멈췄다.

    음악을 사랑하는, 희망을 잃지 않는 형제를 보고선 그는 분명 웃었다.

    “글쎄.”

    배도빈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평생에 걸쳐 희망을 노래했고 두 번째 삶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여전히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확신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랜드 심포니를 지휘한 순간 그토 록 바랐던 그의 행복이 모두 이뤄졌음을 알 수 있었다.

    홀로는 이르지 못할 그곳에 함께했기에 지금의 삶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했다.

    그것은 분명 그가 염원하던 환희의 순간이었다.

    “그런 날이 어느 시점부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더라고.”

    “ 응?”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순간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났던 그때부터 이어진 행복이었다.

    함께하는 한 언제까지나.

    그랜드 심포니는 그것을 깨닫는 계 기였을 뿐이었다.

    “춥다. 들어가자.”

    조금 전만 해도 추운 게 더 좋다 고 하던 배도빈의 변덕에 최지훈이 그의 어깨를 툭 밀쳤다.

    배도빈도 지지 않고 어깨를 맞부딪 치며 응했다.

    베를린 그랑프리는 3억 표 이상을 획득한 베를린 필하모닉이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며 마무리되었다.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대규모 경연.

    초회에 이어 두 번째 대회에서도 우승을 거머쥔 배도빈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위상은 세계를 뒤덮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발표 후 한 달.

    2027년 11월 기준 ‘그랜드 심포니’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가장 빨리 10억 뷰를 돌파, 50억 뷰까지 최단 기간 기록을 수립한 데 이어 기어이 한 달이 되는 시점에 100억 뷰를 달성하고야 말았다.

    범접할 수 없는 기세는 하늘을 찔렀고 오케스트라 대전 마지막 그랑프리, 서울 그랑프리 역시 베를린 필하모닉의 우승이 당연시되는 분위 기였다.

    그러나 언론과 팬들의 예상과 달리 서울 그랑프리에 임하는 각 악단의 자세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했다.

    순위에 얽매이지 않고 그들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연주를 펼쳤고 팬들도 그에 감응하여 음악을 즐겼다.

    배도빈이 과장이라고 나무랐던 타 임즈의 기사가 사실이었다고 증명되 듯.

    서울 그랑프리가 개최된 4일간 6,000만 명이 ‘NO blame, stop flame’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서로를 향한 힐난과 비방, 혐오를 멈추고 음악을 즐기자는 운동을 펼쳤다.

    “저렇게 멋진 공연을 두고 싸우는 게 바보 같잖아요.”

    -숀 애슈모어(캐나다, 31세)

    “바보 같은 동생과 말싸움 할 바에는 그랜드 심포니를 듣는 게 낫죠.”

    -이본 넬슨(가나, 14세)

    “솔직히 말해 전 채식주의자예요. 육식 하는 사람들을 경멸했죠. 그런 데 이젠 별로 상관 없어요. 배도빈 도 고기를 먹는걸요.”

    -마이클 샌델(미국, 25세)

    “대표님이 서울 그랑프리 도중에는 5시에 퇴근하라 했거든요.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생겼죠.”

    -김준영(한국, 44세)

    그러한 현상을 두고 라이든샤프트 의 시대가 왔음을 주장했던 음악사 최고 권위자 게르트 카리우스는 ‘위 대한 음악가들이 그 어떤 지도자도 해내지 못한 기적을 일으켰다’고 평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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