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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베토벤-544화 (544/564)
  • 다시 태어난 베토벤 544화

    119. Find)

    시청자들도 베를린 필하모닉이 안 겨준 깊은 감동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나섰다.

    ㄴ 지렸다 지렸어.

    ㄴ 소름 돋는다 진짜. 음악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베를린은 다른 악단하 고 클래스가 다른 듯.

    ㄴ 그 말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닌 게 진짜 단원 모두 하나라는 느낌이 강 함. 악기별로 완벽하게 같은 연주를 하고 각 섹션들이 서로 작용하는 게 진짜 완성된 오케스트라가 뭔지 보 여주는 듯.

    ㄴ 베를린 필하모닉이 대단한 건 사 실이지만 연주자들 실력에선 암스테 르담이나 빈, 런던도 비슷하지 않나?

    ㄴ 지휘자 차이지. 저렇게까지 조율 하려면 지휘자가 기준이 되어야 하 는데 말이 쉽지. 기사 못 봄? 제1바이올린 20명이 90퍼센트 이상 같은 연주를 한단다. 세상 어떤 인간이 이걸 분간해내.

    ㄴ 난 못 하지만 음악가라면 당연한 거 아님?

    ㄴ 인간의 감각이 예민한 것처럼 보 여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음. 감지할 수 있는 영역도 협소하고 인지 능력 도 떨어짐.

    ㄴ 가우왕이 1초에 20개 건반을 누 르는데 그거 그냥 들으면 그냥 음이 이어지는 것처럼 들리잖아.

    ㄴ 1초에 20개???

    ㄴ 그전까지 세계 신기록은 루보미르 멜닉이었음. 1초에 19.5개.

    ㄴ 손은 가능해도 귀는 제대로 인지 하기 힘듦. 그래서 배도빈이 대단한 거임. 백 개가 넘는 악기를 동시에 판별한다는 거니까.

    ㄴ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연습 때 단 원들도 미칠 지경이었을 거임. 자기 들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상 태에서 배도빈의 지시에 의지해 맞췄을 테니까.

    ㄴ 마왕님 위엄 보소;;

    ㄴ 배도빈이 단원들 괴롭히는 건 어렸을 적부터 유명했지.

    런던 그랑프리 1차전과 2차전에서 보인 베를린 필하모닉은 그야말로 완성이었다.

    음악계 거장, 평론가, 언론인, 팬들 마저 그들의 연주를 기적과 동일시 하였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배도빈은 시력 상실 이후 재기를 넘어서 완전히 도 약했다고 평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투표가 마무리 되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사회자 자르제가 안내를 시작했다.

    “2027 런던 그랑프리 2차전의 모든 공연이 마무리되었습니다. 8일간 행복했던 건 저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누적 6억 명의 음악 팬이 함께해 주신 런던 그랑프리를 이끈 12개 오케스트라에 다시 한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관객들이 크게 환호했다.

    “그럼 투표 결과 발표하겠습니다. 런던 그랑프리 2차전! 과연 우승의 영광이 누구에게 돌아갈지! 지금 공 개합니다!”

    중앙 대형 스크린에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 베를린 필하모닉의 로고가 순서대로 비쳐졌고.

    이내 각 악단의 로고가 투표 결과 순으로 배열되었다.

    [2027 오케스트라 대전 런던 그랑프리 2차전 4일차 투표 결과]

    베를린 필하모닉

    (배도빈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불새’. 찰스 브라움•나윤회, 배도빈)

    68,217,154표(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알프레도 캄폴리, 레몽 도네크)

    12,071,553표(5出)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안토니오 비발디 Opus 8, No. 1-4 ‘사계’. 사라 장, 프란츠 미스트)

    8,548,331 표 (8th)

    “워어어어어!”

    “빈! 빈! 빈! 빈!”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팬들이 콘서트홀을 무너뜨릴 것처럼 함성을 내 질렀다.

    제2회 오케스트라 대전 중 가장 많은 표를 획득했던 베를린 필하모닉이 6,821만 7,154표를 쓸어담으며 또 한 번 신기록을 작성했기 때문이었다.

    뛰어난 역량을 보이며 3일차까지 런던 그랑프리 2차전 1위를 유지했던 사카모토 료이치의 빈 필하모닉 (5,008만 2,344표)과도 큰 격차를 보였기에.

    팬들은 배도빈과 베를린 필하모닉 의 저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 잠깐. 순위 어떻게 되는 거야?”

    “누적 랭크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들의 바람대로 곧 현재까지의 누 적 점수에 따른 랭크가 공개되었다.

    [2027 오케스트라 대전 포인트 랭킹]

    1st 베를린 필하모닉-------------(nipt)

    2nd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lOlpt)

    3rd 빈 필하모닉----------(78pt)

    4th 로얄 콘세트르허바우……(50pt)

    5어 시카고 필하모닉------------(42pt)

    6小 로테르담 필하모닉-----------(34pt)

    치열했던 통합 우승 경쟁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이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을 따돌렸고.

    빈 필하모닉이 우승권에 근접한 순 간이었다.

    ㄴ 111점 미쳤는데?

    ㄴ 베를린 필하모닉은 그랑프리 다 섯 번 중에 우승 세 번에 준우승 두 번 한 거야? C C

    ㄴ LA도 만만치 않음. 2회 우승, 2 회 준우승, 1회 3위임.

    ㄴ 이번 오케스트라 대전은 베를린이랑 LA가 그냥 씹어먹네.

    ㄴ 빈 필하모닉도 기반 잘 깔았는데? 지금부턴 한국 빼고는 전부 유럽 공연이라 로스앤젤레스에겐 불리하지.

    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임?

    ㄴ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암스테르담도 아직 포기하긴 이르고 1 위~3위권은 아직 경쟁 중이라고 봐야지. 그랑프리 아직 7번이나 남음.

    “으하하하하하!”

    베를린의 단원들이 서로를 끌어안 거나 그들의 지휘자에게 달려들었다.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에게 2연속 우승을 내주었던 것과 레몽 도네크를 의식했기에 더욱 철저히 준비했던 그들로서는 두 번의 우승이 너무 나 값졌다.

    주변의 축하에 찰스 브라움은 당연 한 일이라는 듯 짐짓 기쁨을 감췄고 나윤희는 드물게 주먹을 꽉 쥐어보 이며 우승을 만끽했다.

    그리고 배도빈은 또 한 번 봉변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들어! 들어!”

    “또 해?”

    “또 하자!”

    단원들이 배도빈을 헹가래 올리고 자 달려들었고 배도빈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공중으로 뜨는 기분이 몹시 싫었기에 발버둥 쳤지만 무섭다는 말을 하기엔 그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와, 이젠 들기 힘든데?”

    “싫어하는 거 같으니까 그만하자.”

    단원들은 격렬히 저항하는 그를 들 수 없었다.

    배도빈을 빨랫감 던지듯 헹가래 올렸던 그들은 배도빈이 성장했음과 그들이 나이를 먹었음을 인지하며 다른 방법을 강구할 필요성을 느꼈다.

    나윤희는 그 모습을 걱정스레 지켜 보다가 진이 빠진 탓에 씨익 씨익 숨을 고르던 배도빈의 표정이 다소 개운해진 것을 보곤 미소 지었다.

    “보스, 시간 되었습니다.”

    “ 가죠.”

    폐막일.

    엠마의 안내를 받아 인터뷰장으로 향했다.

    이후에는 오랜만에 사카모토와 저녁을 먹기로 하여 되도록 짧게 하고 싶은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

    웅성거림이 가까워지고.

    엠마가 문을 열자 카메라 셔터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부축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그랑프리 우승 축하드립니다. 통합 포인트에서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과 격차를 벌리셨는데 남은 그랑프리는 어떻게 진행할 예정이십니까?”

    “평소대로 할 겁니다.”

    배도빈의 단답에 질문했던 기자가 다소 민망해했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 공연을 준비했던 배도빈과 베를린 필하모닉에게 그 외의 답은 없었다.

    다음 기자가 질문했다.

    “런던 그랑프리 1, 2차전을 모두 우승하셨습니다. 앞으로 남은 7번의 그랑프리에서도 이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으실까요?”

    “지금까지 그랑프리든 우리의 공연 이든 새로운 방식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충분한 시간을 보냈죠. 자리를 내주는 일은 없을 겁니다.”

    기자들은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는 대답에 잠시 의문을 가졌지만, 이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ㄴ 우승하고 싶단 말인가?

    ㄴ 자기 자리란 뜻이지.

    ㄴ 배도빈한테는 우승이 해내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뜻임. 본래 자기 자리였고 우승은 그냥 그대로 앉아 있는 일처럼 당연하단 뜻임.

    ㄴ 난 배도빈 저런 말 할 때마다 너무 신기한 게 어떻게 저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지? 너무 당연하게 말하니 까 도리어 믿게 됨.

    ㄴ 사실이니까?

    “그 말씀은 남은 그랑프리에서 모두 우승할 계획이란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엠마가 다음 기자를 지목했다.

    “오케스트라 대전을 통해 베를린 필하모닉이 완성되었다는 평이 지배 적입니다. 평단에서는 모두 마에스트 로의 지휘력 덕분이라 언급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습니까?”

    “그건 잘못된 말입니다.”

    배도빈이 고개를 젓고 답했다.

    “언젠가 가우왕 부감독과 찰스 브라움 악장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저로 인해 그들이 완성되었다고요.”

    개인 대기실에서 배도빈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던 가우왕과 찰스 브라움이 물을 뿜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그 런 말을 했습니다. 나윤희 악장과 나카무라 료코 부수석, 진달래 등등.”

    나윤희의 얼굴이 빨개졌고 료코와 진달래는 펄쩍 뛰며 부정했으며 다음 인터뷰를 대기하고 있던 아리엘 얀스는 눈매를 좁혔다.

    “그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배도빈에게 언급된 이들 모두 그의 거만하고 사생활적인 발언에 부들부들 떨었다.

    “그건 반쪽짜리 답입니다. 저도 그 들로 인해 발전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어지는 이야기에 조금씩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배도빈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이 담 담했으나 명확하여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단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평단과 언론 심지어 같은 지휘자 사이에서 도 베를린 필하모닉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로 저를 꼽지만 그것 은 사실이 아닙니다.”

    배도빈의 생각은 오래전부터 확고 했다.

    그가 클래식 음악의 부흥을 이끌 거라 믿었던 히무라 쇼우와 나카무라 이데.

    한국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던 홍승일.

    수많은 사람이 배도빈을 희망과 기 적 그리고 선지자로 칭하면서 그로 인해 음악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 했지만 배도빈의 답은 한결같았다.

    “단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없었더 라면 이런 연주가 가능할 거라 생각 도 못 했을 겁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에게 한계를 넘어선 기교를 요구했던 불새가 그러했고 두 사람이 연주 할 거로 상정하고 만든 세 개의 손을 위한 소나타가 그러했습니다. 그 리고 이번 그랑프리를 위해 준비했던 모든 곡도요.”

    배도빈이 단정 짓듯 말했다.

    “음악은 한 사람의 천재에 의해 이 뤄지는 게 아닙니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사카모토 료이치와 같은 거 장부터 이름 모를 거리의 악사까지. 지금도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함께 하며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단언하건대 베를린 필하모닉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지 금까지와 같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 고받으며 더욱 성장할 겁니다.”

    만 21세.

    전 세계가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이후 최고의 음악가로 인정하며 감 히 그 이름과 신이라는 말을 동일시 했던 남자의 말이었다.

    그 자신의 위대한 재능과 불굴의 의지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기에 더욱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마에스트로에게.

    기자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것은 그를 향한 음악적 집착이 일방적이라고만 생각했던 가우왕, 찰스 브라움, 나윤희 등에게도 의미 가 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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