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베토벤 534화
116. Legacy(1)
【시카고 그랑프리 우승. 베를린 필하모닉!】
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2027 오케스트라 대전 시카고 그랑 프리가 종료되었다.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JH를 통해 시카고 그랑프리를 시청한 관객은 2억 4,000만 명으로 추산, 현 재까지 누적 조회 수 9억 1,100을 기록하며 인류 최대 규모의 클래식 음악 축제임을 확고히 했다.
완전무결의 피아니스트 크리스틴 지메르만이 근 2년 만에 공식 무대에 나섰고.
가우왕•최지훈에 이어 차세대 완성 형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여제 엘리 자베타 툭타미셰바가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소속으로 처음 나서며 화 제를 모은 시카고 그랑프리의 우승 컵은 베를린 필하모닉이 차지했다.
첫 번째 오케스트라 대전에서 우승 했던 베를린 필하모닉은 2020년 이후 2025년까지 매년 악단 기록을 경신해 나가며 명실상부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입지를 확고히 했으나 작년 악단주 배도빈의 부재로 주춤 했었다.
이번 오케스트라 대전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과연 정말 그가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 제시 되었던 만큼 베를린 필하모닉의 우 승은 그 의미가 크다.
한편 이번 오케스트라 대전은 완전 한 세대 교체가 되었음이 증명된 대 회이기도 하다.
【시카고 그랑프리 최종 결과]
베를린 필하모닉
(배도빈 피아노 협주곡 1번 C단조 ‘베를린 환상곡’. 가우왕•최지훈, 배도빈)
59,112,185표(1")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B플랫 단조.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 아리엘 얀스)
24,099,749표 (2")
빈 필하모닉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피아노 협주곡 3번 C단조. 니나 케베리히, 사카모토 료이치)
24,001,584표(3”)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G장조. 크리스틴 지메르만, 제르바 루빈스타인)
14,089,911 표(4")
대한국립교향악단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 최성신, 차명운)
9,880,521 표(5")
암스테르담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D단조. 김소망사랑, 마리 얀스)
9,285,375표 (6")
상위 여섯 악단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순위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반면.
빈 필하모닉과 손을 잡은 니나 케 베리히가 크리스틴 지메르만과 시카 고 심포니를 앞선 것은 다소 충격적인 결과였다.
지금까지 여러 가능성을 보여주고 대중적 인기를 끌었으나 퀸 엘리자 베스 콩쿠르 우승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니나 케베리 히가 당당히 현 세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볼 수 있다.
또한 피아니스트의 기량과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이 중요한 주제였다고는 해도 암스테르담 로얄 콘세르트 허바우의 순위는 어색하게 느껴지는 반면 라이징스타 엔터테인먼트 소속 의 김소망사랑의 약진은 주목할 만 하다.
대한국립교향악단의 선전도 놀라운 결과.
2020년 전까지 국제 무대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대한국향이 최성신, 차명운의 만남으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런던 심포니, 런던 필하모닉, 체코 필하모닉 등 여러 명문이 저조한 성적을 보인 시카고 그랑프리.
그러나 앞으로 열한 번의 그랑프리가 남아 있기에 또 어떤 이변이 발생할지 기대해 본다.
-한이슬 (평론가)
시카고 그랑프리 이후 평단은 혼란에 빠졌다.
베를린 필하모닉,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을 제외하면 지 금까지의 우세가 전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
전설 브루노 발터와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마저 첫 그랑프리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으니 앞으로 오케스트라 대전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클리블랜드 그랑프 리와 로스앤젤레스 그랑프리가 진행 되었고.
몇몇 평론가는 예측을 포기하고 팬 들과 함께 즐기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세계 클래식 음악 협회장 자격으로 ‘너만 모름’에 출연한 미카엘 블레 하츠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고품격 음악 전문 토크쇼, 너만 모름의 우진입니다. 오늘은 정말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현역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수많은 피아니스트의 귀감이 돼주셨고 지금은 세계 클래식 음악 협회장으로서 활동 중이신 미카엘 블레하츠 씨를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블레하츠.”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출연해 주셨는데 시청자 분들게 근황 좀 알려주시죠.”
“하하. 정말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오케스트라 대전이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확실히 그럴 것 같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개최하다 보니까요. 직 원분들이 고생이 많을 것 같습니다.”
실질적인 업무는 협회 직원들이 하 고 있지 않냐는 우진의 짓궂은 질문 에 블레하츠가 장난스레 그를 노려 보았다.
“하하. 농담입니다. 블레하츠 씨가 누구보다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죠.”
“우진 씨가 사실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죠.”
블레하츠와 우진이 턱을 당긴 채 시선을 마주한 뒤 웃었다.
“자, 오케스트라 대전 그랑프리가 벌써 네 번째 무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블레하츠 씨는 지금까지의 진행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차트를 보며 들어보도록 하죠.”
우진이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 하자 화면에 오케스트라 대전의 누적 점수 합계가 노출되었다.
12027 오케스트라 대전 포인트 랭킹]
1*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68pt)
2nd 베를린 필하모닉--------(61 pt)
3rd 빈 필하모닉-------(45pt)
4th 로얄 콘세트르허바우-(32pt)
5th 시카고 필하모닉--(26pt)
6th 로테르담 필하모닉-(20pt)
우진이 질문했다.
“우선 현재 1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에 대해 여쭙죠. 클리블랜드 그랑프리와 홈이었던 로스앤젤레스에 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 기 세가 앞으로도 이어질까요?”
“높은 확률로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미카엘 블레하츠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차 있었다.
“아리엘 얀스가 복귀하고 지난 1년 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은 정말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지표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죠.”
“로스앤젤레스 그랑프리에서는 베를린 필하모닉이 시카고에서 얻은 표수에 근접하기도 했고요.”
“그렇습니다. 물론 주제가 아리엘 얀스 감독이 자신 있는 모차르트이기도 했지만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반응도 좋고요. 근래에는 마리 얀스의 손자로 불리는 게 아니라 도리어 마리 얀스가 아리엘 얀스의 조부 라고 불린다고 하더군요.”
“시간이 참 무섭네요. 하지만 마리 얀스도 기뻐할 겁니다.”
미카엘 블레하츠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마쳤다.
“자, 그럼 베를린 필하모닉. 시카고 이후 연속 2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들이 상황을 반전할 수 있을까요?”
“하하.”
우진의 질문에 블레하츠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의미를 모르는 우진은 카메라를 응시하며 눈을 끔뻑였고 블레하츠는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다들 우진 씨의 농담이 재미없다 고 하는데, 방금 것은 정말 좋았습니다. 아주 좋은 시도였어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칭찬 감사합니다.”
“하하.”
블레하츠가 고개를 젓고 말을 이어 나갔다.
“배도빈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 고 배도빈이요. 그리고 그가 다른 어디도 아닌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하죠.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과연 그렇군요.”
“사실 시카고에서 보여주었던 연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그런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코웃음 부터 칠 겁니다.”
“그에 관련한 연구 결과가 며칠 전 발표되기도 했었죠. 혹시 이 기사 보신 적 있으십니까?”
우진이 판넬을 들어 보였다.
해당 기사는 거대 음향 기기 업체 하먼 인터네셔널 인더스크리가 시카고 그랑프리 당시 베를린 필하모닉 의 연주를 연구한 결과를 담고 있었다.
가우왕과 최지훈의 연주가 99.991 퍼센트 유사했고 제1바이올린과 제 2바이올린이 91퍼센트 수준으로 유 사했다는 내용에 미카엘 블레하츠도 허탈히 웃었다.
“사람이 분간할 수준은 확실히 아니었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블레하츠가 목을 풀곤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가우왕과 최지훈의 연주가 유사한 정도는 정말, 악기의 차이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는 게 맞을 정도니까요.”
“스타인웨이가 두 사람을 위해 똑 같이 만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발 생한 차이란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이어 말하자면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악기가 연주되니 사실 연주자들은 모두 같은 연주를 했다 고 봐야 하겠죠.”
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블레하츠 의 말을 경청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사실 대다수가 오케스트라와 같이 대규모 연주를 파악할 능력이 없습니다. 아주 잘 훈련된 사람들만이 가능하죠.”
“예를 들어 블레하츠 씨라든가.”
“하하. 네. 하지만 저조차 시카고에 서의 베를린 환상곡을 들을 땐 깜짝 놀랐습니다. 차이를 정말 못 느꼈거 든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준비했는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기준을 두고 준비했을 텐데, 사실 그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 선 연주자들도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몰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준비했을까요?”
“아마 도빈이가 조율했겠죠.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단원들은 그가 지시한 대로 연주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귀로 판단 하는 게 아니라 수없이 많은 반복으로 몸이 기억하도록.”
“그동안 배도빈에 관한 많은 의혹이 제시되고 우려 또한 컸는데, 이 번에도 우리를 놀라게 했군요.”
“그렇습니다. 다음 런던 그랑프리 주제가 자유인 만큼 정말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블레하츠가 말을 마치자 우진이 정면 카메라를 웅시했다.
“지금까지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 아리엘 얀스와 배도빈의 선두 경쟁이 어떻게 이어 질지에 대해 미카엘 블레하츠 협회 장님의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2부 에선 살아 있는 전설 사카모토 료이치와 마리 얀스, 브루노 발터, 아르 투로 토스카니니에 관한 주제로 대 화를 나눠보겠습니다. 시청해 주셔 서 감사합니다.”
런던 그랑프리를 3주 앞둔 시점에 배도빈은 몹시 언짢아하고 있었다.
지난 클리블랜드 그랑프리와 로스 앤젤레스 그랑프리에서 연달아 우승을 내준 탓인데 그뿐만 아니라 악단 전체가 약이 바짝 오른 상태였다.
그들은 런던 그랑프리를 어떻게 풀 어낼지 의견을 나누기 위해 미팅실 에 모였다.
죠엘 웨인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런던 그랑프리는 1차전과 2차전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런던을 연고로 한 런던 심포니와 런던 필하모닉이 본선에 올랐기에 런던 그랑프리는 총 8일간 진행되었다.
“본 회의는 각 그랑프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되겠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회의지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회의지에는 각 그랑프리의 주제가 적혀 있었다.
1차전 주제는 자유, 2차전 주제는 바이올린이었다.
또한 런던-함부르크 왕복 해상 오케스트라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에 대한 안건도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면 자유롭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죠엘의 말을 끝으로 평소와 같이 회의가 시작되었다.
“일단 로스앤젤레스의 콧대를 부수기 위해 그랜드 심포니를 해야 한다 고 생각합니다.”
“동의합니다.”
“나도.”
오보에 수석 진 마르코의 도발적인 발언에 피셔 디스카우, 마누엘 노이 어와 같은 마초 남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1년간 눈물과 땀으로 완성한 그랜드 심포니는 그들의 절대적인 무기였다.
승리가 약속된 무대.
그러나 배도빈은 고개를 저었다.
“그랜드 심포니는 여기서 할 거예요. 1차 그랑프리에선 타마키 히로 시 피아노 협주곡으로 갑니다.”
“좋네.”
“좋아요.”
푸르트벵글러 체제 이후 배도빈까지 50년이 넘도록 이어진 폭정에 익숙해진 단원들은 악단주의 말에 금방 수긍했다.
타마키 히로시 피아노 협주곡 역시 곡 자체의 완성도가 뛰어났고 무엇 보다 더 이상 점수 차이를 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우왕•최지훈이라는 확실한 우승 카드를 쓸 때였다.
“준비는 스칼라 악장이 맡고.”
"응."
“가우왕 부감독과 최지훈 부수석은 시카고 때와 같이 준비해 주세요.”
그러나 이어지는 주문에 의기양양 해 있던 가우왕과 최지훈이 당황하고 말았다.
“잠깐.”
가우왕이 드물게도 다급히 나섰다.
“너 그거 준비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고 자꾸 주문하는 거야?”
“맞아. 차라리 혼자 할게.”
가우왕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최지훈을 보았다.
“빠질 거면 네가 빠져야지 뭔 소리야?”
“연세도 있으시니까 한 번 쉬시는 것도 괜찮아요.”
“……이 꼬맹이가 또 슬슬 긁네?”
천진난만한 얼굴로 항상 배실배실 웃고 다니던 최지훈을 순딩이로 취 급했던 가우왕은 지난 1년 사이 그 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다.
착한 얼굴과 착한 말투로 신경을 긁어대는 게 어릴 적 배도빈 이상으로 악독했다.
배도빈이 매일 같이 부딪치는 두 사람이 지겹다는 둣 고개를 젓고는 서로 누가 낫니 부족하니 아웅다웅 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끊어냈다.
“시끄러워요.”
배도빈이 단호히 말했다.
“어려우니까 두 사람한테만 시키는 거잖아요. 누가 할 수 있다고. 군말 말고 준비해요.”
으르렁대던 두 사람이 동시에 천천 히 고개를 돌렸다.
“아니, 진짜 못 하겠다니까? 쟤 연주 못 들었어? 세상 어떤 미친놈이 그딴 식으로 연주를 해?”
“가우왕 씨 연주 너무 힘들단 말이 야. 괴팍한 수준이 아니야.”
가우왕은 가우왕대로.
최지훈은 최지훈대로 서로의 연주를 따라가는 게 벅찼다.
서로 다른 방향을 추구해 한계를 넘어선 두 피아니스트가 상대방의 연주를 완벽히 카피하려 하니 쉬울 리 없었다.
“싫으면 나가요.”
“……빌어먹을.”
배도빈의 협박에 두 사람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악장단과 수석들은 입단 2년 차와 1년 차 신입 사원이 조금씩 폭정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특히 지난번 공연과 달리 바이올린 에 대한 주문은 없었기에 찰스 브라움과 나윤희는 작게 안도했다.
배도빈이 말을 이어나갔다.
“2차전 바이올린 협주곡은 불새로 합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던 찰스 브라움과 나윤희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찰스 브라움은 당연히 자신이 나선 다 생각했고 나윤희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연주하고 싶어 기대했는데.
두 사람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 이 전해졌다.
“악장은 헨리 빈프스키 감독이 맡습니다. 찰스 브라움 악장과 나윤희 악장은 무대 좌우를 맡아주세요.”
찰스 브라움과 나윤희의 눈이 튀어 나올 듯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