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태어난 베토벤-528화 (528/564)
  • 다시 태어난 베토벤 528화

    114. 분투(6)

    【베를린 필하모닉 자선 콘서트가 남긴 이야기]

    제2회 오케스트라 대전 예선 이후 필자는 줄곧 베를린에 머물었다.

    배도빈의 빈자리는 여러 수치가 보 여주듯 너무나 크게만 느껴졌다. 항상 활기차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거리는 다소 우울해 보였으며 정기 연주회는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그러나 특별히 허락을 구해 살펴볼 수 있었던 연습 시간은 매우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시력을 잃은 배도빈은 단원들의 연주에 귀 기울여 그가 바라는 방향을 지시했고 단원들은 그의 말은 빠짐 없이 기록했다. 그렇게 각자의 악보를 취합하고 수정하기를 거듭하는 과정은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 과정에 불 만을 드러내거나 귀찮게 여기진 않았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강인하게 하였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지난 9일, 베를린 필하모닉의 악장으로 취임한 스칼라(만 24세)는 다 음과 같이 답했다.

    “다른 사랑의 눈에는 번거롭게 보일 수 있을지 몰라도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악보를 함께 완성하는 과 정에서 단원들은 보스의 뜻을 보다 분명히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은 연주 의 완성도로 이어집니다.”

    그의 말대로 악단주 배도빈은 지난 자선 콘서트를 훌륭히 지휘해냈다.

    비록 전과 같이 정력적으로 활동하 진 못하나 그가 펼친 ‘타마키 히로 시’는 그 어떤 피아노 협주곡보다 가 슴 깊게 전달되었다.

    그와 나누었던 대화를 첨부한다.

    Q. 타마키 히로시의 소나타를 협주 곡으로 편곡했다.

    A. 앞서 밝힌 대로 원곡자 타마키 히로시는 본래 오케스트라와 함께하고 싶었다. 시간이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던 탓에 그를 대신했다.

    Q. 발표 이후 매시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예상했던 반응인가.

    A. 그렇다. 원곡이 훌륭했기에 준 비만 잘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Q. 스칼라의 악장 데뷔 무대였다. 타마키 히로시와 스칼라의 친분 관계가 고려되었는지.

    A. 그러진 않았다. 스칼라뿐만 아 니라 베를린 필하모닉 모두 타마키 히로시를 동료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스칼라 악장이 훌륭히 소화해낼 수 있을 거란 판단이었다.

    Q. 일선에서 잠시 물러난 뒤로 베를린 필하모닉의 재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관객 수가 줄고 있는데, 최근에는 공연 수도 줄었다. 수입이 없는 자선 콘서트에 직접 나선 것이 의아스 럽다.

    A. 수익이 준 것은 사실이다. 각 단원에게 부여되는 부담이는 탓에 공연 수도 조절해 나가고 있다. 그 러나 자선 콘서트 일정에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Q. 따로 이유라도 있나.

    A. 당장의 수익을 좇는 것은 중요 하지 않다. 당장 하루 끼니를 걱정 하는 이들이 어찌 음악을 즐기겠나. 작게나마 희망을 갗길 바란다. 그런 날이 이어지면 언젠가는 보다 많은 사람이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음악교육원 사업도 그 일환이다.

    Q. 앞으로는 어떻게 활동할 예정인 가.

    A. 오케스트라 대전을 기점으로 조 금씩 활동량을 늘릴 생각이다. 이렇게 된 후로 많은 일을 참아 왔는데 그것이 도리어 병이 될 것 같다. 가까운 날에 최지훈 부수석과 듀엣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인터뷰 과정에서 필자는 그가 왜 희망으로 불리는지, 신으로 불리는지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히 좋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는 음악을 통해 세상을 변화해 나가고 있다.

    모진 삶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말 라고 노래하는 그를, 혹자는 이상주 의자라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로 배도빈과 베를린 필하모닉을 통해 끼니 걱정을 더는 사람이 한 해 수만 명에 이른다.

    여건이 받쳐주지 못해 음악을 배우 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이들 또한 배도빈 음악교육원과 어린이 타악 교실을 통해 음악을 접하고 있다.

    배도빈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악 은 이미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삶의 희망으로, 구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토록 상냥한 마왕이 또 있을까.

    언젠가 반드시 그가 그리는 세상이 오기를 기원한다.

    •이시하라 린(아사히 신문)

    2026년에 발표된 ‘타마키 히로시 피아노 협주곡’은 당해 세계에서 가 장 많이 재생되며 베를린 필하모닉 의 재정에 큰 도움을 주었다.

    악단주 배도빈은 그의 말대로 조금 씩 활동을 늘려나가며 잠시 흔들렸던 입지를 다져나갔다.

    찰스 브라움과 가우왕의 협주와 배도빈, 최지훈의 듀엣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자리잡 혔고.

    특히 배도빈과 가우왕은 서로의 연주를 따라 하는 방식의 경합을 벌이 기도 했다.

    그러나 배도빈이 지휘를 하고 나서는 일에는 준비 기간이 오래 걸렸기 에 어쩔 수 없이 공연 수가 줄었는 데 한 해가 마무리될 무렵에는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푸르트벵글러 호 운영이 삐걱이기 시작했다.

    “티켓 값을 올려야 합니다.”

    이자벨 멀핀이 발언하고 나섰다.

    “내년 지출 예상액은 올해보다 8퍼센트 인상된 수준입니다. 올해와 작 년과 같이 동결한 채 운영한다면 적 자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카밀라 앤더슨과 사무국 직원 모두 같은 이유로 크루즈 사업에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배도빈 역시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으나 문제는 푸르트벵글러호를 운영 하게 된 의의에 있었다.

    “티켓 값을 올리는 방법 외에는 의 견 없습니까?”

    배도빈의 질문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비용으로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악을 세계에 전하 고 싶은 악단주를 이해하기에.

    모든 직원이 해결방안을 찾으려 했으나 현재 운영 방식으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때 나윤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지출이 가장 많이 드는 데가 어디에요?”

    “관리비, 인건비 순입니다.”

    나윤희가 회의 자료를 살피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저는 이런 거 잘 모르지만 정박한 채 있는 시간이 길어서 수익 대비 지출이 많은 거 아닌가요?”

    “크루즈 공연이 없을 때도 운항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공연이 없으면 승객도 확연히 줄어 문제가 되고 있죠. 아마, 푸르트벵글러호에 타 는데 공연이 없으면 손해 보는 느낌을 받는 모양입니다.”

    “실제로 더 싼데 말이죠.”

    “그렇죠.”

    멀핀의 설명에 나윤희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자신의 생각이 옳은지 망설였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의견을 모아야 할 때마저 망설일 순 없단 생각에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

    “결국 공연……. 공연이 많아지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잖아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찰스 브라움이 나섰다.

    “겨우 악단 일정이 정상궤도에 올랐는데 여기서 크루즈 일정을 늘릴 순 없어. 티켓 값을 올리는 게 쉬워 보여도 악단에 부담이 가지 않는 방법이야.”

    찰스 브라움의 말에 배도빈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의 말대로 이제야 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는데 또다시 단원들에게 부담을 줄 순 없었다.

    아쉬움을 삼키고 현실과 타협할 때였다.

    배도빈이 마지막으로 확인하듯 나윤희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나윤희 악장의 말을 듣고 결정하겠습니다. 하려던 말씀 계속하세요.”

    “아……. 그게. 몇몇 도시는 어려울 수 있는데.”

    회의 참석자들이 나윤희에게 시선을 집중하였다.

    “어차피 이동해야 하잖아요. 그, 오케스트라 대전이 각 도시에서 이뤄 지니까. 그래서 이동하는 겸 공연도 하면 운항 횟수를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 지, 진짜로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그냥 그럴 수 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잠시간의 침묵 끝에 가우왕이 입을 열었다.

    “오케스트라 대전 하는 지역이 어디 어디지?”

    “베를린, 암스테르담, 빈, 런던,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서울, 프라하, 클리블랜드, 상트 페테르부르크, 로 테르담입니다.”

    “11곳이잖아. 한 곳 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런던에 두 곳입니다.”

    “아. ……생각보다 항구 있는 데가 많은데?”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세계 각지에 다녔던 가우왕이 그의 기억에 의존해 각 도시를 헤아렸다.

    “암스테르담이랑 런던, 시카고. 로스앤젤레스는 비행기 타고 가야 할 테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랑 로테르 담도 있네.”

    “서울은 인천항에서 내리면 돼요.”

    가우왕이 눈을 끔뻑였다.

    “이동 시간이 긴 곳만 제외하면 몇 곳은 더 추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자벨 멀핀이 미간을 좁히며 고민 하다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까지 크루즈로 가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겁니다. 하지만 암스테르담이나 런던, 시카고. 상트 페테르 부르크, 로테르담이라면 확실히.”

    “충분하지.”

    가우왕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회의 참석자들도 확신을 가졌다. 나윤희의 아이디어가 아주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에요.”

    배도빈이 입을 열었다.

    “입항은 미리 일정을 조율해야 합니다. 길게는 1년 전에 정해두는 곳도 있죠.”

    “ 아.”

    단원들이 아쉬움을 내비쳤고 사무 국 직원들은 상황을 냉정히 바라보는 배도빈에게 다소 놀랐다.

    “이자벨.”

    “ 네.”

    “각 항구에 업무 협조 요청 부탁드 립니다. 최대한 서둘러 알아봐 주세요. 운항 가능 여부도 함께 확인해 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카멜라는 티켓 값 인상의 적정선 분석해서 보고해 주세요. 제가 왜 그동안 망설였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맡겨줘.”

    배도빈이 고개를 끄덕이곤 회의 참 석자들에게 알렸다.

    “올해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 어려 움이 있었지만 우리 모두 잘 버텨왔습니다.”

    참석자들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 이며 배도빈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혹자는 우리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고 합니다. 판도가 바뀔 거라 하죠. 그러나 단언하건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

    의지에 찬.

    단호한 목소리가 믿음을 주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한. 여러분 이 함께하는 한 베를린 필하모닉에 위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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