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태어난 베토벤-509화 (509/564)

다시 태어난 베토벤 509화

109. 참을 수 없었다(4)

“나이스.”

리졸 레밍턴의 얼굴이 기괴하게 찌 그러지고 힘없이 고꾸라지는 모습을 본 예나왕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아으어 커 거 그극.”

리졸 레밍턴은 만찬회장 바닥에 쓰 러져 고통을 호소했고 그 충격적인 사건에 모두 얼어붙어 있을 때.

가우왕이 그를 내려다보며 이죽였다.

“또 떠벌려 봐.”

리졸 레밍턴이 반응하지 않자 그의 머리카락을 낚아채 눈을 마주했다.

코뼈가 부러진 고통과 누군가 자신 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충격에 놀 란 그는 가우왕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한 번 더 그 주둥아리 놀렸다간 혀를 뽑아버릴 거야. 알아 들어?”

“끄으으억.”

“알아 듣냐고!”

가우왕이 리졸 레밍턴의 멱살을 잡 고 쥐흔들었다.

무력하게 조롱당하는 데 받는 치욕 보다 고통이 앞선 탓에 레밍턴은 더 욱 몸을 움츠릴 뿐이었다.

가우왕은 반항조차 하지 못하는 그 의 멱살을 풀어 내던지곤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내 가족 건들면 그땐 이 정도로 안 끝나.”

그렇게나 무시받고 모욕당했음에도 브라움 가문을, 부모를 가족으로 여기는 남편의 마음에 예나왕은 입을 앙다물었다.

“너.”

찰스 브라움도 놀라 굳어 있다가 황급히 가우왕을 말렸다.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긴. 얘가 하는 말 못 들었어?”

“그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

폭력 사건이었다.

대중을 상대하는 피아니스트의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감히 예단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그전에 전과가 남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참아서 평생 후회하는 것보단 나을걸.”

하지만.

그 정도도 생각 못 할 남자가 아니었다.

도리어 이룬 것이 너무나 많아서, 지킬 것이 산더미 같아서 더욱 신중 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모든 걸 상정하고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가우왕의 단호함에 찰스 브라움이 도리어 당황했다.

“경비! 경비!”

그때 레밍턴 부부가 소리쳤다.

보안을 담당하는 이들이 달려들어 가우왕과 리졸 레밍턴을 떨어뜨려 놓았다.

“리졸! 리졸!”

레밍턴 부부가 그제야 장남에게 달려갔고 가우왕은 예나왕에게로 향했다.

“이렇게 됐네.”

예나왕은 연회를 망쳐 미안한 마음에 멋쩍어 하는 남편을 노려보다가 웃었다.

“브루스 리보다 멋졌어.”

아내의 말에 가우왕이 피식하고 웃었다.

곧 경찰과 의료진이 들이닥쳤다.

리졸 레밍턴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경관이 장내 인물들에게 사건 에 대해 물었고 가우왕에게 다가와 정중히 말했다.

“동행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가죠.”

예나왕이 두려움에 가우왕을 붙잡았다.

“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

"응."

가우왕과 경찰들이 나서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짓고 있던 예나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무 쉽게 풀리잖나.’

한편.

영국 내 모든 스마트 기기에 우日의 통합 콘텐츠 플랫폼을 의무 설치하는 법령을 통과시키고자 유력 가문 과 의원들을 상대하고 있던 최우철 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가 위스 키를 들이켰다.

동양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그런 특권을 줄 수 없다 반대하고 나서는 이들을 회유하기 위해 그들의 여행 경비까지 대주고 있던 최우철로서는 레밍턴 가문과 그 무리에게 고마울 지경이었다.

【피아니스트의 황제, 쿵푸 킥을 날 리다】

【가우왕 폭력 가해. 상대는 레밍턴 가 장남]

【찰스 왕세자 주최 만찬회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나]

그날 밤.

가우왕에 대한 소식이 전 유럽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현재 최고의 위치에 있는 인기 피아니스트의 폭력 행위에 클래식 음악 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ㄴ 정말 실망이다. 평소 거지 같은 행동 다 자부심 때문인 줄 알았는데 진짜 개망나니였네.

ㄴ 자기가 갱이야? 사람 얼굴을 어떻게 발로 차냐?

ㄴ 피아노 좀 치고 인기 좀 있다고 남 업신여기는 거지.

ㄴ 가우왕 어떡해?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거야?

ㄴ 구속해라.

ㄴ 자산이 수천만 달러고 개인 변호 인단 말고도 뒤에 배도빈이 버티고 있는데 그렇게 될 리가.

ㄴ 나 쟤 평소에도 별로 안 좋게 보였음. 재능이 있으면 뭐 해. 남 무시 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ㄴ 하는 거 없이 방구석에 처박혀서 니트질만 하는 새끼들 또 기어 나왔네.

ㄴ 건수 잡혔으니 악플 달아야지? 불쌍한 자기 인생이나 돌봐라.

ㄴ 가우왕이 평소에 언행이 거칠긴 해도 도리를 모르는 사람은 아님. 기부를 얼마나 많이 하는데. 또 홍 콩에서는 어땠고.

ㄴ 가우왕이 유별 난 건 음악에 한 해서임. 그것조차 자기 연주 완벽하게 하려고 그러는 거지 다른 일로 구설수에 오른 적 한 번도 없었음.

ㄴ 방계라곤 하지만 영국 왕실 사람인 예나랑 결혼했는데 찰스 왕세자가 주최한 파티에서 폭행을 했다? 뭔 일이 있을 것 같지 않냐?

ㄴ 후속 기사 빨리 올라와라.

ㄴ 이런 일은 일단 지켜보는 게 좋음. 한쪽 입장에서만 다뤄지잖아. 가우왕이니까 기레기 새끼들이 조회 수 뽑아 먹으려고 자극적으로 쓰는 거고.

일부 악플러와 거짓 정보를 그대로 믿는 이들이 가우왕을 물어뜯고 나 섰으나 여론은 신중했다.

아리엘 사건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진 클래식 음악 팬들은 가우왕 폭행 사건에 대한 후속 기사를 기다렸으며 곧 그들이 바라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그의 앙숙 이자 처형 찰스 브라움이었다.

그는 만찬회장에서 있었던 일을 가 감없이 언급했고 가우왕을 옹호하는 발언은 삼갔다.

ㄴ 맞을 짓 했네.

ㄴ 아무리 그래도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있냐?

ㄴ 근데 결국 찰스도 가우왕이랑 인척이잖아. 저 말을 믿을 수 있나?

ㄴ 참다 참다 폭발한 거 같은데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폭력은…….

ㄴ 뭐 하는 놈인지 몰라도 시비 걸려고 작정한 거 같은데?

ㄴ 그래서 가우왕 어떻게 됨?

ㄴ 이게 독일 안에서 영국인을 팬 거라 결과 나오려면 시간 좀 걸릴 거임.

ㄴ 일단 형사 문제는 피할 수 없음. 남은 건 민사인데, 레밍턴 가문에서 세계 클래식 음악 협회랑 베를린 필하모닉에 진정도 넣었다고 하네?

ㄴ 뭐라고?

ㄴ 폭행범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바란다고.

ㄴ 지랄하네 미친놈이.

ㄴ 베를린 필하모닉은 무슨 입장이래?

ㄴ 솔직히 징계해야지. 몇 번 못 나 오게 한다든가.

ㄴ 말 같잖은 소리하네. 짐승이냐? 짖게?

사건이 점점 더 확대되자 베를린 필하모닉으로서도 더 이상 이 일을 악단주 배도빈에게 숨길 수 없었다.

되도록 안정할 수 있도록 조용히 처리하고 차후에 보고하려 했던 이자벨 멀핀은 그가 입원한 병실을 찾아 조심스레 가우왕에 관한 일을 전 했다.

“무시해요.”

배도빈이 드물게 역정을 냈다.

“뭘 그런 걸 고민해요. 어디서 굴 러먹던 놈인지 모르겠지만 감히 누 구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도빈아 진정해.”

곁에 있던 나윤희가 배도빈의 손을 잡았다.

흥분한 나머지 혈압이 올라 시신경 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봐 노심초사했다.

이자벨 멀핀 역시 그의 건강이 걱 정되었으나 한편으로는 그를 더욱 신뢰할 수 있었다.

갈린 여론 속에서 흔들릴 수 있건 만 어린 대표가 바른 판단을 단호히 내릴 수 있음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입장 표 명하겠습니다.”

“잠깐만요.”

배도빈이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징계하지 않겠다는 걸론 부족해요.”

“그러면……

“다음 달 루트비히홀에서 가우왕 단독 리사이틀이 있을 거라 해주세요. 또 왕 수석이 부감독으로 취임 했다는 말도 덧붙이시고요.”

“네?”

배도빈의 말에 멀핀이 반문했다.

그러나 곧 그의 뜻을 이해하곤 웃 고 말았다.

징계를 내리라는 요청을 거절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대우를 더욱 높인다는 뜻이었다.

“멋진 생각이십니다.”

“부탁해요.”

멀핀이 병실을 나섰고 배도빈은 곧 장 히무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히무라는 배도빈의 건 강부터 물었다.

- 나았어?

“아뇨. 생각보다 회복이 좀 더디네요.”

-후우. 정말 큰일이다. 정말 낫는 것만 생각해. 주변 사람도 힘들지만 너를 위해서라도.

“그럴게요.”

배도빈이 세계 클래식 음악 협회에 대해 이야기하려 할 때 히무라가 선 수를 쳤다.

-그러니 가우왕 일이라면 걱정 마. 이미 거절하라는 쪽으로 의견 맞춰 놨으니까.

“역시 히무라.”

-샛별 엔터테인먼트가 괜히 거기 홍보해 주겠냐.

배도빈은 오케스트라 대전 중 히무라 쇼우가 권했던 내용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쪽 사람들도 처음부터 레밍턴인지 하는 놈들한테 안 좋은 생각 가지고 있더라고. 딴따라니 뭐 니 하면서 무시하는 발언을 해와서.

“좋네요. 그럼 퇴원하면 봐요.”

-그래. 건강하자.

배도빈이 전화를 끊자 나윤희가 걱 정스레 입을 뗐다.

“가우왕 씨 괜찮을까.”

“괜찮아요. 강한 사람이니까.”

“응. 아, 그럼 콩쿠르는.”

“……엉망이네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네 사람 중 두 사람이 이탈했으니 콩쿠르의 취지가 시작에 비해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신분이 확실한 만큼 보석이 어렵지 않겠지만 지금의 여론으로 콩쿠르를 이어나가긴 어려울 듯싶었다.

더욱이 악화 여론이 생긴 이상 투 표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었다.

“지켜봐야죠.”

배도빈이 혀를 찼다.

가우왕을 지키려는 이들이 발 빠르 게 움직이는 동안 반나절이 흘렀다.

조사를 마친 가우왕의 보석이 결정 되었고 동시에 유럽 전역에서 레밍턴 가문에 대한 보도가 집중되기 시 작했다.

[특보. 리졸 레밍턴, 대규모 방산비 리를 저지른 버만 가문과 협력 관계】

[아일랜드 접경지 군사분쟁을 유도 했던 버만 가문과 레밍턴 가문의 관계는?]

【아일랜드 공격과 연관된 리졸 레 밍턴의 국가. 인종 차별적 발언】

[리졸 레밍턴의 발언에 영국 왕실 관계 없음을 소명]

각 언론사의 대대적인 보도에 레밍턴 가문은 크게 당황했다.

영국의 국가 배신자로 낙인 찍힌 버만 가문과 연관되니, 즉각 반응하 여 반박하고자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들의 목소 리를 대변해 주는 언론사는 영국 내 에서도 극소수일 뿐이었고.

전쟁 분위기를 조성했던 사람이 동 양인에 대한 모욕, 차별 발언을 한 것이 각인되니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졌다.

ㄴ 퍼킹 레이시스트.

ㄴ 이야~ 영 제국주의 망령이 부활 하나? 이거 국가적 선민사상에 찌든 새끼 아냐?

ㄴ 버만 일은 파도 파도 또 나오네.

ㄴ 이런 새끼들이 신사의 나라 엌ㅋㅋㅋㅋㅋ

ㄴ 영국이고 프랑스고 유럽 놈들은 전쟁 이긴 거 참 다행으로 알아야 해. 쟤들이랑 나치, 일제랑 다른 거 하나도 없음.

ㄴ 영국 왕실 화들짝 놀라는 거 봐랔ㅋㅋㅋㅋ

ㄴ 총리까지 직접 나서서 개인적 발 언이고 행동일 뿐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선 긋네.

ㄴ 오 베를린 필하모닉 입장문 떴다.

뭐래?

ㄴ [링크】 [가우왕 수석, 베를린 낄 하모닉 부감독으로 취임]

ㄴ 어엌ㅋㅋㅋㅋ 배도빈 개멋있넼ㅋㅋㅋㅋ

ㄴ 진짜 개쿨ㅋㅋㅋㅋ 징계 먹이라고 했더니 부감독으로 진급시켜 버리넼ㅋㅋㅋㅋㅋ

ㄴ 해고 소식 올라온 지 1달도 안 되어서 부감독 캬~

반전된 분위기 속에서.

가우왕은 보석되어 풀려나자마자

경찰서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 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가우왕 씨! 부감독 취임 기분이 어떠십니까!”

“다음 달부터 매달 단독 콘서트를 한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쏟아지는 질문을 이해할 수 없었던 가우왕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뭔 소리야?”

“배도빈 악단주께서 가우왕 씨를 부감독에 앉히겠다 밝히셨습니다. 처음 들으시나요!”

기자의 질문에 가우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퍼스트는!”

그 기백에 놀란 기자들이 되레 주 춤했다.

“퍼스트 피아니스트 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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