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베토벤 484화
105. Her(3)
한편 배도빈을 찾느라 잠시 지연되었던 2강당 기자회견도 겨우 진행될 수 있었다.
죠엘 웨인이 마이크를 잡았다.
“기다려 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 리며, 지연된 만큼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배도빈이 목례하여 기자들과 내빈 객들에게 예를 표하고 입을 열었다.
“오늘 베트호펜 기념 콩쿠르의 마 지막 일정을 가졌습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니아 발그레이, 프란츠 페터, 아리엘 얀스를 살폈다.
“이미 이분들의 곡은 수백만 번 조 회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콩쿠르 주최자로서 이들의 열정이 사랑받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
배도빈이 죠엘에게 눈짓을 주자 준 비된 스크린에 앨범 커버 사진이 비쳐졌다.
“콩쿠르에서 발표된 곡들을 수록한 앨범이 다음 달 출시될 예정입니다. 파이널리스트 네 명의 곡을 모두 수 록하였으며, 녹음 작업도 마무리 단 계에 있습니다.”
기자들과 내빈객들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ㄴ 세월 참. 그 애기가 클래식 음악 시장 키우더니 이젠 후학도 키우네.
ㄴ 심지어 아직도 어렼ㅋㅋㅋ 이제 한국 나이로 21살임.
ㄴ 진짜 도빈이 어렸을 팬 신이니 마왕이니 하는 별명들이 다소 띄어주는 느낌도 있었는데 요즘엔 진짜 그런 거 같음.
ㄴ 맞아. 도빈이가 대단한 게 자기 만 잘되려고 하지 않고 업계 전체를 띄어주잖아.
ㄴ 또또 콩빠들 오버한다. 배도빈만 노력했냐? 음악인이 몇 명인데 그 사람들 노력은 다 무시하고 배도빈 이 클래식 살렸다고 그럼?
ㄴ 나도 이거 좀 불편했음. 전부터 음악의 신이네, 뭐네 하는데 솔직히 너무 과포장임.
ㄴ 여기도 사랑과 매가 필요한 인간들이 있네.
ㄴ 다른 사람들도 노력했지. 근데 배도빈이 활동한 2009년부터 클래식 음악 전체가 급성장한 건 사실이야.
ㄴ 확실히 좀 비정상적으로 뛰어나 긴 함. 신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해 가 되는 게 2008년도랑 작년, 2025년 클래식 음악 산업 규모를 비교하면 60배나 차이남.
ㄴ 디지털 음원이랑 스트리밍 때문 에는 거지 그게 어떻게 배도빈 덕분이냐?
ㄴ 다른 음악 장르는 2010년부터 2025년까지 평균 2.1% 성장했는데 클래식만 17년 동안 6,000% 늘었으니까.
ㄴ ㄹㅇ 가능함?
ㄴ 실제로 일어난 일이니까 뭐.
ㄴ 저 분탕 치는 놈 말대로 수입 구 조가 달라져서 그런 면도 확실히 있어. 영화, 게임 산업과 연계되면서 수입이 왕창는 것도 있고 디지털 음반이나 스트리밍 덕분도 있고.
ㄴ 그런 거 이전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로 불면증 환자 40% 줄었다는 기사가 더 안 믿기더라.
ㄴ 나 그거 덕분에 진짜 너무 행복 해짐 ㅠㅠ
ㄴ 또 주작한다. 다른 장르는 연평 균 2.1 %로 말하고 클래식은 17년 간 총 성장세 말해서 수치 뻥튀기하는 거 보소?
ㄴ 똑같은 기준으로 하면 다른 음악 장르는 17년간 41% 증가함. 더 할 말 있음?
ㄴ 사라졌다.
ㄴ 참 신기해. 한 달 전에 악플이랑 선동으로 그 난리가 났었는데 아직 도 저러는 애들이 있는 거 보면.
ㄴ 그냥 누구 잘 나가는 게 싫은 놈들임.
“그럼 오늘의 주인공들에게 마이크를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배도빈이 마이크를 내리자 니아 발 그레이가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청력을 잃고 마비가 오면서 다시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 했습니다.”
그는 감회에 차 있었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이 행복하여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고 눈썹을 들 어올린 뒤 숨을 내쉬었다.
“여기 배도빈 악단주가 인공 와우 수술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빈 의과대학을 통해 신경 회복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 자 리를 빌려,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 합니다. 고맙다, 도빈아.”
니아 발그레이의 진심 어린 인사에 배도빈이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작곡을 계속하며 꿈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베트호펜 기념 콩쿠르와 오늘 밤은 잊지 못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니아 발그레이가 소감을 마치자 기 자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베를린 필하모닉 고문으로서의 활동도 계속하실 예정이십니까?”
“물론입니다. 제게는 너무나 소중 한 곳이고 다행히 아직 저를 필요로 하는 것 같더군요.”
니아의 대답에 작은 웃음이 번졌다.
“고문으로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 십니까?”
“여러 일을 맡았죠. 최근에는 해상 오케스트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또 파울이 나가면서 악장단에 부담이 커졌는데, 왕 악장, 나 악장, 이안 악장 등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조언자 역할 이상을 맡고 계신 듯한데 작곡과 병행 가능하실까요?”
“두 일 모두 해야 하는 일이고 좋아하기에 문제없을 겁니다.”
니아 발그레이가 문답을 마치고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프란츠 페터가 잔뜩 긴장한 채 마이크를 잡았다.
“아, 안녕하세요. 프란츠 페터입니다.”
프란츠의 목소리가 너무나 작았다. 당황한 그가 마이크 전원을 올리고 다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프란츠 페터입니다. 어……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그…… 열심히 하겠습니다.”
옆자리에 앉았던 니아가 잘했다는 뜻으로 프란츠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기자들이 질문을 꺼냈다.
“배도빈 악단주의 유일한 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엄격할 것 같다는 예상이 많은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아, 아니에요. 도빈이 형, 아니, 악단주께선 다른 분들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가르치시는데- 유일한 제 자는 아니에요.”
“하하.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개인 교습은 프란츠 군만의 특권 아닌가요?”
“그것도 나윤희 악장님이 저보다 훨씬 전부터……
프란츠의 발언에 기자들의 손이 바 삐 움직였다.
지금까지 배도빈의 첫 제자로 알려 진 프란츠 페터 이전에 나윤희 악장 이 배도빈에게 개인 교습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마에스트로 배, 프란츠 군의 말이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만 나윤희 악장뿐만 아 니라 필요한 이들에겐 항상 해오던 일입니다. 나윤희 악장이 업무에 욕 심을 내고 있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고, 페터가 유독 가르쳐야 할 게 많았을 뿐이죠.”
부족함을 지적받은 프란츠의 얼굴 이 잔뜩 시무룩해졌다.
ㄴ 프란츠 귀여워.
ㄴ 진짜 천잰가 봐. 정규 교육 못 받아서 배울 것도 많은 거 같은데 마왕 같은 곡 쓰는 거 보면.
ㄴ 배도빈이 포켓몬은 또 기가 막히게 잡지.
ㄴ 나윤희처럼 ㅋㅋㅋ
그러나 이내 ‘마왕’과 다음 작품에 대한 질문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열의를 보였다.
“아직 준비 단계지만 악단주께서 오페라를 구상하고 계시거든요. 작업을 돕다 보니 꼭 한 번 만들어보 고 싶어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곡은 오페라로 하고 싶어요.”
프란츠의 발언에 기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투란도트〉와〈피델리오〉는 배도빈이 발표한 여러 작품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와 성과를 올린 작품이었고 팬들의 관심도 클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오페라는 무엇인가요!”
“이번에도 도이체 오퍼와 공동 작업하십니까?”
기자들이 연이어 질문하자 배도빈이 마이크를 들었다.
“이렇게 말씀드릴 예정은 없었는데 우선 입단속을 해야 할 것 같네요.”
프란츠가 입을 막았고 그 덕분에 좋은 기사 거리를 얻은 기자들은 가볍게 웃었다.
“파우스트를 고려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괴테라는 인간에게 크게 실망했던 기억과〈파우스트〉라는 걸작을 다 루고 싶은 마음에서 갈등하고 있었기에 확답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기자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샤늘 구노의 작품을 새롭게 구성하시는 건가요?”
“만들게 된다면 새로 쓸 생각이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고려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지금은 하고 있는 일이 많아서요.”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십니까?”
“우선은 오늘의 주인공이기도 한 타마키 히로시의 소나타를 협주곡으로 편곡하고 있습니다.”
몇몇 사람의 입에서 탄식이 홀러나 왔다.
“작업할 때 종종 아쉬움을 내비쳤습니다. 협주곡으로 만들어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주했으면 좋겠다고. 시간이 없어 안타까워했죠. 최대한 원곡을 살리면서 작업하고자 합니다.”
기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프란츠 페터와 타마키 히로시의 관한 이야기까지 마무리되자 베토벤 기념 콩쿠르 우승자 아리엘 얀스에 게 이목이 쏠렸다.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순백의 정장을 입었고 가슴에는 백장미를 꽂고 있었다.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연주는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단원들은 우수하 고 설비는 최상의 상태였죠. 그러나 무엇보다 이렇게 많은 분께 사랑받 고 있다는 점이 가장 부러웠습니다.”
아리엘은 솔직한 감상을 이어나갔다.
“2주 정도 함께 작업하며 이들이 왜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지 막연하 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봄의 여신은 그들에게 단 한 번뿐인 무대였지만 준비는 완벽했습니다. 오늘 이상의 연주를 녹음하는 게 목표 중 하나가 되었고 멀지 않은 시간에 가 능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찾아와 주 신 분들께도 그리고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주신 베를린 필하모닉에도 감사합니다.”
기자들이 박수를 보낸 뒤 질문을 해나갔다.
“진달래 씨와의 공연은 처음이셨습니다. 되도록 자세하게 답변 부탁드립니다.”
한 기자의 짓궂고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에 회견장 곳곳에서 웃음이 번졌다.
“환상적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일을 함께한다는 기분을 그 이상 뭐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기자들이 만족해하지 않고 거듭 물으니 아리엘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봄의 여신은 철저하게 그녀를 위한 곡이었습니다. 가사를 붙이는 과 정에서 그녀가 이 곡을 어떻게 생각 하는지, 무엇을 노래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고 덕분에 비로소 완성할 수 있었죠. 그녀는 저를 완전하게 합니다.”
아리엘이 진달래가 서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기자들도 따라 고개를 돌렸는데 얼 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진달래가 어 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ㄴ 그녀가 저를 완전하게 해요래 TT
ㄴ TT 진짜 진부한 말인데 왜 쟤가 하면 왜 로맨스가 되지?
ㄴ 얼굴 때문에요.
ㄴ 맞는 말 ㅇㅇ
“진달래 씨는 어떠셨나요!”
한 기자가 진달래에게도 소감을 물었고 2강당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이 그녀의 답변을 기다렸다.
답변 없이 넘어갈 수 없는 분위기였다.
“음역대를 바꿀 때 톤을 유지하는 부분이 어려웠는데 이번 기회에 많이 개선할 수 있었어요. 봄의 여신 덕분에 그럴 수 있었고……. 그랬습니다.”
단원과 내빈객 그리고 기자들이 원 하는 대답이 아니었기에 그들은 진 달래가 좀 더 말해주길 바랐다.
그러다 참지 못한 한 기자가 외쳤다.
“그래서 어떠셨나요!”
“……저도 덕분에 한 단계 더 성장 할 수 있었습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진달래를 보며 아리엘이 입을 열었다.
“정말 사랑스럽지 않습니까?”
그 순간 채팅창과 회견장 모두 뒤집어 졌다.
ㄴ 하 시발.
ㄴ 왜 욕햌 ㅋㅋㅋㅋㅋ
ㄴ 아리엘 쟤 중2병 나은 줄 알았더니 다른 무언가로 진화함. 손발 오 그라드는 수준이 아님.
ㄴ 시공간이 뒤틀린다아!
ㄴ 풋풋하다 풋풋해.
ㄴ 순애물 반대.
ㄴ 경고합니다. 베를린 필은 잘 찍고 있던 복수 치정 배신 막장 드라마나 계속 찍으세요.
ㄴ 베를린 필하모닉 사람 중에 누가 복수하고 누가 배신했단 거얔ㅋㅋㅋ 그런 적 없엌 ㅋㅋㅋ
ㄴ 레몽 도네크.
ㄴ 아…….
ㄴ 젊긴 젊다. 그러니 이렇게 공개 연애도 하고. 그래도 기록 남는 건데 혹시 모르니 조심하지. 아, 절대 배 아파서 이러는 거 아님.
ㄴ 마지막 말 왜 붙였어....... 그런 거 같잖아.
진달래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올라 죠엘 웨인이 나섰다.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아리엘 얀스 씨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많이들 궁금해하십니다.”
모두가 기대하고 있었다.
스스로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아리엘 얀스가 복귀하는 날만을 기다렸다.
그의 음악성과 대중성이 입증되었고 단원들도 그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을 기대하고 계신지 알고 있지만 아직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회견장이 잠시 웅성거렸다.
“하지만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하니 하루빨리 LA로 돌아가고 싶어졌습니다. 내년 오케스트라 대전에서 지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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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엘 얀스, “다음 오케스트라 대 전에서는 지지 않겠다.”]
【배도빈, “파우스트 고려 중.”]
[베를린 대전 하루 앞으로!]
‘봄의 여신’이 성공적으로 연주되며 아리엘 얀스와 진달래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지는 동시에 가우왕, 예나 브라움의 혼인 소식 또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두 사람과 프란 츠 페터, 니아 발그레이를 위한 축 하 파티를 열었고.
그 자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가우왕과 예나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