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태어난 베토벤-462화 (462/564)
  • 다시 태어난 베토벤 462화

    101. 알아(1)

    2라운드 종료 후.

    레이라, 니아 발그레이, 프란츠 페 터가 결승에 진출하였다.

    다만 찰스 브라움의 경우, 본래 결 승에 진출할 사람이 있었다며 그 자 리를 빼앗고 싶지 않다는 뜻을 내비 쳐 스스로 자격을 포기하였다.

    베토벤 기념 콩쿠르 운영 위원회는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의논했으나 이렇다 할 묘안을 찾지 못했다.

    찰스 브라움이 타마키 히로시의 자 리를 빼앗을 순 없다고 했으나, 그 가 더 이상 참가할 수 없었기에 여 전히 결승 진출자 자리는 하나 비어 있었고.

    이것을 공석으로 둘지.

    아니면 그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획 득한 파울 리히터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지 어느 누구도 판단할 수 없었다.

    운영 위원장 히무라 쇼우는 당사자 들에게 의견을 묻기로 하였고 운영 위는 참가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서둘러 그들을 불러 모았다.

    상황은 그들의 예상보다 쉽게 해결 되었다.

    상황을 전해 들은 참가자들이 차례 로 결승 진출을 포기한 것.

    파울 리히터, 박준수, 제니 헤트니 모두 타마키 히로시가 정당하게 차 지한 그 자리를 요행으로 얻을 순 없다며 거절했다.

    남은 문제는 프란츠 페터였다.

    “요행으로 올라가고 싶지 않은 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렇다고 스스 로 포기하고 싶지도 않아요.”

    목소리를 잔뜩 떨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전한 프란츠 페터 덕분 에 운영 위원회는 다시 한번 난감해 졌다.

    타마키 히로시가 살아 있었다면 원칙적으로는 프란츠 페터와 찰스 브라움이 재대결을 하여 네 번째 진출 자를 정해야 했다.

    그러나 찰스 브라움을 비롯한 나머지 참가자들이 모두 자진 하차하면 서 자리가 비어버린 것.

    이 무대의 가치와 타마키 히로시의 염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프란 츠 페터는 세 번째 자리가 타마키의 것이라고 생각.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찰스 브라움과 경쟁하길 바랐다.

    타마키 히로시의 진출을 바라는 모든 참가자가 프란츠 페터의 뜻에 공 감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찰스 브라움이 입을 열었다.

    “레이라, 발그레이, 타마키. 그리고 한 자리가 비었지?”

    “ 네.”

    “그러니까 그다음 점수인 너와 내 가 따로 경합을 해야 한다는 말이고.”

    “ 네.”

    프란츠 페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찰스 브라움이 배도빈을 향한 병적인 집착만 버렸다면 현재로서는 프 란츠가 그를 넘어설 가망은 조금도 없었다.

    1, 2라운드 결과 모두 찰스 브라움이 심사 기준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았던 탓.

    그럼에도 프란츠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콩쿠르는 신성한 무대.

    생을 다해 모든 것을 쏟아부어 경쟁하는 자리였다.

    설사 이러한 선택으로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고, 그리하여 배도빈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고 해도 프란 츠는 자신의 부족함을 탓해야 한다 고 생각했다.

    각오와 의지를 다진 소년은 찰스 브라움이 자신을 건방지게 여기지는 않을까.

    배도빈을 실망시키면 어떻게 해야 하나와 같은 걱정에 잔뜩 겁먹었으면서도 찰스 브라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소년을 내려다보던 찰스 브라움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뭐가 문제라는 거야?”

    “••••••네?”

    “그래. 그렇게 하자고. 너랑 나랑 재대결하게 생겼는데, 기권하겠다고.”

    너무나 명쾌한 반응에 프란츠 페터 가 잠시 멈췄다.

    “하, 하지만.”

    “잘 들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알고 있지만 넌 결승에 오를 자격이 있어. 그리고 그런 말을 꺼내기엔 한참 멀었고.”

    프란츠 페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라 터질 것만 같았다.

    “네가 정말 느낀 게 있다면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우승할 생각만 해. 네게 기대하고 있는 건 배도빈 뿐만이 아니니까.”

    “••••••네!”

    “그래. 조금은 씩씩해졌구만.”

    찰스 브라움이 프란츠 페터의 등을 툭 치고 미팅실을 벗어났다.

    그간 교류를 나누었던 박준수, 제니 헤트니는 얼떨떨해 있는 프란츠 페터를 응원하였고 그 모습을 지켜본 배도빈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베토벤 기념 콩쿠르 운영 위원회는 참가자들의 뜻을 존중해 마지막 라운드 진출자 명단을 발표 하였다.

    베토벤 기념 콩쿠르 파이널리스트

    레이라        (비공개)

    니아 발그레이        (43세, 이탈리아, 베를린 필)

    타마키 히로시        (26세, 일본, 베를린 필)

    프란츠 페터        (16세, 독일, 베를린 필)

    베토벤 기념 콩쿠르를 지켜봤던 팬 들은 위원회가 전달한 참가자들의 뜻을 접할 수 있었다.

    영광의 무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 서도 다른 참가자들 역시 존중하는 태도는 큰 호응을 얻었고 그 과정에 서 찰스 브라움이 보인 행동은 여러 음악가의 귀감이 되었다.

    ㄴ 저렇게 되면 결국에는 3명이 경 합하는 거네?

    ㄴ 주최측이나 참가자들이 잘 생각 했지. 타마키가 참가하지 못하더라 도 이름을 빼는 건 도리가 아닌 듯.

    ㄴ 찰스 단순히 찌질한 치질 환자인 줄 알았는데 저런 면이 있네.

    ㄴ 사람이 이상한 쪽으로 맛이 가서 그런데 알고 보면 대단한 위인임.

    ㄴ 꽤 오래 전부터 음대가 북미로 넘어오고 유학도 그쪽으로 많이 가 는데, 찰스 브라움이 베를린 대학에 음대 건립하면서 정말 많이 애씀.

    ㄴ 차별 받지 않고 배울 수 있게 유학생 대상으로 한다며?

    ㄴ ㅇㅇ. 교육자로서도 음악가로서도 우습게 볼 사람이 아님.

    ㄴ 우습게 안 봤는데. 웃기게 봤는데.

    ㄴ 그건 또 ㅇㅈ하지요

    한편.

    당당히 결승에 진출한 타마키 히로 시는 어머니와 함께 고국으로 돌아 갔다.

    배도빈은 그의 자가용기를 비롯하 여 장례절차 및 위로금을 지급하였다.

    타마키 준코가 극구 사양했으나 배도빈은 타마키 히로시가 남긴 곡이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연주되는 한 그도 단원이라며 그녀를 설득했다.

    비록 본인이 사망하였기에 서류상 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지만 베를린 필하모닉은 타마키 히로시를 정식 단원으로 대우하였다.

    타마키 준코는 배도빈, 이자벨 멀 핀에게 피아노 소나타 도단조, ‘타마 키 히로시’를 연주해 준다면 더 바 라는 게 없다는 뜻을 밝혔고.

    저작권 상속자로서 ‘타마키 히로 시’에 대한 사용권 전반의 권한을 베를린 필하모닉에 위임하였다.

    그렇게 베토벤 기념 콩쿠르와 베를

    린 필하모닉은 가장 앞선 문제를 해 결하였고.

    일주일간의 강행군 끝에 이틀의 휴 식을 맞이하였다.

    프란츠 페터와 스칼라는 여전히 슬 픔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적어도 넘어진 채 남아 있진 않았다.

    이틀 만에 ‘타마키 히로시’가 재생 된 수가 240만 건을 돌파하며 큰 관심을 얻고 있는 사실이 그들을 작 게나마 위로한 덕이었다.

    그리고.

    한 평론가가 유명 잡지에 글을 게 시하여 콩쿠르 참가자들을 재조명하

    였는데 그 또한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음악가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들】

    2025년 12월 1일부터 시작된 제3 회 베토벤 기념 콩쿠르가 벌써 보름 넘게 진행되고 있다.

    앞서 사카모토 료이치가 인터뷰에 서 밝혔듯이 심사위원단 구성으로 주목받은 베토벤 기념 콩쿠르는 이 제 온전한 주인공을 찾은 듯하다.

    그 무대에 서기 위해 피와 땀을 흘 린 참가자를 향한 관심이 날로 커져 가는 추세다.

    현재 미시시피 프라임 비디오 서비 스에서는 베토벤 기념 콩쿠르에서 발표된 곡을 따로 서비스하고 있는 데, 그 영상들의 조회 수가 매시간 경신되고 있다.

    니아 발그레이의 ‘에스더’와 레이라 의 바이올린 소나타 F단조, ‘무제’가 각각 700만 건을 넘어섰고.

    프란츠 페터가 작곡한 피아노와 현 악기를 위한 1중주. ‘마왕’이 610만 건으로 그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공개된 지 이틀밖에 안 된 2라운드 곡에 대한 관심도 예외는 아니다.

    작곡가 타마키 히로시의 유작 ‘타마

    키 히로시’가 이틀 만에 240만 건을 기록하였고 레이라, 찰스 브라움, 프 란츠 페터, 니아 발그레이의 곡이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2라운드 진출자를 향한 음악 팬들 의 관심과 사랑은 더할 수 없이 커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나 여러 SNS 등지에는 온통 니아 발그레이, 찰스 브라움, 레이라, 프란츠 페터, 타마키 히로시에 대한 이야기로 가 득하다.

    필자 역시 한 사람의 팬으로서 이 아름답고 숭고한 경쟁이 즐겁다.

    동시에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힘 쓰는 그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 참가자를 향한 사회의 시선은 과연 올바른가. 또 참가자들 은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가.

    이 글을 통해 필자가 느꼈던 의문 과 고민을 함께해 주길 바라며 질문을 던져 본다.

    우선 베토벤 기념 콩쿠르의 주최측 은 그들 대회의 취지가 뛰어난 기량을 지니고 있음에도 조명받지 못했던 인물을 발굴함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베토벤 기념 콩쿠르가 최고의 음악 가들이 참가자들을 가르치는 형태로 진행됨과는 대비되는데, 실제로 거 장을 사사한 참가자들은 짧은 기간 안에 큰 폭으로 성장함을 증명하였다.

    2라운드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발버둥 치는 참가자 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참가자가 1라운드 대비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 확인되었다.

    제니 헤트니와 프란츠 페터는 1라 운드와 대비해 6점 더 높은 점수를 획득했으며, 타마키 히로시의 경우 에는 무려 12점이 상승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 과정은 베토벤 기념 콩쿠르가 지향하는 가치가 사실, 참가자들에 게 기회를 주는 일뿐만이 아니라 그 들의 역량을 키우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참가자들도 그에 훌륭히 호응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실로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콩쿠르의 특성상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사람은 단 네 명뿐이었다.

    언론과 평단에서는 베토벤 기념 콩쿠르 심사를 맡은 여섯 음악가의 말을 인용하며, 니아 발그레이의 성공적인 복귀와 레이라’, 타마키 히로시, 프란츠 페터와 같은 신예들의 시대 가 왔음을 보도하기 바쁘다.

    그러나 정말 그것으로 괜찮은 걸까.

    베토벤 기념 콩쿠르에서 주목받는 결승 진출자 외 박준수, 제니 헤트 니 등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도 찾아 볼 수 없다.

    심지어 그들의 음악은 수만 명의 팬들이 반복해 들을 정도로 훌륭했고 미시시피 프라임 비디오에서 수 십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지만 언 론과 평단은 침묵하고 있다.

    그들은 뛰어난 기량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음악가들을 재조명하려는 베토벤 기념 콩쿠르의 대회적 한계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

    박준수의 경우 뉴에이지와 낭만을 줄타기 하는 곡을 아름답고 훌륭히 선보였으며 제니 헤트니는 당김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곡 전체의 리듬 감을 살리는 멋진 곡을 발표했다.

    평단은 왜 이들의 곡에 정당한 평가를 내리고 알리려 힘쓰지 않는가.

    베토벤 기념 콩쿠르 2라운드 진출자들이 훌륭한 기량을 지니고 있음 에도 콩쿠르의 특성상 일부 인원이 탈락할 수밖에 없는 사실에 평단은 왜 침묵하는가.

    또 왜 결승에 진출한 이들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이 앞서 언급했던 평을 인용하여 반복하는가.

    사실, 평단의 ‘주류’는 오래된 관행이었다.

    평단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개인과 집단의 이득을 위한 단체로 변모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좋은 작품이나 훌륭한 음악가를 소개하고 질 낮은 음악을 정제해야 하는 역할 대신, 보다 많이 관심 받는 쪽에 편향되어 금전적 이득을 취하 기 버너브브다.

    심지어 몇 달 전에는 그들을 향해 쓴소리를 한 음악가를 조직적으로 무너뜨리려 한 정황도 포착되었다.

    현재 해당 음악가는 자신의 위치를 잃은 채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그 것을 넘어서 범죄 행위까지 조장하는 평단이, 언제까지 평론가란 이름을 달고 음악계에 기생할지 한탄스러운 일이다.

    오늘은 그러한 의미에서 작곡가 박 준수와 제니 헤트니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후략)

    -평론가 차채은

    차채은이 글이 리드에 게시되자 그 녀가 귀여워 어쩌지 못하는 한이슬 은 곧장 온라인으로 잡지를 구매, 읽어 내렸다.

    “큰일 났네.”

    평단을 향한 정제되지 않은 비난을 접한 한이슬은 차마 입을 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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