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태어난 베토벤-441화 (441/564)
  • 다시 태어난 베토벤 441화

    95. 수수께끼의 천재와 지옥에서 올라온 비올리스트(7)

    ㄴ 뭐냐;;

    ㄴ 별거 없는 거 같은데 엄청 듣기 좋네.

    ㄴ 심사 위원들 표정 보느 못 믿겠단 눈치야ㅋㅋㅋㅋ

    ㄴ 진짜 절제미가 뭔지 교과서 같은 곡이었음. 화려하지도 빠르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사람 감정을 가지고 놀 수 있나?

    ㄴ 확실히 지금 유행하는 스타일이 랑은 다른 듯. 배도빈 이후에 대부 분의 클래식 곡이 격렬해졌는데.

    ㄴ 배도빈 흉내 내는 사람 많지.

    ㄴ 왜 끝까지 안 들려주는 건데ㅠㅠ 끝까지 듣고 싶다고오 ㅠㅠ

    ㄴ 대박. 이렇게 되면 파울 리히터 랑 레이라라는 사람의 경쟁인가?

    순수한 감탄이었다.

    참가자들이 그들의 경쟁자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만큼, 시 청자들은 아리엘 얀스가 자아낸 멜 로디에 푹 빠져 버렸다.

    믿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신이 조각한 듯한 균형과 조화가 깃들어 있었다.

    시청자들은 외모 이상으로 우아한 음악을 들려준 ‘레이라’에 열광했다.

    그 또는 그녀가 가진 신비함과 음악성에 깊이 빠져들었다.

    진행자 우진이 브루노 발터에게 발언을 청했다.

    위대한 지휘자는 난감한 듯, 눈을 감고 손을 부비며 잠시 생각을 정리 하는 제스처를 취하다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면 놀랐습니다. 기대 하고 있긴 했습니다만 이런 곡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놀라운 완성도입니다. 절제된 음형으로 대화를 나누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도 인상적이었고. ……솔직한 심정으로는 피아노 반주를 편곡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하고 싶네요.”

    참가자와 촬영진, 시청자 모두가 놀랐다.

    위대한 지휘자가 협연 제의를 직접적으로 할 만큼 욕심이 나는 곡.

    그 이상의 찬사는 있을 수 없었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서둘러 나섰다.

    “아니. 자넨 잠시 기다리시게. 그는 나와 먼저 할 일이 있어. 레이라라 고 했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다가오라는 뜻으로 손짓했다.

    아리엘 얀스가 다가가자 그가 자신의 명함을 넘겨주며 말했다.

    “내가 오케스트라를 구성 중에 있는데 함께 일해 볼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하게.”

    ㄴ 미친 ㅋㅋㅋㅋ 바로 스카우트하려 하넼 ㅋㅋㅋ

    ㄴ 저 사람 아까 참가자한테 악보 던진 사람 맞음? 왤케 다정해 보이 니ㅋㅋㅋㅋ

    ㄴ 이거 진짜 다크호스네. 단 한 번의 연주로 브루노 발터랑 아르투로 토스카니니한테 러브콜을 받다니.

    ㄴ 파울 리히터도 저런 반응은 아니었잖아.

    ㄴ 그건 파울이 독립적인 사람이라 그런 듯. 자기 세력도 있으니까. 근 데 쟤는 완전 신인이잖아.

    ㄴ 왜 신인이라 단정함? 얼굴 가리 고 나온 거 보면 우리가 아는 사람 일 수도 있지.

    ㄴ 레이라라는 이름으로 성공한 음악가는 들어보지 못함. 있었으면 저 기 있는 사람들도 알아봤겠지.

    ㄴ 가명일 수도 있잖아. 애초에 자 기 이름 쓰면서 가면 쓸 이유도 없으니까.

    ㄴ 아, 그렇긴 하네.

    ㄴ 얼굴에 상처가 있을 수도 있고 감추고 싶은 이유는 여러 가지지.

    ㄴ 왜 아리엘 얀스는 지 얼굴 때문에 음악에 집중 못 해서 가면 쓴다잖아.

    ㄴ 하여튼 예술 하는 인간 중에는 정상인이 드물다니까.

    시청자와 참가자들이 경악하고 있을 때, 배도빈 역시 놀라긴 마찬가 지였다.

    여러 면에서 신경 쓴 콩쿠르이긴 하지만 사실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배도빈은 애제자 프란츠 페터가 쉽 게 우승을 차지하리라 확신하고 있었고, 소년의 독주를 막아 도전의식을 주고자 했다.

    파울 리히터와 레이라라는 사람처 럼 이미 경계에 도달한 음악가가 나 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 힘들겠는데.’

    배도빈은 조금 전부터 불안한 듯 몸을 달달달달 떠는 프란츠 페터를 보고선 무대로 시선을 옮겼다.

    ‘ 레이라라……

    심사 위원들과 마찬가지로 배도빈도 레이라라는 사람이 신인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바이올린 소나타 도단조, ‘무제’는 빈 고전파의 향수를 물씬 풍기면서도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심상을 전 달했다.

    ‘닮았어.’

    언뜻 ‘아마데’를 떠올릴 정도로 재 기 넘치는 전개였다.

    만약 음악인으로 활동해 왔다면 기 억하지 못할 리 없었다. 알려지지 않을 리도 없을 만큼 훌륭했다.

    ‘묘하게 거슬리는 거 말곤 군더더 기가 없단 말이야.’

    배도빈은 그의 음악을 충분히 즐겼 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알 수 없는 거부감을 느끼며 무대 위를 지켜보았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굳이 무제라는 제목을 지은 이유를 묻고 싶군. 제목을 짓고 싶지 않다면 기입하지 않았을 테니 의도가 있겠지.”

    참가자와 시청자도 내심 고개를 끄 덕이며 레이라의 답변을 기다렸다.

    레이라는 우진에게서 스케치북을 받아 자신의 의도를 적어나갔다.

    푸르트벵글러가 그것을 읽었다.

    “……이름 없는 것을 알아주길 바 란다라. 지금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무슨 사정이 있겠지. 잘 들었다.”

    푸르트벵글러마저 합격 의사를 표 명하면서 두 번째 통과자가 결정되었다.

    그 상황 속에서 프란츠 페터의 불 안감은 극도로 커져갔다.

    ‘괘, 괜찮아.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네 명이니까 브라움 악장님 이랑 리히터 악장님이랑 레이라 씨 말고도 한 자리 남아 있어. 괜찮을 거야. 응. 분명 괜찮을 거야. 도빈이 형도 인정해 주셨잖아.’

    그가 불안에 떨고 있을 때 여섯 번째 참가자가 연주를 시작한 지 5 분 만에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만! 그만! 귀가 썩을 지경이다! 대체 이 소음으로 뭘 하겠단 말이 야! 그런 쓰레기를 연주하는 첼리스 트가 불쌍하지도 않나!”

    “여기 쓰레기통을 가져다주었으면 좋겠군. 버릴 게 너무 많으니 하나 가져오게.”

    푸르트벵글러와 토스카니니의 혹독 한 평가에 여섯 번째 참가자는 잔뜩 주눅이 든 채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파울 리히터와 아리엘 얀스가 연달아 나오며 다소 풀어졌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험악해졌고.

    성질 더러운 두 사람에게 어느 정도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도리어 그 엄격한 분위기를 즐기게 되었다.

    ㄴ 아 보기 너무 힘들다 ㅠ 내가 혼나는 거 같아.

    ㄴ 난 재밌는뎈 ㅋㅋㅋㅋ

    ㄴ 나두 ㅋㅋ 욕만 하는 게 아니라 좋은 곡에게는 칭찬도 하잖아.

    ㄴ ㅇㅇ. 그리고 수준 이하라도 열심 히 하려는 사람한테는 신경도 잘 써 줌.

    ㄴ 솔직히 차세대 스타를 조명하는 자리니까 엄격해야지. 어영부영한 사람한테도 좋게 말하는 게 더 이상 함. 시원시원해서 난 좋아.

    ㄴ 난 솔직히 이런 서바이벌 비슷한 거 볼 때마다 심사 위원들 말 별로 공감 안 되고 억지 부리는 것 같기 도 했는데, 저 다섯 사람은 걍 믿게 됨 ㅋㅋㅋㅋ

    ㄴ 그게 큰 듯ㅋㅋㅋㅋ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클잘알들이잖아.

    ㄴ ㅋㅋㅋㅋㅋ 커다음 사람은 대체 무슨 말을 들을까.

    ㄴ 악보 던지고, 찢고, 버리고 이제 태우는 일만 남았나?

    ㄴ 설마 ㅋㅋㅋㅋ

    푸르트벵글러와 토스카니니의 자극 적인 행동에 시청자들이 기존의 콩쿠르의 즐거움과 다른 재미를 느껴 가던 중.

    진행자 우진이 일곱 번째 참가자를 확인하곤 난감하게 웃고 말았다.

    “일곱 번째 참가자는 대담하게도 루트비히라는 가명을 쓰고 참전하였습니다. 무대로 올라와 주시길 바랍 니다, 루트비히.”

    우진의 소개에 참가자와 심사 위 원, 시청자 모두 피식 웃고 말았다.

    우진의 난감한 웃음을 의아해하던 사람 모두 그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한 것이었다.

    위대한 음악가.

    불멸의 음악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을 기리는 콩쿠르에 그의 이름을 사용해 나온 괴짜가 누구인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곧 가면을 쓰고 분장한 배도빈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평범한 키의 마른 남자는 기괴한 형태의 악마 가면을 쓴 채, 같은 가면을 쓴 비올리스트와 함께 걸어나 갔다.

    그 모습이 어처구니없어 시청자들 은 다시 한번 헛웃고 말았다.

    ㄴ 진짜 별 별 인간 다 모였넼ㅋㅋ

    ㄴ 가면 뭔뎈 ㅋㅋㅋ

    ㄴ 소문난 잔치에 볼 거 없다더니 진짜 딱 그짝이네. 저 또라이는 뭐 고. 베토벤 기념 콩쿠르 이제 보니 그냥 예능이네.

    ㄴ 하필이면 진지한 분위기 뒤에 저런 놈이 나오냐ㅋㅋㅋ

    ㄴ 그러게. 다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대회인데 저런 식으로 장난을 치 네.

    ㄴ 응. 어차피 푸벵옹이랑 토스카니니한테 참교육 당할 예정~

    ㄴ 생방송 아니었으면 편집되었다.

    루트비히가 심사 위원석 앞에 당당 히 섰다.

    그 옆에 비올라를 들고 있는 나카 무라 료코는 창피한 나머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음에도 자꾸만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이상한데. 아는 사람인가?’

    참가자석에 앉아 있던 파울 리히터는 익숙한 느낌에 자꾸만 고개를 갸 웃했고 그와 같이 알 수 없는 친근 감을 느끼는 이가 몇 있었다.

    사카모토 료이치와 빌헬름 푸르트벵글러는 눈을 한 번 비비고는 괴상 한 가면을 쓰고 나온 괴짜를 유심히 살폈고.

    왕소소와 스칼라도 미간을 좁힌 채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설마.’

    관찰력과 눈썰미가 좋은 나윤희는 배도빈을 떠올렸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고.

    프란츠 페터는 잔뜩 긴장한 탓에 그런 걸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리고 두 사람.

    ‘배도빈이잖아.’

    ‘배도빈이 왜 여기에?’

    가우왕과 찰스 브라움은 조금의 의 심도 없이 루트비히가 배도빈일 거 라고 확신했는데 이내 한 가지 의문을 해결하지 못하고 어깨를 으쓱였다.

    ‘이 콩쿠르 도빈 재단에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무슨 소릴 듣자고 자기가 만든 대회에 나오겠어?’

    ‘곡 쓰느라 바쁜 녀석이 이런 곳에 서 놀고 있을 리 없지.’

    가우왕과 찰스 브라움은 고개를 저 으며 일곱 번째 참가자에게서 관심을 뗐다.

    마리 얀스가 질문했다.

    “재밌는 가명을 쓰네요. 자기소개 부터 들어보죠.”

    “음악하는 사람입니다.”

    “하하. 비밀인가 보네요. 좋습니다. 그럼 바로 들어보도록 하죠.”

    나이, 출신, 경력, 신분 모두 베토벤 기념 콩쿠르의 자격 요건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음악가는 오직 음악으로 말한다.’

    심사 위원 모두 같은 생각이었기에 참가자 루트비히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을 기리는 콩쿠르에서 감히 그의 이름을 차용 한 괴짜라고 여길 뿐이었다.

    특히나 토스카니니와 푸르트벵글러는 루트비히의 곡이 수준 이하일 경 우,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못하게 혼쭐을 내려고 벼르고 있었다.

    ‘비올라 소나타?’

    ‘특이하군.’

    브루노 발터와 마리 얀스, 사카모토 료이치는 제목을 확인하고 눈을 크게 뜨거나 입꼬리를 내리며 턱을 당겼다.

    아주 없는 경우는 아니었지만 비올 라라는 악기의 특성상 독주 악기로 쓰이는 일은 생소했고.

    동시에 이러한 무대에 참가할 때 내걸 소재로는 특징이 없다는 이유와 굳이 비올라를 쓸 이유가 없다는 문제로 적합하지 않기도 했다.

    ‘어쭙잖았다간 경을 칠 것이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곧 사냥감을 물어뜯을 맹수처럼 어금니를 드러냈다.

    루트비히는 그러한 시선을 즐기며 무대 가장자리로 향해 피아노 앞에 앉았다.

    료코가 비올라를 들었고 호흡을 맞춘 뒤 비올라 소나타 D단조를 연주 하기 시작했다.

    바이올린과 첼로에 묻혀 드러나지 않았던 비올라의 차분한 목소리가 담담하게 세트장을 채워나갔다.

    단 하나의 프레이즈가 연주되었을 뿐이었다.

    ‘뭐, 뭐야.’

    전율이었다.

    연주를 듣는 모든 이가 수수께끼의 남여가 이루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그저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비올라 소나타 D단조, 1악장.

    모데라토(Moderato: 보통 빠르기).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뽐내는 피아노.

    비올라는, 그녀는 말했다.

    노래하는 피아노를, 그를 사랑했다고.

    그의 목소리는 정열적이면서도 때 때로 우수에 젖어, 듣고 있자면 자 신도 모르는 사이 중독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쫓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함께 있고 싶기에 노래를 배웠다.

    긴 시간이 흐르고.

    피아노는 가수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비올라도 역량을 키워 가수를 하자는 제안을 여럿 받았다.

    그럼에도 비올라의 바람은 한결같았다.

    그 사람과 함께 노래하고 싶다고.

    ‘감사하지만 제겐 달리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가수가 될 만한 사람 이 아닙니다. 죄송해요.’

    비올라는 스스로 자신을 낮추었다.

    피아노의 목소리와 어울리고 싶어 끝내 스스로 개성을 숨기고 그의 코 러스가 되었다.

    지난 시간 쌓아온 기량을 뽐내지 않아도 좋았다.

    그와 함께 노래하고 그의 노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일이 즐거웠다.

    꿈만 같았다.

    사랑에 눈이 멀어.

    아니, 사랑 아닌 것에 중독되어.

    그것이 자신을 망치는 행위라는 것도 모른 채 서서히, 서서히.

    맹목적으로 노래할 뿐이었다.

    비올라 소나타 D단조의 1악장이 끝났다.

    그 압도적 심상에.

    비극만이 기다리고 있을 슬픈 이야 기에 매몰되어 좀 더, 좀 더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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