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베토벤 440화
95. 수수께끼의 천재와 지옥에서 올라온 비올리스트(6)
브루노 발터도 마리 얀스의 말을 이어받으며 우려를 표했다.
“30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이보 다 실망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저는 미래에 위대한 업적을 이룰 젊은 음악가를 만나기 위해 왔습니다. 열정을 보여주세요. 음악을 향한 간절 한 마음을 들려주셔야 합니다. 그러 지 않고는 이 콩쿠르뿐만 아니라 음악가로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겁니다.”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앨범 작업.
우승과 동시에 찾아올 부와 명예만을 생각했던 이들 중에서는 반성하는 사람도, 두 거장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분명 콩쿠르의 분위기만은 변하였다.
간절하지 못하다면 이 콩쿠르뿐만 아니라 음악가로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브루노 발터의 말은, 앞선 그들의 평가가 지나치지 않다는 뜻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알아봐주지 않고 필사적으로 고안해낸 것이 쉽게 판 단되는 현실에 비하면 토스카니니와 푸르트벵글러의 행동은 상냥할 지경 이었다.
현실을 경험했던 몇몇 참가자들의 마음가짐이 다시 한번 굳게 다져졌다.
우진이 진행을 이어나갔다.
“좋습니다. 과연 다음 참가자는 열정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순서를 확인한 우진은 안도했다.
심사 위원들이 잔뜩 뿔이 난 지금, 다음 순서마저 그들을 실망시킨다면 ‘거장의 선택’은 첫날부터 분위기를 망칠 터였다.
그러나 다음 참가자는 이 대회에 출전한 사람 중 가장 인지도 높은 음악가.
과거 ‘푸르트벵글러의 아이’로 불리며 그 혹독하다는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30년 이상 최고의 단원으로 재직했던 남자였다.
“다섯 번째 참가자는 파울 리히터 씨입니다. 무대로 올라와 주세요.”
파울 리히터가 그의 연주진과 함께 무대로 향했다.
참가자들은 그들의 가장 강력한 경 쟁자를 의식하며 그의 작은 행동 하 나까지 집중해 관찰했다.
“안녕하십니까. 파울 리히터입니다.”
익숙한 얼굴을 본 심사 위원들은 조금도 반가운 내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를 자식처럼 여기는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의 얼굴은 더욱 험상궂게 변하였다.
ㄴ 웃진 않더라도 표정은 좀 풀어요 푸벵옹 ㅠㅠ
ㄴ 뭔! 원수 보는 것도 아니고 왜 저렇게 노려보는 거야ㅋㅋㅋㅋ
ㄴ 몇 달 전만 해도 그렇게 감동적으로 헤어졌으면서 ㅠㅠ
ㄴ 그니까. 30년 이상 사제지간이었는데 왜 저러는지 몰라 ㅠㅠ 그냥 부 드럽게 가면 안 되나?
ㄴ 친해서 더 그런 거 아닐까?
ㄴ 아마 친분 때문에 더 저러는 거 같긴 함. 굳이 저러지 않아도 알 사람은 다 알 텐데…….
ㄴ 맞아. 사적인 감정으로 판단할 사람 아닌 거 다 아는데 너무 심한 듯.
시청자들은 적의까지 느껴지는 빌 헬름 푸르트벵글러의 모습에 안타까 워했다.
한편 파울 리히터와 푸르트벵글러 의 친분 관계를 걱정하던 몇몇 참가 자는 안도했다.
저 냉철한 모습이야말로 평소의 빌 헬름 푸르트벵글러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다른 참가자를 상냥하게 대해주었던 빌헬름 푸르트벵글러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제자를 상대로,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전하시네.’
가끔 안부를 물었지만 베를린 필하모닉을 떠나고 직접 만나는 건 처음 이라, 파울 리히터는 푸르트벵글러의 정정한 모습에 안도했다.
“자기소개는……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절차상 물어봐야 할 것 같네요. 그간 어떻게 지냈습니까, 리히터.”
브루노 발터의 말에 경직되어 있던 분위기가 다소 풀어졌다.
“여러 경험을 했습니다. 학부생 때 이후로 개인 콩쿠르도 처음 해봤고 작곡 욕심도 나서 이렇게, 베트호펜 기념 콩쿠르에도 참가하게 되었고요.”
“좋습니다. 파울 리히터의 곡이라. 기대되니 어서 들어보도록 하죠.”
파울 리히터가 고개를 끄덕이고 돌 아서서 그의 연주진을 향했다. 차분히 시선을 교환한 다음 손을 들었고 이내 힘차게 휘둘렀다.
파울 리히터 현악 4중주, D장조, ‘나의 왕이시여’.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가 힘차게 뻗어나갔다.
각자의 음역대에서 하나의 멜로디를 이어나가는 현악기들은 조화롭게 어울렸고 이내 두 파트로 나뉘었다.
첼로가 앞서나간다.
그 뒤를 바이올린과 베이스가 번갈 아 따르며 주제를 확장했다.
심사 위원단은 차분히 쌓아지는 악 상을 느끼며 처음으로 악보에서 손을 떼고 눈을 감았다.
고상하기 짝이 없는 멜로디 뒤에 첼로와 비올라가 짝을 이루어 하강한다.
암운이 드리운다.
콘트라베이스는 더욱 엄중히 주제를 묻고 바이올린은 자유롭게 노니며 그와 대조적으로 나섰다.
마지 큰 문제를 맞이하여 토론을 나누듯, 바이올린과 베이스가 앞서 거니 뒤서거니 서로의 목소리를 뽐 냈다.
무게를 잡고 기다리던 첼로가 장엄 하게 나선다.
비올라가 그의 목소리를 메아리처 럼 울리고 바이올린과 베이스가 굴복하며 첼로를 따른다.
‘ 멋지군.’
심사 위원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 졌다.
그들은 연주를 중단할 생각도 못한 채 9분 30초간의 1악장을 모두 듣고 나서야 손을 들었다.
그것을 확인한 진행자 우진이 파울 리히터에게 신호를 보냈고 참가자들 이 연주를 마쳤다.
마리 얀스가 손뼉을 치고 마이크를 잡았다.
“인상적입니다. 매우 전형적인 전 개를 악기 사이의 관계로 탁월히 활 용하셨군요. 좋습니다.”
마리 얀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합격 의사를 표명하였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첼로의 움직임이 좋군. 그에 따르는 다른 악기도 훌륭했어. 가끔 생각날 것 같네. 한데……
토스카니니가 불편한 듯 입을 씰룩였다.
“제목을 보건대 가운데 앉은 성격 더러운 인간을 표현한 곡인가?”
토스카니니의 질문에 파울 리히터 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동시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눈썹을 꿈틀 거렸다.
“미화가 심각한 것 같지만 곡 자체 로 문제될 것은 없군. 잘 들었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합격 의사를 밝혔다.
우진은 고개를 빼 토스카니니를 노 려보는 푸르트벵글러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어쩔 수 없이 심사평을 해야 하기 에 푸르트벵글러는 천천히 토스카니 니에게서 시선을 떼곤 입을 열었다.
“플래절레트를 좋아하는 건 여전하 구나. 과하면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 러나 베이스를 대조시키며 잘 조율 했어. ……베를린 필 콘서트홀에서 연주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푸르트벵글러까지 합격 의사를 밝히며 세 명의 심사 위원이 연이어 호평을 이어갔다.
사카모토 료이치는 평가에 앞서 합격 의사를 먼저 밝히고 호의적인 감 상을 들려주었다.
브루노 발터가 멘트를 마무리 지었다.
“이런 곡을 듣고 싶었습니다. 열정 적이고 숙련되어 정말로 듣기 좋군요. 사실 이미 완성된 곡이라 코멘 트를 더 남기고 싶어도 그럴 수 없고. ……저라면 경과부, 그러니까 22번째 마디에서 한 번 끊어가겠습 니다만 어떤 의도였는지 알 것 같군요. 탁월해요. 멋집니다.”
“감사합니다.”
심사 위원 전원이 합격 의사를 밝혔고 파울 리히터는 담담히 예를 표 하며 자리로 돌아왔다.
당당히 돌아오는 그를 향해 참가자 들이 부러움과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ㄴ 난 음악 잘 모르긴 한데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 듣기 엄청 편하네.
ㄴ 더 듣고 싶다 ㅠㅠ
ㄴ 전개력에서 차이가 심했음. 튀고 싶은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앞선 곡 들은 좀 난잡했는데 파울 리히터는 이미지가 선명하잖아.
ㄴ 음악 1도 모르지만 다른 곡이랑 다른 건 알겠음. 다른 곡들은 멜로디나 악기들이 뭘 연주하는지 알아 듣기 힘들었는데 파울 곡은 악기마 다 개성이 뚜렷해서 알아듣기 쉬웠 음.
ㄴ 맞아. 맞아. 난 첼로 따라서 들었는데 비올라가 아래 받쳐주는 느낌이 좋더라.
ㄴ 뒷부분은 안 들려주는 거임?
ㄴ 악보 던지고 찢고 소리치던 사람들 맞음? 엄청 좋게 말해주네.
ㄴ 좋으니까 그렇지. 근데 솔직히 말하면 이번 대회에서 파울 리히터 만 한 사람이 없긴 함.
ㄴ OXOX 거장들 사이에서도 빠지지 않는 이름인데, 솔직히 누가 우승할지 뻔해도 너무 뻔하다.
ㄴ 그러게. 심사 위원들 기준이 너 무 높으니까 어지간해서는 성에 안 찰 듯.
ㄴ 사실상 파울 리히터가 우승하냐, 못 하냐의 이야기인 듯.
시청자들이 저마다 감상을 남기는 가운데 프란츠 페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리히터 악장님이셔.’
두 개의 주제를 번갈아가며 활용하는 그의 전개력은 탁월했고 프란츠 페터는 그 노련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도빈이 항상 강조하는 납득 가능한 전개 속의 의외성과 각 악기의 개성이 두드러진, 프란츠 페터가 지향하는 음악에 완벽히 부합하는 곡이었다.
‘저 정도가 되어야 합격이야.’
프란츠 페터는 과연 파울 리히터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설 수 있을지 불안했지만 자신을 믿었다.
배도빈이 합격점을 준 자신의 곡을 믿었다.
“첫 통과자가 나타났습니다. 엄격 하고 공정한 심사 위원 모두에게 합 격점을 받은 파울 리히터 씨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대두된 가운데, 다 음 참가자를 모셔 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우진이 참가자석을 향하며 말했다.
“여섯 번째 참가자는 레이라 씨입니다. 무대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었다.
참가자들은 레이라가 누구인지 확 인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하얀 가면을 쓴 그는 입을 제외하 고는 얼굴을 모두 가리고 있었다.
밝고 옅은 분홍색의 입술은 매끄럽 게 빛났고 어깨까지 내려오는 밝은 금발은 비단처럼 유려했다.
우아하게 떨어지는 목선과 당당한 걸음걸이에, 참가자와 촬영진 그리고 시청자들은 넋을 놓고 말았다.
ㄴ 아니 얼굴 가리고 있는데 예쁜 건 뭔뎈ㅋㅋㅋ
ㄴ 예쁘다기보다는 진짜 곱다.
ㄴ 이름 보면 여자 같은데 키 엄청 크네. 180cm 넘는 거 아냐?
ㄴ 서양인이니까 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면서도 남잔지 여잔지 애매 하네. 옷도 그렇고.
ㄴ 남자라고? 머리가 저렇게 긴데?
ㄴ 머리 길면 여자고 짧으면 남자임?
ㄴ 나 눈썰미 쩌는데 몸선이 딱 여자임. 여자라는 데 내 재수기간 +1년을 건다.
ㄴ ㅋ 캡처.
우진이 나섰다.
“레이라 씨는 말을 할 수 없으셔서 제가 대신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이라 씨는 바이올린 독주곡을 준 비했고 콩쿠르 참가는 처음이라 하 십니다. 자신을 찾기 위해 나섰다고 하시네요.”
우진의 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카모토 료이치가 빙그레 웃었다. 그 러고는 슬며시 마리 얀스의 눈치를 보았는데, 미간을 좁히며 자신의 손
자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사카모토 료이치는 그 모습이 너무 나 재밌어 웃음을 참느라 애써야 했다.
‘다즐링 로즈나 백장미 같은 이름으로 나선다고 했을 때는 걱정했네 만.’
사실 어느 쪽이든 눈치 빠른 사람 이라면 쉽게 알아챌 수 있겠지만 ‘White rose’보다는 Ariel이란 이름을 거꾸로 쓴 ‘Leira’가 낫다고 생각 했다.
모두가 이번 베토벤 기념 콩쿠르의 우승자를 파울 리히터로 꼽고 있었지만 사카모토 료이치는 파울 리히터와 아리엘 얀스의 싸움으로 보고 있었다.
부디 그가 정체를 잘 숨기길 바랄 뿐이었다.
“말을 못 한다라. 바이올린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아 직접 연주하려는 것 같은데 청력에는 문제 없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물었다.
우진이 답하기 전에 ‘레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들어보지.”
연주를 앞두고 아리엘 얀스가 숨을 골랐다.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그는 더 이상 이름도 출신도 중요 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레종 데트르.
오직 음악만이 살아갈 이유.
그 없이 존재할 수 없었다.
달리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남자는 이름을 숨긴 채 가장 확실하고도 유일한 방법으로 자신을 드러내야 했다.
그것만이 그가 그로 있을 수 있는 길이었다.
아리엘 얀스는 피아노 반주를 맡은 이에게 시선을 보내고 고개를 끄덕여 시작을 알렸다.
바이올린 소나타 도단조, ‘무제’.
아다지오(Adagio: 천천히).
처연한 울기 시작한 바이올린은 차 오르는 슬픔을 눈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비브라토가 부서져 내리는 눈물을 그린 끝에 피아노가 나섰다.
바이올린이 펼친 심연을 훑으며 하 강하고 또 하강한다. 마치 비처럼 후두둑 떨어지는 건반 소리가 눈물을 가려주는 듯하다.
두 악기가 함께 노래한다.
천천히.
피아노를 만난 바이올린은 희망을 얻었다. 그가 조심스레 묻고 피아노가 상냥히 답한다.
눈물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단지 목멘 소리가 담담한 척 대화를 이어간다.
음표와 음표 사이의 공간을 두고 차분히 오늘의 날씨를 묻는다.
누구와 만났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정답게 나눈다.
정교하고 절제된 감성.
슬픔을 참아내고 대화를 잇는 바이올린과 대조되어, 그를 위로하고 싶은 피아노는 바이올린을 대신해 울 기 시작한다.
바이올린이 연주했던 주제를 넘겨 받은 피아노.
담담했던 바이올린의 감정이 조금 씩 흩뜨려지며 두 악기는 함께 슬픔을 나눈다.
조금의 공백.
바이올린이 이내 속내를 털어놓는다.
‘지고 싶지 않아요. 부조리한 일에 흔들리고 싶지도 않아요. 신념을 잃는 것도 싫고 그럴까 봐 두려워하는 나도 싫어요.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하죠?’
떨리는 목소리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피아노가 바이올린의 손을 잡고 그를 바라본다.
‘당연한 일이야. 무서워하지 마. 불 안하다면 충분히 걱정하고 슬프면 울어도 돼. 그건 나약한 게 아니야.’
바이올린은 피아노의 상냥함에 기 대고 싶었다. 또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슬며시 손을 빼내며 말한다.
‘당신과 함께 있으면 어리광을 부 리게 돼요. 내겐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약해져서는.’
피아노가 바이올린을 안아, 그의 입을 막았다.
‘아니. 정말 약한 건 도망가는 거야. 강한 사람은 충분히 슬퍼하고 힘들어 하면서도 걸어. 지금 이렇게 힘내고 있는 너처럼.’
애정이 듬뿍 담긴 대화는 매우 천천히 이어졌다.
여러 음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놀랄 만한 발상도 아니었다.
느린 템포로, 몇 안 되는 음으로 이루어졌으나 두 악기의 대화는 너 무도 선명히 시청자들의 가슴에 닿았다.
마지막 음이 공기 중에 퍼지며.
‘레이라’가 연주를 마치자.
참가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치기 시작했고.
심사 위원들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이런 곡을 쓴 사람이 여태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고?’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는 그 날카로 운 감각을 세웠다.
사정을 모르는 브루노 발터와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역시 마찬가지로 ‘레이라’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의심의 끈을 놓치 지 않고 있던 마리 얀스는 마침내 ‘레이라’가 자신의 손자임을 알 수 있었다.
곳곳에 남아 있는 아리엘의 버릇을 확인한 마리 얀스는 손자의 도전을 애써 모른 척했다.
‘이것이 네가 선택한 길이라면 포 기하지 말거라. 네 부모를 대신해 내 끝까지 지켜볼 테니.’
마리 얀스를 포함한 심사 위원들이 나름의 판단을 내리고 있을 때, 시 청자들은 긴 여운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