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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베토벤-389화 (389/564)

다시 태어난 베토벤 389화

85. 긍지(1)

배영빈은 미국에서의 일정을 마치 고 귀국하기 전, 배도빈 가족을 위해 저녁 식사 자리를 준비했다.

평소 다니던 수준의 레스토랑이었기에 유진희가 걱정스레 물었다.

“영빈아, 조금만 더 가면 괜찮은 순두부찌개집 있는데 거기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어……. 마음에 안 드세요?”

“그래. 안 먹던 것만 먹었더니 속 이 니글거린다.”

아버지 배형준도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을 먹고 싶어 했기에 배영빈은 어쩔 수 없이 예약을 취소하였다.

가족은 발길을 돌려 한인 타운으로 향했다.

주문한 음식을 먹는 도중에도 배영 빈은 자꾸만 궁시렁거렸다.

“비싼 거 대접해 드리고 싶었는데.”

배영빈의 말에 배도빈이 무심하게 반응했다.

“평소 먹던 것보다 이게 나아.”

배도빈은 독일에 있을 때도 카레와 한식을 주로 먹었는데 과거에 즐겼 던 음식들은 추억을 상기시킬 뿐, 현재 그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그래도.”

그래도 배영빈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찌질이로 살았던 기간이 너무 길었던 탓에 가족들에게 성공했음을 보 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한 비록 배도빈은 애니메이션 내 용을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배도빈 의 팬들은 크게 호응했으니 분명 도 움이 되었을 거라 생각했다.

배영빈은 자신이 애니메이션 감독 이라는 꿈을 꾸게 해준 것도 이번 성공도 모두 배도빈 덕분이라고 생 각했다.

“다 네 덕분이야.”

배영빈이 그런 생각을 전하니 배도빈이 시큰둥하게 답했다.

“뭔 소리야. 형이 잘한 거야.”

그 말에는 조금의 배려도 없었다.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기에 배영빈은 그것이 더 감사 했다.

“네 로얄티를 선금으로 줄 방법이 없어서 수입 비율로 지불하기로 했잖아. 결과적으로는 잘돼서 다행이야.”

푸르트벵글러의 간교한 복수로 본 인이 언제 서명했는지조차 기억 못 하는 배도빈이

없었다.

그러나 배도빈이 자신과 그 음악 사용권을 허가하면서 애니메이션 흥 행 수입의 10퍼센트를 지불받는다는 내용만은 사실이었다.

그것은 배도빈 외 최고 대우를 받는 배영빈 감독의 5퍼센트와도 큰 차이를 내는, 이례적인 수치.

본인 이야기라고는 해도 직접 출연 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나치 지만, 배도빈이라는 브랜드를 사용 하는데 오직 러닝개런티로만 계약해 야 했던 크레용 위즈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배도빈은 동생에게 순두부 와 함께 나온 갈비를 뜯어주며 시큰 둥하게 답했다.

“관심 없어.”

해마다 작년 한해 1조 6,000억 원 의 매출을 올리고 1조 1,200억 원 의 순이익을 남긴 베를린 필하모닉 의 소유주가 애니메이션 개런티에 관심을 보일 리 없었다.

그뿐인가.

할아버지 유장혁의 강요로 막대한 세금을 내고 소유권을 챙긴 WH해 운은 작년 2조 1,000억의 매출을 기 록, 영업이익은 2,108억 원이었다.

또한 소유하고 있는 샛별 엔터테인 먼트도 연매출 620억 원.

더군다나 본인의 저작권 수입이 매 해 수백억에 달했다.

가족과 동료를 지키기고 음악을 하는 데 필요한 수준을 넘어선 지 오 래였기에 러닝개런티는 배도빈에게 그리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역시 다르긴 다르네. 못해도 수백 억은 될 텐데.”

“커흡.”

아들의 말에 놀란 이복자가 매운 순두부찌개에 사레들렸다.

배형준과 유진희도 놀란 것은 마찬 가지였다.

“뭐라고?”

“지금 상황이면 10억 달러 근처까 진 갈 것 같아요. 확신은 못 해도. 도빈이가 가져갈 돈이 그 정도는 될 거예요.”

배형준과 유진희가 말문이 막혀 있을 때 간신히 속을 달랜 이복자가 급히 물었다.

“너는? 응? 너는?”

“3〜400억은 되지 않을까요?”

배영빈의 대답에 이복자가 입을 벌리더니 그대로 굳어버렸다.

“세상에. 정말 잘됐다. 그렇죠, 아주버님?”

배형준은 쉽게 아들의 말을 믿을 수 없으면서도 기쁘면서도 또한 걱 정되었다.

“……거, 사람이 한순간에 큰돈을 벌면 망가지게 되어 있는 거야, 영 빈아. 과시하지 말고.”

“네.”

“졸부들이 욕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쉽게 패가망신하는 것도 그렇고.”

배영빈은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

는지 알기에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저렇게 말씀하시면서도 속으로는 분명 기뻐하실 거라 믿고 있었다.

“아니, 이 아저씨가 왜 아들 기를 죽이고 그래? 잘했으면 잘했다고 칭 찬을 해줘야지. 아이고오, 내 새끼. 미킨지 뭐시긴지 베개 사달라고 조를 때는 이게 내 배에서 난 애가 맞나 싶었는데. 아이고 내 새끼. 장 하다. 장해!”

이복자가 아들을 부둥켜안으며 오열했다.

그녀의 기준에서 배영빈은 공부를 잘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예체 능으로 어디 나가서 상을 타오지도 않은 평범한 아들이었다.

더군다나 따돌림을 받으면서 점점 더 고립되었고 그 상처를 더 심하게 할까 봐 무엇을 같이 해보자고 할 수도 없었던 아픈 손가락이었다.

자기 방에 틀어박혀 매일 만화영화 만 보고 캐릭터 상품을 사달라고 조 르게 되었을 때는 거의 포기하고 있었거 늘.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성공하 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남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이 직설적인 그녀의 말 투가 배영빈을 가장 기쁘게 하였다.

“엄마 아들 맞잖아요.”

“아이구, 그래. 내 새끼지.”

“식당에서 뭐 하는 거야. 호들갑 떨지 말고 앉아. 좀.”

이복자가 간신히 진정하고 배형준 은 다시 한번 노파심에 충고했다.

“돈이 없으면 걱정할 게 그리 없어. 돈만 걱정하면 되거든. 하지만 돈이 생기면 걱정해야 할 게 너무 많아진다. 낭비하지 말고. 못된 일은 절대 하지 말고. 네가 아니라 네 돈을 사랑하는 사람을 구별할 줄 알아

야 한다.”

배영빈은 아버지의 말을 경청했다.

“이 애비도 작은아빠랑 부모 없이 자라서 잘 안다. 그리고 작게나마 회사 운영하면서 돈도 만져봤어. 월 급 받는 사람들과는 달라. 언제 사 업이 망할 줄 모르는 일이다. 일희 일비하지 말고 네 길을 걸어. 도빈 이 봐라. 그런 돈 매년 만져도 저렇게 의연하잖니.”

모두 배도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태연하게 갈비를 뜯고 있었다.

배영빈은 그런 동생을 보면서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지만.

배도빈이 애써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콘서트홀을 늘려도 되겠는데?’

그 배도빈에게도 수백억 원은 무척 큰 금액이었다.

배영빈을 향한 분노가 사그라질 정 도로 말이다.

“잘했어.”

배도빈이 배영빈 앞에 수고했다는 듯 갈비를 뜯어 놓아주었다.

**

북미 투어를〈피델리오〉가 유럽에 서의 반응 이상의 호응을 얻으며 순 항 중이고.

개봉 6주가 흐른〈THE DOBEA N〉이 전 세계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2억 9,300만 달러를 벌어 들이고 있었다.

〈피델리오〉를 본 관객들은 자연스레〈THE DOBEAN〉을 찾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두 문화 콘텐츠는 2024년 가을 북미 시장을 잠식해 버릴 정도의 파괴 력을 보였고 그에 따라 베를린 필하모닉, 도이체 오퍼, 크레용 위즈, WH엔터테인먼트(배급사), 빈 필하모닉 등 관련 업체들의 수입은 천문학 적으로 치솟았다.

특히 별 생각 없이 투자와 PPL을 겸했던 두 업체 천세카레와 제주도 감귤은 수요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팬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배도빈 이 지구를 정복하려 한다, 마왕이 인간계 패권을 노리고 있다는 말들 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배도빈의 극성 팬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본가에서 본인이 연기한 〈피델리오〉를 보고 있었다.

WH전자가 작년에 출시한 180인치 초대형 TV와 골드문트의 극사실 주의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최고의 환경.

아시아 투어 때 가족들과 함께 직접 볼 생각이었지만 예습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가우왕은 〈피델리오〉를 연주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이 완벽할수록 빈정 이상했다.

‘저러니까 피아노 칠 생각을 안 하잖아.’

그가 보기에도 베를린 필하모닉은 최고의 악단이었다. 교향곡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배도빈이 미쳐 있을 만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단장으로서 작곡과 피아노 연주는 병행할 수 있지만 솔로로서는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 도 가우왕은 그것이 못마땅스러웠다.

스승 크리스틴 지메르만과 본인만 이 최고였던 세계를 부수고, 진정한 피아니스트로 거듭날 수 있게 해주었던 배도빈의 피아노를 아끼기 때 문이었다.

그리고 함께 경쟁하고 싶었다.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이 있을 거라고 믿으며 배도빈과 함께라면 이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최근 ‘월광’을 들었을 때 그 생각은 확신으로 거듭났다.

‘중국에 오면 한마디 해야겠어.’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핸드폰이 울렸다.

처음 보는 번호라 이상하게 보면서도 전화를 받으니 정중한 목소리가 그를 반겼다.

-안녕하십니까, 왕가우 씨. 강유징 이라고 합니다.

‘특별 보좌관?’

가우왕이 설마 하면서 물었다.

“특별 보좌관이시라고요?”

-네. 반갑습니다. 갑작스러우시겠지만 댁으로 차량을 보냈습니다. 차 한잔하시지요.

“무슨 일이시죠?”

-하하. 만나서 천천히 나누시죠.

강유징 특별 보좌관이 전화를 끊었다.

가우왕이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남자가 그의 자택을 방문했다.

“특별 보좌관께서 정중히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가죠.”

1시간 정도가 걸려 가우왕은 강유 징 특별 보조관과 만날 수 있었다.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 자는 말끔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내 고 있었다.

가끔 뉴스로만 보던 그가 자신을 왜 찾은지 가우왕은 알 수 없었다.

“앉으시죠.”

가우왕이 다리를 꼰 채 소파에 한 쪽 팔을 걸쳤다.

강유징의 비서들은 가우왕의 행동을 건방지게 여겨 제제를 가하려 했지만 특별 보좌관이 손을 들어 그들을 만류했다.

비서들을 노려본 가우왕이 입을 뗐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하하. 이렇게 딱딱한 일은 아닌데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강유징이 손짓했다.

곧 두 사람 앞에 찻잔이 놓여졌다.

가우왕은 턱을 든 채 그것을 힐끔 내려다볼 뿐 마시지 않았다.

강유징이 빙그레 웃었다.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좋은 일로 모신 거니까요.”

«좋은 일.”

“2주 뒤에 있을 행사에서 왕가우 씨가 축하 공연을 맡아주었으면 합니다.”

무슨 일인가 의심하며 경계했던 가우왕이 다리를 풀었다.

“특별 보좌관께서 이런 일도 직접 하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최고의 피아니스트를 모시는 일이 니까요.”

강유징이 사람 좋게 웃었지만 가우왕은 내심 그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웃음 뒤에 있는 오만함을 느낀 탓이었다.

정상적이라면 소속사 도이치 아리 아를 통해 이야기할 수도 있었던 일

강유징은 주석의 특별 보좌관이라는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산당에 거역해서 살아남 은 이가 없었기에 가우왕도 연주 한

번 해주고 똥 밟은 거라 여길 생각 이었다.

“무슨 행사입니까.”

가우왕이 순순히 나오자 강유징은 특유의 미소를 유지한 채 답했다.

“아시다시피 5년 전 불온한 세력이 있지 않았습니까. 질서를 어지럽힌 이들을 몰아낸 기념행사입니다.”

강유징을 보고 있던 가우왕의 눈빛 이 흔들렸다.

5년 전 송환법에 반대하여 홍콩 특별행정구에서 일어났던 평화 시위는 결국 수많은 민간이 희생자를 내 고 중국 공산당에 의해 진압되고 말

았다.

“참고로 주석께서도 참관하시지요.”

강유징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와 시선을 마주한 채 있던 가우왕이 웃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특별 보좌관 께서 말씀하시는데 해야지요. 다만 가족 여행이 예정되어 있는데.”

가우왕의 말에 따라 강유징의 눈빛 이 차갑게 식어갔다.

“이거 가족들만 보내야겠습니다.”

가우왕이 말을 마치자 그제야 강유 징이 웃었다.

“여행은 언제든지 다닐 수 있지요. 이번 행사는 마카오나 티벳 등에도 영향을 줄 일입니다. 허튼 짓 하지 말라는 뜻이지요. 각별히 준비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왕가우 씨 같은 애국자를 만나 뵙 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강유징이 손을 내밀었고 가우왕은 흔쾌히 그 손을 맞잡았다.

미팅을 마치고 귀가한 가우왕에게 그의 부모와 고모들이 걱정스레 다 가왔다.

“무슨 일이니?”

“갑자기 무서운 사람들이 와서 얼 마나 놀랐는데.”

“아아. 신경 쓰지 마. 별일 아니니 까. 아, 배고프네. 밥 먹으러 갈까?”

“나가긴 어딜 가. 집에서 그냥 차 려 먹으면 되지.”

“엄마랑 고모 힘들잖아. 아빠가 오 리 먹고 싶어 하던데. 먹으러 가자 고.”

마침 식사할 시간대이기도 해서 왕 씨 가족은 인근 식당을 찾았다.

대식가 집안답게 두 사람에 오리 한 마리를 주문하니 식당 주인의 입 이 찢어졌다.

“세상에. 여기 오리 제법이다.”

“부드럽네. 부드러워.”

“그치? 아빤 어때.”

“우리 아들이 사는 거니 당연히 맛 있지. 크할할!”

즐겁고 시끌벅적한 식사가 이어지 던 도중 가우왕이 다리를 뜯으며 물었다.

“ 엄마.”

“ 응?”

“소소 어떻게 지내는지 안 궁금해?”

“궁금하지. 걔가 참 무뚝뚝하잖니. 전화를 하니 편지를 쓰니. 잘 지내

고 있는지 건강한지. 남자도 사귀어 야 할 텐데 누구 만나는 사람은 없는지.”

“그래?”

“그럼. 네 아빠랑 고모들도 다 궁 금해하지.”

“나는. 나는 안 궁금해?”

가우왕의 질문에 집안어른들의 대 화가 잠시 멈추었다. 그러고는 크게 웃었다.

“가우, 넌 정말 하늘에 감사해야 해. 네가 피아노라도 못 쳤어 봐.”

“낄낄낄낄”

“그 성격을 누가 받아줘?”

“암암.”

“가우는 옷 잘 입는 거랑 피아노 빼고는 시체지. 그거라도 보고 같이 살아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가우왕은 악담을 하지만 그래도 자 신의 피아노와 패션 센스를 인정해 주는 집안어른들을 용서해 주었다.

“궁금하면 한번 가봐. 딸 어떻게 사는지 보러 갈 겸. 오랜만에 여행 도 다니고.”

“갑자기?”

“갑자기는. 내일 덜컥 병에 걸릴

수도 있는 게 인생이야. 내가 알아 서 다 해놓을 테니까 엄마랑 고모들 은 그냥 다녀와. 아빠도.”

“그래. 천천히 생각하자.”

“천천히 말고. 아무튼 그렇게 해놓을 테니까 딸이랑 잘 놀다 와.”

“근데 그 피델 뭐시기 때문에 지금 미국에 있는 거 아녀?”

“아니야. 아니야. 가면 있어.”

다음 날.

가우왕의 가족들은 막무가내로 공 항으로 끌고 가는 아들을 이해할 수 없이 여겼다.

“아니, 갑자기 얘가 왜 이래?”

“아, 오랜만에 효도 좀 하겠다는데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빨리 좀 들 어가.”

심지어 소리까지 치는 가우왕 때문 에 가족들은 얼떨결에 독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탔다.

그리고 며칠 뒤.

강유징 특별 보조관을 다시 만났다.

“잘 지내시지요? 요 며칠 집에만 계시던 것 같은데.”

“아, 뭐. 휴가니까.”

강유징과 그 비서들은 턱을 들고

다리를 꼰 채 양팔을 소파에 걸쳐놓은 가우왕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당에 거역하면 무슨 일을 당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국가를 위해 재능을 기부하겠다고 마음먹은 피아니스트에게 저 정도의 자유는 줄 아량은 있었다.

“좋지요. 하지만 일주일 뒤에 실수는 없으셔야 할 겁니다. 뭐, 워낙 대단하신 분이니 조금만 연습해도 괜찮겠지요.”

“아. 그거 말인데.”

가우왕이 목을 풀며 말했다.

“안 하려고.”

“……하하. 왕가우 씨가 농담을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요.”

“나 농담 안 좋아해.”

가우왕이 강유징을 내려다보며 말 했다.

“그딴 개짓거리에 어울릴 만큼 내 피아노, 싸구려가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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