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태어난 베토벤-387화 (387/564)

다시 태어난 베토벤 387화

84. 세계의 사카모토, 희망을 노래 하다 (4)

애니메이션 제작사 크레용 위즈는

순수 제작비만 81억 원이 소요되었고 마케팅 비용으로는 그 두 배가 넘는 190억 원을 쏟아냈다.

샛별 엔터테인먼트와 스타인웨이앤 드파더, 천세카레 등 8개 회사와 개 인 투자자들이 없었더라면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일이었고.

대표 김석진의 영업력이 진가를 발 휘한 순간이기도 했다.

배도빈이라는 홍행 보증 수표를 가 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김석진은 그야말로 본인과 법인의 운명을 걸고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국내에서만 800여 개의 스크린을 확보하면서 크레용 위즈의 한계를 넘어선 영업력을 보였다.

그러나 김석진과 배영빈은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막 제작에 들어갈 무렵 김 석진 대표는 결단을 내렸다.

“바다 한번 넘어보자.”

가능성은 충분했다.

동아시아에 국한되었던 첫 작품 〈봉달 서커스〉와 한국, 일본, 프랑 스에서만 수요가 있었던 두 번째 작품 〈지구방위대 가랜드-전설의 시 작〉과 달리 배도빈의 인지도는 범 지구적이었다.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흥행 소재로 서는 충분하리라 판단했다.

배영빈 감독은 최고의 작화진을 꾸렸다.

대부분의 작업을 3D 작업이 아니 라 손그림으로 표현했고 히무라 쇼 우와 사카모토 료이치로부터 감수받아 고증에 철저했다.

더군다나 샛별 엔터테인먼트에 지 불한 배도빈에 대한 로열티 지급과 사카모토 료이치라는 초일류 음악가를 초빙하면서 발생한 비용까지 있으니, 제작비가 치솟는 건 일도 아니었다.

크레용 위즈로서는 반드시 성공해 야만 하는 작품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무리하여 스크 린을 확보해 나갔다.

그렇게 북미에서 확보한 스크린은 총 1,828개.

크레용 위즈 내부나 투자자들 사이 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스크린을 확보할수록 성공에 유리 하긴 해도 해외 진출은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

대한민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유럽과 북미 시장을 뚫어내는 데 드는 비용 역시 투자받은 돈으로 해결 해야 했다.

“더 도빈은 많은 사람이 봐야 해요. 도빈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왜 그런 음악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배영빈 감독의 고집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배도빈을 통해 희망을 얻은 이 들이 모일 구심점을 만들고 싶었다.

클래식 음악과 배도빈을 향한 사랑을 해소할 수 있는 감동적인 애니메이션.

국가와 대륙을 넘어서 공감대를 형 성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오늘은 지난 19개월간 준비했던 이야기를 처음 공개하는 날이었다.

배도빈과 그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 운데, 여러 매스컴과 유명 인사들이

나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소설이라든지 영화라든지 뮤지컬이 라든지 애니메이션이라든지 .

대체 주변에서 나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어떤 놈이 무엇을 어떻게 기록했는지는 알 수 없어도 내가 보 기에 이야기 속의 ‘베토벤’은 반쯤 미친놈이었다.

예를 들어 이사를 가던 도중 문득 악상이 떠올라 숲에서 시간을 보낸 걸 무슨 정신병자처럼 기록해 둔 것 이 있었는데, 사람이 그럴 수도 있는 걸 가지고 너무 곡해하는 것 같아 언짢았다.

원두를 60알씩 가는 것도 그렇다.

누가 보면 집착증이라 오해하도록 써두었는데,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한 잔에 60알 정도로도 충분 히 향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원두는 항상 약한 불에 볶은 것을 사는데 그래야 신맛을 즐길 수 있으니, ‘커피 한 잔에 저온에 볶은 원두 60알’이라는 조건을 지킬 필요 가 있었다.

더군다나 와인만큼이나 달고 살았던지라 그렇게 정량화시켜 놓지 않으면 생활비를 넘기기 쉬웠다.

이렇게 검소하면서도 훌륭한 미식 가인 나를 감히 집착증 환자로 여기 다니.

지켜야만 하는 중요한 일을 지킬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기가 찰 노릇인데.

배영빈은 한술 더 떴다.

‘아니, 무슨.’

이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은 나를 카레 중독자라고 착각할 것이다.

- 맛있어요.

-2주 넘게 카레만 먹었잖니.

일본에 처음 갔을 때의 장면인데 굳이 저 짧은 장면을 넣고 그 뒤로 도 이야기 사이마다 꼭 카레를 넣었다.

내가 좋아하는 천세카레이긴 한데 투자라도 받은 건가 싶을 정도로 자 주 나온다.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저렇게 먹는 모습만 보여주면 단순 중독자일 뿐 이지만.

독특하고 깊은 풍미와 먹을 때마다 달라지는 스펙트럼.

완벽하게 조율된 영양 밸런스와 간단히 먹을 수 있다는 편리함.

게다가.

포크커틀릿을 포함한 여러 튀김류나 베이컨, 소시지와 같은 육류, 각종 김치, 단무지, 장아찌 같은 반찬 과도 어울린다.

그뿐이랴!

여러 치즈, 계란프라이, 마요네즈까지 카레의 다양성은 무한하다.

그날 상황에 맞춰 여러 음식과 어울릴 수 있는 데다 저렴하기까지 하 니 이보다 완벽한 음식이 또 있을까.

그런 카레의 완벽함을 말해주지 않으니 단순히 카레에 미친 놈처럼 보 일 뿐이다.

‘이건 또 뭐야.’

일본인들이 나를 찬양하는 장면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

해일과 방사능으로 한순간에 고향을 잃은 이들은 고통스러워하는 도 중에 ‘부활’을 들으며 힘을 내고 있었다.

피난민들은 옹기종기 모여 불을 지 펴놓고 ‘부활’을 홍얼거렸다.

-이 곡 듣다 보면 막 힘이 나는 것 같아요.

-근데 정말 신기한 게 나도 몸이 안 좋았는데 부활을 듣고 좋아진 것 같아.

-너무 우울했는데 힘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좋았어. 부활이 없었다면 난 못 버텼을 거야.

-나도 그래. 요즘에는 정말 유일하 게 의지하고 있어. 도빈 군은 내 희 망이야.

-그래, 우리 모두 얼마간 힘들었잖아. 이제 일어설 때라고. 우리의 희 망이 일어나라고 하고 있어.

‘사이비 종교잖아.’

표현이 과해도 너무 과하다.

아마 저 시기부터 희망이니 신이니 악마니 불렸던 것 같은데 신격화라 니, 가당치도 않다.

‘각색도 정도껏 해야 할 것 아냐.’

히무라나 나카무라가 일본인들이 변하게 된 계기가 나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그런 일이 가능할 리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내 음악에서 행복을 찾고 위안을 받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음악이 다른 수단으로 사용되어서,

또는 다른 목적이나 이상을 가져서 좋게 끝난 꼴을 못 봤다.

-피아노계의 황태자, 가우왕과의 경연을 앞두고 계신데요. 도빈 군만 의 긴장 푸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긴장이요? 제가요?

가우왕과의 이야기를 다루는 장면 인데 중국에서의 경연했을 때다.

-빌어먹을 꼬맹이, 감히 나를 불러 놓고 무시해?

‘그래도 가우왕은 제대로 그렸네.’

성우가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목 소리와 말투도 똑같다.

‘비장’을 듣고 넋이 나간 가우왕의 얼굴은 제법 그럴듯했다.

태풍 속에서 녹음할 때 기겁하는 모습에는 나도 모르게 웃었는데, 그 러고 보니 가우왕에게 줄 소나타가 완성되었는데 조만간 어떻게 줄지를 고민해 봐야 할 듯싶다.

‘언제 다시 오려나.’

일이 있다고 중국으로 돌아갔는데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이야기가 홀러 크리크와 쇼팽 콩쿠르 때의 장면이다.

‘ 하아.’

만약 이곳이 공적인 자리가 아니었다면 당장에 달려나가 배영빈을 걷 어차 주었을 것이다.

-함께하자고 약속했잖아! 네가 외 롭지 않게 내가 있어준다고 했잖아!

-형…….

-누가 뭐래도 난 최선을 다할 거 야. 너랑 함께하고 싶으니까!

-……형!

‘미치겠네.’

제법 비슷하게 그려놔서 ‘브라더’ 라고 말하는 내 모습과 너무나 진지 한 분위기에 온몸이 꼬이는 기분이다.

최지훈과 나란히 앉아 있었다면 한 동안 서로를 못 봤을지도 모른다.

‘감수 봤다며. 대체 어떤 인간이 저걸 가만 내버려 둔 거야?’

-배도빈 악장 무섭지.

조금 더 진행되어 베를린 필하모닉 에 막 복귀했을 때의 시점.

-……조곤조곤 설명하는데 다 맞는 말이라 창피해지고.

-오늘은 그래도 한 시간밖에 안 걸렸잖아.

반성회 뒤의 장면인데 패기와 의욕이 넘치는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 이 어리광부리는 모습까지 만들었다.

‘단원들이 저럴 리가 없잖아.’

반성회 때마다 내 말이라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잘 알고 있는데.

저런 걸 보면 관객들이 또 오해할 것 아닌가.

열이 뻗치는 와중에 가까스로 좋은 점을 찾으려 애썼다.

그래.

연주 장면 때 삽입되는 곡이 내가 녹음한 것이라는 점은 마음에 든다.

기억은 나지 않는 ‘수수께끼의 서 명’으로 인해 일정 로열티를 받으며 허락된 듯한데.

다른 사람의 연주가 들어갔더라면 더 화가 났을 것이다.

오케스트라 대전을 앞둔 시점.

이야기는 거의 막바지에 이른 듯하다.

바이올린과 첼로가 흘러나왔다.

사카모토가 만든 교향시일 것이다.

단악장으로 구성된 교향시의 자유 분방함은 사카모토가 그의 천재성을 발휘할 최고의 무대다.

대한민국에서는 첫 주 만에 130만 명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아 개봉과 동시에 기록을 경신해 나갔다.

물론,

북미에서 일주일에 3,800억 달러, 대한민국을 포함한 북미 외 국가에 서 종 4,300억 달러의 흥행을 기록한〈THE DOBEAN〉에 대한 호평 이 쏟아졌다.

메타크리틱 스코어 81점, 네티즌 평점 8.9점.

로튼토마토 신선도 92%, 관객 점 수 93% 등 기록적인 흥행 수입에 걸맞은 평을 받았다.

한편 단 일주일 만에 총 제작비의 4배 이상을 벌어들인 배영빈과 크레 용 위즈 직원들은 기절했다가 일어 나 다시 쓰러지고 있었다.

ㄴ 아니 ㅋㅋㅋㅋ 배도빈 원래 저런 캐릭터였냐곸ㅋㅋㅋ

ㄴ 언론에서 보면 완전 시크해 보이 는데 좀 이상한 구석도 있네

ㄴ 카레 좋아하는 줄은 알았는데 이 제 보니 그냥 중독자였음.

ㄴ 그놈의 오렌지주스돜ㅋㅋㅋ

ㄴ 해외 사람들 반응 개웃김 ㅋㅋㅋ 대체 천세카레랑 제주도감귤이 얼마나 맛있냐곸ㅋㅋㅋㅋ

ㄴ 근데 이거 진짜 실화야? 각색이 어느 정도 있겠지?

ㄴ 당연하지ㅋㅋㅋㅋ 어떤 미친놈이 2주 동안 카레만 먹어ㅋㅋㅋ

ㄴ 지훈이랑 도빈이 친한 줄은 알았는데 완전 애틋하다 ㅠㅠ

ㄴ 배도빈이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과제곡 만들었잖아. 그게 최지훈에게 헌정하려고 만들었단 이야기가 있음.

ㄴ 나만 가우왕 귀여운갘ㅋㅋㅋㅋ

ㄴ 가우왕 나도 좋아

ㄴ 가우왕은 진짜 걍 만화에 들어간 수준ㅋㅋㅋㅋ 존똑에다가 심지어 성 우 목소리마저 비슷ㅋㅋㅋㅋ

ㄴ 무슨 소리얔ㅋㅋㅋ 본인이니까 당연히 목소리 똑같짘ㅋㅋㅋ

ㄴ 헐?

ㄴ [기사 링크]

[피아노의 황제 가우왕, 에서 본인 역을 맡다!]

지난 토요일에 개봉한 크레용 위즈. 배영빈 감독의 이 순항 중인 도중 피아니스트 가우왕의 배도빈 앓이가 또다시 이 목을 끓었다.

가우왕은 한 매체를 통해 “나 외에 나를 연기하는 꼴을 못 보겠다”는 말을 남겨 웃음을 자아냈다.

유럽에서의 활동을 마친 그는

ㄴ 도랏ㅋㅋㅋㅋㅋ

ㄴ 미쳐ㅋㅋㅋㅋ

ㄴ이거 분명히 세상에서 제일 빨리 보고 싶어서 참여한 거임. 가우왕 같은 진성 팬이면 킹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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