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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베토벤-380화 (380/564)
  • 다시 태어난 베토벤 380화

    83. 폭발 배도빈(1)

    370유로.

    프란츠로서는 감당키 힘든 금액이었다.

    크리크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 승한 소년은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일하기 전까지 도빈 재단으로부터 생계와 학업 전반을 지원받았다.

    그리고 최근.

    프란츠 페터는 주4일, 하루 3시간, 배도빈의 개인 조수이자 베를린 필하모닉 밴드의 어시스트로 일하게 되었다.

    배도빈은 추가 생활비 명목으로 재 단이 지급했던 월 500유로에서 100 유로를 더 얹어 프란츠 페터의 보수 로 지급해 주었다.

    일을 하고 정당한 보수를 받는 것 이었기에 프란츠 페터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근무 시간을 늘리고 싶었지만 배도빈이 그 외 시간은 공부하라고 했기에 프란츠는 만족했다.

    매달 600유로(약 79만 원).

    베를린 필하모닉의 직원 숙소에 머 물 수 있었고, 그에 딸린 식당에서 무료로 끼니를 챙길 수 있었기에 혼 자 살기에는 충분했다.

    예상치 못한 일도 배도빈의 배려로 해결할 수 있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숙소로 거처를 옮기면서 도빈 재단에서는 프란츠 페터가 더 이상 거처가 필요치 않다 고 판단.

    페터 형제가 머물던 방을 환수하고 동시에 소득 발생을 근거로 달마다

    지급하고 있던 500유로의 생활 지 원금을 300유로로 삭감하였다.

    프란츠는 매달 900유로로 알베르트 가 따로 살 집을 구해야만 했다.

    가급적 안전하고 깨끗하며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구하고자 했으나 허락된 예산으로 좋은 환경을 구할 순 없었다.

    재단도 규정에 따라 일을 처리한 것이기에 상황을 알게 된 배도빈은 형제가 함께 살 수 있도록 알베르트 가 프란츠와 함께 살 수 있도록 배 려 했다.

    유일한 문제는 동생 알베르트 페터가 음악을 배우고 싶었던 것.

    형 프란츠를 따라 하고 싶은 마음 에 알베르트는 학원에 보내주길 바랐다.

    프란츠는 여러 학생을 명문대에 진 학시켰다는 학원을 알아봤지만 레슨 비는 터무니없이 비쌌다.

    혹시나 싶어 재단에 문의했지만 알 베르트는 자격 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다.

    형과 같은 재능을 입증할 수상 경 력이 없었고, 재단에서 따로 실시하는 테스트에서도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동생만은 어떻게든 대학에 보내고 싶었기에 따로 든 적금이 매달 100 유로.

    언젠가는 두 사람만의 보금자리를 구하고 싶었기에 매달 200유로를 저축하고 있었던 프란츠는 남은 여유금의 대부분을 알베르트의 학원비 로 지출했다.

    남은 돈은 학교에서 무시당하지 않도록 옷과 학용품, 컴퓨터, 핸드폰 등도 무리해서 마련해 주었다.

    그렇기에.

    370유로라는 돈을 빼낼 여유가 없었다.

    ‘아마 더 들겠지?’

    교통과 숙박 그리고 식비까지 생각 하면 적어도 500유로는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 고민을 하며 숙소로 돌아온 프란츠는 부담을 느끼면서도 좀처럼 포기할 수 없었다.

    ‘싸게 가는 방법이 있을 거야.’

    베를린에서 로마까지는 멀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걸리는지 몰랐던 프란츠는 기차 시간을 알아보곤 숙박을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뮌헨으로 가서 갈아타야 하네.’

    베를린에서 로마로 향하려면 경유지를 거쳐야만 했다.

    소년은 걱정이 앞섰다.

    배도빈에 의해 베를린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다른 지역으로 움직인 것은 크리크 콩쿠르 때뿐이었고 그 나마도 가이드가 있었다.

    그 먼 거리를 환승하며 갈 자신이 없었다.

    ‘버스는 있을까.’

    어설픈 손놀림으로 핸드폰과 한참을 씨름한 프란츠가 마침내 로마로 향하는 직행 버스를 찾았다.

    ‘22시간 45분?’

    가장 처음 찾은 차량은 오후 9시 에 출발하여 다음 날 오후 7시 45 분에 도착하는 버스였다.

    공연 시작 시각이 오후 7시인 터 라 조금 더 시간을 들인 프란츠는 적당한 차편을 찾을 수 있었다.

    오전 11시 40분에 출발해 다음 날 오전 9시 30분에 도착하는 버스.

    21시간 50분으로 앞서 찾은 것보 다 빠르기도 했고 아침에 도착해 여유 시간도 충분했다.

    문제는 가격.

    분명 가장 저렴한 가격이었는데 편 도 48.98유로나 필요했다.

    왕복 약 98유로.

    그러지 않아도 VVIP 티켓에 부담을 느끼는 프란츠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너무 비싸.’

    버스 안에서 자기로 마음먹었기에 숙박비는 들지 않겠지만 이른 아침 에 도착하기에 배가 고플 터.

    더군다나 로마에 도착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도 않았다.

    ‘하루쯤 굶자. 내가 언제부터 매일 밥 먹었다고.’

    프란츠는 고심 끝에 굶기로 결정했다. 끼니를 챙겨 먹기 시작한 지 얼 마 안 되기도 했고, 어렸을 적에는 굶는 일이 먹는 일보다 잦았기에 괜찮을 거라 여겼다.

    ‘더 싸게 갈 방법은 없나?’

    프란츠는 버스 예약 페이지에서 조 금이라도 할인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핸드폰을 다루는 데 익숙지 않은 프란츠는 2시간의 사투 끝에 90유로에 차량을 예약할 수 있었다.

    로마에 도착해서 아레나 디 베로나까지 이동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고려.

    생각했던 예산 최대치인 500유로 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응. 됐어. 이걸로 다시 들을 수 있는 거야.’

    며칠 뒤.

    베를린 필하모닉 사무국의 임시 직 원 죠엘 산타는 동생과 또래 정도로 보이는 작고 통통한 소년을 맞이했다.

    업무에 욕심이 있던 그녀는 베를린 필하모닉에 소속된 사람들을 기억하려 노력 중이었고, 덕분에 프란츠를 알아볼 수 있었다.

    ‘아마 악보 어시스트라고 했지?’

    어린데도 벌써부터 능력을 인정받 아 일한다고 하니, 또래를 동생으로 둔 죠엘은 프란츠가 기특해 보였다.

    그녀는 머뭇거리는 프란츠가 안심 할 수 있게 상냥히 물었다.

    “페터 씨죠? 무슨 일로 오셨나요?”

    “저…… 29일부터 31 일까지 못 나올 것 같아서요. 혹시 괜찮을까요?”

    “잠시만요.”

    간단한 문서 작업을 맡고 있던 죠 엘은 인사 담당자에게 프란츠 페터 의 휴가 신청을 알리기 위해 일어났다.

    자리는 비어 있었다.

    ‘맞다. 오전에는 안 들어오신다고 하셨지.’

    “담당자께서 오후에 들어오신다고 하셨는데 깜빡했네요. 29일부터 31 일까지 출근이 어렵다고 전달해 드 리면 될까요?”

    “아, 네. 넵.”

    “그럼 성함이랑 소속 연락처 좀 남 겨주세요.”

    “프란츠 페터고요. 소속은 모르는 데…… 아르바이트생이에요. 저, 정 말 이렇게 멋대로 부탁드려 죄송합니다.”

    죠엘이 눈을 깜빡였다.

    “임시직 직원이라도 유급 휴가는 보장되니까 미안해하실 일은 아니에요. 다만 저도 권한이 없어서. 아.”

    “무슨 일이야?”

    그때 카밀라 앤더슨이 사무국으로 들어왔다.

    죠엘이 목례하곤 상황을 설명하자 카밀라가 눈을 깜빡였다.

    “테이슨이라면 지금 면접 보고 있어서 시간 꽤 걸릴 텐데. 29일이면 내일이잖아.”

    “너,너무 갑자기 말씀드렸죠. 죄송 합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생긴 일이면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지금은 투어랑 정기 연주회 때문에 밴드 공연은 못 하니 까. 다녀와. 처리해 둘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카밀라 앤더슨의 말에 프란츠 페터 가 배꼽에 손을 얹고 허리를 접었다. 어찌나 행동이 빠른지 머리가 휘날렸다.

    “별일 아니지?”

    “네!”

    “그래. 그럼 푹 쉬고 보자.”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프란츠가 문이 닫힐 때까지 반복해 인사하고 떠나자 카밀라 앤더슨이 웃고 말았다.

    “귀엽네.”

    “정말 그래요.”

    “어린데도 열심이라니까. 그럼 그 쪽은 어때. 할 만해?”

    “재밌어요 조금 어려운 일도 있지만.”

    “어려워?”

    카밀라가 되묻자, 죠엘이 담당자로 부터 자료를 받아 정리하고 있던 문 서를 보였다.

    “투어 팀이 받을 물자표예요. 매 공연마다 이렇게 많은 물건을 보내 는지는 몰랐어요. 보통 현지에서 공 급하는 게 더 경제적이잖아요?”

    "응."

    카밀라 앤더슨이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아르바이트생이 좀 더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호응해 주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매번 발주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요. 나름 고민해 보고 있는데 아직 답을 찾지 못했어요.”

    카밀라가 빙그레 웃었다.

    가장 일을 못 하는 직원은 주어진 일을 생각 없이 처리하려는 사람이 고.

    가장 문제를 일으키는 부류는 자신 이 알고 있는 지식에서 벗어난 일을 틀렸다고 단정 짓는 사람이었다.

    ‘멀핀이 괜찮아 보인다고 하더니.’

    단순 엑셀 작업.

    담당자가 적어 준 수기 장부를 옮겨 적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담당자와 책임자가 한 번 더 확인 할 일이기도 하고, 평범한 사람이라 면 아무 생각 없이, 수치가 맞는지 만 신경 쓰며 작업할 일이었다.

    그러나 죠엘 산타는 달랐다.

    문서화 하라는 지시사항을 넘어서 일이 왜 그런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이해하려 노력했다.

    본인의 생각에 비경제적인 일이라 고 해도 섣불리 판단하지도 않았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카밀 라의 호감을 살 만했다.

    “또 궁금한 건?”

    “그런데도 비용이 크게 안 드는 것 도 신기해요. 여기는 전량 무료로 공급해 주고 있고요.”

    죠엘이 노르데나우에서 보내온 생수 항목을 가리켰다.

    “좋은 예시네. 우선, 해외 여행 다 녀본 적 있어?”

    “중국에 한 번 가본 적이 전부예요.”

    “가서 어디 아프진 않았어?”

    “전 괜찮았는데 동생이랑 엄마가 배탈을……. 아.”

    “응. 물갈이라고 해서 지역이 달라지면 흔히 생기는 일이야. 우리 단 원들처럼 여러 지역으로 다니는 사람에게는 조심해야 할 일이지. 기껏 시간 들여, 돈 들여 멀리 갔는데 아 픈 사람이라도 나오면 큰일이니까.”

    죠엘 산타의 머리에 몇 명의 단원이 물갈이를 하면서 공연에 빠지는 일이 떠올랐다.

    연주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다수가 병을 앓게 되면 공연 자 체를 취소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 각했다.

    악단으로서도.

    팬들에게도 작은 일이 아니었다.

    “큰일이네요.”

    “응. 굳이 다른 대륙까지 가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야. 유럽 안에서도 차이를 보이니까. 그런 리스크를 줄 일 수 있다면 식사나 물 정도야 싸 게 먹히는 거지.”

    죠엘은 사무국 직원들이 왜 항상 바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작은 일마저도 신경 써서 처 리하니 직원이 아무리 많아도 부족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기.”

    카밀라가 모니터에 손가락을 얹었다.

    노르데나우라는 생수업체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자사 상품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보내주는 거지.”

    “광고 효과를 바라는 건가요?”

    이제 막 실무에 투입된 새내기의 1차적 접근이었다.

    “크게 보면 맞는 말인데, 직결되는 부분은 아니야. 단원들이 물 마시는 모습이 언론을 타는 건 아니니까.”

    “ 아.”

    “하지만 베를린 필하모닉에 납품하는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구축할 수 있지. 그것만으로도 다른 기업과 거래할 때 좋은 무기가 되지 않겠어?”

    “확실히 그래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거래하는 것만으로도 노르데나우는 그들의 상품 품질을 증명할 수 있었다.

    “협찬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거래라는 것도 중요해. 단 1유로라도 돈을 받고 납품한다는 게 더 먹히거든. 우리도 그걸 알아서 최대한 싼 가격 에 구매해 주고 있고. 윈윈이지.”

    죠엘이 메모지를 꺼내 몇몇 단어를 적었다.

    사무국장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또 나름대로 더 좋은 방향을 찾고 싶기에 한 행동이었다.

    ‘성장하겠네.’

    카밀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수고해.”

    “네. 감사합니다.”

    궁금증을 해결한 죠엘이 다시 업무 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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