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태어난 베토벤-291화 (291/564)
  • 다시 태어난 베토벤 291화

    64. 베토벤을 계승한 자(2)

    오케스트라 대전 세미파이널을 이 틀 앞두고 베를린 필하모닉은 경건한 마음으로 선거에 임했다.

    단 두 시간 만에 치러졌으나 지금 까지와는 사뭇 그 느낌이 달랐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만장일치로 폭 군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의 복귀를 환영했으며 동시에 배도빈을 정식 후계자로서 인정하였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의 취임식 뒤 에 사회를 맡은 멀핀 과장이 배도빈을 단상 위로 안내했다.

    배도빈이 단상 위에 올라서자 단원 들은 앞서 푸르트벵글러에게 보냈던 것만큼이나 열렬히 환호했다.

    멀핀이 진행을 계속했다.

    “배도빈 상임 지휘자 및 예술 감독 의 인사가 있겠습니다.”

    배도빈이 마이크에 입을 댔다.

    “감사합니다.”

    단원들은 첫 마디를 들은 순간부터 가슴이 벅차올랐다.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그들의 보물을 떠나보낼 생각에 먹먹했는데 그 들로서는 미래를 함께할 수 있게 된 지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멋진 연설을 시작으로 더욱 아름다 운 음악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제 정리하고 연습하러 가죠.”

    "..?”

    “뭐 해요. 뜸들이지 말고 움직여요. 이틀밖에 없잖아요.”

    배도빈이 손짓으로 단원들을 재촉했다. 오케스트라 대전 준결승이 코 앞인데 이런 일로 준비를 게을리 할 순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단원들이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이건 아니지! 할 땐 하더라도 오늘 같은 날을 그냥 넘긴다고?”

    “맞다. 맞아!”

    “빨리 한마디 해라!”

    항의가 거세게 빗발치자 배도빈의 얼굴에 조금씩 짜증이 드러났다.

    그때 사회를 맡은 멀핀 과장이 나섰다.

    “다들 정숙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감 발표는 모든 식순이 처리된 후에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배도빈도 단원들도의 아해 했다.

    중요한 자리긴 했지만 오케스트라 대전에 참가 중이었기에 식순은 최 대한 간략히 공지되어 있었다.

    푸르트벵글러의 취임식도 임명장 수여와 소감 발표를 약식으로 처리 했고 배도빈의 취임식도 그와 같은 구성이었다.

    그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두 남자가 박스 하나를 무대 위로 옮겼다.

    “임명장 수여는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총감독께서 맡아주시겠습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푸르트벵글러가 단상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단원들은 뭔가 다른 일이 진 행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세프가 준비한 게 있나 본데?”

    “그러게. 뭐지?”

    한편 배도빈도 미리 전달 받은 말 이 없었기에 능글맞게 웃고 있는 푸르트벵글러를 의심스럽게 보았다.

    “배도빈 지휘자,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주세요.”

    배도빈이 떨떠름하게 앞으로 나서자 멀핀 과장이 식을 이어나갔다.

    “임명 1417호. 위 사람은 베를린 환상곡, 찰스 브라움 등을 발표해 베를린 필하모닉의 명예를 드높였음 에 예술 감독 외 상임 작곡가에 임 명한다. 2023년 7월 12일. 악단주 귄터 부르비츠 대독.”

    멀핀 과장의 말이 끝나자 한 남자가 박스 안에서 임명장을 꺼내 푸르트벵글러에게 넘겼고.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그것이 다시 푸르트벵글러에 의해 배도빈에게 전달되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배도빈은 속으로 불필요한 절차를 탓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어차피 본래 상임 작곡가의 직무를 다하고 있었지만 베를린 필하모닉이 그에게 조금이라도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단원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러게.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지.”

    “이번 일로 입지를 더 확고히 해주 려는 생각이겠지. 세프도 신경 많이 썼는데?”

    박수 소리가 잦아들었다.

    배도빈은 단상에서 내려가려 했고 단원들은 배도빈이 멋들어진 한마디를 할 때까지 버티려 하고 있을 때 멀핀 과장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임명 1418호. 위 사람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객원 연주자, 제2바이올린 부수석, 악장직을 역임하며 타의 모범을 보였고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였기에 고문으로 임명, 솔로 연주와 고문으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부여한다. 2023년 7월 12일. 악단주 귄터 부르비츠 대독.”

    ‘뭐야?’

    배도빈이 멀핀 과장에게 눈길을 주었고 그녀는 황급히 그의 시선을 피 했다.

    그때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니아 발그레이와 함께 악 단을 잘 이끌어 주길 바란다.”

    “와아아아!”

    “그럼 연주도 같이할 수 있는 거네?”

    “그치. 난 완전 찬성이야.”

    단원들이 새로운 소식에 더욱 반가 워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악장들 이야 워낙 유명하고 최근에 합류한

    찰스 브라움은 누가 뭐라 해도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 니 스트였다.

    며칠 전 임명된 나윤희도 근사한 연주자였지만 그들이 있다고 해서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배도빈을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사실이 아쉽지 않을 리 없었다.

    팬들에게도 단원들에게도 너무나 반가운 일이었다.

    배도빈이 임명장을 받자 더욱 큰 환호가 그를 축복했다.

    “이제 됐죠?”

    “임명 1419호.”

    ‘ 또?’

    “위 사람의 피아노 연주에 대한 청 원이 계속됨에 따라 베를린 필하모닉에 피아노 섹션을 정식 개설, 퍼 스트 피아니스트로 임명하여 피아노 섹션의 전권과 책임을 부여한다. 2023년 7월 12일. 악단주 귄터 부 르비츠 대독.”

    푸르트벵글러가 또다시 임명장을 넘기자 배도빈이 눈썹을 좁히곤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피아노 연주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느냐?”

    “맞아. 맞아.”

    “우리도 듣고 싶어!”

    배도빈이 떨떠름하게 임명장을 받 으니 단원들이 더욱 환호하였고 그 것은 멀핀 과장의 말과 함께 잠잠해 졌다.

    “임명 1420호.”

    그녀의 말에 배도빈이 고개를 팩 하고 돌렸다. 그러나 이미 쪼그려 앉아 숨어버린 멀핀 과장을 찾아볼 순 없었다.

    “위, 위 사람은 지난 2년간 베를린 필하모닉의 서포터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베를린 B의 지휘자

    로서 베를린 필하모닉을 알린 바, 감독으로서 이후 대외 업무에 총책 임과 권한을 부여해 홍보와 대변을 함께할 것을 명한다.”

    배도빈의 얼굴이 심히 험악해졌다.

    “악단을 지키기 위해 때론 앞에 나 서야 한다고 가르쳐 주지 않았더 냐.”

    푸르트벵글러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그런 배도빈을 놀려댔다.

    그때까지 좋아하던 단원들도 분위 기가 조금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는 어리둥절하며 박수를 보냈다.

    “도빈이 일 너무 많은 거 같지 않아?”

    “원래 하던 일이긴 한데……

    그때 멀핀 과장의 목소리가 세미나 실에 울렸다.

    “이, 임명 1421호. 위 사람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자선 공연, 오페라 협연 등에 실적을 보였으며 이에 베를린 필하모닉 의 이벤트 공연에 대한 권한을 수 여, 예술 감독으로서의 권한을 확장 한다.”

    배도빈의 심기가 불편해질 때마다 멀핀 과장의 말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배도빈을 향했던 축복의 시선이 변 해버렸다.

    그들의 어린 지휘자가 향후 해상 오케스트라 사업에 대한 총책임자가 되어버렸을 때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이 영감탱이가.’

    단원들이 걱정하는 만큼 배도빈은 단단히 화가 났다. 푸르트벵글러가 더 오래, 건강히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어주길 바랐거늘.

    새로운 직책과 직무를 만들어 임명 하는 것을 넘어서 본인이 해오던 일 까지 넘겨버리니 짜증이 났다.

    “권한은 다 주었다. 이제 널 막을 건 어디에도 없으니 마음껏 펼쳐보 아라.”

    “자기가 할 일 다 줘놓고 생색내지 마요.”

    “나는 이제 늙어서 못 해.”

    “거짓말 마요. 카밀라랑 놀고 싶어 서 이러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아요?”

    “뭐, 뭣!”

    배도빈의 폭탄 발언에 푸르트벵글러와 카밀라는 얼굴을 잔뜩 붉혔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거니?”

    “그런 걸 밝히면 어쩌자는 게냐!”

    “푸르트벵글러야말로 치사하게 이 럴 거예요? 음악 관련된 거 빼고 임명장 당장 취소해요.”

    “이 녀석아, 다 널 생각해서 한 일 이잖느냐!”

    “그러니까 난 당신이 일선에서 물 러나는 게 싫다니까!”

    “뭐! 당신? 이 녀석이 스승한테 무 슨 말버릇이냐! 네가 하고 싶은 대 로 할 수 있게 돕는 거잖아!”

    “그런 도움 없어도 알아서 하고 있었어요! 당장 취소해요! 그딴 일 하 면서 어떻게 음악을 하라는 거야?”

    “난 그렇게 했다!”

    “난 달라요!”

    난장판이었다.

    단상 위에서 소리치며 싸우는 두 상임 지휘자와 어색하게 웃으며 그 런 사이 아니라고 하는 카밀라.

    그런 카밀라에게 이미 다들 알고 있었다고 말해주는 사무국 직원들과 푸르트벵글러와 배도빈 중 누가 이 길지에 대해 내기를 시작한 단원들 은 한 시간이 넘도록 진정할 줄 몰랐다.

    그러는 한편.

    잘츠부르크에 머물고 있었던 베를린 필하모닉 악단주 귄터 부르비츠는 귀빈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회장님.”

    “껄껄. 우리가 언제 만난 적 있었던가?”

    “20년 전 모나코에 잠깐 같이 있었습니다.”

    “음. 아무튼 반갑네.”

    귄터 부르비츠는 세계 최고의 사업 가이자 대부호인 유장혁 회장을 두 고 내심 불안했다.

    재력과 권력이라면 남부럽지 않은 그에게도 유장혁은 거물 중의 거물 이었다. 그런 이가 갑작스럽게 방문 하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두절미하고 이야기하지. 베를린 필하모닉을 인수하고 싶네.”

    유장혁의 말에 노련한 귄터 부르비 츠도 표정을 관리하기 어려웠다.

    단원들이 그러한 것처럼 귄터 부르 비츠에게 베를린 필하모닉은 자부심 이자 일생의 명예였기 때문.

    재정이 어려웠던 지난 10년도 악 착같이 버텼던 그는 베를린 필하모닉을 누군가에게 넘길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하하. 갑작스런 말씀이십니다.”

    그러나 유장혁 회장의 심사를 거스를 이유는 없었기에 시간을 벌고자 말을 돌렸다.

    “모든 일은 갑작스럽지.”

    “그래도 절차라는 게 있지 않습니 까. 이사진과도 이야기해 봐야 하고 부디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자네는 내가 뭐 때문에 직접 왔을 거라 생각하는가.”

    불필요한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 방 문했다는 유장혁 회장의 뜻을 귄터 부르비츠가 모를 리 없었다.

    그는 말을 돌리는 것으로는 유장혁을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진정 성 있게 다가갔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제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곳입니다. 또한 직 원들은 제 가족이나 다름없고요. 말 씀은 거둬주시기 바랍니다.”

    “걱정 말게. 직원이나 단원들은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될 테니.”

    유장혁 회장이 손짓하자 그의 비서 실장이 서류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 려두었다.

    “자네도 베를린 필하모닉에게도 좋은 일이야.”

    귄터 부르비츠는 당장에 거절하고 싶었지만 유장혁 회장의 체면을 위 해서라도 그것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액수를 보고선 손을 떨었다.

    유장혁 회장을 볼 수밖에 없었다.

    “이건••••••

    “빨리 결정하게. 손자 보러 가야 해.”

    유장혁 회장의 비서 김재식 실장이 귄터 부르비츠 앞에 펜을 놓았고.

    어떻게 거절할지 고민하던 귄터 부르비츠는 무엇에 홀린 듯 그것을 집 어 들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전격 발표!】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정식 복권!]

    【2인 체계를 갖춘 제국!]

    [마왕. 폭군의 정식 후계자로!]

    【배도빈. 입단 2년 만에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로 선임!]

    【아시아 최초!]

    【베를린 필하모닉 40년 만에 새 상임 지휘자를 선임하다】

    베를린 필하모닉에 새 상임 지휘자가 선임되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전 세계에 알려졌다.

    각 언론은 베를린 필하모닉 사무국이 전달한 보도 자료를 대서특필하 기 바빴다.

    인류의 희망, 세기의 천재, 베를린의 마왕 그리고 최근에는 라이든샤 프트라 불리는 새로운 세대의 선구 자 또는 새벽의 별이라 불리는 배도빈이 마침내 베를린 필하모닉의 적 통자로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배도빈의 개인 팬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팬들은 물론 음악계 전체가 들 썩일 만한 소식이었다.

    ㄴ 드디엌 ㅋㅋㅋㅋㅋ

    ㄴ 쩐다 진짴그 킈 그 우리나라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가 나오다닠ㅋㅋㅋ

    ㄴ 와 나 바지를 못 갈아입겠어. 1 분마다 지리는 중이다.

    ㄴ 어차피 예견된 일 아니었나?

    ㄴ 푸벵이 최근에 자꾸 칼 에케르트 언급해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배도빈이 베를린 떠나는 게 아닌가 하는 말도 나왔었음.

    ㄴ 근데 총감독은 뭐고 예술 감독은 뭐야?

    ㄴ 푸르트벵글러가 전권을 가지고 있긴 한데, 사실상 공연에 대해서는 배도빈이 실권자라고 보면 됨. 프로 그램부터 무대, 악단 운영까지 예술 감독에게 권한이 있음.

    ㄴ 근데 보도 자료 보니까 직책이 한두 개가 아닌데? 지휘자, 작곡가, 프로듀서, 총책임자, 퍼스트 피아니스트, 바이올린 고문에 홍보모델에 대변인까지. 이 정도면 학대 아니냐?

    ㄴ 아닠ㅋㅋ 진짜실화냐곸ㅋㅋㅋㅋ

    ㄴ ㅋㅋㅋㅋ 일 개많앜ㅋㅋㅋ

    ㄴ 배도빈 인터뷰 딱 하나 올라왔는 데 표정 진짜 완전 썩어 있음ㅋㅋㅋ

    ㄴ 푸르트벵글러 인터뷰가 더 웃김 ㅋㅋㅋ 자기 마음대로 하라고 권한 다 준 거랰ㅋㅋㅋㅋ

    ㄴ 사랑하는 방식이 틀렸습니다ㅠㅠ

    ㄴ 근데 진짜 이제 푸르트벵글러 은 퇴하면 베를린 필하모닉은 배도빈 거나 마찬가지네.

    ㄴ 그런 듯.

    ㄴ 아님. 이미 배도빈 거임.

    ㄴ 그치. 사실상 실권은 모두 배도빈에게 가 있으니까.

    ㄴ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배도빈 거라고.

    ㄴ [링크] 귄터 부르비츠, 베를린 필하모닉 소유권 매각.

    ㄴ 이게 뭐냐???

    ㄴ 어제부로 배도빈이 베를린 필하모닉 악단주가 되어버림.

    ㄴ ?

    ㄴ 아니……. 가능해?

    ㄴ 범지구적 대부호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ㄴ 황태자로 인정받자마자 인수해 버린 거야? 너무 무섭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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