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태어난 베토벤-286화 (286/564)
  • 다시 태어난 베토벤 286화

    62. 백아절현(3)

    콘서트홀을 찾은 관객 모두가 일어 났다.

    그들의 가슴은 벅찬 감동과 음악가 로서의 고결한 정신을 보여준 바이올리니스트에 대한 경의로 가득했다.

    박수 소리는 끝날 줄 몰랐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마리 얀스.

    사카모토 료이치.

    브루노 발터.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그 외 수많은 음악가들을 비롯해.

    세계는 지금까지 그들이 겪어보지 못한 감동을 선사한 위대한 음악가 와 그것을 연주해낸 베를린 필하모닉에 감사를 표했다.

    눈물과 박수, 환호로 전달되는 그 커다란 성원은 빈 무대로 향했다.

    너무도 훌륭한 공연을 해냈으나 정작 주인공은 무대 위에 없었다.

    연주를 끝내자마자 독주 바이올리니스트를 데리고 사라진 지휘자와 그를 따라 뛰쳐나간 단원들이 들을 수 있도록.

    관객들은 빈 무대를 향해 더욱 환호했다.

    OOTY 오케스트라 대전 4라운드는 매회 기록을 경신을 이어나갔다.

    런던 심포니가 250만 표로 대회 사상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지 얼마 안 되어 베를린 필하모닉 A가 67만 표의 큰 차이로 기록을 경신.

    4라운드 마지막 날에는 배도빈의 베를린 필하모닉 B가 511만 785표의 진기록을 수립하였다.

    총투표수 561만 1,833표 중 91퍼 센트에 해당하는, 믿을 수 없는 수치였다.

    ‘감히 판단할 수 없다’라는 총평을 남긴 심사 위원단이 만점을 주며, 베를린 필하모닉 B가 4라운드 4차 전에서 획득한 점수는 93.8점.

    대회 시작 전만 하더라도 총점 80점 전후를 최대치라 예상했던 전문가들을 한순간에 비전문가로 만들어 버린 기적이었다.

    세계는 불새를 새롭게 만든 천재 배도빈과 그것을 연주한 베를린 필하모닉 B, 그중에서도 무대 위에서 피 흘리면서 연주했던 독주자 나윤희에게 주목하였다.

    언론은 큰 충격을 준 그들의 연주 만큼이나 대대적으로 기사를 내기 바빴다.

    대회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의 일이었다.

    【베를린의 마왕, 또다시 폭력 행人H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와 배도빈의 차이점에 대해】

    【세기의 천재가 세상을 놀라게 하다]

    【배도빈에게 한계란 없는 것인가!]

    【사카모토 료이치.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바이올린 협주곡 불새 이후 로 나뉠 것이다.”]

    【마리 얀스, “놀라운 발상력. 배도빈은 기적을 가능하게 만든다.”]

    【인류의 희망이 새 역사를 쓰다]

    【불새를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는 누구?】

    【극한의 기교를 선보인 대한민국 출신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한국이 낳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나윤희]

    팬들의 반응은 쏟아지는 기사도 감 당하지 못할 만큼 뜨거웠다.

    ㄴ 오졌고 지렸죠.

    ㄴ 정말 음악도 이렇게 치열할 수 있구나 싶었음. 어떻게 듣는 것 만으로 이렇게 설레지?

    ㄴ 진짜 역대급 무대였으니까.

    ㄴ 배도빈 리얼 소름 돋았다.

    ㄴ 진짜 놀란 게 다들 배도빈 대단하다 생각하잖아. 10년 이상 음악하 면서 작곡가로서는 이미 과거 명장 들과 비교되고 있고.

    ㄴ 살아 있는 사람이 그런 평가 받기 힘들지. ㅇㅇ

    ㄴ 그래서 더 이상 뭘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걸 해내네.

    ㄴ 사카모토 료이치 인터뷰 봐봐. 바이올린 협주곡 불새 이후로 음악사가 다시 쓰일 거라잖아.

    ㄴ 공연 끝나자마자 배도빈이 뭐라 소리치면서 나윤희 데리고 뛰쳐나갈 때 눈물 나더라.

    ㄴ 나도 나도 ㅠㅠ

    ㄴ 얼핏 들었는데 의료진 부르라는 소리였음.

    ㄴ 연주 끝나자마자 다들 울면서 따라가는데 진짜 친한가봐

    ㄴ 카메라맨이 진짜 구도 개쩔게 잡았음. 1악장 카덴차 연주할 때 현 떨릴 때마다 피가 흩날리는데 어우.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ㄴ 솔직히 나윤희란 사람 몰랐는데 그 모습은 반할 수밖에 없더라. 안쓰럽기보다는 되게 반짝반짝했음.

    ㄴ 신성하다맨이야.

    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긴 하지. 나윤희 기사 중에 한국이 낳은 천재 라는 제목도 있던데 언제부터 관심 줬다고 그러는지 몰라.

    ㄴ 유럽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바이올리니스트였음. 한국에는 베를린 필에 입단하고 조금씩 알려졌지.

    ㄴ 그래서 정보가 이렇게 적나? 더 알고 싶은데 ㅠㅠ

    ㄴ[링크] 여기 차채은 개인 블로그 인데 나윤희 칼럼 기사 봐봐. 어제 올라왔는데 잘 정리되어 있더라.

    ㄴ 나 이거 올라오자마자 봤는데 어 제랑 조회수 왤케 차이 나냨ㅋㅋ

    ㄴ 미친 수준인데?

    ㄴ 진짜 잘 썼더라. 인터뷰도 했던 데 좀 부끄러움 많은 듯.

    ㄴ 사람이 진짜 착하고 순하다는 느 낌임. 그러면서도 연주는 그렇게 화려하니 신기하네.

    ㄴ 아니, 차채은 대체 정체가 뭐야? 배도빈이랑 최지훈에 관련된 글 쓰던 사람 아님? 링크 타고 가보니까 니나 케베리히랑 툭타미셰바 같은 사람 글도 있네. 얼마나 오래 일했기에 발이 이렇게 넓어?

    ㄴ 중학생인데?

    ㄴ ?

    한편.

    연주가 끝나자마자 네이즈 엔터테 인먼트 사무실에는 전화가 끊임없이 울렸다.

    나윤희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지 극히 적었기 때문에 그녀의 전 소속 이었던 네이즈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작은 정보라도 얻고자 하는 기자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전화 벨소리는 네이즈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와 팀장의 속을 박박 긁어낼 뿐이었다.

    “어쩔 거야, 이 새끼야!”

    이재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뭐? 그럴 인간이 못돼? 너 시발 6년 동안 뭐 했어? 대리 직급은 왜 달고 있냐고!”

    그렇지 않아도 네이즈 엔터테인먼 트는 사운을 맡기고 장기 계약을 한 인터플레이가 망하면서 실적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재은 대리의 무능 함 때문에 연장 계약에 실패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세계를 놀라게 했고.

    계약할 가치가 없었다는 말까지 놀 리니 기획운영3팀 정재식 팀장으로 서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어지간하면 잡으라고 했지! 인기는 없어도 평이 좋으니까 언젠 가 터질 거라고. 그때 너 뭐라 했어! 어?”

    “……쓸모없다고.”

    “닥쳐, 이 새끼야! 뭘 잘했다고 대 답질이야!”

    “정재식.”

    그때 회사에 남아 있던 네이즈 엔 터테인먼트의 대표가 3팀 사무실에 들어섰다.

    “예, 대표님.”

    “무슨 일인지 알지? 나윤희 바이올리니스트와의 연장 계약이 안 된 이유 제대로 설명 못 할 거면 그만둘 생각으로 들어와. 알아들어?”

    “……예.”

    정재식 팀장이 고개 숙여 대답했다.

    대표가 문을 닫고 나갔고 야근 중 이었던 팀원들은 고개를 숙여 팀장의 시선을 피했다.

    “너, 내가 다녀올 때까지 시말서 작성해 놔.”

    “ 네.”

    “멍청하면 말이라도 조심하든가. 별 거지같은 게 직급 달아서는.”

    정재식 팀장이 문을 닫고 나간 뒤.

    팀원들 앞에서 모욕적인 언사를 들 은 이재은 대리는 사고가 멈춰 무엇 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공연을 마치자마자 배도빈에게 이 끌려 병원을 찾은 나윤희는 의사로 부터 심하게 질책 받았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어떻게 손 가락을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혹사시 켰냐는 말에 배도빈과 나윤희 모두 할 말이 없었다.

    최소 한 달.

    절대적으로 안정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치료를 받은 나윤희는 사실상 오케스트라 대전 무대에 오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숙소로 돌아온 나윤희는 한 여름 밤의 꿈을 꾸는 듯했다.

    배도빈과 소소, 이승희는 물론이고.

    베를린 필하모닉 소속의 모든 이와 유진희, 배도진, 진달래가 콘서트홀 에서 병원까지, 병원에서 숙소까지 함께하니 부담스러우면서도 사랑받 고 있다는 느낌에 더없이 행복했다.

    또한 그들이 돌아가고 뒤늦게 접한 기사와 그에 딸린 댓글들은 그녀의 오랜 무명 시절을 한순간에 위로하는 듯했다.

    TV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B에 대 한 뉴스가 이어지고 있었다.

    계속해 새로운 글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고 생전 처음 받는 관심에 자꾸 만 입꼬리가 올라갔다.

    “히히.”

    “……그렇게 좋냐?”

    "응."

    이승희는 너덜너덜한 나윤희의 왼 손을 보곤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때 소소가 차와 과자를 들고 나윤희의 방에 들어섰다.

    “진희 언니가 줬어.”

    소소가 테이블에 다과를 놓았다.

    나윤희가 평소 좋아하는 차와 달지 않은 과자였다.

    “아, 인사 못 드렸는데.”

    “내일 하면 되지.”

    “달래 엄청 울었어. 누가 손 막 쓰라고 했냐고.”

    “……어, 어떻게 달래주지?”

    나윤희가 진달래 걱정을 했다.

    소소가 나윤희의 볼을 꼬집었다.

    마음 같아서는 콱 쥐어박고 싶었던 그녀로서는 나윤희가 환자라는 것을 감안한 행동이었다.

    “아, 아아.”

    “멍청이.”

    “놔, 놔줘.”

    “지금은 그런 생각하지 마.”

    “아, 아파.”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던 일을 기어이 해내고야 말았다.

    왕소소는 저항조차 하지 않는 친구가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멍청하고 바보 같기는커녕 세상 그 어떤 사람보다 자랑스러웠다.

    “……많이 아팠지.”

    그러고는 나윤희를 꽉 안아주었는데 소소의 마음이 전해져 나윤희는 밝게 웃었다.

    그 모습을 훈훈하게 바라보던 이승희가 입을 열었다.

    “진짜 이 정도라 다행이지. 크게 다쳤으면 어쩔 뻔했어.”

    “흐.”

    나윤희가 멋쩍게 웃었다.

    때마침 TV에서 공연 장면이 편집 되어 나오고 있었다.

    배도빈이 지휘하는 모습과 연주에 집중하고 있는 단원들이 비춰지다 나윤희와 배도빈의 투샷이 나왔다.

    1악장과 2악장 사이의 일이었다.

    -가르쳐 줬잖아. 내 바이올린에 예쁘다고, 내 덕분에 그런 거라고 했잖아.

    TV를 통해 몇 시간 전의 자신을 본 나윤희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올랐다.

    저렇게까지 했었나 싶을 정도로 처절하고 절실한 표정이 마치 자신이 아닌 듯했다.

    나윤희가 서둘러 리모컨을 찾았다.

    “이거 찾아?”

    “빠, 빨리.”

    “왜? 소리 높여줄까?”

    이승희의 장난에 나윤희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 어 부정했다.

    “그럼 딴 거 보려고? 다른 데도 마찬가질걸?”

    이승희가 채널을 돌리자 시간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모든 채널에서 베를린 필하모닉과 오늘의 주인공에 대해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까지 기사나 댓글로 행복해하 던 나윤희는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좋겠다. 한국에서도 너랑 도빈이 얼굴만 나오고 있대.”

    “완전 슈퍼스타.”

    이승희에 더해 소소까지 가세했다.

    “그, 그런 말 하지 마……

    “빨리 익숙해지는 게 좋을걸? 그런 연주를 해댔으니 당장 내일부터 기 자들이 가만두지 않을 텐데.”

    “아아아.”

    “꼬맹이들이 막 존경하고.”

    “그러게. 저의 꿈은 나윤희 바이올리니스트와 같은 연주자가 되는 겁니다. 나윤희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듣고 바이올린을 시작했어요. 같은 팬레터도 받을걸?”

    “우우욱.”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한테 고백받고.”

    “웩.”

    "미안. 장난이 심했지? 그래. 미안해.”

    두 사람은 급하게 휴지통을 들고 토하기 시작한 나윤희의 등을 토닥 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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