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태어난 베토벤-262화 (262/564)
  • 다시 태어난 베토벤 262화

    58. 드보르자크(1)

    배도빈이 무거운 멜로디를 제시했고 이승희의 첼로가 그 분위기를 더 욱 하강시켰다.

    그 사이에 비집고 들어오는 사카모토 료이치의 애달픈 피아노 소리가 장내를 채웠고 내로라하는 음악계 인사들은 저마다 숨을 들이켜 내뱉

    을 수 없었다.

    작은 소리라도 냈다간 이 팽팽한 긴장감을 깨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여덟 개의 건반이 동시에 벼락과 같이 울리고 바이올린은 불꽃을 연 상시키듯 타올랐다.

    기묘하게 끊기는 첼로는 대지의 균 열을 알렸고 갈라진 땅 아래로 하 강.

    지독한 절망이다.

    사람들이 절로 눈썹을 좁혔다.

    이 깊은 심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는 각기 달랐으나 때때로 치고 올라오는 피아노의 몸부림을 처절하게 느끼는 것만은 모두 같았다.

    첼로가 이끄는 고압적인 분위기와 바이올린으로 표현되는 칼날 같은 음표들이 피아노의 주 멜로디를 괴 롭혔다.

    그러나 사카모토 료이치의 피아노는 몇 안 되는 음만으로도 희망을 표현했다.

    작디작은 소리가 그의 섬세한 손짓 에 의해 가슴에 닿았고 피아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 게 더욱 집중했다.

    응원하게 되었다.

    살이 에는 바람이 땅 깊은 곳을 누볐고 그럴수록 피아노 소리는 더 욱 아름답게 귀를 자극했다.

    소리가 작으니 더욱 집중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면 사카모토 료이치가 얼마나 신중히 연주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언제 들어도 믿을 수 없군.’

    마리 얀스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는 여태 여러 천재를 봐왔지만 배도빈과 같은 인물은 보지 못했다.

    어떠한 음악가라도 경지에 이르기 까지 과정이 없을 수는 없건만 적어도 그가 보기에 배도빈은 과정 없이 세상에 나타난 순간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첼로와 바이올린을 활용해 피아노 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구조 와 악상은 놀라웠다.

    그러나 그보다 더 믿을 수 없는 것은 이 완벽한 곡을 만 3세에 발 표했다는 점이다.

    직접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신인가 악마인가.’

    배도빈이 활동을 시작한 지 15년 이 흐른 지금, 그를 수식하는 여러 말 중에서 마리 얀스가 가장 공감하는 말이었다.

    마리 얀스는 지휘자로서의 자신을 가꾸기 위해 일평생을 바쳤고 그것 은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와 사카모토 료이치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아는 모든 음악가가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바쳤건만.

    배도빈은 만 3세에 이미 이러한 경지에 나타나고 말았다.

    말 그대로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 진 느낌이었다.

    ‘천재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

    듣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가슴을 뒤흔드는 곡이라면 작곡가로서 평생에 하나 만들어도 기적이라 여길 텐데 배도빈은 벌써 이러한 수준의 곡을 여럿 발표했다.

    비록 곡을 만드는 속도가 전에 비 해 더뎌졌다고는 하나 매번 변화하는 스타일과 그럼에도 완벽해 보일 정도의 구성력을 생각하면 그마저도 빠르게 느껴졌다.

    거짓이 아니기에 더욱 믿을 수 없는 일.

    마리 얀스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이런 음악가가 아직 발전하고 있다니. 더 듣지 못해 안타깝구나.’

    또한 더없이 아끼는 손자를 떠올렸다.

    배도빈만큼은 아니지만 어렸을 적 부터 뛰어난 음악성을 보였고 음악 만을 해왔던, 거장 마리 얀스가 천재라 부르는 데 망설임이 없었던 아 리엘 얀스.

    ‘부디 그 아이가 좌절하지 않았으면.’

    마리 얀스는 사랑하는 손자 외에도 많은 후배 음악가들이 배도빈으로 인해 좌절하지 않길 바랐다.

    가슴속에 빛나는 재능을 지닌 여러 인재들이 혹여나 배도빈이라는 거대 한 산과 자신을 비교하지는 않을까.

    이해할 수 없는 천재성에 매몰되진 않을까 걱정되었다.

    연주는 마지막에 이르렀다.

    곡의 분위기는 1악장과 달리 생동 감이 넘쳤다.

    이승희의 힘 있는 연주가 절정에 이르렀고 사카모토 료이치의 피아노는 완연한 모습을 드러내 발랄한 몸을 놀렸다.

    배도빈은 피아노와 촘촘하게 얽히니 그 춤사위에 청중들은 점차 감정 이 고조되었다.

    벅차오르는 감동과 함께.

    연주를 마친 세 사람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두 사람과의 연주는 무척이나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사카모토와 이승희 모두 오랜만일 텐데 ‘부활’을 완벽하게 연주해 주었다.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자연스럽게 이승희, 사카모토와 같은 테이블에 자리했다.

    “너 바이올린 놓고 있던 거 맞니?”

    이승희가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그럴 리가요. 쉴 때마다 잡고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휘 준비 하고 곡 쓰면서 더 잘해졌잖아. 요 즘도 안 자고 막 그래?”

    “잠은 조금씩 자는 걸로 충분해요.”

    “껄껄. 젊음이 좋긴 좋구만.”

    사카모토가 얼굴 가득 웃으며 말했다.

    “사카모토도 여전해서 좋아요.”

    “나야 빌헬름과 달리 자기관리를 잘해서 말이지.”

    푸르트벵글러를 보며 웃으니 그가 고개를 팩 하고 돌렸다. 사카모토의 말을 들은 모양이다.

    “늙어가는 건 참으로 슬픈 일일세. 앞으로도 종종 이런 자리를 가졌으면 하네.”

    “그럴래요?”

    사카모토가 오케스트라에 함께해 준다면 그보다 바라는 일도 없을 것 이다.

    나와 함께 번갈아 지휘를 하든, 악장으로 와주든 상임 작곡가로서 있어주든 그가 바라는 일이라면 무엇 이든 맞춰줄 수 있다.

    “음?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가?”

    “네. 사카모토도 분명 좋아할 거예요”

    “껄껄. 무슨 일인지 궁금해지는구 만. 식이 끝나면 천천히 들려주게.”

    사카모토의 말과 동시에 사회자 자 르제가 감사 인사를 전했다.

    “멋진 연주를 들려주신 세 분께 진 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으로 오 늘의 주 무대, 3라운드 대진 추첨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대 위에는 어느새 한 아이가 올 라와 있었다.

    “오늘 추첨에는 올해 크리크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프란츠 페터 군이 도와주겠습니다.”

    꽤 어린 것 같은데 크리크에서 우

    승했다니 조금 관심이 갔다.

    갈색을 띤 곱슬머리가 아무렇게나 뻗어 있고 볼이 통통하다. 이마가 넓고 튀어나왔는데 꼭 버섯처럼 생 겼다.

    잔뜩 긴장했는지 입을 앙다물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귀엽다.

    “안내해 드린 대로 각 악단의 지휘 자께서 알파벳 오름차순으로 추첨을 해주시겠습니다.”

    자르제가 대본 카드를 보더니 곧 마이크에 입을 댔다.

    “멋진 시작이네요. 베를린 필하모닉 B의 배도빈 지휘자, 무대 위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일어나 걷는데 사람들의 시선을 느 낄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평소에도 주목받지 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피하고 싶겠지.’

    상위 라운드로 진출하고 싶은 저들 이 나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 한 일이다.

    “으아아아.”

    꼬맹이와 눈을 마주했는데 녀석이 이를 딱딱 부딪치며 떨었다.

    추울 리가 없으니 아마 긴장한 탓이리라.

    “손을 넣어 공을 꺼내 프란츠 페터 군에게 넘겨주세요.”

    넣자마자 손에 닿은 공을 집어 들었다. 추첨을 도와주는 꼬맹이에게 넘기자 녀석이 손을 심하게 떨며 그 것을 받았다.

    꼬맹이가 공을 위아래로 잡고 돌리 려는데 그만 공을 놓치고 말았다.

    “죄송해요오!”

    이제 고작 10살을 넘겼을까.

    어린아이의 실수를 다들 귀엽게 여기는데 본인만 죽을죄라도 지은 듯 행동했다.

    당장에라도 울 것 같아 보여 다가가 등을 쓸어내리고 공을 같이 들어 주니 녀석이 흠칫했다.

    “배, 배, 배, 배, 배.”

    “괜찮아. 봐. 다들 웃고 있잖아.”

    “배, 배, 배도빈이 나, 날 만졌어.”

    팬이었나.

    그럼 더 상냥하게 해줘야지.

    녀석을 이끌어 무대 가운데로 돌아 온 뒤 공을 함께 열어주었다. 하얀 쪽지가 나왔고 그것을 건네주니 허 락을 구하는 듯 나를 올려다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니 객석을 향해 종이를 펼쳤다.

    “8번. 8번입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으는 3라운드 4번째 순서로 정해졌습니다.”

    8번이라.

    고개를 돌려 대진표를 확인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B라고 적힌 패 왼쪽에는 비어 있고 우측에는 4번 시드를 확보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제르바 루빈스타인이라.’

    어렸을 적부터 그 이름을 접했고 그가 연주한 피아노 앨범은 수도 없이 들었다.

    더욱이 그가 느즈막이 지휘봉을 처 음 지휘봉을 잡은 뒤로는 시카고 심 포니 오케스트라의 팬이 되었다.

    푸르트벵글러와 마리 얀스, 브루노 발터와 함께 이 시대 최고의 지휘자 라 손꼽히는 그와 겨룰 수 있다니 벌써부터 마음이 들뜬다.

    ‘찰스도 회복하겠지.’

    확실하진 않지만 일정이 뒤로 잡혀 서 찰스 브라움에게도 조금은 시간 이 주어진 것도 다행이다.

    결선에서 선보이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한 스트라빈스키의 ‘The Firebir d’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좋아.’

    그리고.

    2번 시드를 받은 베를린 필하모닉 A와 결승에서 만날 수 있는 구조도 썩 마음에 든다.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결과다.

    “수고해 주신 배도빈 지휘자께 감 사드립니다. 다음 순서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입니다. 엘가르 데를 지휘자, 무대 위로 올라와 주시 기 바랍니다.”

    내려와 자리하자 이승희가 능글맞게 웃었다.

    결승에서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쁜 모양이다. 고개를 돌리니 푸르트벵글러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7번. 7번입니다. 첫 대진이 벌 써부터 정해졌군요. 3라운드 4번째 경연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필하모닉 B의 대결로 정해 졌습니다.”

    그때 사회자가 두 번째 추첨 결과를 발표했다.

    무대 정면을 보니 과연 체코 필하모닉이 베를린 필하모닉 B 왼쪽에 자리했다.

    ‘……드보르자크를 준비했는데 체코 필하모닉이라니.’

    모르긴 몰라도 아마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역시 드보르자크를 준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체코가 자랑하는 위대한 음악가이 기도 하면서 엘가르 데를은 드보르 자크의 권위자로 정평이 난 지휘자다.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준 이야 말할 것도 없이 유럽 최고.

    일이 재밌게 되었다.

    나윤희는 기합을 넣는 듯 주먹을 꼭 쥐었고 소소는 관심 없다는 듯 케이크를 먹었다.

    눈을 마주쳤는데 케이크를 권해서 한 입 먹어보니 쌉쌀하면서도 끝에 남는 단맛이 일품이라 대기 중인 웨 이터를 불렀다.

    “모스코바 방송 차이코프스키 오케스트라는 6번입니다. 3라운드 3번째 경연이네요.”

    “런던 심포니, 1번입니다.”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오케스트라, 3번입니다. 3라운드 2번째 순서로 정해지네요.”

    “두 번째 대결이 결정되었습니다.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2번, 런던 심포니와 3라운드 첫 번째 순서입니다.”

    케이크를 먹는 도중에도 추첨식은 계속 진행되었다.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도 좋은 악 단이지만 아무래도 브루노 발터가 이끄는 런던 심포니에는 부족함이 있다.

    아무래도 4강 첫 번째 경연은 빈 필하모닉과 런던 심포니가 될 듯한데, 양쪽 모두 시대 연주를 지양하 고 있는 만큼 흥미로웠다.

    f=

    •u

    s

    s 川!까

    프오 inini에 ne KU o디n:£|>a이

    괘1비><바0 씌>|uKi으:k 아에 •SHi|>KJ

    忠lA쉬OW,rai>어in

    3무印巾(1、”三 스무印旧(8”n H 砂必 서브-

    •화|n|>>aio J아<1으«fi HU&

    w XK)우Afi =포

    0|>

    •위끼〉rnaoh kJ 위스

    •으

    0:!

    r스

    4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