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태어난 베토벤-208화 (208/564)

다시 태어난 베토벤 208화

46. 그 누구도 끄지 못하리라(2)

12월 23일부터 다음 해 1월 7일까 지 이어진 베를린 필하모닉 연말, 신년 연주회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해일이었다.

베를린 필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흥 행으로 기존 일정보다 1주일이나 길 게 연주회를 가졌고 그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베를린 필은 투혼을 발휘하였다.

16일간의 쉼 없는 공연 일정으로 단원들과 직원들의 피로는 극에 달 했지만, 그 과정에서 피어오르는 묘 한 고양감이 그들을 움직였다.

연일 이어지는 언론의 찬사와 매일 경신하는 기록.

그들은 그들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몸을 간지 럽히는 성취감에 달아올라 있었다.

유료 누적 관객 수 380,149,078명 (웹 스트리밍 관객 포함).

총매출액 11억 3천만 달러.

베를린 필하모닉의 순수익 2억 29 50만 달러의 기록을 세운 16일간의 연주회는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 받았다.

지금껏 웹 서비스로 인한 수익은 대부분 광고료였는데 이번 베를린 연주회를 통해 90분에 달하는 연주 만을 듣고자 4달러를 흔쾌히 지불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와 배도빈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강렬한 음악에 본래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었던 이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새 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었다.

말 그대로 천지가 개벽하듯 지금까 지의 클래식 음악업계와는 전혀 다른 미래에 들어선 것이었다.

이제 그 누구도 클래식을 그들만의 문화라 말할 수 없었다.

세계의 중심에 배도빈과 베를린 필하모닉이 우뚝 서 있었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운영진이 그 간 수고한 단원들을 위해 뒤풀이 장소를 마련하였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특별히 초청받 은 업계 인사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었다.

“크하하하! 한스 이안! 맥주 쇼 갑니다!”

“오오! 제법인데!”

“마셔라! 마셔라!”

한스가 500m£ 잔에 가득 담긴 맥 주를 단번에 꿀떡꿀떡 들이켰다.

단원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고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맥주를 보며 눈을 크게, 더 크게 뜨더니 마침내 잔을 모두 비워낸 한스에게 열렬히 환호했다.

“나도 질 수 없지!”

누구보다도 열광하던 마누엘 노이어가 나서 마찬가지로 500mß 잔을 들어 식도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진짜 애들이라니까.”

테이블에 따로 자리 잡고 앉은 이 승희가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소소는 눈을 빛내며 잔뜩 차려진 음식을 꾸역꾸역 먹고 있었고 나윤희는 안절부절못하고 노이어와 한스 가 있는 쪽을 보았다.

“흥! 남자라면 이렇게 마셔야지!”

“오오! 이런 멍청한 생각은 어떻게 한 거냐? 당장 하자!”

“카하하하하!”

맥주 500mß 단숨에 들이켠 두 사람의 경쟁에 팀파니스트 디스카우가 참전, 맥주에 키르슈(브랜디)를 타 마시기 시작했다.

“저, 저러다 큰일 나는 건 아닐까요?”

“뭐 어때. 다들 보름간 쉬지도 못했잖아. 이런 날도 있어야지.”

이승희가 여유롭게 샴페인 잔을 들었고 동시에 그녀의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이승희와 소소, 나윤희가 놀라 뒤돌아보자 한스와 노이어가 쓰러졌고 디스카우가 크게 웃었다.

그러고 있을 때 배도빈이 스테이지에 올랐다.

휘익-

삐 익-

16일간의 주인공 배도빈이 무대에 오르자 단원들이 휘파람을 불어댔다.

“오오! 하는 거야? 하는 거냐!”

“크하하하하!”

케르바 슈타인이 잔과 주스를 들고 무대 위에 올라서 배도빈과 어깨동 무를 했다.

“자자! 모두 잔을 채우십시오!”

그의 말에 시끌벅적했던 사람들이 모두 배도빈에게 시선을 두었다.

케브라 슈타인이 주변을 둘러보곤 말했다.

“작년 한 해 우리는 큰 시련을 겪었습니다.”

단원들의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었던 억울함이 움직였다.

“하지만 우리는 증명해냈습니다. 베를린의 음악이야말로 세계 최고라는 것을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인정했습니다.”

“그렇지!”

“말 잘한다!”

“악장단을 대표해 이 영광을 우리 의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에게 바칩니다.”

케르바 슈타인이 잔을 들어 멀찍이 사카모토 료이치와 함께 앉아 있는 푸르트벵글러에게 향했다.

폭군은 씩 웃으며 잔을 들어 케르 바 슈타인의 말을 받아들였다. 단원 들 모두 푸르트벵글러에게 잔을 내 보이며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연 우리의 보물, 악장 배도빈에게 모두를 대표 해 잔을 따르고자 합니다.”

그가 빈 잔을 배도빈에게 넘기고 오렌지 주스를 채웠다. 그러자 단원 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오늘 같은 날 마셔야지!”

“16살 넘었잖아! 왜 안 마시는 거야?”

“그래! 17살 아냐?”

“마셔라! 마셔라!”

“내가 따라줄래!”

“내가 악장이랑 더 친해! 따를 거 면 내가 따라야지! 케르바 슈타인! 자네 내려오게!”

“단원 중 최고참인 내가 따라야지!

어디 피도 안 마른 놈이 나서?”

“뭐라고? 이 빡빡이가!”

“하하하하하!”

그 모습에 배도빈이 케르바 슈타인 의 주스 병을 잡아 옆에 내려놓았고 주스를 마셔 잔을 비웠다.

그리고 가장 늦게 들어온 단원 디 스카우에게 다가가 잔을 내밀었다.

“수고했어요, 디스카우.”

“캬! 그렇게 나와야지, 악장!”

“호우!”

디스카우가 저알콜의 샴페인을 반 쯤 채웠다.

“이거 납은 없죠?”

“ 납?”

농담이라는 듯 배도빈이 디스카우 의 주먹을 맞부딪친 후 이번에는 푸르트벵글러에게 향했다.

가장 오래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켜 온 폭군은 기분 좋게 그 잔을 마저 채워주었다.

모두 배도빈에게 잔을 따라주고 싶었지만 배도빈의 퍼포먼스가 무슨 뜻을 지녔는지 알았기에 그것으로 만족하였다.

사카모토 료이치가 그 모습을 흐뭇 하게 지켜보았다.

배도빈이 그와도 눈인사를 하고선 몸을 돌려 라운지 가운데로 향했다.

주변을 둘러본 뒤 물었다.

“카밀라, 연말 연주회를 들은 사람 이 몇 명이라 했죠?”

“3억 8천만 명!”

“캬!”

“그렇지!”

환호하는 단원들 사이에서 배도빈 이 귀를 막아 보였다. 그리고 떠들 썩한 그곳에서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했다.

그 행동에 다들 조용해졌다.

조용히 눈을 뜬 배도빈이 말했다.

“귀를 막아도 여러분이 내는 소리는 들을 수 있어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가슴에 전해지는 작은 떨 림으로도 느낄 수 있어요.”

단원 한 사람, 한 사람과 시선을 나누며 배도빈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 누구도 우리의 불을 끄지 못할 겁니다.”

배도빈이 잔을 들었다.

“우리의 음악을 위하여.”

“위하여!”

잔을 단번에 들이켠 배도빈이 스테이지로 올라가 캐논을 켜기 시작했다.

격렬한 연주가 시작되자 회장은 다 시금 활기를 찾았다.

그러자 찰스 브라움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갔다. 거나하게 취해 비틀 대면서도 파이어버드를 들고 배도빈 의 연주에 호흡을 맞추려 했다.

“뭐 하는 거야, 찰스! 엉망이잖아!”

“쟨 도빈이가 바이올린 켤 때마다 저러더라. 말려! 말려! 못 들어주겠네!”

그러나 단원들이 찰스를 끌어내기 도전에 쓰러져 있던 마누엘 노이어

가 캐논의 폭발적인 소리에 깨 비틀거리며 오보에를 찾았다.

“나 빼고 이러면 안 되지. 어?”

“나도! 나도!”

흥이 난 이승희마저 첼로를 들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어느새 술에 취한 나윤희는 단원들 의 환호를 받으며 샴페인을 벌컥벌 컥 마셨다.

다들 엉망으로 연주했고 배도빈마 저 조금씩 술기운이 올라와 연주를 중단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데, 단 원들이 그를 붙잡았다.

“어딜 가려고!”

“그만두면 안 되지. 어이, 이봐! 빨 리들 좀 도와봐.”

“뭐야, 뭐야. 재밌는 거 하려는 것 같은데?”

디스카우가 배도빈을 잡아 들자 사람들이 신을 내서 따라 하기 시작했다. 헹가래를 하려는 단원들의 행동 때문에 배도빈이 당황해서 허우적댔다.

“뭐야! 잠깐! 잠깐만요!”

“으햐햐햐햐!”

“어때? 좋지! 다들 이리 와! 우리 악장 좀 띄어주자고!”

“어지럽다고! 하지 마!”

“하나아. 두우울. 셋!”

“내려! 내리라고!”

“너무 재밌어하는 거 깉'은데? 한 번 더!”

내려달라고 외치는 배도빈이 너무 나 밝게 웃고 있었기에 단원들은 신 이 나서 그들의 보물을 다뤘다.

단원들이 배도빈을 내려놓자 그들 의 악장이 소리쳤다.

“다음은 찰스 브라움!”

“오오! 좋지!”

배도빈의 지명에 모든 단원이 만취한 상태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연주 에 심취해 엉망으로 연주하는 찰스 브라움에게 달려들었다.

영문도 모른 채 단원들에게 잡힌 찰스 브라움은 파이어버드를 빼앗기 곤 비명을 질러댔다.

잠시 후.

떠들썩했던 회장이 조용해졌다. 소 파에 파묻히거나 테이블에 얼굴을 댄 채 자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푸르트벵글러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아홉 시도 안 됐구만 다들 지쳐 떨어지다니.”

“보름간 쉬지도 못하지 않았나. 다들 피곤할 테지.”

사카모토 료이치가 껄껄 웃었다. 단 술을 입에 머금고 풍미를 느낀 뒤 입을 열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네.”

“10년 전만 해도 누가 예상했겠는 가. 클래식 음악으로 수억 명의 사람들이 환호할지 말이야.”

두 거장이 단 한 잔의 술에 취해 헤롱대는 와중에도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배도빈을 보았다.

“저 아이 덕분이지.”

푸르트벵글러의 말에 사카모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자네도 다른 사람들 모두 인 터플레이의 독점 사업을 견제할 생 각을 하고 있었거늘. 도빈 군만큼은 더욱 음악에 집중했지. 결과론적인 말이지만 결국엔 도빈 군의 생각이 옳았던 것 같네.”

“쓸데없는 걱정이었지.”

푸르트벵글러가 물을 마셨다.

사카모토는 모두와 함께 건배를 할 때를 제외하곤 줄곧 물만 마시는 그를 부드럽게 보았다.

“도빈 군의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늘어났고 기존의 팬들은 더 욱 열광하고 있네. 도빈 군은 이미 더 이상 문화 그 자체야.”

“칼이 말해주더군. 어떤 기자가 도빈이를 해일이라 표현했다고.”

사카모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물결이라 표현하기에는 너 무도 거대했다. 팬들의 산 티켓이 그것을 증명했다.

단 16일간의 연주회만으로 11억 3 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

믿을 수 없는, 그간 클래식 음악을 해왔던 이들에게는 비현실적이란 말을 한참 웃도는 수치였다.

지금도 TV 등 각종 매체에서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배도빈에 대해 다 루고 있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 거야.”

“저 아이가 열었지.”

“아직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참으로 다행일세. 그렇지 않은가?”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모르 니 끝까지 함께하고 싶을 뿐일세.”

"..."

두 거장은 배도빈이 어디까지 걸어 가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를 손꼽는다면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일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누구를 뽑을지는 사람마다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할 터 인데.

푸르트벵글러와 사카모토 료이치는 배도빈이 앞으로 더욱 성장한다면, 지금의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가 된 다면 배도빈이 강력한 후보가 될 거 라 생각했다.

그때까지 함께할 수 없는 것이 안 타까울 뿐이었다.

“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그러하니 살아 있을 때 남김없이 타올라야 한다.”

단 한 순간도 두 사람에게는 아쉬 웠다. 그러니 주어진 시간에 더욱 음악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음악 만을 생각했고 그것은 배도빈도 마 찬가지였다.

아름다운 음악을 갈구하는 욕망을 채우기에 그들의 삶은 너무도 짧았다.

배도빈이 연주를 하다 비틀거리며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뭐 하고 이써요?”

“이야기하고 있었네.”

풀린 눈으로 사카모토와 푸르트벵글러를 멀뚱히 보던 배도빈이 두 사람을 잡아끌었다.

“같이해요.”

“음? 허허허허.”

“이 녀석아, 취했으면 어서 돌아가 잠이나 자.”

“취사하게. 빨리. 빨리.”

배도빈의 억지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무대에 오른 두 거장은 오랜만 에 함께 연주를 했다.

깨어 있는 몇 안 되는 단원들은 두 전설의 협연에 취한 와중에도 귀를 열었다.

그렇게 새로운 해가 밝아오기 시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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