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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베토벤-200화 (200/564)
  • 다시 태어난 베토벤 200화

    45. 왕좌(4)

    베를린 필하모닉 B팀과 최지훈의 협연은 여러 반응을 보였다.

    확대 편성을 한 베를린 필하모닉도 좋은 관심사였으나 역시나 화제의 중심은 최지훈과 배도빈이었다.

    연말 연주회 직전에 예정된 배도빈 지휘, 최지훈 독주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두 개의 메이저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최지훈과 조금씩 베를린 필의 왕위를 계승하고 있는 배도빈이었기에 여러 집단과 계층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ㄴ 크. 안 들어도 뻔하다. 듣자마자 졸도할 듯.

    ㄴ 라피협 2번은 레이첼 오베 안네 스가 진짜 대박인데. 베를린 필이랑 최지훈이라니까 이것도 좀 기대된다.

    ㄴ 배도빈이랑 최지훈이 엄청 친하잖아. 케미 장난 아닐 것 같음.

    ㄴ 최지훈이 레파토리가 조금 좁은 편인데 그래도 조금씩 넓혀나가는 게 보기 좋다.

    ㄴ 최근엔 조금 슬럼프인 것 같기도 함. 연주가 거기서 거기임.

    ㄴ 지훈이 아직 20대도 안 됐어ㅋㅋㅋ 슬럼프야 다들 겪는 거고 잘 이겨낼 거임.

    ㄴ 근데 도빈이 베를린 B팀 생긴 뒤 로는 계속 지휘하네. 직위는 아직 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ㄴ 푸벵옹 혼자 A랑 B 일정 소화하 게 하면 노인 학대임.

    ㄴ  난 베를린 필이랑 푸르트벵글러가 잘하고 있다고 봄. 어차피 베를린 필하모닉 차기 지휘자는 배도빈 인데 저렇게 경험 쌓게 해주는 거 지. 단원들과 호흡도 맞춰가면서.

    ㄴ 진짜 왕위계승 중이었던 거임.

    ㄴ 그런가. 푸르트벵글러가 한 최근 인터뷰 보면 칼 에케르트 지휘자에 대해 꽤 많이 언급하고 있음. 솔직 히 배도빈이라 확정된 건 아닌 것 같은데.

    ㄴ 칼 에케르트는 누구임?

    ㄴ 킨 필 객원 지휘자 역할 하다가 토마스 필스 타계 후 로스앤젤레스로 간 지휘자.

    ㄴ 콩깍지 카페에 칼 에케르트를 모 르는 사람이 있네;;

    ㄴ 모를 수도 있지.

    ㄴ 도빈이 크리크 우승하고 빈 필이 랑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D단조 협연했잖아. 그때 지휘했던 사람임.

    ㄴ 아니, 8년 전에 협연한 곡이랑 지휘자까지 기억하는 게 이상한 것 같은데.

    ㄴ 기본 아님?

    ㄴ ㅇㅇ. 기본임.

    한편 덴마크 국영 방송사는 여러 평론가와 교수를 초빙해 현재 화제 가 되고 있는 클래식 음악 소식을 다루었다.

    “미스터 최의 연주는 대단히 낭만 적입니다. 음을 표현하는 데 누구보 다도 적극적이며 그 음색은 유니크 하죠.”

    “정확한 말씀입니다. 첨언하자면 음을 잘 표현한다는 건 곡에 대한 해석 능력이 뛰어나단 뜻입니다. 그 것을 청중에게 전달하는 스킬은 기 본 소양으로 갖췄다는 말이죠.”

    “확실히 최근 대한민국의 피아니스트들의 약진은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최성신, 남궁예건, 손가을, 최지훈까지 2000년도에 들어서고 3대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이들이 차 지한 상만 7개입니다. 최근에는 크 리크 4강에 한국 학생이 두 명이나 포함되었고요.”

    “역시 마에스트로 배도빈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죠.”

    “그렇습니다. 배도빈 이후 대한민국에는 클래식 붐이 일어났습니다. 콩깍지 신드롬이 대표적인 예죠. 대 한민국은 음악 영재를 육성하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 결 과가 지금 조금씩 드러나고 있잖습 니까? 유럽 역시 이를 본받아야 합니다.”

    “글쎄요.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만.”

    “그게 무슨 뜻입니까? 해먼 쇼익.”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훌륭하지만 배도빈 개인에 대해 너무 과대평가 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마치 모두가 현재 클래식 음악계를 부흥시킨 게 배도빈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물론 배도빈이 활동하면서 클래식 음악계가 호전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과관계를 확대해 석하는 듯합니다.”

    “배도빈은 현재까지 40곡이 넘는 신곡을 만들었고 그 음반 판매량은 그 어떤 곡보다 많았습니다. 영화 등의 타 문화에도 연결되어 시장 확대에 기여했음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런 생각이 문제라고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뭐라고요?”

    “두 분 잠시 진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먼 쇼익, 발언 시간은 1분 남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 말하자면 배도빈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 니라 배도빈 때문에 다른 음악가들 이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당장만 해도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배도빈에 대한 칭찬 일색이죠. 미스터 최에 대한 이야기도 결국에는 배도빈의 뛰어남을 칭송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러한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해먼 쇼익의 말에 공감하는 사람도, 그의 말을 ‘그럴듯하지만 결국 엔 배도빈을 견제하고 런던을 밀어 주려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팬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ㄴ 아니, 저 새끼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네.

    ㄴ  배도빈이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정확히 일본 클래식 음반 판매 량이 1.5배가 되었음. 한국은 20배 가 늘었고. 클래식을 가장 많이 소 비하는 북미랑 유럽에서도 1.2배가 증가했는데 뭔 개똥 같은 소리야?

    ㄴ 저거 어제는 런던 심포니 칭찬만 한 시간 동안 했음. 양심이 있으면 시발 평론가 이름 떼라.

    ㄴ 맞는 말 했는데 열폭하죠?

    ㄴ 맞는 말은 개뿔 머리랑 귀는 장식이냐?

    ㄴ 네. 다음 흔한 관종.

    ㄴ 난 솔직히 좀 이해가 안 되는데 해먼 쇼익뿐만이 아니라 런던 쪽에 서 저렇게 개소리들 해대는데 대체 배도빈은 왜 가만히 있음?

    ㄴ ㅇㅇ. 답답해 뒤지겠다. 고소라도 했으면.

    ㄴ 배도빈이 헛소리하는 평론가 무시하는 게 하루 이틀이었냐. 난 그 런 고고한 모습이 더 멋짐.

    ㄴ 그래도 저건 정도가 심하잖아. 암만 개소리라도 저렇게 지능적으로 까 돌리면 진짜 믿는 놈들 생긴다니까?

    ㄴ ㅋㅋㅋㅋ 배도빈이 음악계를 살렸대. 자의식 과잉 오지죠?

    ㄴ 정말이네.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이는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 상주하고 있는 관심병 환자들을 통해 더욱 커 져만 갔다.

    더 이상 갈 곳을 잃은 분노는 터 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이는 그간 일 부 음악계 종사자들만 의식하고 있던 런던파와 베를린파를 나누는 결 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ㄴ 아직도 런던 음악 듣는 흑우 새끼 있냐?

    ㄴ 어디서 질 떨어지는 베를린 빠는 소리가 들리네.

    ㄴ 베를린 필이 질 떨어진댘ㅋㅋㅋㅋㅋ 오느 진짜 세상 막 돌아가네?

    ㄴ 하다 하다 푸르트벵글러랑 베를린 필을 음악으로 까려는 놈들이 생 긴 거 보니 확실히 유입이 늘어나긴 한 듯. 똥물이.

    ㄴ 4살짜리 애가 만든 곡 빠는 수준 하곤ㅋㅋㅋㅋ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과거 음악가들의 곡이 좋겠냐 아 니면 아시아에서 온 눈 찢어진 꼬맹 이 음악이 좋겠냐?

    ㄴ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정신병자가 이해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음악계 거장들이 인정한다. 배도빈이 4살 때 만든 곡 이든 최근에 만든 베를린 환상곡이든 전부 과거 천재들을 뛰어넘는다 고. 배도빈이 괜히 세기의 천재다 인류의 희망이다 불리는 게 아니야.

    ㄴ 인종차별ㅋㅋㅋㅋ 장담하는데 배도빈이 너보다 훨씬 잘생겼어. 타임 즈 안 보냐?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20인에 든 거 모름?

    ㄴ 인종차별이라면서 지는 외모지상 주의 엌ㅋㅋㅋㅋㅋ

    ㄴ 쟤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걸까?

    ㄴ 무시가 답인 듯

    ㄴ ㅇㅇ. 저러면서 인생에 희열 느끼는 불쌍한 친구임.

    이렇게 점점 고조되는 상황을 배도빈의 주변 인물들이 모를 리 없었다.

    배영준과 유진희는 여태껏 느껴보 지 못했을 정도로 크게 화가 났지만 그보다 배도빈이 받을 상처가 걱정 되었다.

    유장혁 회장의 개인 법무팀은 배도빈을 향한 인신공격 및 비방 글을 올린 이들을 찾아내 법적 책임을 엄 중히 요구했다.

    동시에 그들과 인터플레이의 관계를 찾아내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그렇게 법적 대응을 한 이 들 대부분이 인생을 포기하고 그저 인터플레이발의 자극적 언론 플레이를 따라 하여 댓글과 비추천 등의 ‘관심’을 바라는 낙오자일 뿐이었다.

    인터플레이의 이기적 행동이 무지 한 인간들 사이에 이미 깊숙이 퍼졌다는 증거였다.

    유장혁 회장은 최우철에게 사업 추진을 더욱 서두를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한편, 베를린 필하모닉 단 원들도 더는 못 참고 사무국으로 향 했다.

    마누엘 노이어가 나섰다.

    “국장님, 우리도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그런데 이건 아니에요. 인터플 레이의 행동이 도를 넘었습니다.”

    단원 모두가 마누엘 노이어와 같은 마음이었다.

    카밀라 앤더슨이 잔뜩 화가 난 그 들을 보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클래식 음악 협회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그간 평론가 해먼 쇼익에 대해 조사한 자료 도 함께요.”

    카밀라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였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배도빈을 향한 무분별한 비방도 벌써 반년 이상 홀렀고 그 과정에서 베를린을 주축으로 한 반 인터플레이 조직도 만들어 진 상태였다.

    더군다나 세계 클래식 음악 협회라는 조정기구도 생긴 만큼 더 이상 좌시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던 것 이다.

    카밀라 앤더슨의 적절한 대응에 단원들의 화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때 사무국 사무실 문이 열렸다.

    “다들 여기서 뭐 해요?”

    “ 악장.”

    사무실에 들어선 배도빈은 사무국 사무실을 가득 채운 단원들을 의아 하게 보았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들어서 있으니 그 넓은 사무실도 빽빽했다.

    이승희가 배도빈에게 상황을 설명 했다.

    “인터플레이를 압박하자고 건의하 러 온 거야. 국장님에게 어떤 조치 가 취해졌는지 막 들었고.”

    그 말을 들은 배도빈은 고개를 작 게 끄덕이며 필요한 서류를 찾은 뒤 사무실에서 나갔다.

    그 모습에 단원들도 직원들도 조금 은 허탈해졌다.

    “멘탈이 좋은 건지 관심이 없는 건 지. 평소랑 똑같지 않아?”

    “뭐 어때. 믿음직스럽지. 난 저렇게 안 휘둘리고 연주회 준비만 해서 더 믿을 수 있더라. 이런 일이야 우리 앤더슨 국장님이 잘 처리해 주시 고.”

    사무실에 갔더니 사람들이 잔뜩 모 여 있는데 그 이유가 참 불편했다.

    ‘협연이랑 연말 연주회가 코앞인데.’

    단원들이 나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 아서 예전처럼 어쩔 줄 몰라 화가 나진 않지만.

    그래도 그들이 그런 일들에 대해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놈들에 대해선 슬슬 짜증이 쌓였다.

    개가 짖어도 적당히 짖어야 할 텐 데 일하는데 옆에서 계속 왈왈대니 무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법.

    그러나 우선은 팬들을 위해 최지훈 과의 협연과 연말 연주회를 완벽하 게 준비해야 한다.

    그보다 중요한 일은 없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달래고자 슈퍼 슈바인으로 향했다.

    “오, 어서 오렴.”

    슈퍼 슈바인의 주인 김덕배가 반갑 게 맞이해 주었다.

    “슈니첼 특제 카레랑 탄산 넣은 오 렌지 주스요.”

    “이런. 특제 카레는 방금 막 주문을 받았는데 말이야.”

    김덕배가 안타까운 듯 고개를 돌렸고 그의 시선을 따라가자 나윤희가 있었다.

    “어? 누나도 여기 알아요?”

    “응. 달래가 맛있다고 해서 와봤어. 사, 사장님, 특제 카레는 도빈이한테 주세요. 저는 버섯 카레 주시면 돼요.”

    나윤희의 말에 김덕배가 눈썹을 들 며 턱을 잡아당겼다. 어떻게 할 거 냐고 묻는 표정이다.

    “아니에요. 늦었으니까요. 기본 카 레에 파 많이 올려주세요.”

    주문을 하곤 나윤희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달래는요? 전화도 안 받던데.”

    “아, 오늘은 아파서 쉰대. 감기 걸렸나봐.”

    “많이 안 좋아요?”

    어렸을 때 배영빈이 보던 일본 만화에서 바보는 감기에 안 걸린다고 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그렇진 않은데 다음 주에 작게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대. 목 상태 관리하려고 조금 아플 때 쉬려나 봐.”

    “좋은 생각이네요.”

    자기관리를 하는 듯하니 조금 기특 해져서 카레라도 포장해 갈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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