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태어난 베토벤-181화 (181/564)

다시 태어난 베토벤 181화

41. 무뚝뚝한 비올라와 찌질한 바이올린 (1)

뉴튜브 일일 최다 조회 수 영상 (5,800만 명).

뉴튜브 조회 수 최단 시간 1억 달성.

뉴튜브 누적 조회 수 8억 달성 (2022년 6월 13일 기준).

실황 블루레이 판매량 최단 시간 10만 장, 20만 장, 30만 장 달성.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베를린 필하모닉의 특별 자선 연주회가 가지는 의의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부담 없는 티켓 값과 공감 하기 쉬운 음악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

둘은 인터플레이 아래 2010년대 후반부터 유럽 클래식 음악계를 장 악하기 시작한 런던발 오케스트라의 독주를 막아냈다는 점이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한 기존 조류 와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체 코, 한국, 일본,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물결이 부딪히는 일은 이제 시간문제라 여겨졌다.

클래식 음악계 종사자들은 이 두 세력을 각각 런던파와 베를린파로 명명해 부르기 시작했고.

이들조차 고전을 지키려는 런던파 와 개혁을 해나가려는 베를린파로 나뉘어 매일같이 주장에 주장을 거 듭했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는 그의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 사카모토 료이치를 만나 불평을 털어놓았다.

“빌어먹을 놈들. 정신 상태가 썩어 빠졌어.”

“껄껄. 왜 그리 화가 나 있는가.”

“자네는 저치들의 주장이 우습지도 않은가. 새로운 음악을 배제한다면 어떤 발전이 있겠느냔 말이야.”

사카모토 료이치가 웃었다.

그 누구보다도 전통주의를 외쳤던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이런 말을 할 줄이야.

배도빈과 함께하면서 친우는 여러 모로 달라졌다.

“그러고 보니 빈 필하모닉도 함께 한다 들었네만.”

“그나마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거지.”

“하하하하!”

푸르트벵글러가 소리내어 크게 웃는 사카모토를 보며 인상을 썼다.

“뭐가 웃겨?”

“그렇지 않은가. 도빈 군과 함께한 곳이 여러모로 바뀐 듯하니. 자네 못지않게 전통주의를 표방했던 빈일 진대. 나는 지금의 변화가 참 보기 좋네.”

“••••••끄응.”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불편한 듯 앓는 소리를 냈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무엇이.”

“도빈 군 말일세. 자네도 자선 연주회 준비하면서 느꼈겠지만 도빈 군의 초기 곡은 나무랄 데 없이 완 벽한 빈 고전파의 음악이었잖은가.”

“음. 아주 훌륭하지.”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 베를린 환상곡 같은 경우에는 이름 형식의 교향곡 도 가능하구나 싶기에 이르렀지.”

“하고 싶은 말이 뭔가.”

“마치 한 사람이 음악사를 아우르는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었네.”

푸르트벵글러는 사카모토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새로운 음악사조가 나타난다 면 가장 앞에 걸어갈 인물은 배도빈 이외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 아이에게는.”

푸르트벵글러가 운을 뗐다.

“음악가로서의 영혼이 함께하고 있네. 언젠가는 위대한 바흐와 베토벤 과 같은 인물이 되겠지.”

푸르트벵글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사카모토의 눈에 그것은 마치 의지를 다지는 모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너무나 뛰어난 탓에 적이 너무 많아. 인터플레인지 뭔지 하는 놈들도 그렇고. 앞으로도 도빈이를 괴롭힐 놈들이 생길 걸세.”

“그것으로부터 지켜주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니겠나.”

“……지켜야지.”

두 거장은 인류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 만든 계약서를 보았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마리 얀스,

사카모로 료이치, 제르바 루빈스타 인 등 현 클래식 음악의 최고 거장 과 한스 짐, 미카엘 블레하츠, 가우왕 등의 중견급 인사들의 모임.

이번 베를린 필하모닉의 특별 자선 연주회 수익이 모두 가난한 음악가 들을 후원하는 데 사용된 것처럼.

뜻있는 음악가들이 음악인들의 권 리를 스스로 보호하고 주장하며 또 잘못된 음악해석에 대해 비판하는 단체를 만든 것이었다.

지훈

아버지께서 의도적인 움직임이라 하셨는데 정말이었네.

채은

진짜 그 아저씨들 미친 거 아냐? 쇼익인지 뭔지 하는 아저씨 평론 진 짜 너무 어이없는 거 알아?

지훈

그러니 말이야. 음악만 하기에도 벅찬데. ㅠㅠ

최지훈과 채은이가 단톡방에서 열심히 분풀이를 하고 있다.

최지훈 역시 인터플레이로부터 독 점 계약 제안을 받았던 모양.

아버지 최우철은 인터플레이와의 독점이 최지훈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았고.

사업가적 역량을 발휘, 적은 정보 로도 ‘런던파’와 ‘베를린파’로 분열 된 클래식 업계에 대해 눈치챈 듯했다.

그에 대해 최지훈이 내게 물었고 아는 대로 답해주자 그것을 본 채은 이는 있는 대로 화를 냈다.

채은

진짜 어이없어. 왜 이렇게 시야가 좁아? [링크]

채은이가 해먼 쇼익의 헛소리를 링크로 올렸다.

채은

결국 말하는 건 빈 고전파의 음악 만 옳다는 거잖아. 그럼 그 뒤에 음악은 왜 하는데?

지훈

그러게.

채은

평론을 한다는 사람이 이딴 말이나 할 줄은 정말 몰랐어. 나도 베토벤 음악 정말 좋아하지만 베토벤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거기에 매몰되어 서 오빠 음악은 저급해졌다니. 아, 진짜 개빡치게 하네.

지훈

나도 인터플레이와 계약하는 일은 없을 거야. 클래식을 지키기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결국 돈을 위한 거잖아. 치졸해.

채은

안 되겠다. 영어를 배워야겠어. 저런 인간들은 혼 좀 나 봐야 해.

어려서부터 내게 이런저런 말을 들 어서 그런지 채은이는 내 입장과 꽤 비슷한 위치에서 말을 조리 있게 했다.

지금이라도 녀석이 다시 피아노를 하면 좋겠지만 본인이 선택한 길이 기에 아쉬움을 표할 순 없었다.

그 길을 잘 걷고 있으니 더더욱 말이다.

베를린 환상곡에 대해 분석한 채은 이의 글은 내 의도가 어떠했는지 곡 의 흐름 속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어딘지 잘 정리했는데.

내가 읽어도 내 음악을 듣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이 느껴져서 무척 기뻤다.

한국에서는 꽤 인기 있는 것 같은 데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큰 시장 에서는 언어의 벽이 있었기에 그리 알려지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변화가 아무래 도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 모양 이다.

팬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아해 주어 한 달 뒤 다시 한번 연주회를 준비했는데 이번에는 공지를 올리자 마자 매진이 되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만난 히무라와 나카무라는 고여 있던 클래식 음악 팬이 늘 어날 거라 기대했다.

내게도 반가운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잘된 일이 지.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영화랑 네 음악이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

한 사람의 추억이 될 수 있다니.

퍽 멋진 일이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유럽을 잇는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 독일에 방 문한 히무라와 나카무라.

사카모토 료이치와 마찬가지로 숙 소를 따로 잡지 말고 게스트룸에 머 물 것을 제안했는데 오랜만에 그들 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이 두 사람의 지원과 관심이 없었더라면 내가 이렇게 빨리 자리 잡을 수도 없었을 거다.

“그러고 보니 베를린 대학생이라 며? 대단한데?”

“아, 그래. 대학에선 뭘 배우는지 좀 말해봐.”

바빠서 못 갔다.

“등록은 했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못 갔어요. 최근에는 자선 연주회도 있었고.”

“훌륭한 학생은 아니었네?”

나카무라의 말에 다들 한 번 웃었다.

히무라가 찐 감자를 집어 들고는 말했다.

“그래. 너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악장으로서 배워야 할 것은 베를린 필에서 익힐 수 있을 테니까.”

“같은 생각이에요. 다만.”

“ 다만?”

“호기심이에요.”

지금은 그 수많은 천재가 함께 있던 시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또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브람스와 드보르자크는 어떻게 살았을까.

훨씬 다양해진 실내악의 악기 구성 이라든지 등등 일반적인 과정을 뛰 어넘은 나로서는 알기 힘든 부분을 채워 넣고 싶었다.

단원들은 모두 아는 내용인데 지휘를 할 내가 모른다는 것도 말이 안 되며 그런 위치가 없더라도 내 지적 허영심을 달래야 했다.

히무라와 나카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눈치였지만 사카모토는 도진이에 게 밥을 먹여주며 웃었다.

“료코가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쉽게 됐네.”

료코라면 나카무라의 딸이다.

두세 번 만난 적 있는데 낯을 많이 가리던 걸로 기억한다. 이시하라 린을 통해 비올리스트가 되었음은 들었기에 물었다.

“뭘 기대해요?”

“어? 말 안 했었나?”

나카무라가 의외라는 듯 말했다.

“베를린 대학 다니고 있어. 비올라 전공으로. 음대라서 너랑 같은 수업은 없겠지만 친하게 지내줘.”

나카무라가 딸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에서 음악을 배우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는 것 과 장학생으로 입학했다는 등.

료코에 대해 말하는 나카무라는 무 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베를린 필하모닉에 들어오라고 해요.”

“그러지 않아도 그러고 싶은 거 같은데 통 속마음을 안 드러내니까 말 이야. 그리고 아직은 어렵지 않을까?”

만성적인 인력난에 허덕이는 베를린 필하모닉으로서는 인재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다.

‘그러지 않아도 단원을 뽑자고 이 야기가 나왔으니까.’

최근 여러 일로 인해 재정이 안정 화된 베를린 필하모닉도 단원들의 복지와 연주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을 뽑고자 준비하는 듯한 데 그 기회를 잘 노리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음 날.

오랜만에 시간이 주어져 학교에 가보고자 준비했다.

졸업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지만 요즘 대학생들이 어떤 공부를 하는 지 조금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잘 다녀와.”

“네. 밥은 먹고 올게요.”

“그래. 도진아, 형아한테 인사해 줘 야지.”

도진이는 아직 졸린 모양이다.

어머니 품에 안겨 눈을 못 뜨고 손만 흔들 뿐이다. 도진이의 뺨에 입을 맞춰준 뒤 베를린 대학으로 향했다.

‘왜 이렇게 지어놓은 거야?’

베를린 대학은 주요 건물이 미테에 퍼져 있어 다니기에 상당히 불편하 게 느껴졌다.

건물은 꽤 고풍스러움이 느껴졌는 데 에스컬레이터와 강의실마다 개인 PC가 있던 한국 초등학교에 비하면 확실히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니. 할아버지 학교라서 달랐던 건가.’

외할아버지와 함께하면서 정상적인 기준이 무너져 버려 잘 모르겠다.

그렇게 음악사 수업을 듣기 위해 백색 외벽과 붉은색 지붕의 건물로 들어가는데 아는 얼굴을 보았다.

찰스 브라움이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들었는데 그가 고개를 돌렸다. 분명 눈을 마주쳤는 데 무시하는 듯해 몹시 불쾌해졌다.

쫓아가서 그의 등을 때리니 그제야 아는 척을 했다.

“무슨 짓이야?”

“왜 모르는 척해요?”

“너야말로 왜 이런 데 있는 건데?”

“여기 학생이에요.”

“……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브라움도 여기 다녀요?”

“내가? 난 여기 겸임 교수야.”

그러고 보니 찰스 브라움이 독일어를 이렇게 잘하는 이유가 이 때문인 듯하다.

“바이올린 가르치는 거예요?”

“그래. ……설마 음대는 아니겠지? 아 니, 음대가 아닌 게 더 이상한 건가.”

“아니에요. 처음 와서 지리를 잘 모르는데 이 수업 어디서 하는지 알 려줄 수 있어요?”

"응."

친구가 생겨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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