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태어난 베토벤-171화 (171/564)
  • 다시 태어난 베토벤 171화

    38. 노력하는 사람(5)

    【베를린 필하모닉 악장 오디션 1차 전 결과 발표! 배도빈 합산 100점, 찰스 브라움 합산 95점]

    【배도빈, “찰스 브라웅의 연주는 최 고였다. 그의 바이올린은 그 어떤 연주자보다 섬세했고 파이어버드의 음 색은 아름다웠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참가자의 수 준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배도빈, 찰스 브라움, 제임스 파슨스가 특출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악장 오디션을 찾은 가우왕, “안 봤다니까 왜 자꾸 물어?” 인터뷰 태도 논란!]

    전 세계 음악 팬들의 관심을 집중 시켰던 베를린 필하모닉 악장 오디 션 1차 결과가 발표됨으로써.

    배도빈의 왕위 계승은 더욱 확실시 되었다.

    언론은 배도빈이 베를린 필하모닉의 최연소 악장이 될 것이라는 기록 보다는 사실상 차기 상임 지휘자가 될 것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음악계 종사자들은 배도빈 과 찰스 브라움의 연주에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배도빈의 힘있고 격렬한 연주와 찰스 브라움의 섬세하고 정교함은 여 러 사람에 의해 분석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월간 관중석의 이필호 편집장과 칼럼니스트 차채은이 공동 집필한 ‘대포와 불새’는 영어와 독 일어로 번안까지 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제 막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차채은은 배도빈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과 찰스 브라움의 베토벤 바이올린 10번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하여 음악가, 음악 평론가,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악장 오디션 2차 전은 참가자의 곡 해석 능력과 지휘력을 확인하는 장이었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의 고집으로 이루어진 이 무지막지한 스케줄에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은 매일 참 가자들이 선택한 베토벤의 교향곡 3, 5, 7번 중 하나에 대해 미팅을 가져야 했다.

    그 과정에서 홀로 3일이나 할애한 배도빈에 대해 단원들은 난색을 표하였다.

    “도빈아, 이제 괜찮은 것 같은데.”

    “그래. 우리도 충분히 이해했어.”

    배도빈의 설명을 듣다 참다못한 단 원들이 나섰지만 그는 상냥하게 웃으며 단원들을 달랬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 오늘은?”

    “내일은 4악장을 좀 더 보도록 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으니까.”

    배도빈의 이 고집스러운 완벽주의는 오디션 진행에 지장이 생길 정도였으나.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던 베를린 필로서는 딱히 미팅 시간을 제 제할 근거가 없었다.

    결국 나홀이나 이어진 배도빈의 ‘강연’에 베를린 필하모닉은 녹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베를린 필하모닉 악장 오디션 2차 전 시작. 30분간의 프로그램을 지휘한 참가자들.]

    [베를린 필하모닉과 배도빈 불화설】

    【베를린 필하모닉. 누가 악장이 되 면 좋겠냐는 질문에 비올라 수석 에 리히 피크, “도빈이만큼은 안 돼요. 그는 우리를 죽이려고 하고 있어요.”]

    【베를린 필하모닉 악장 오디션 2차 전 일정 확대】

    【배도빈의 미팅 지연에 따른 참가자 자니 갤럭키의 발언, “저렇게까지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저건 배도빈에 게도 고역일 것이다.”】

    【카밀라 앤더슨, “배도빈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미팅이 길어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마누엘 노이어, “빌어먹을 꼬맹이.”]

    【한스 이안, “베를린 필하모닉은 완 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잘하고 있는 데 왜들 난리야? 조용히 기다려.]

    처음에는 배도빈에게만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다는 비난의 여론이 있었지만.

    참가자와 베를린 필하모닉의 반응 이 올라오면서 이내 사그라졌다.

    베를린 필하모닉에 대한 동정 여론 이 생김과 동시에 배도빈의 집착에 가까운 완벽주의를.

    정작 베를린 필하모닉의 팬들은 기 꺼이 환영하였다.

    “푸르트벵글러의 뒤를 이으려면 저 만한 고집은 있어야지.”

    “암.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하는 사람이 대충일 수 있나. 벼락 맞아 뒈질 일이지.”

    “허허. 자네의 그 더러운 입에서 옳은 소리가 나오다니. 별일이구만.”

    그렇게 어렵사리 다시금 악장 오디션이 진행되었고.

    결과는 모두가 예상하던 대로 이루어 졌다.

    【배도빈, 악장 오디션 2차전에서 베토벤 교향곡 7번 지휘. 암스테르담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마리 얀스, “최고의 축제였다.1

    【사카모토 료이치, “배도빈의 베토벤 은 언제나 충격적이다. 그가 지휘하는 베토벤 교향곡은 지금까지 없었던, 우리가 찾지 못했던 면모를 들려 준다. 하루 빨리 그가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려주길 바란다.”】

    【제르바 루빈스타인, “폭군의 시대 가 지나고. 베를린에 마왕이 손을 뻗쳤다. 배도빈의 베토벤과 브람스를 기대한다.”]

    【사카모토 료이치, 제르바 루빈스타 인의 발언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발 끈! “내가 있는데 누가 지휘를 한다는 거야!”]

    2차전까지 종료된 상황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악장 자리를 가시권 안에 둔 사람은 총 4명이었다.

    198점의 배도빈이 전체 1위였고.

    191점의 찰스 브라움이 그 뒤에 랭 크되었으며 자니 갤러키와 제임스 파 슨스가 188점으로 경쟁하고 있었다.

    한편 1차전 연주에서 배도빈, 찰스 브라움, 제임스 파슨스 뒤에 4위에 랭크될 정도로 훌륭한 연주를 들려 주어 한국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나윤희 바이올리니스트는 2차전에서 평균 점수를 획득하며 오디션 우승 권에서는 멀어져 아쉬움을 샀으나.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의 눈에 띄어 공석이 될 예정인 제2바이올린에 재응시 권유를 받았다.

    2차전 점수를 확인하곤 인상을 썼다.

    이해할 수 없는 채점에 푸르트벵글러와 베를린 필하모닉에 불만이 생긴 것이다.

    “왜 그렇게 뚱해 있는가.”

    2차전 시작하기에 앞서 베를린에 놀러온 사카모토가 슬쩍 물었다.

    “만점이 아니에요. 사카모토도 들었잖아요. 제가 지휘한 7번은 완벽 했다고요.”

    “하하하! 단원들에게 미움을 산 적 이라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럴 리가요. 다들 절 좋아한단 말이에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예전처럼 윽박지르지도, 물건을 던 져서 머리를 깨지도, 정강이를 걷어 차지도 않고.

    상냥하게 대했으니 나를 싫어할 리는 없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서 고민하 다가 직접 물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마침 배영빈과 관련한 일이 떠 올랐다.

    “사카모토, 혹시 예전에 지구방위 대 가랜드 OST 작업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지. 아주 재밌는 애니메이션 이었다네.”

    “사촌형이 그걸 따라 만들었는데 한번 봐줄래요?”

    “음? 만들다니. 무엇을 말인가. ……아니, 이걸 혼자 만들었다고? 지금 그 사람 뭐 하고 있나?”

    “그림 그리고 있을걸요?”

    “당장 어디든 출품을 해야지. 이렇게 재능을 썩히고 있으면 되는가.”

    옳은 말이다.

    재능은 끊임없이 갈고닦아 세상에 표출되어야만 한다.

    고맙게도 사카모토는 지구방위대 가랜드를 실질적으로 작업한 한국 기업에 대해 알려주었고.

    배영빈에게 그 회사에 이메일을 보 낼 것을 권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 구인 공고도 안 했는 데 막 보내도 될까?

    “답답한 소리하고 있네. 빨리 보내 봐. 무시하는 것도 연락하는 것도 거기서 할 일이지. 형에 대해 모르 면 그 사람들은 그조차 못 하잖아.”

    -그건 그렇네. ……고마워. 3차전 준비는 잘 되고 있어?

    “걱정 마.”

    -걱정 안 해. 너라면 분명 대단한 일을 또 할 테니까. 응원할게.

    확실히 예전과 좀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듯 불안했던 목소리가 아니라 조금은 안심했다.

    아마 본인이 만든 애니메이션에 대 한 우호적인 반응이 배영빈에게 자 신감을 주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만 잘까.’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

    내일은 드디어 베를린 필하모닉 악 장 오디션의 마지막 날이다.

    다음 날.

    3차전 과제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찰스 브라움이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일이에요?”

    “축하한다, 베를린의 악장.”

    “발표는 아직이에요.”

    “하지만 너도 나도 알고 있잖아. 누가 이겼는지.”

    찰스 브라움이 씁쓸하게 웃었다.

    “승패가 그렇게 중요해요?”

    “••••••뭐?”

    “베를린 필하모닉이 날 선택했을 뿐 이에요. 당신에게도 당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팬이 있을 거 아니에요.”

    찰스 브라움이 가만있기에 말을 이었다.

    “나도 당신의 바이올린이 최고라 생각해요. 그러니 그런 찌질한 표정 하지 말아요. 당신의 바이올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실례니까.”

    내 말을 들은 찰스 브라움이 웃었다.

    “하. 하핫. ……이거 한 방 먹었는데.” 그러고는 눈을 감더니 숨을 길게 내쉬고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언젠가 또 한 번 같은 무대에 서 길 바랄게.”

    “ 언젠가?”

    “그래. 별로 내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사람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차라리 예전의 건방 떨던 때가 나 은 것 같다.

    “연락할게요. 꼭.”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찰스 브라움이 작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베를린 필하모닉 악장 오디션 장장 6주간의 대장정 종료!]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지원자에게 감사한다. 기다려 준 팬들에게 감사한다. 곧 최고의 무대를 준비하겠다.]

    【배도빈 우승! 베를린 필하모닉 악 장으로 발탁!]

    【찰스 브라움. “그는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천재다. 그의 음악적 세계는 광활하며 파고 들어갈수록 감탄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졌다. 그가 베를린 필하모닉의 악장이 되 어 기쁘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팬이 될 것 같다.”]

    [배도빈. “당연한 결과.”]

    【베를린 필 바순 수석 마누엘 노이 어. “새 악장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배도빈이 오디션에서 최종 우승을 함으로써 그간 장난스럽게 인터뷰에 응했던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은

    진심으로 새 악장을 반겼다.

    배도빈이 아무리 집요하고 연주자 들을 들들 볶더라도 그것이 보다 아름다운 연주를 위해서라면.

    베를린 필하모닉은 기꺼이 그에 응 하였다.

    폭군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베를린 필하모닉에서만 20년 넘게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그들의 자부심.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이자 세계 최고의 연주를 한다는 자부심 덕분 이었고.

    그것은 그 어떤 조건보다도 앞섰다.

    런던과 암스테르담 그리고 빈까지.

    최근 들어 타 악단에 비해 조금씩 밀리고 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이 배도빈이란 천재를 필요로 하는 만큼.

    배도빈 역시 그 어떤 오케스트라보다 베를린 필하모닉을 우선했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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