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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베토벤-166화 (166/564)

다시 태어난 베토벤 166화

37. 귀찮은 불새(2)

베를린 필하모닉의 악장 선발 오디 션은 전 세계 유명 음악가, 음악 팬 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다.

지난 몇 년간 니아 발그레이의 공 석은 비워져 있었고 많은 사람이 후 임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했지만, 베를린 필하모닉은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었다.

니아 발그레이에 대한 예우다.

폭군의 눈에 드는 인재가 없기 때 문이다.

여러 말이 있었지만 2022년을 맞이해 발표한 악장 선발 오디션은 단 하나의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배도빈이 돌아오고 한 달.

지난 한 달간 있었던 일들이 모두 배도빈이 차기 악장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ㄴ 대놓고 밀어주는데?

ㄴ 낌새가 그렇게 보이더니 결국엔 정말 저렇게 가네.

ㄴ 그렇다고 해도 공개 오디션인데 밀어준다고까지 표현할 일인가 싶다. 어차피 실력순으로 뽑는 거잖아.

ㄴ 의미가 다르지. 배도빈이 정식 단원이 될 때까지 자리를 비워놨다는 거 아니냐.

ㄴ 도빈이 너무 멋있다 ㅠㅠ

ㄴ 초고속 승진이네. 아무리 실력 위주의 단체라곤 하지만 너무 밀어 주는 거 아닌가?

ㄴ 왜 다들 배도빈이 악장이 될 거라고 가정하고 말하는지 모르겠네. 떨어질 수도 있잖아.

ㄴ 윗댓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배도빈이 작곡가나 피아니스트로서는 성공했지만 콘서트마스터란 위치는 조금 다름.

ㄴ 헛소리하고 앉았네. 배도빈이 누군데? 지금까지 배도빈 걱정하는 말 중에 맞았던 말은 건강 문제밖에 없었음. 10살도 되기 전에 세계 제패 했는데 월 걱정하는 거임?

ㄴ 오케스트라는 다름. 배도빈이 아무리 천재라도 그 나이에 한 집단을 통솔해야 하는 게 쉬운 일일까?

ㄴ 베를린 필하모닉이랑 배도빈이 연을 맺은 시간이 벌써 10년임. 그간 떠난 사람도 새로 들어온 사람도 있고 공백도 많았지만 양쪽 다 서로 에 대해 좋은 말만 했었음.

ㄴ 베를린 필이 배도빈 챙겨 주는 것만 봐도 답 나오지 않냐?

ㄴ 솔직히 쟁쟁한 연주자, 그것도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오케스트라에서 지도자가 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듯.

ㄴ ㅇㅇ.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런 문제는 베를린 필이라서 해결이 됨. 오래 함께했으니까.

ㄴ 콘서트마스터가 되는 건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그 뒤가 좀 걱정됨. 솔직히 나보다 적 게는 스무 살, 많게는 마흔 살도 차 이 나는 0^0| 말을 들어야 하는데 그거 어지간한 사람이면 불쾌할 수 밖에 없음.

ㄴ 그런가?

ㄴ 생각해 보면 그전까진 친하게 지 냈어도 한참 어린아이가 콘서트마스터가 되었는데 자꾸 지적받아. 신경 쓰이게 되겠지. 더군다나 본인도 베를린 필에서 수십 년간 연주했던 톱 수준의 연주자면 더 그렇겠지.

ㄴ 틀려서 지적받으면 고쳐야지. 그 런 마인드 가진 인간이면 나가 죽어 야지. 베를린 필에도 종양임.

ㄴ 답답하네. 모든 사람이 인격자냐?

ㄴ 뭐, 내가 틀린 말 했냐?

ㄴ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움직이면 싸움은 왜 나고 전쟁은 왜 하는데?

ㄴ 노답한테 노답이라 했다고 되게 뭐라 하네. 사람이 상식적으로 살아 야 할 거 아니야~

ㄴ 넌 왜 부모님이 공부 좀 하라고 그 러면 짜증 내냐? 옳은 말씀하시는데.

ㄴ 네 맞았죸ㅋㅋㅋ

ㄴ 가족은 건들지 말자. 좀.

ㄴ 야, 헛소리들 말고 기사 봐라. 배도빈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빅잼각 떴다. [링크]

ㄴ ?

ㄴ 찰스 브라움이 갑자기 왜?

ㄴ 헉 찰스 브라움도 참가 의사 밝혔네;;

ㄴ 걔가 뭔데 난리임? 배도빈보다 유명함?

ㄴ 유명한 걸 어떻게 비교하냐? 아 무튼 현재 활동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중에선 톱이라고 알려짐. 몇 년 전 에 각성해서 이제는 거장으로 취급 받고 있음.

ㄴ 가우왕처럼?

ㄴ ㅇㅇ. 근데 쟤도 가우왕처럼 좀 재수 없는 스타일임.

ㄴ 근데 그렇게 잘 나가는 애가 왜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마스터가 되 려 하는데? 저기 연봉이 암만 많아도 개인으로 버는 돈보다는 적을 텐데.

한국 팬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음악 팬들이 배도빈과 찰스 브라움 중 누가 베를린 필하모닉의 콘서트마스 터가 될지 관심을 가졌다.

찰스 브라움의 모국, 영국에서는 이미 성공한 바이올리니스트가 굳이 콘서트마스터로 활동한다는 데 의문을 가지면서도.

그것이 왜 하필 런던 필하모닉이 아니라 베를린 필하모닉인지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

“찰스 브라움이 베를린에?”

“아, 너도 봤냐?”

“어. 별일이네. 그 나르시시스트가 어디에 속할 생각을 다 하고.”

“그러니까 말이야. 게다가 배도빈도 있는데 괜히 나갔다가 망신만 당 할 거 같은데. 왜 예전에 가우왕처 럼 말이야.”

팬들만큼이나 음악가들 사이에서도 찰스 브라움의 베를린 필하모닉행은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언론은 당연히 찰스 브라움의 결정에 대해 물었고.

찰스 브라움은 진지하게 답했다.

“많은 분께서 제 결정을 의아하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너무도 중요한 일입니다.”

평소 자아도취적인 태도와는 전혀 달랐기에 사람들은 그가 이번 오디션에 얼마나 진지한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다 한 언론사가 찰스 브라움이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마스터 오디션을 보는 이유에 대해 추측성 기사를 냈고.

그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큰 관심을 얻었다.

【찰스 브라움이 베를린으로 향한 까닭】

찰스 브라움. 이 영국 왕가 출신의 84년생 바이올리니스트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줄리어드를 졸업한 그는 고향 땅 런 던 필하모닉에서 3년간 재직하였고 곧 독립, 세계무대를 상대로 개성 있는 연주를 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그의 현란하고 매력적인 보잉은 슈 트라디바리우스 파이어버드의 음색을 최고조로 끌어올렸고.

그 결과 찰스 브라움에게 세계 최 고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명예를 거머쥐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가 베를린으로 향한다고 발표하였다.

모든 것을 이룬 그는 대체 왜 베를린으로 향하려는 것일까?

필자는 최근 그에 대해 조사하던 과정에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파이어버드가 7년 전 두 음악가 사 이에서 운명을 달리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시 런던의 한 경매장에는 찰스 브라움 외에 배도빈이 함께 있었고 심지어 시연까지 하였다는 사실.

두 음악가는 다른 결정을 내렸는데.

파이어버드를 구매한 찰스 브라움 은 바이올린의 황태자란 이름에서 당당히 제위에 올랐고.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경매에 참가 하지 않았던 배도빈은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의 제2바이올린 부수석 주 자로, 그 유명한 ‘캐논’을 보유하게 되었다.

차기 악장으로 베를린 필의 적극적 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배도빈이 참가 하는 오디션.

찰스 브라움이 굳이 그곳에 참가하 려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호사가들 로부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스트라디바리우스 VS 과르네리 델 제수’이자.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VS 21세기 최고의 천재’.

동시에 ‘황제와 마왕(루시퍼)의 대결’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과 같은 기사가 퍼져나가니 한 스 브라움에 대한 평은 부정적으로 변하였다.

본래 특유의 나르시즘을 가지고 있었기에 팬만큼이나 안티도 많았는데, 그 와중에 억지를 부린 이번 베를린행의 이유가 대충 예상되니 비 난을 피할 수 없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마스터 오 디션을 마치 사적인 승부심을 태우는 곳으로 여긴다는 이야기를 비롯 하여, 찰스 브라움이 정녕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활동하고 싶은 건지에 대한 진정성도 문제로 제기되었다.

“저거 단순히 배도빈하고 한번 붙어보고 싶다는 뜻 아님?”

“자기가 더 낫다고 말하고 싶은 거 같은데. 좀 오버하네.”

“최근 몇 년간 실력이 정말 좋아져 서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인성은 나아지질 않네.”

심지어는 찰스 브라움의 가까운 지 인들까지 오디션 참가를 말리게 되었다.

“여론이 너무 안 좋다. 꼭 베를린 필로 가야 하냐? 너 런던 필도 마음에 안 든다고 나왔잖아.”

“배도빈하고 누가 더 나은지 가리 고 싶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대체 나가서 네가 얻는 게 뭔데 그 래?”

그러나 찰스 브라움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해를 바라지 않아. 그만둘 생각 도 없고.”

그렇게 모든 이로부터 이해받지 못 하고 홀로 남은 찰스 브라움은 한 달 뒤에 예정된 오디션에 집중했다.

그는 단지 증명하고 싶었다.

왕족으로서 미남이자 뛰어난 음악 가로서 항상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는 자신을 보지 않는 천재에게 증명 하고 싶었다.

본인의 연주와 파이어버드의 아름 다운 음색을 들려주고 싶었다.

‘어유, 찌질해.’

‘나이 먹고 왜 저래?’

‘굳이 저래야 하나?’

그도 인터넷상에서 또는 주변 사람이 몰래 자신을 욕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배도빈의 실력을 인정하 고 자신의 노력과 재능에 자부심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배도빈을 알게 된 이후로.

정체되어 있었던 찰스 브라움은 자신을 더욱 갈고닦았다.

최고가 되고 싶었고 최고라 생각했던 그에게 배도빈이란 존재는 넘어 서야 할 목표였고 그 덕분에 찰스 브라움은 거장에 반열에 들어설 수 있었다.

‘찌질하지. 그럴 마음도 없는 어린 애를 상대로 말 같지도 않은 승부를 걸었으니 욕먹을 만해.’

본인조차 그 방법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런 것 따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나르시시스트 찰스 브라움에게 더 이상 세간의 평은 중요하지 않았다.

왕자로서의 품위 따위 그가 인정하는 천재에게 자신을 증명하는 일에 비하면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지난 몇 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바이올린을 켤 뿐이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공식 홈페이지에 악장 오디션 참가 요강이 올라왔다.

다운로드를 받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이력서를 쓰고 있는데 옆에서 빈둥대고 있던 최지훈이 입을 열었다.

“아직 멀었어?”

“어.”

뭐 이렇게 써야 하는 게 많은지 모르겠다.

특히 자기소개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단어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나 그냥 갈까?”

“가만있어 봐.”

내가 베를린 필의 악장이 되는 거 야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 그걸 논리적으로 적어서 내야 함에 불합리 함을 느낀다.

“배고픈데.”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아무리 고민해도 별다른 말이 떠오 르지 않아 적당히 적어 메일을 보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최지훈이 침대 에 드러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끝났어?”

“뭐, 대충. 뭐 할까?”

겉옷을 챙겨 입으며 물었다.

“배고파. 밥 먹자. 트리프트 거리에 이탈리아 음식 잘하는 곳이 있어.”

“그래. 가자.”

“니나 누나도 부르자.”

“독일에 있어?”

“어제부터 오프였어.”

“왜 니나의 스케줄을 알고 있는 거야?”

“그냥 연락하다 보니까?”

조금 불길하지만 니나와는 꽤 오랜만이니 그러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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